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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분석

자주 시청하면 성격 버리는 불량품

방송 3사 TV토론 품질

  • 김동률│서강대 MOT대학원 교수·매체경영학 yule21@empas.com

자주 시청하면 성격 버리는 불량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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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SBS ‘시사토론’ 290회의 무상급식 토론이나 MBC ‘100분토론’ 522회의 교육감 선거비리의혹 토론, KBS ‘심야토론’ 9월3일자 방송분의 한미 FTA 국회 비준 토론의 경우 이들 사회자는 한마디로 감정적인 난상 토론에 들어간 패널들을 컨트롤하기에 역부족이었다. 지켜보는 시청자가 불쾌할 정도로 패널 간에 고성과 원색적인 말들이 오고 갔지만 사회자는 한풀 꺾인 뒤, 뒤늦게 끼어드는 형국이었다. 물론 토론 프로그램의 경우 패널 간에 열띤 토론이 벌어질 때 시청자의 몰입도가 껑충 뛰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패널이 지나친 말다툼, 말꼬리 잡기에 급급하다면 이를 정리해줄 사회자의 싸늘하고도 엄격한 권위가 필요하다 하겠다.

단지 이 같은 관점에서만 평가한다면 과거 손석희 아나운서의 냉정한 진행이 돋보일 수 있다. 현 방송 3사의 경우 과도하게 흥분하는 패널에 대한 사회자의 장악력이 현저히 떨어져 시청자의 조바심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 방송 3사 TV토론의 사회자는 공통적으로 최소 개입 원칙에 따르고 있다. ‘공정한 중재자’ 역할에만 그친다. 편파성의 시비에서는 비록 자유로울 수 있겠지만 논의의 깊이를 더하고 토론을 활성화하는 데에서는 한계를 보인다. 사회자는 욕을 먹더라도 한층 적극적으로 토론에 개입해 날카롭게 질문하고 문제점을 제기함으로써 토론에 불을 지르는 역할(firebrand in the first row)을 할 필요가 있다.

덧붙여 방송 3사가 예외 없이 남성에게 진행을 맡기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공중파 방송 3사의 TV토론이 ‘남성 엘리트 중심주의’라는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지배 코드를 사회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는 상징적인 증거다.





2. 패널

패널은 시청자의 관심을 붙잡는 결정적 인물이다. 많은 시청자는 토론 주제보다는 패널로 누가 나오느냐에 상대적으로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SBS 시사토론의 경우 시청률이 대개 1~2% 전후에 그치고 있지만 오세훈 전 시장과 곽노현 교육감이 출연한 290회와, 김문수 경기지사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격돌한 234회에선 시청률이 서너 배 급등했다. 이는 패널의 중요성을 웅변하는 증거다. 대중은 무엇을 토론하느냐보다 누가 토론하느냐에 더 큰 관심을 갖는다고 보면 된다. 이 같은 시청자의 기대를 채워주기 위해서는 패널 선정에 적잖이 공을 들여야 하고 이는 결국 토론 성공의 열쇠가 된다.

대다수 방송사는 기존의 방송 노출로 검증된 무난한 패널을 섭외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모험을 싫어하는, 달리 말하면 실패를 두려워하는 텔레비전의 한계, 특히 생방송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공중파 방송의 토론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패널 중엔 눈에 익은 단골손님이 많다.

남성, 전문가, 엘리트 위주로 짜이는 패널 구성에도 반성의 여지가 있다. 한마디로 기득권 세력의 공론장일 뿐 일반인의 공론장은 아니라는 인상을 준다. 실제로 방청석의 일반인 참여자는 부차적이고 종속적으로 그려진다. 소수 기득권자 중심의 토론은 대중의 민주적인 참여와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관점을 드러내는 데에는 치명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패널과 관련한 또 다른 문제는, 쟁점에 대해 이해 당사자들이 패널로 출연하는 경우 자신이 속한 이해집단이나 정당의 주장만을 억지 강변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결론 도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잦다. 토론이 있으되 아무런 소득이 없는 토론이 된다. 갈등 해소가 아닌 갈등의 존재를 재삼 확인하는 것에 그친다. 그래서 현명한 시청자는 출연하는 패널만 봐도 토론 결과를 예측할 수 있으며 이 예측은 거의 빗나가지 않는다.



3. 진행 방식과 토론 이슈

일반적으로 TV토론은 주제 선정, 진행 방법, 방송 시간대, 방송 분량, 토론 참여자의 성격, 사회자의 퍼스낼리티, 일반 시청자의 구성과 참여 정도에 따라 형식과 내용에 많은 차이를 드러낸다. 그러나 방송 3사 TV토론의 경우 대부분 시사적인 주제, 심야시간대 편성, 생중계, 찬반토론 양식 등 천편일률적 포맷을 지니고 있다. 스튜디오 패널 토론 위주로 진행하면서 시청자와 방청객의 의견을 중간에 삽입하는 것까지 똑같다. 특히 미리 짜놓은 순서에 맞춰서 발언하는 형식으로 토론을 진행함으로써 자유로운 논쟁으로 전개되기 어려운 구조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덧붙여 방송 3사 TV토론의 두드러진 특징은 정책토론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정책의 문제인식과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정책토론이 가치관과 사고방식의 차이를 논하는 가치토론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정책토론과 가치토론의 가장 큰 차이는 해결방안의 존재여부인데 정책토론은 정책으로 집행할 수 있는 해결방안이 반드시 내재되어야 한다. 이에 비해 가치토론은 논제의 성격상 해결방안의 제시가 불가능하다. 방송 3사 TV토론은 정책토론에 지나치게 치중하면서도 해결방안에 대한 공감대가 도출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방송 3사 TV토론은 정책토론의 주제 대부분을 정치 현안으로부터 끌어온다. 자연히 정치인 또는 정치 관련 인사들이 단골로 참여한다. 따라서 토론 프로그램이 그들만의 리그로 꾸려진다. 패널의 토론 내용에서도, 구체적인 근거를 가지고 주제의 핵심에 대해 주장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작은 모순을 이용해 되레 공격하는 극히 지엽말단적인 논박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긍정과 부정으로 대립되는 양측이 주어진 주제에 대해 논거에 의한 주장, 이에 대한 검증, 논쟁을 되풀이함으로써 이성적인 판단을 도출하고자 하는 토론의 원래 기능과는 애시당초 거리가 멀다.

이러한 이유로 방송 3사 TV토론은 지나치게 정치적인 논쟁에 경도되어 있고 기계적 중립의 미명하에 시시비비를 가려주는 합리적 이성을 발휘하지 못함으로써 이러한 논쟁에 매몰되고 마는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정치인, 정당 관계자, 이념단체 당사자 등 편향된 출연진이 서로 싸우면서 편 가르기 식 흑백논리만을 시청자에게 주입하는 양상이 되풀이된다. 같은 이치로 방청석이나 시청자 참여 코너도 비슷한 편 가르기에 그치게 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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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서강대 MOT대학원 교수·매체경영학 yule21@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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