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호

‘명문화쇠약’엔 팔미지황환, ‘칠정손상’ 땐 가미귀비탕 처방

[PART 3] 생활 속에서 예방하고 치료하라

  • 글: 김경동 김경동연합한의원장·한의학 박사

    입력2005-04-26 14: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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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문화쇠약’엔 팔미지황환, ‘칠정손상’ 땐 가미귀비탕 처방

    발기부전을 한방으로 치료할 때는 약물 치료가 기본이 된다.

    L씨는50대 초반의 기업체 부장이다. 원래 몸이 왜소하여 허약하기 때문에 음주와 흡연을 절대 삼가고 매일 조깅을 하는 등 건강관리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구조조정으로 명예퇴직에 대한 압박을 받자 잠을 설치면서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매사에 의욕도 없고 앞으로 살아갈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오고, 급기야 부부의 침실에서도 자신이 없더니만 남성의 심벌조차 고개를 숙인 채 영영 일어설 줄 몰랐다.

    P씨는 40대 중반의 개인사업자다. 신체가 건장한 데다 평소 영업상 술, 담배를 많이 하는 편이다. 어느 날 접대 술자리에서 과음을 하고 부인과 함께 잠자리에 들었으나 아랫도리가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고는 2년 동안이나 부부 성관계를 가질 수 없어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며 필사의 노력을 했으나 별 성과가 없어 이혼을 위해 가정법원에 가려다 마지막 희망으로 필자의 병원에 내원했다.

    두 사례 모두 흔히 말하는 발기부전증이다. 발기부전이란 성행위할 때 남녀가 모두 만족스러울 정도로 음경이 충분히 발기되지 않거나 발기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는 증상으로, 이런 경우가 전체 성생활 중 25% 이상일 때를 말한다.

    한의학 고전에서는 음경의 발기가 원활하지 않음을 양위(陽퐓), 음위(陰퐓), 음기불용(陰器不用), 음불기(陰不起), 양사불거(陽事不擧) 등으로 표현한다.

    양(陽)은 여성의 상대적인 말로 ‘양물(陽物)’이란 뜻이고, 위(퐓)는 ‘위축됐다’ ‘시들었다’는 의미다. 따라서 양위는 남성의 성기가 시들어서 힘있게 일어나지 못하는 병이란 뜻이다. 또한 음경(陰莖)이 시들었다, 혹은 성기가 인체의 은밀한 곳에 있다고 해 음위라고도 한다. 음기불용, 음불기, 양사불거는 모두 음경의 힘이 약한 것을 말하는 것이며, 성기가 힘이 없어 성교를 할 수 없다는 의미다.



    통상적으로 한의학에서는 성교가 불가능한 남성의 상태를 보통 ‘음위’라고 한다. ‘음위’는 넓게는 성의 기교인 성욕, 발기, 성기 접합, 사정, 쾌감, 이완 등의 여러 가지 조건 중에서 한 가지 이상이 불충분하거나 결핍된 경우를 다 포함하는데, 그중에서도 발기부전성 성교불능을 ‘양위’라고 한다.

    한의학에서 보는 원인

    ●노화(老化)

    자연적인 노화는 발기부전을 일으킨다. 남자는 8년을 주기로 성기능이 변화하는데, 8∼40세는 성장하고 성숙하는 단계이지만, 8년의 주기가 다섯 번째 돌아오는, 즉 오행의 순환이 한 번 끝나는 40세부터는 성기능이 쇠퇴하기 시작한다.

    ‘동의보감’에는 ‘40세가 되면 성기능이 약해지며 머리털이 빠지고 귀밑에 백발이 생기며 치아가 약해진다. 48세가 되면 양기가 위에서부터 쇠약해져 얼굴이 초췌해지고 수염과 머리털이 세기 시작하며, 밥만 먹어도 머리에서 땀이 난다. 56세가 되면 힘줄을 잘 놀릴 수 없고 정액이 줄어들고 성기도 허약해지고 몸도 쇠약해진다. 64세가 되면 치아와 머리털이 빠지고 오장육부가 모두 쇠약해지며, 머리털이 희어지고 아이를 낳지 못한다’고 나와 있다.

