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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분석

제2롯데월드 항공운항학회 보고서

3도 틀어도 동편활주로는 사실상 착륙 불가능, 이륙도 위험

  • 이정훈│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mn@donga.com│

제2롯데월드 항공운항학회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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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롯데월드 항공운항학회 보고서

‘그림1’한국의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은 FAA 규정대로 비행안전구역을 설정했으나, 산악국가임을 고려해 7구역은 설정하지 않았다.한국 법/ 미 연방항공청(FAA) 규정

‘그림 1’은 한국 법과 FAA의 비행안전구역을 비교한 것이다. 1구역에서부터 6구역까지는 그 크기와 범위까지 똑같으나, 한국 법에는 7구역이 없고 FAA 규정에는 있다. 이는 한국 법이 7구역을 뺀 상태로 FAA 규정을 베꼈음을 의미한다. 왜 한국 법은 FAA의 7구역을 빼버렸는가.

1945년 7월28일 미군의 B-25 폭격기가 짙은 안개 속에서 비행하다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79층을 들이받고 추락해 14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다쳤다. 이에 FAA는 ‘신규 장애물’인 초고층건물을 규제해야 한다고 보고, 공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대해서도 고도제한을 하는 7구역을 설정했다. 제2롯데월드는 FAA가 정한 7구역 안에 들어간다.

한국이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의 전신인 ‘군용항공기지법’을 만든 것은 1981년인데, 이때 한국에서 100층이 넘는 건물이 건설될 것이라고 상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한국은 전형적인 ‘산악국가’다. 따라서 7구역을 설정하면 고도제한에 걸리는 산 때문에 한국에서는 ‘군 공항을 지을 곳이 없다’는 역(逆)이 성립된다. 이런 사정으로 한국은 FAA 규정을 베끼면서도 7구역은 빠뜨렸다.

그런데 롯데는 이것을 ‘ 7구역 안에는 초고층건물을 지어도 좋다’는 논리로 바꿔, 치고 나옴으로써 공군과 14년간 싸움을 벌였다. 따라서 이 싸움은 국내법과 FAA 규정을 놓고 벌어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에 관련 학회는 보고서에 ‘ICAO 규정은 민간 공항에 적용되는 것이니 군 공항인 서울공항은 FAA 기준으로 살펴보아야 한다’고 해놓고,‘ICAO는 7구역 설정은 각국이 사정에 따라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는 논리를 꺼내들어 FAA 규정을 살펴보자고 했던 자신의 전제를 뒤집어버렸다.



그리고 결론부에서는 ‘제2롯데월드는 ICAO와 FAA 기준의 제한표면(비행안전구역)을 초과한다고 할 수 없다’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한 후, 갑자기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을 거론해 ‘제2롯데월드는 관련법 규정에서 적용한 비행안전구역 밖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이 학회 김칠영 회장은 이렇게 해명했다.

“FAA 규정에 따른 서울공항 7구역에 는 7구역 제한고도를 넘어선 청계산 검단산 백운산 등의 자연장애물과 타워팰리스 코엑스 등 인공장애물이 ‘이미’ 들어와 있다. 따라서 이러한 곳에 제2롯데월드를 짓는 것은 ICAO와 FAA 기준을 초과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에 기자가 “그렇다면 FAA 규정으로 살펴본다는 주장을 하지 말 것이지, 왜 했느냐? 그리고 이 학회가 비행안전성이 보장된다고 판단한 것은 국내법만을 근거로 한 것이지 않으냐?”고 묻자, “국회 국방위가 FAA와 ICAO 기준으로 비행안전성을 살펴봐달라고 했기에 ICAO와 FAA 기준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학회가 내린 판단은 FAA나 ICAO 규정이 아니라 국내법을 근거로 한 것임을 솔직히 인정한다”고 말했다.

