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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우의 세상읽기

‘궁하면 중도실용’인가

‘궁하면 중도실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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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침묵했던 다수는 투표소로 몰려가 자신의 의사를 표로 나타냈다. 그 결과 여론조사와는 엉뚱한 결과가 나타났다. 이는 주요언론이 공론장으로서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 언론이 숨어있는 민심을 찾아내 공론화했다면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느긋하게 팔짱 끼고 있다가 낭패를 당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지방선거 결과가 집권 후반기를 맞은 이명박 정권의 행보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할 것은 분명하다. ‘MB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일단 중도실용의 국정기조로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MB표 중도실용’이 여전히 효용성을 지니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야당과 비판세력이 줄곧 ‘소통 없는 강압통치’를 비난해온 터에 중도실용을 다시 내세운들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올드 보수’를 절대적 지지기반으로 하는 MB의 운신 폭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당장 세종시와 4대강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부터가 난감한 문제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세종시 수정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세종시 수정안을 국회에서 부결시킨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는 마지막까지 반대의견을 설득하고자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충남·북 도지사를 모두 민주당이 차지한 데다 선진당 소속의 대전시장 역시 ‘세종시 원안 고수’를 강경하게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내 친박계도 반대다. 선거에 나타난 충청 민심을 거스를 수도 없다. 그랬다가는 2012년 총선은 물론 차기 대선 승리도 보장할 수 없다. 현실권력의 문제가 아닌 미래권력의 이해가 걸린 문제인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세종시 수정이 ‘MB의 신념’이라 한들 밀어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국회에 수정안을 계류시켜놓은 채 대통령 임기 끝날 때까지 시간만 벌려 한다면 충청민심이 가만있을 리 있겠는가. 더구나 지방권력도 넘어간 상태다.

효율성과 지방균형발전의 두 가치 중 무엇이 더 중요하냐에 대해선 견해가 다를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수도 분할의 비효율성에 더 무게를 두는 편이다. 수도 분할보다는 차라리 수도 이전이 낫다고 본다. 그러나 수도 이전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 판결이 났다. 그렇다면 세종시 원안을 기초로 행정의 비효율을 완화하는 방안을 한 번 더 검토할 수밖에 없다. 그를 위해 대통령이 충남·북 도지사 및 대전시장 등과 만나 협의할 수 있다고 본다. 그것이야말로 이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소통의 리더십, 통합의 리더십이요, 중도실용의 국정운영이 아니겠는가.

4대강 문제도 간단치 않다. 청와대 측은 “4대강은 이미 국회에서 결정해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라는 입장이다. 대통령의 생각도 확고부동한 듯하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생각은 당에 따라 상반된다. 한나라당 소속인 경기 경북 대구의 단체장들은 찬성이고, 민주당 소속의 충북 충남 전북 강원 단체장들은 반대다. 무소속의 경남은 반대고, 민주당 소속이지만 전남은 찬성이다. 낙동강은 자칫하다간 두 쪽이 날 판국이다.



‘궁하면 중도실용’인가
全津雨

1949년 서울출생

동아방송 기자

월간 신동아 편집장

동아일보 논설실장·대기자

現 경원대 초빙교수

저서: 작품집 ‘하얀 행렬’ ‘서울의 땀’, 칼럼집 ‘역사에 대한 예의’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하는 것은 종교계를 비롯한 일부 학계, 시민사회 등의 반대가 거세다는 점이다. 일반 국민도 반대여론이 높다. ‘다목적 녹색뉴딜사업’이냐, ‘탐욕에 눈먼 성장주의의 발로’냐는 가치관이 충돌해 접점을 찾기도 힘들다. 그러나 이제 무턱대고 밀어붙일 수 없게 된 것은 명백하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은 사업의 내용에 앞서 여론 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MB식 리더십에 대한 반감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4대강 사업을 동시 착공해 2년 만에 완공한다는 ‘속도전’에 대한 재검토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애초 수질이 가장 나쁘다는 영산강부터 시작해 공사과정의 시행착오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보완해가며 낙동강, 금강, 한강의 순으로 넓혀갔으면 지금과 같은 반대여론이 형성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야당은 하천 정비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사업의 성격 자체를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홍수는 4대강 본류보다는 지류와 소하천 등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4대강 사업 예산의 일부를 지류와 소하천 정비로 돌리는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강에 따라 보(洑)의 개수와 준설의 깊이를 재조정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꾸준히 제기되는 대운하 의혹도 자연스럽게 불식되지 않겠는가.

브레이크 없는 질주는 위험하다. 지금은 효율성을 앞세웠던 개발독재 시대가 아니다. 민심에 역행하는 비민주적 리더십은 통하지 않는 시대다. 지금 이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에 대한 성찰(省察)이다. 본질적인 성찰 없이 ‘궁하면 중도실용’이라면 이명박 정권의 위기는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신동아 2010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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