    ‘황제내경’에도 ‘사람이 나이 60세가 되면 음경이 위축되고 발기력이 쇠약해진다’는 구절이 있다.

    타고난 정력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지만, 대개 40대에 들어서면 발기의 각도나 강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대체로 40대의 남성 10%에서, 50대는 20%에서, 60대는 30%에서, 70대는 50%에서, 80대는 80%에서 발기부전이 나타나며, 우리나라에서도 어림잡아 62만명 정도가 이 때문에 고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명문화쇠약(命門火衰弱)

    ‘명문의 열기가 쇠약해졌다’는 뜻으로 발기부전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명문이란 ‘생명의 문’이란 뜻인데, 인체의 생식기능을 담당하는 곳을 말한다. 즉 남녀 생식기와 내분비 호르몬계, 뇌의 성 관련 기능과 관련한 신경계를 통칭한다. 명문화쇠약이란 이 부분들의 기능이 모두 약해졌다는 의미다.

    무절제한 성생활은 명문의 성기능을 감퇴시킨다. 즉 너무 일찍 결혼했거나 과다한 자위행위, 성교 과다, 불규칙적이고 문란한 성교 등을 말한다. 일찍 결혼하여 성기능이 성숙하기 전에 기운을 낭비해버리거나 생식기능이 여물어가는 사춘기에 과도한 자위행위로 정액을 소모하면 성기능이 약해진다. 합방을 시도 때도 없이 하고 하룻밤에도 여러 번 성행위를 하다보면 성 에너지가 고갈된다. 그래서 예쁜 아내를 둔 남자는 과색하게 되고 단명하게 되니 미인박명(美人薄命)이란 말이 나온 걸까.

    과도하지 않은 성생활은 어느 정도일까. ‘황제소녀경’엔 다음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20세의 원기왕성한 남성은 하루 2회, 약한 자는 1회, 30세의 강한 자는 하루 1회, 약한 자는 이틀에 1회, 40세의 강한 자는 사흘에 1회, 약한 자는 나흘에 1회, 50세의 강한 자는 닷새에 1회, 약한 자는 열흘에 1회, 60세의 강한 자는 열흘에 1회, 약한 자는 20일에 1회, 70세의 강한 자는 30일에 1회, 약한 자는 사정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므로 연령, 체력, 기력에 순응해야 하며 억지로 쾌락을 추구하면 몸을 망치고 발기부전이 된다.

    또한 음주 후 만취하여 성관계를 하는 것은 수명을 단축하는 행위라고 허준 선생은 경고했다. 흔히 ‘낮거리’라고 하여 낮에 성교하는 것도 자연법칙을 거스르는 것으로 만취상태의 성생활만큼이나 몸을 손상한다고 한다. 음주 성교나 낮거리는 정상 성교의 3배 이상 성 에너지를 고갈시킨다고 본다. 음주에다 낮거리를 동시에 하면 성 에너지가 정상 성교의 9배나 고갈된다. 음낭이 축축하거나 음부가 차갑고 머리가 어지럽고 귀가 울리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기계도 적당히 사용해야지 과도하게 쓰면 고장이 나게 마련이다. 만사(萬事)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칠정손상(七情損傷)

    인간의 감정을 칠정(七情)이라 표현하는데, 기쁨(喜), 분노(怒), 슬픔(悲), 우울(憂), 고민(思), 놀람(驚), 공포(恐)가 그것이다. 기쁜 감정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발기력을 감퇴시킨다. 이러한 감정의 변화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과도하면 발기부전이 생긴다.

    업무와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반복되면 성욕이 저하되고 발기의 강도와 지속시간이 감소한다. 장기적인 긴장상태, 초조, 흥분, 믿음의 결핍, 억울함, 갑작스런 놀람, 두려움, 무서움 등이 지속되면 비뇨생식기 계통의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기능을 약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강도를 만나든가 하여 무서우면 저절로 오줌을 싸게 되는 것이다. 교도소 재소자들의 정자 수와 활동성이 정상인에 비해 저하되고 사형수가 발기부전이 되는 것은 정신적 긴장이나 두려움 등으로 인한 것이다.

