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호

지방간은 간 질환 시발점, 얕보다 큰코다친다

  • 최성규 교수 전남대 의대 소화기내과 분과장

    입력2006-10-16 17: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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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간은 간 질환 시발점, 얕보다 큰코다친다

    여성의 알코올 섭취량이 늘어나면서 지방간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한 번 손상되면 여간해서 회복되기 어려운 간. 과음, 피로, 스트레스와 서구식 식습관 등으로 간을 혹사하는 현대인들은 간에 대해 더욱 민감해져야 한다. 특히 지방간은 쉽게 치유되는 가벼운 병으로 알려져 있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데, 관리와 치료에 소홀하면 심각한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간 질환의 진원(震源)이다.

    지방간→지방간염→간경변증

    간은 인체의 신진대사, 그중에서도 지방 대사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기관이다. 간의 구성 성분 중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은 보통 3~5%인데, 간의 무게에서 이 비율이 5%를 넘을 때 의학적으로 지방간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간세포 속에 지방이 지나치게 축적된 상태를 일컫는데, 심한 경우에는 간의 50%가 지방으로 채워지기도 한다.

    간세포 속의 지방 덩어리가 커지면 핵을 포함한 세포의 중요 구성 성분이 한쪽으로 밀려 간세포의 기능이 저하된다. 또한 세포 내에 축적된 지방으로 인해 팽창한 간세포들이 미세혈관과 임파선을 눌러 간 내의 혈액과 임파액 순환에 장애를 일으킨다. 지방간을 방치하면 간 기능 저하와 함께 간에 산화성 스트레스가 유발되어 간세포 괴사와 염증을 동반한 지방간염으로 악화되고 나아가 간경변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비만, 음주가 주원인



    흔히 지방간이라고 하면, 술을 자주 마셔서 생긴 질병이니 당분간 술을 끊거나 줄이면 자연스레 치유될 거라고 가볍게 여긴다. 물론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지방간도 분명히 관리와 치료가 요구되는 ‘질병’이다. 특히 술 때문에 생기는 알코올성 지방간 외에 비만, 당뇨, 고지혈증, 혹은 스테로이드나 항경련제 등의 약물로 유발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도 현대인에게 쉽게 찾아오곤 한다.

    지방간은 서서히 진행되어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갑자기 심한 피로를 느끼거나 우상복부에 묵직한 불편감을 느끼면 한번쯤 지방간을 의심하고 정확한 검진을 받아야 하는데 특히 간 질환, 당뇨, 비만, 고지혈증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평소 과음이 잦은 사람이라면 더욱 관심을 갖고 체크해보아야 한다. 지방간은 신체검사나 다른 병으로 진찰을 받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초음파 검사를 통해 발견되는 경우도 흔하다. 지방간이라 해도 간 기능은 정상인 경우가 대부분으로 간 기능 검사치(AST, ALT)가 약간 높은 정도이다.

    지방간의 원인은 과음,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약물, 단백 결핍 등이며 그중 비만과 음주로 인한 지방간이 가장 많다. 국내 40세 이상의 중년 남녀 중 7%가 지방간이며, 정상 체중의 12%를 초과하는 비만인 사람들 중 무려 15%가 지방간이다. 체내에 지방조직이 많은 사람은 지방산이 혈중으로 많이 유입되면서 간 속에 쉽게 지방이 축적된다. 특히 성인 남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복부 비만은 지방간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위험 인자이다. 국제기구 인정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BMI)가 25를 넘어가는 사람이라면 성인병 위험군(群)에 포함되며 지방간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지방간은 알코올성 지방간인데, 지속적인 과음이 원인이다. 알코올에 의한 간 질환 중 가장 가벼운 것으로 술만 끊어도 정상으로 회복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애주가라고 말하는 사람의 약 4분의 3이 지방간이라는 통계가 있다. 체내로 흡수된 알코올은 80~90%가 간에서 처리되므로 지속적인 과음이 간에 무리를 주는 것은 당연한 일. 만성 과다음주자의 대부분은 지방간을 갖고 있으나 알코올성 간염은 10~35%, 간경변증은 8~20%에서만 발생한다.

    하지만 아직도 이에 대해선 터무니없는 오해가 난무하는 실정이다. 그중 하나는 ‘술이 센 사람은 간이 튼튼해서 약한 사람보다 간암에 걸릴 확률이 낮다’는 것이다. 심지어 대한암협회 주최로 올초에 열린 환자와의 대화 시간에 이런 질문이 쏟아졌을 정도. 하지만 이는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로, 술이 간에 미치는 영향은 소주든 맥주든 술의 종류와 무관하며 그 독성은 동일하다. 오히려 마신 알코올의 양이나 음주기간이 간 독성을 결정하는 데 가장 주요한 요인이 되며 하루 40~80g의 술을 10년 동안 마신 사람은 알코올성 간 질환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다. 즉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 못 마시는 사람에 비해 한 번 마실 때의 양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간암에 걸릴 위험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지방간은 간 질환 시발점, 얕보다 큰코다친다

    초음파 검사상에 나타난 지방간의 형상.