제2롯데월드 문제와 관련해 주활주로인 서편활주로는 동편활주로보다는 제2롯데월드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진실은 ‘그렇지 않다’.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는 ‘시계(視界)비행’과 ‘계기(計器)비행’을 하는데, 시계비행은 3마일(약 5.5km) 떨어진 곳에 있는 물체까지 훤히 보이는 아주 쾌청한 날에만 할 수 있다.

그러나 항공기는 흐린 날은 물론이고 밤에도 이착륙해야 하므로 모든 조종사는 ‘반드시’ 계기비행을 한다. 그런데 아무리 정밀한 계기라도 오차가 있다. 또 계기를 보는 사람도 ‘인적(人的) 오차’를 범할 수 있다.

착륙 항공기는 활주로 정중앙선을 따라 내려오는데 이때 계기오차와 인적오차 그리고 강한 옆바람 등을 받으면 정중앙선을 벗어날 수 있다. 따라서 FAA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착륙 항공기가 날아야 하는‘기본구역’을 정해놓고, 그 좌우에는 고속도로의 ‘갓길’과 비슷한 개념으로‘부수구역’을 정해놓았다.

초정밀장비를 이용하는 ‘정밀접근절차’를 수행할 때는 기본구역과 부수구역의 범위가 상대적으로 좁다. 그러나 이 장비들이 작동하지 못해‘비정밀접근절차’를 수행할 때는 넓어진다. 한국은 FAA가 정한 정밀접근절차와 비정밀접근절차 때의 기본구역-부수구역 범위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림 2’는 정밀접근절차를 수행하는 항공기가 서편활주로로 착륙할 때 적용되는 기본-부수구역을 그린 것인데, 과거 제2롯데월드는 부수구역 안에 있었으나 지금은 벗어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정밀접근절차를 수행하는 장비가 발전함에 따라 2002년 2월6일 FAA가 정밀접근절차시의 기본구역과 부수구역의 범위를 대폭 축소했기 때문에 일어났다. 이에 따라 공군도 제2롯데월드에 대한 태도를 변경했다. FAA의 규정이 바뀌기 전에는, 부수구역 내에서의 제한고도인 164.5m까지만 제2롯데월드를 지을 수 있다고 했고, 바꾼 후에는 203m까지만 지으라고 한 것이다. FAA의 규정이 바뀌었음에도 공군이 제2롯데월드의 높이를 203m로 제한한 것은 제2롯데월드가 비정밀접근절차에 의한 부수구역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었다.

편법으로 허용된 비정밀접근절차

비정밀접근절차는 주로 ASR이나 VOR/DME라는 장비를 사용해 진행한다. 그런데 ASR 장비를 이용한 비정밀접근절차에서는 아무리 궁리를 해도 제2롯데월드를 부수구역 바깥으로 빼낼 해법이 없었다. 그러자 롯데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ASR은 정밀접근절차를 수행하는 PAR을 지원하는 일을 하다, PAR이 작동하지 못하면 단독으로 비정밀접근절차를 수행한다. 이에 주목한 롯데는 “서울공항에 PAR 1식을 더 설치했다가, 기존의 PAR이 고장 나면 새로 설치한 PAR로 정밀접근절차를 수행하면 되지 않느냐”는 묘책을 내놓은 것이다. 공군은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VOR/DME를 이용한 비정밀접근절차에 대해서는 이러한 편법도 통하지 않았다. VOR/DME에 대응하는 정밀접근절차 장비는 ILS인데, ILS는 1식을 더 설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공군이 내놓은 ‘편법’으로 풀렸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공군은 VOR/DME의 위치를 바꾸어 제2롯데월드가 부수구역을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로 인해 VOR/DME로 서울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 조종사는 과거보다 더 큰 각도로 기수를 꺾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법을 지키고 집행해야 하는 정부(공군)가 롯데를 위해 VOR/DME의 위치를 바꿔주는 편법을 써도 되는 것일까.

롯데의 묘책, 공군의 편의 제공으로 제2롯데월드는 서편활주로를 이용한 비정밀접근절차의 부수구역을 ‘간신히’벗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동편활주로는 제2롯데월드와 인접하기에, 이러한 방법도 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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