    칠정이 손상되면 발기부전과 함께 고민이 많아지고 잠도 오지 않으며, 불안해지고 초조해지고 짜증이 나며 소변을 찔끔거리거나 배뇨 후에도 시원하지 않은 느낌이 드는 증상이 따르기도 한다.

    ●체질소인(體質素因)

    기름진 음식과 단맛을 좋아하며 체형이 비만한 자는 발기력이 쉽게 감퇴된다. 살이 찌고 배가 나올수록 음경은 함몰되고 위축된다. 예로부터 마른 장작의 화력이 좋다는 말이 있듯, 한의학에서는 비만한 남성에 성인병과 발기부전을 경고하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타고난 체질을 태양인,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의 네 가지로 구분한다. 태양인은 체질적으로 하체가 약하여 오래 끌지 못하며, 정력도 대체로 약한 편이다. 정신적 쾌감을 느끼려는 경향이 있다.

    소양인도 소화기는 튼튼하나 비뇨생식기는 부실하다. 그런데 정력이 약하면서도 충동을 느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 관계를 가져도 여성에게 성적 만족감을 주지 못하는 편이다.

    태음인은 색을 밝히지는 않으나 불이 붙으면 무섭게 돌진한다. 스태미나와 남성적 씩씩함은 좋다. 소음인은 소화기는 약하나 비뇨생식기는 강하다. 따라서 정력이 왕성하여 하루에 몇 번이라도 아내를 만족시킬 수 있다. 그러나 바람기가 있어 아내를 불안하게 한다.

    대체로 태양인과 소양인은 선천적으로 성기능이 약하다. 네 가지 체질 중 태음인은 가장 비만해지기 쉬운 체질이다. 씩씩하고 체력도 좋지만 비만해지면 발기력이 떨어진다. 물론 태양인과 소양인 역시 비만해지면 쉽게 발기부전이 생긴다.

    ●습열하주(濕熱下注)

    서혜부에 습기와 열이 쌓이면 성기와 주변의 근육 및 조직이 연화되어 늘어지면서 발기부전이 된다. 이것은 생식기에 염증이나 세균감염, 요도염, 전립선염, 임질, 매독 등의 성병으로 발기부전이 되는 것을 말한다. 이때는 음부가 가렵거나 화끈거리고 아프며, 고름이 나오기도 하고 음낭이 붓거나 소변장애 증상도 나타난다.

    ●어혈외상(瘀血外傷)

    사고로 다치거나 넘어지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졌거나 맞은 경험이 있거나 혹은 수술과 외상으로 인체에 어혈이 많이 생기면 발기부전이 유발된다. 어혈이 인체의 혈액순환을 방해하여 성기가 충만해지지 못해 발병하는 것이다. 전립선 제거수술, 비뇨생식기의 수술, 척추신경 수술, 비뇨생식기의 외상 등으로 인한 양위증을 말한다.

    ●선천오불남(先天五不男)

    ‘오불남’이란 천(天), 누(漏), 건(퀬), 겁(怯), 변(變)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선천적으로 생식기가 불완전한 환관, 즉 내시와 후천적으로 전쟁이나 벌로 거세당한 자, 반음양인과 같이 생식기가 기형인 자들을 말한다.

    ●기타 질병

    소갈증(消渴症), 풍열증(風熱症), 신허증(腎虛症) 등의 신체적 질병이 있을 때도 쉽게 발기부전이 나타난다. 서양의학적으로 당뇨병, 고혈압, 내분비계 질병을 말한다. 그리고 한의학에서 발기부전은 생식기뿐 아니라 신장, 간장, 심장의 기능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따라서 신장 질환, 간장 질환, 심혈관계 질환이 있으면 그것부터 치료해야 한다. 그래야 성기능이 왕성해지고 정혈(精血)이 충만해져서 음경이 단단해지며 힘있게 사정할 수 있다.

    발기부전의 한방치료

    ●약물치료

    발기부전은 심리적·신체적 원인으로 발병하므로 허실과 원인을 분별하여 치료한다. 보통 한약, 침치료, 뜸치료, 약침요법, 기공요법 등을 상태에 따라 적절히 병행한다. 침이나 뜸은 근원적 보강을 해주는 것이 아니어서 일시적 효과만 나타내지만, 약물 복용은 허약해진 생식기능을 강화해주므로 근본적인 치료가 된다. 원인별로 문헌에 나타난 한약 처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자연적 노화 : 공진단, 경옥고, 연령고본단, 육미지황원, 환소단 등을 사용한다.