    특히 B·C형 간염 환자는 일반인과 달리 알코올이 간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므로 반드시 금주해야 한다. 여성, 그리고 조직학적으로 심한 지방간 환자도 금주는 필수다. 적은 양 혹은 간헐적인 음주로도 병세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허리둘레부터 줄여라!

    지방간의 치료는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최선이다. 증세의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식습관 개선과 운동요법 등을 통해 지방간을 치료할 수 있다. 현재 시판 중인 간장약이나 지질 개선제는 보조적인 치료효과만 있기 때문에 여기에 의존하기보다는 원인에 따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현명한 조치이다.

    비만으로 인한 지방간 환자라면 총 칼로리를 적게 섭취하고 운동을 병행해 체내에 축적된 지방을 제거해야 한다. 따라서 이미 복부비만인 사람은 식이요법, 운동요법을 근간으로 체중과 허리둘레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체중 감량의 속도와 정도에 관하여 정확한 지침은 없으나, 점진적인 체중 감량, 즉 6개월에 걸쳐 10%의 체중 감량을 권고하고 있다. 체중을 감량할 때에는 담당 의사와 상의하며, 간기능 검사를 정기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당뇨로 인한 지방간은 적절한 당뇨 조절이 필요하다.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술을 계속 마시는 한 간세포의 손상은 막을 수 없음을 명심하자. 금주와 식생활 조절을 통해 영양 상태를 개선하면 대개 3~4주 후에 증세가 호전되고, 수개월 안에 완치할 수 있다.

    원인을 제거함과 동시에 식습관을 개선하는 것도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 충분한 비타민(특히 B군과 C, K)을 섭취하고 단백질과 미네랄이 들어 있는 식품도 좋다. 감미식품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현대인들은 자동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데 운동을 생활화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일상생활이 바쁘니 그 자체로 운동량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운동은 각자의 상황에 맞도록 선택하는데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조깅, 수영, 등산, 에어로빅 같은 유산소 운동이 좋고 승부를 다투는 운동은 금물이다. 유산소 운동도 심하게 하거나 오래하면 오히려 좋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 능력에 알맞은 운동을 조심성 있게 하되, 통상 1주일에 3회 이상, 한 번 할 때 30 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복식호흡이나 신진대사를 원활히 해주는 간단한 체조를 실시하면 간 질환으로 인한 피로감을 이기는 데 좋다.

    지방간은 평소 몸 관리만 잘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질병이다. 매일 체중을 재고 섭취한 음식을 기록하면 자신의 식습관을 알게 되고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세 끼를 꼭 챙겨 먹고 한 끼 분량을 조금씩 줄인다. 음식은 천천히 먹는 습관을 들인다.

    과식하지 말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야식을 피하고 기름에 튀긴 음식보다는 삶은 음식이 좋고, 당분이 들어간 음료수보다는 물이나 녹차 종류가 좋다. 특히 육류, 인스턴트 등 칼로리가 높은 음식은 지방간의 주범이다. 햄버거, 꿀, 사탕, 라면, 초콜릿, 케이크, 도넛, 삼겹살, 갈비, 햄, 치즈, 땅콩, 콜라, 사이다 등을 피한다.

    많은 환자가 지방간의 원인에 대한 치료를 시행하지 않고 증세의 호전이 더디다는 이유로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 건강식품, 식이요법 등을 택하는데 사전에 담당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단 간경변이 오면 정상 회복이 어렵고 간암 발생 가능성도 커진다. 따라서 지방간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현대인의 현명한 간 사랑법이다.

    지방간 환자를 위한 식사요법

    1. 식사를 거르지 않고 규칙적으로 한다.

    2. 정상체중을 유지한다‘표준체중=(키-100)×0.9, 정상체중=표준체중 ±10%’.

    3. 양질의 단백질(살코기, 생선, 콩, 두부, 달걀 등)을 적당량 섭취하고 기름진 육류(갈비, 삼겹살 등)는 되도록 피한다.

    4. 밥, 빵, 국수, 감자 등의 당질식품은 되도록 많이 먹지 않는다.

    5. 과일은 적당량만 먹는다(1일 중간 크기 과일 1개 정도).

    6. 단 음식(사탕, 초콜릿, 꿀, 아이스크림, 탄산음료)은 당분과 열량이 많으므로 자주 먹지 않는다.

    7. 음주를 피한다.

    8. 튀김, 전(煎)보다는 구이, 조림, 찜 등으로 조리해서 먹는다.

    9. 비타민과 무기질을 섭취할 수 있도록 신선한 채소를 충분히 먹는다.

    *자료제공 : 케어캠프(www.carecamp.com)


    최성규 교수

    지방간은 간 질환 시발점, 얕보다 큰코다친다
    전남대 의대를 졸업하고, 1998년부터 2년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의대에서 연수했다. 현재 대한간학회 간행위원 및 전남대학교 소화기내과 분과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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