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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해부

베스트셀러 출판사들 줄도산과 선인세의 비밀

수억원대 베팅 경쟁에 번역서 몸값만 ‘껑충’ 마구잡이 출간에 독자 반응 ‘뚝’

  •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베스트셀러 출판사들 줄도산과 선인세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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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일본 서점 대상 수상작인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은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소설이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그의 소설들도 선인세가 치솟기 시작했다. 이제는 300만엔을 주지 않고는 판권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소문이 나돌지만 그의 소설에 대한 국내 반응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일본 소설에 대한 선인세는 2000년대 초만 해도 보통 수십만엔 이하에 머물렀다. 하지만 요즘은 웬만큼 유명세를 얻은 작가의 작품은 300만엔 이상을 넘어선다고 한다. 적어도 10배 이상 뛴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무리한 행보는 결국 출판사의 경영을 압박하게 마련이다. 무리한 선투자를 하고도 판매가 지지부진하면 출판사가 버틸 재간이 없다. 그래서인지 요즘 일본소설 자체에 대한 관심이 식어가고 있다. 20년 이상 일본소설을 번역해 이름이 알려진 한 중견 번역가마저 올해 초 3개월 동안이나 단 한 건도 번역 의뢰가 들어오지 않아 미래에 대한 심각한 불안을 느꼈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요즘 공식적인 일본소설의 출간 종수는 줄지 않았지만 출판사를 옮겨 재출간하는 일이 많아지고 시리즈물이 늘어난 점 등을 감안하면 신간소설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인세 높은 번역서, 출판사 재정 압박

베스트셀러 출판사들 줄도산과 선인세의 비밀

‘다빈치 코드’의 저자 댄 브라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알랭 드 보통도 우리 출판시장에서 결코 ‘보통’이 아닌 작가다. 그의 책은 20여 권이나 번역 출간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래서 그의 신작은 이제 선인세로 최소 2억원은 줘야 한다는 소문이 나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최근 보통의 책을 많이 펴낸 두 출판사가 부도가 났다. ‘불안’ ‘여행의 기술’ ‘일의 기쁨과 슬픔’ ‘행복의 건축’ ‘동물원에 가기’ 등을 펴낸 이레와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드 보통의 삶의 철학 산책’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등을 펴낸 생각의나무다. 또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야행’을 베스트셀러에 올린 태동출판사도 최근 부도가 났다.



출판계에서는 이 출판사들이 과도한 선인세 경쟁으로 결국 도산에 이르렀다고 보는 시각이 없지 않다. 맞다. 아무도 그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물론 세 출판사가 도산한 원인이 비단 선인세 경쟁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과도한 선인세 경쟁이 큰 요인인 것만은 분명하다.

알랭 드 보통의 연애소설 3부작이 대단한 인기를 얻은 후부터 보통의 책들이 일정한 판매부수를 기록하더라도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작가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지 않았으니 작가의 생명이 계속 유지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두 출판사가 경제적 위기를 겪으면서 판권기한이 만료된 책들은 다른 출판사로 판권이 넘어가고 있었다. 같은 책이 제목이 바뀌고, 발행 출판사의 이름도 바뀌면서 보통의 인기도 점차 하락했다.

전체적으로 번역서의 비중도 다소 떨어지고 있다. 교보문고의 연간 베스트셀러 30위권 중 번역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11종이었지만 2002년 13종, 2003~04년 15종, 2005~07년 16종으로 점차 상승했다. 반면 일본은 2001년 9종이었다가 2002년 7종, 2003년 4종, 2004년 5종, 2006년 1종으로 줄어들었고 2007년에는 급기야 완전히 사라졌다. 한국은 2008년에 10종, 2009년 12종, 2010년 9종으로 다소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산 자기계발서가 맥을 못 춘 결과다. 이에 비해 미국발 경제경영서의 영향력이 커진 일본은 2008년에 9종, 2009년에 6종, 2010년에 10종으로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밀리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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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선인세 경쟁이 스테디셀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외국서적의 경우 5년 기한으로 저작권 계약을 하고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자동 연장하는 것이 관례였다. 유명 저자가 위력 있는 신간을 펴내는 경우 그 저자의 신간과 구간을 패키지로 묶어 재판매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마케팅 비용을 들여 일정한 시장성을 확보해놓은 책을 일방적으로 빼앗기는 경우가 많아 출판업계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사례가 늘어날수록 출판계의 위기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늘어날수록 출판사는 책에 대한 장기투자를 기피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모두가 망하는 지름길로 치닫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떤 경우라도 결국 저작권 확보는 자금력 싸움이다. 이 때문에 대형 출판사로 더 많은 기회가 쏠리면서 출판계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하지만 요즘 대형 출판사들의 처지도 녹록지 않다. 과도한 선인세 경쟁으로 확보한 책들의 판매가 시원치 않아 경영이 악화되는 회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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