    *명문화쇠약 : 찬육단, 팔미지황환, 올눌보천환, 구선영응산, 오정환 등을 활용한다.

    *칠정손상 : 가미귀비탕, 소요산, 대보원전 등의 처방을 쓴다.

    *체질별 처방 : 태음인은 녹용대보탕, 공진단, 조위승청탕에 고본·용골·해송자를 가미하고, 태양인은 산약보폐원탕과 청심연자탕에 원육·의이인·고본을 가미하며 오미자산을 사용한다. 소음인은 보중익기탕, 오수유부자이중탕, 건비장위탕, 십전대보탕에 음양곽을 가미하여 사용하고, 올눌보천환을 쓴다. 소양인은 육미지황탕, 형방지황탕, 독활지황탕에 구기자·사상자·복분자·토사자·금앵자를 가미하고 환소단을 사용한다.

    *습열하주 : 용담사간탕 등의 처방을 활용한다.

    *어혈외상 : 혈부축어탕 등의 처방을 활용한다.

    *이 밖에도 단방약 혹은 음식을 적절히 활용한다.

    ●침술치료

    한방 문헌에서는 첫째가 침이요, 둘째가 쑥뜸이요, 셋째가 한약이라 할 정도로 침치료의 효과를 높이 평가했다. 침으로는 기의 흐름을 조절하고 신경을 자극한다. 전통 침술에 사용되는 주 치료경혈은 신수, 명문, 관원, 삼음교, 기해, 정궁혈이다, 한 번에 20분간 유침을 하고 10회를 한 번의 치료기간으로 한다. 오행침법에서는 신정격을 사용한다. 이침요법은 소형 침을 귀의 치료점에 유침하는 방법으로 내분비를 조절하여 성욕과 음경의 혈류량 증가가 목적이다. 신문, 신경쇠약점, 뇌점, 뇌간, 비, 간점신, 정궁, 부신, 내분비점 등을 활용한다.

    뜸치료는 살을 직접 태우는 데 따른 고통으로 인해 현대에 와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뜸은 열 자극으로 인체의 생명력과 정신력을 강하게 하며, 정력을 키워 인체의 양기를 만들어준다. 주의할 사항은 화상을 피하고 뜸치료 중 성생활을 금한다. 이 방법은 정신적 양위와 장기적인 자위행위를 한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데, 특히 오래되지 않은 발기부전에 효과가 높다.

    ●약침요법

    약침요법은 추출한 한약주사액을 침을 놓는 부위인 경혈에 주입하여 침의 효과와 약물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치료법이다. 사용되는 약재는 녹용·태반·사향 등이고, 주로 사용되는 경혈은 기해·관원·정궁, 그리고 음경 부위다.

    양생원칙 잘 지키는 게 예방법

    무엇보다 양생원칙을 잘 지키는 것이 예방법이다. 그 원칙은 일소백소(一笑百少)의 마음가짐으로 쾌심(快心), 쾌식(快食), 쾌변(快便), 쾌면(快眠), 쾌동(快動)하는 것이다.

    첫째로 마음부터 젊어져야 한다. 중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적 노화를 막는 일. 늙었다 생각하면 진짜 늙어버린다. 젊은이처럼 젊게 행동하고 젊게 치장해야 한다.

    둘째, 고량진미(膏粱珍味)를 피한다. 즉 지방질이 많은 음식을 피하고 섬유질이 많은 채식을 한다.

    셋째, 비만증을 피하고 적절한 표준체중을 유지한다.

    넷째, 음주와 흡연을 절제하고, 일몰과 일출에 순응하여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다섯째, 정기적으로 운동을 한다. 과격한 운동보다 맨손체조, 걷기, 등산, 인라인스케이트 같은 하체운동을 한다.

    여섯째, 영화 ‘씨받이’에서 보듯, 좋은 날을 잡아 규칙적인 성생활을 한다.

    일곱째, 자연적 노화로 해마다 부족해지는 성 에너지를 1년에 한번씩 보충하는 한약을 규칙적으로 복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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