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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위협하는 보호주의 두 얼굴

겉으론 공정·자유무역, 실제론 자국 이익 챙기기

  • 홍석빈│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hsblys@dreamwiz.com│

한국경제 위협하는 보호주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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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위협하는 보호주의 두 얼굴
세계 교역에서 보호주의는 시장 중심의 자율경쟁 구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우리 몸의 혈관이 막히듯 상품과 서비스의 자연스러운 이동을 제약하게 되었다. 이에 선·후진국 할 것 없이 외국 기업의 활동과 상품 및 서비스 이동에 차별적인 제한이 경쟁적으로 가해졌고, 결국 이는 보호무역주의적 규제의 악순환 현상을 유발, 세계가 무역전쟁의 시대로 돌입하게 된 것이다.

미국 대공황기 수출 크게 줄어

1930년 6월 미국의 스무트-할리(Smoot-Hawley Tariff Act)법으로 상징되는 외국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역사상 최고 수준의 관세율(40%) 부과 조치는 이러한 무역전쟁의 대표 사례다. 후버 대통령이 서명한 이 고관세법에 따라 약 3200여 개 품목의 관세율이 기존보다 4배 이상 올랐다. 수입이 줄어들었다지만 수출은 더 크게 줄어들었다. 미국의 수출은 1929년 55억달러에서 본격적 대공황기인 1933년에는 21억달러로 크게 줄어든다. 나머지 국가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었고 당시 후발 개도국이던 독일과 일본의 경제난이 가중되었다.

전세계 수입수요가 줄어들자 수출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공장이 하나 둘 멈추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실업자가 늘어나 미국의 실업률은 1929년 6.7%이던 것이 1933년에는 26.1%에 이르게 된다. 이후 몇 년간 회복 조짐을 보이던 세계 경제는 1930년대 후반 들어 각국이 자국 산업과 일자리 보전 등을 위해 다시 무역장벽을 높이기 시작함에 따라 결국 세계경기의 동반 침체라는 파국을 향해 치닫게 된다.

독일과 일본, 이탈리아 등 후발 개도국들은 이러한 세계 경기 침체의 파고를 1930년대 후반에 맞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 국가 간 빈부격차 심화와 성장의 한계를 참지 못한 나머지 파시즘과 나치즘이라는 극우 이데올로기의 갑옷을 입고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종착역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런 역사적 경험을 학습한 인류이기에 지금의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해낼 것으로 기대하나 경제위기의 진행 양상은 과거의 교훈에도 반복되는 상황이다.



2월 무역흑자는 수입감소 탓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세계 교역 규모가 올해 4~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올 1월 들어 교역 규모가 전년 대비 2.1~2.8% 감소할 것으로 전망치를 수정했다. 이렇게 되면 1975년에 있었던 1.9% 감소 이래 최대 폭의 교역 위축을 맞이하는 셈이다. WTO가 추정한 2008년 세계 교역 규모(상품 및 서비스)가 약 19조달러였음을 감안하면, 올해 4000억~5000억달러의 교역 감소가 예상된다는 의미다.

더욱이 WTO가 매년 발표하는 국제무역통계에 따르면 2007년 세계무역성장률은 2006년의 8.5%에서 6%로 떨어졌다. 경기 침체 본격화에 따른 전세계 수입수요의 급격한 감소를 반영할 경우 지난해 무역성장률은 2%, 그리고 올해는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문제는 현재의 세계경기 하강 속도가 이러한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는 데 있다. 결국 전세계 수입수요가 더 큰 폭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우리 수출산업 시장도 그만큼 더 축소될 우려가 커졌다는 얘기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나라 수출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우리나라 교역의존도는 76%로 중국 64%, 일본 31%, 미국 22%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수출이 내수보다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교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지금과 같은 급격한 통상환경 변화에 크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

올 1월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가 2월 들어 다시 33억달러 흑자로 돌아서긴 했지만, 수출보다 큰 폭의 수입 감소와 조업일수 증가 등에 따른 숫자놀음 비슷한 상황이어서 아직 반전을 기대하기엔 이르다. 또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출증가율이 지속 하락하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와 경기부양을 위해 연일 자국산 제품 우선 의무 구매 등 보호주의적 무역규제 조치들을 쏟아내고 있다. 대표적인 수출 산업인 자동차시장만 보더라도 중동을 제외하고는 북미, 유럽, 아시아, 중남미 등 대부분의 시장에서 수출증가율이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시장인 미국과 중국을 보자. 미국시장은 지난 1월 수출입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18%나 감소했다. 소비심리 또한 악화돼 컨퍼런스 보드(CB·미국의 대표적 경제조사기관)가 발표한 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37.7로, 1967년 지수 산정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4/4분기까지 약 6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 가계의 자산 손실은 지금도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가계의 소비를 둔화시켜 향후 수입수요를 더 감소시킬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유럽연합 주요 회원국들과 일본의 수입수요도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하기는 마찬가지다.

중국 등 신흥경제권 국가들의 상황도 좋지 않다. 우선 중국은 2008년 우리 전체 수출에서 21.7%를 차지하는 최대의 수출대상국이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수입이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여 우리 경제에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왜냐하면 중국은 우리 경제 최대의 해외 생산기지로서 원재료나 반제품을 수입하는 우리나라 전체 가공품 수출무역의 약 56%를 차지하는 거대 수출시장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우리나라 10대 수출대상국인 러시아, 인도, 멕시코 등과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의 수입수요도 30~50%의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다양해진 보호주의

30년 만에 세계 교역규모의 절대 크기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각국이 쏟아내는 다양한 보호무역주의적 정책들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양상만 다르다면야 큰 문제가 없지만 형식의 다양성과 내용 통제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전통적인 관세, 비관세 장벽 이외에 구제금융지원, 경기부양책 같은 국내 경제정책의 모습을 띤 보호주의 조치들이 급증하고 있다. 아울러 아직까지는 실제 자국 산업과 기업활동에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국가가 사전적이고 선별적으로 강도 높게 개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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