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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기업 ‘임원학’

내일이 불안한 ‘별’들, 오늘도 전진 앞으로!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한국 대기업 ‘임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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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기업 ‘임원학’

GE의 핵심인재들이 크로톤빌 연수원에서 강의를 듣고 있다.

〈 2. 세상에 공짜는 없다! 〉

5대 그룹의 임원이 되면 어떤 혜택이 있을까.

삼성은 상무보부터 그랜저TG와 SM7 같은 고급승용차와 유지경비 일체를 제공받는다. 연봉은 1억5000만원 안팎. 여기에 각종 수당과 복지혜택을 더하면 2억원을 훌쩍 넘는다.

현대차 임원은 회사 소유의 골프 회원권, 휴대전화, 전담비서를 제공받는다. 부사장이 되면 에쿠스와 함께 전담 운전사도 생긴다. SK 임원은 그랜저2.7, SM7, 오피러스 중에서 선택할 수 있고, 골프회원권을 받는다.

LG 임원은 부장 시절보다 2배나 많은 연봉을 챙길 수 있고, 해외출장 때는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다. 롯데 임원의 경우 연봉은 30%가량 오르고, 전용 사무실과 골프회원권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으랴. 임원이 되는 날부터 실적과 끊임없는 전쟁을 벌여야 한다. 삼성, LG, SK에서 올해 신임 임원이 되거나 승진한 임원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뛰어난 성과’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LG전자의 인사담당자는 “임원이 되려면, 또 임원으로 살아남으려면 혹독한 시련의 과정에서 탈락하지 말아야 한다”며 “쉬었다 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인사 담당자는 “실적이 있는 곳에 사람이 있다”며 “성과에 따라 임원을 철저하게 평가한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두산, 대한항공의 사외이사를 맡아 대기업 임원의 고충을 듣는 서울대 박오수 교수(경영학)는 이렇게 말한다.

늘 ‘마음의 사표’

“대기업 임원은 신분 불안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평가지표에 다다르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늘 떠나지 않는다.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큰데, 실제로는 대기업일수록 단기간에 보여줄 것이 별로 없다. 때문에 이들은 늘 ‘마음의 사표’를 쓰고 있다. 우연히 단기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보여줬다고 해서 그게 임원의 능력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건 복합적인 요인과 운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따라서 회사는 임원에게 단기적 성과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인사와 조직관리 전문가인 박 교수의 말을 좀더 들어보자.

“평가는 보상과 승진 때문에 하는 게 아니다. 평가를 잘 받으면 그 결과를 보상과 승진에 활용할 수는 있다. 평가는 건강검진을 받는 것과 같다. 임원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 약점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인사부서의 일이 조직원의 자리배치라고 생각하는데, 진짜 일은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1억원짜리 기계를 들여왔다면 아마 갈고닦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수억원짜리’ 임원은 그토록 오랫동안 육성해서 발탁했으면서도 왜 갈고닦지 않는가.”

〈 3. 다들 GE, GE 하는데… 〉

놀자고 모인 친목계 사람들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모임을 끌고 가자는 부류와 당장 해야 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는 부류로 나뉜다. 대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장기적인 발전전략에 동의하면서도 단기적인 성과를 무시할 수 없다고 한다. 오늘이 없으면 내일도 없다는 쪽과 오늘에만 치중하면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는 쪽의 대립. 한국에선 전자의 승리다. 확실히 실적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회사가 생존하는 길이라면 서로 타협할 수 있지 않으냐고 하지만, 선진 기업에선 ‘성과’와 ‘가치’로 명확하게 구분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성과보다 가치를 더 중시한다. 성과가 다소 좋지 않아도 가치를 잘 지키는 조직원을 임원으로 발탁하는 것이다.

한국의 대기업 임원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미국 기업 GE의 사례를 보자. GE에는 ‘GE의 가치’라는 것이 있다. 최고가 되려는 열정, 인재 육성에 대한 관심, 장벽이 없는 사고, 공정성, 솔직성, 개방성, 도덕성, 다른 의견의 수용, 모든 변화를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는 것 등이다. GE는 이것을 ‘리더십’이라고 부른다.

GE는 영업성과와 가치에 대한 경중을 어떻게 저울질할까. 성과와 가치관이 둘 다 훌륭하면 승진은 물론 최고로 보상한다. 둘 다 미달할 경우 해당 인력을 신속하게 교체한다. 성과는 우수하나 가치관이 결여된 경우는 장기적으로 조직을 파괴할 우려가 있으므로 교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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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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