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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과 사회통합에 대한 보수와 진보의 시각

한반도선진화재단ㆍ한국미래학회ㆍ좋은정책포럼 공동 주최 토론

  • 정리·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경제정책과 사회통합에 대한 보수와 진보의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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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과 사회통합에 대한 보수와 진보의 시각

토론에 참여한 진보 진영 학자들. 왼쪽부터 김형기, 이태수, 김호기, 김영정 교수.

전상인 :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저희들은 소위 뉴라이트 대표자격으로 나온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뉴라이트의 공과를 따지는 일은 적절한 주제가 아닙니다.

김영정 : 진보 쪽 얘기하면서 북한 문제와 연관시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보수학자 가운데 양자를 자꾸 연관시켜서 진보학자들은 뭔가 이상한 생각을 할 것이라고 여기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정말 잘못된 거예요.

이태수 : 거듭 말씀드리지만, 학문적으로 얘기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북한 문제는 더 이상 중요한 이슈가 아닙니다. 북한이 베일에 가려 있었을 때는 그쪽이 사회주의체제라는 점에서 평등과 공동체의 가치가 구현되는 것으로 막연히 생각한적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실체가 드러나고, 사회주의적인 이념이 전혀 투영되지 않는, 철저하게 독재적이고 반인본주의적인 국가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 대부분의 학자 내지는 좌파로 분류되는 사람들 내에서 이 문제는 끝이 났어요. 그래서 그 문제가 더 이상 좌파와 우파를 가르는 기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아까 강석훈 교수가 제안하신 대로 제가 꿈꾸는 사회에 대해 얘기한다면, 저 역시 ‘물질적 부를 토대로 각 개인의 가치가 실현되는 사회’라는 지향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모두가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실현시키면서 사는 복된 사회’도 꿈꿉니다. 그것을 이뤄내는 과정에서 시장과 개인과 자유를 중시하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공동체와 평등을 더 중시하는 것이 옳은지를 각론에서 따져야겠지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데, 아까 김호기 교수께서 말씀 도중 민주화세력이 곧 진보세력인 것처럼 언급하신 부분입니다. 사실 ‘민주화세력=좌파=진보’는 아니지요. 민주화운동은 반독재의 문제이므로 개념 구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강대인 : 그동안 보수적 가치나 진보적 가치라고 하는 것이 현실 정치 세력들과 결합되면서 많은 오해를 낳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진보진영에서는 소위 북한 문제에 분명하게 선을 긋고, 보수진영에서는 수구와 단절하는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그럼 이제 여러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구체적인 문제에 대한 토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첫째로 논의할 것은 세계화 문제입니다.

세계화, 위기인가 기회인가



경제정책과 사회통합에 대한 보수와 진보의 시각

토론에 참여한 보수진영 학자들. 왼쪽부터 이인재, 이명희, 강석훈, 전상인 교수.

강석훈: 세계화를 이야기하려면 일단 이 문제가 한국 사회나 한국 경제에서 선택변수인지 아니면 이미 주어진 변수인지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세계화가 한국이 거부할 수 없는, 일종의 주어진 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세계화 자체에 대해 논의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세계화의 순기능을 극대화하고 역기능을 최소화할 것인지에 대해 토론해야 한다고 봅니다. 경제학 이론을 놓고 봤을 때, 세계화는 한 국가의 복리(welfare)를 증가시킬 가능성을 제시할 뿐, 그 자체가 복리를 증가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세계화가 가져올 수 있는 국가 복리의 증가분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이용할 것이냐, 세계화가 진전될 때 세계화의 수혜계층으로부터 피해계층으로 이익(benefit)이 전달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토론하고 싶은 것은 세계화를 잘 이용하기 위해 한국 사회가 갖춰야 할 제도와 규범의 문제입니다.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세계화는 1997년 외환위기에서 보듯 오히려 재앙(disaster)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세계화를 받아들일 때 조금이나마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에 대해서도 논의해보면 좋겠습니다. 저는 경제적인 면의 세계화는 급진적으로(radical) 진행하되, 사회나 문화와 연계된 부분은 좀 더 관리가능한(manageable) 수준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강대인 : 강석훈 교수는 세계화가 필연적인 것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진보 쪽 학자들도 그 부분에 대해 동의하십니까?

김호기 : 저도 세계화가 한국 경제의 상수(常數)라는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우리나라 경제규모상 개방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세계화는 기회인 동시에 위기입니다. 기회의 측면을 먼저 말씀드리면, 세계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이에 맞춰 산업구조를 재편할 경우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문제는 이런 기회의 반대편에 사회 양극화라는 위기가 있다는 점이지요.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한 나라 안에서의 사회 양극화뿐 아니라 전 지구적인 차원의 양극화도 빨라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런 세계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등 여러 나라는 탈규제, 민영화, 노동시장 유연화, 국가 역할 축소 등의 전략을 쓰고 있지요. 그러나 지구에는 프랑스, 덴마크, 네덜란드와 스칸디나비아처럼 세계화가 강제하는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개별 국가가 유지해야 할 공공성과 형평성을 강조하는 대응 모델도 있습니다. 미세하게 들여다보면 조정시장경제 국가들의 세계화 전략이 좀 다르다는 말이지요. 이런 국가들은 지난해 9월 미국발(發) 금융위기에서 비교적 충격을 적게 받았습니다. 반면 같은 유럽에서도 독일처럼 완전히 미국식 모델을 받아들인 국가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어요. 이런 점에서 우리는 후자 국가들의 신자유주의 대응 전략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보수 세력이 여전히 민영화나 노동시장의 유연화 같은, 구식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4대강 정비’로 대표되는 토건국가적 계획까지 고수하고 있지요. 저는 이명박 정부에 부여된 경제적 과제가 새로운 성장동력의 확충과 산업구조 재편을 통한 양극화 해소에 있다고 보는데, 현재의 경제 정책으로는 이 부분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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