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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 탈레반

탈레반을 그리워하는 아프간 국민들

“연합군의 민간인 살상과 정부 부정부패에 민심이 돌아섰다”

  • 김영미│분쟁지역 전문 TV 저널리스트 gabjini3@hanmail.net

탈레반을 그리워하는 아프간 국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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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을 그리워하는 아프간 국민들

지난해 6월15일 아프가니스탄의 재건에 참여하는 지방재건팀(PRT, Provincial Reconstruction Team)의 경호와 경비 임무를 수행할 한국군 파병부대인 오쉬노(Ashena) 부대 중 선발대 90여 명이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아프간 현지로 출국했다.

아프간 북부는 상대적으로 치안이 안정적인 지역이었다. 발크주의 마쟈리 샤리프나 쿤두즈나 파르완 지역은 탈레반이 많은 파슈툰족이 아닌 타지크족이 주로 사는 지역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2월만 해도 우리 한국군이 파르완주 차리카 기지로 파병될 당시 우리 정부는 PRT 부지선정 사실을 발표하면서 차리카 기지 주변 치안이 전반적으로 아프간의 다른 지역에 비해 안전한 편이라고 밝혔다. 당시 송웅엽 주(駐)아프가니스탄 대사는 “카불 북쪽에 인접한 인구 70만명의 파르완주는 주민 대부분이 탈레반에 적대적인 타지크족으로 구성돼 있어 치안 사정이 비교적 양호하다”고 말했다. 마치 탈레반이 타지크족이 겁나 북부 지역에는 발을 못 붙일 것 같은 뉘앙스였다.

하지만 결과는 탈레반이 남부에서 북부로 대거 이동하면서 한국군이 위치한 파르완주를 비롯해 북부 지역 대부분에 탈레반이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올 들어 일어난 한국군 기지에 대한 12차례의 공격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한국군이 아프간 북부지역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주둔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절대 안전한 지역이 아니다. 한국군으로서는 아프간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 결과인 셈이다

주민들과 융화하는 탈레반

한국뿐만이 아니라 아프간 북부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했던 또 다른 연합군 중 더한 운명에 처한 경우도 있다. 아프간 북부의 치안을 담당하며 쿤두즈주에 주둔한 독일군이다. 아프간 주둔 독일군은 현재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4800명 규모다. 쿤두즈주는 아프간에서도 최북단, 그러니까 타지키스탄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외국과의 교류도 비교적 있는 곳이고 인구의 대부분이 타지크족이다. 그리고 이 쿤두즈도 아프간에서 손꼽히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이었다.

독일군은 전투보다는 평화 재건 사업이나 보급품을 위한 수송에 치중했고 기지 밖으로도 잘 나오지 않는 조용한 군대였다. 그 때문에 전사자가 많은 미군이나 영국군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 했고, 연합군 군사작전에도 독일군은 가능하면 개입하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아직도 독일군의 전사자는, 수백 명의 전사자를 낸 미국과 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52명이다. 쉽게 말해 다른 연합군과 달리 독일군은 자국 병사의 희생을 막기 위해 몸을 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쿤두즈는 비교적 안정된 치안을 유지했다.



하지만 2년 전부터 쿤두즈 위에 있는 타지키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외국인 무장 세력들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서서히 탈레반, 알-카에다, 그리고 하카니 조직을 포함한 다른 반군세력 전사들의 은신처로 변했다. 지난해부터는 탈레반이 북부로 북상하면서 쿤두즈주와 인접한 지역의 치안은 점점 불안해졌다. 쿤두즈 경찰도 지난해 여름 기자회견을 통해 아랍과 체첸,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 출신 외국인 무장 조직과 탈레반이 결합해 점점 커다란 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비교적 평화로웠던 쿤두즈에서도 북상한 탈레반과 이 외국 무장 세력들이 결합해 서서히 세력을 키워가고 있었지만 아프간 정부는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2007년부터 2년간 두 차례에 걸쳐 쿤두즈 경찰 병력을 30% 이상 줄였다. 아프간 남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쿤두즈가 안전하다고 오판 한 것이다.

이처럼 경비가 허술해진 틈을 타 탈레반과 외국 무장 세력 등이 급속도로 확대됐다. 쿤두즈에서 농사를 짓는 나사르씨는 “2년 전부터 탈레반이 우리 마을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동네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며 도둑을 막고 질서를 유지하는 등 사람들과도 잘 지냈다”며 탈레반이 주민들과 융화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이런 방법으로 주민 사이에 세력을 확장한 탈레반은 연합군을 위협하는 공격을 감행할 능력도 함께 갖춰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탈레반과 연합군의 충돌이 시작됐다. 2년 전 탈레반 정권 붕괴 이후 처음으로 쿤두즈 인근 지역에 나토군의 야간 폭격이 잇따랐다. 무하마드 오마르 쿤두즈 주지사는 “카나바드 지구의 경우 인구가 35만명에 달하는데 경찰 병력은 고작 80명뿐이다. 또 차하르다라 지구에는 수백 명의 무장 세력이 존재하는데도 경찰은 56명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쿤두즈의 치안 상황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그 이유는 쿤두즈가 갖는 전략적 중요성에 비해 경찰 병력이 적기 때문이다. 우리 경찰은 모든 지역을 방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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