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0월호

컨텐츠 전쟁 뜨겁다

  • 이형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입력2006-08-11 11:0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내년 3월부터는 집이나 직장에서 인터넷을 통해 대학강의를 수강하고 학위까지 받을 수 있는 사이버대학 시대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 3월 교육부가 사이버대학(교육부 명칭은 ‘원격대학’)의 학위 부여를 가능케 한 평생교육법을 제정, 공포한 것. 평생교육법은 지방자치단체나 학교법인, 재단법인, 비영리법인 등이 200평 규모의 교사(校舍)와 네트워크 등 원격교육 시설을 갖추면 사이버대학을 설립해 학사 및 전문학사 학위를 줄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16개 사이버대학들이 내년 3월 개교하기 위해 교육부에 승인을 요청했다. 8월 말 서류심사를 마친 교육부는 신청대학 대부분에게 조건부 가승인을 통보했으며, 향후 서면 및 현지 실사를 통해 대학운영능력을 정밀하게 평가한 후 11월 최종 설치인가를 내줄 방침이다.

    사이버대학은 강의실과 도서관, 시청각교육실 등 대학교육이 이뤄지는 모든 공간을 인터넷망으로 옮겨놓은 온라인 캠퍼스다. 오프라인 대학에서 피교육자는 교육공급자 중심으로 마련된 제한된 분야의 교육서비스를 받기 위해 정해진 시간에 특정 대학으로 직접 이동해야 했다. 이에 비해 사이버대학의 패러다임은 철저하게 수요자 중심이다. 사이버 공간을 통해 여러 대학이 제공하는 다양한 분야의 교육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나 스스로 선택해 공부할 수 있기 때문.

    특히 우리 나라는 전통산업사회에서 지식기반산업사회로 급속하게 전환하고 있는데다 대학 문턱이 높아 재교육과 평생교육에 대한 사회의 수요가 넘쳐나므로 사이버대학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교육불균형 해소 기대



    사이버대학에 등록한 학생들은 학기가 시작되기 전 학교측이 개설한 커리큘럼과 담당교수가 홈페이지에 띄워놓은 강의계획서를 보고 인터넷으로 수강신청을 한다. 교수의 강의는 과목이나 교육내용에 따라 중계방송처럼 영상과 음성으로 실시간 진행되기도 하고(Real time 방식), 미리 만들어놓은 강의 컨텐츠를 학생들이 원하는 시간에 다운로드받아 수업하는 형태로 이뤄질 수도 있다(On-demand 방식).

    강의 도중에는 수업내용과 관련된 그래픽과 영상, 녹음자료가 그때그때 모니터에 띄워진다. 교수의 강의록이 미리 저장돼 있으므로 노트 필기에 신경쓸 필요도 없다. 잘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 있으면 강의 컨텐츠에 링크돼 있는 전자사전이나 디지털 라이브러리로 들어가 자료를 찾아볼 수 있으며, 교수에게 전자메일로 질문을 보낼 수도 있다. 필요할 경우 실시간 채팅을 통해 교수나 다른 학생들과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과제물을 주고받거나 시험을 치르는 일도 모두 온라인 공간에서 이뤄진다.

    이런 형태의 강의는 교육효과를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수업자료가 제공되고 쌍방향 인터랙션이 활발하게 이뤄질 뿐 아니라 피교육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해수준을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칠판도 잘 보이지 않는 넓은 강의실에 수백 명의 학생들을 앉혀놓고 질문도 토론도 없이 일방향으로 무미건조하게 진행되는 강의와는 효율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디지털대학 신준용 사무국장(고려대 사회교육원장)은 “기존의 대학강의는 폐쇄된 공간에서 일회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다른 강의와 질을 비교하기 어렵지만, 사이버대학 강의는 강의내용이 온라인에서 항상 공개돼 있으므로 강의수준이 낮거나 교육자료가 부실하면 퇴출될 수밖에 없다”며 사이버대학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또한 자신에게 필요한 대학강의를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골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교육서비스의 불균형이 해소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사이버대학의 수업을 따라갈 능력만 갖췄다면 대학생이든 일반인이든 명문대학과 비명문대학,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 4년제 대학과 2년제 대학의 장벽을 뛰어넘어 지식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국내 사이버대학은 여러 대학들이 함께 참여하는 컨소시엄 형태로 출범한다. 이런 사이버대학은 각 참여대학들의 교수와 강의안을 공유하기 때문에 대학운영이 본 궤도에 오르면 대학간의 경계는 사실상 무의미해진다는 것.

    이미 수년 전에 “대학캠퍼스는 30년 안에 사막으로 변한다. 교육의 미래는 전통적인 대학캠퍼스 밖에, 전통적인 강의실 밖에 있다”며 원격교육시대의 도래를 예언한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의 선견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내년 3월 개교 예정으로 교육부의 설치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사이버대학 컨소시엄으로는 고려대 숭실대 등 7개 대학 연합체인 한국디지털대학(KDU), 성균관대 성신여대 등 14개 대학이 참여하는 열린사이버대학(OCU), 연세대 한양대 등 36개 대학이 제휴한 한국사이버대학(KCU), 동아대 창원대 등 11개 대학이 연합한 서울디지털대학(SDU) 등이 있다. 이 밖에 서울대, 서강대, 숙명여대 등은 각자 솔루션 업체들과 손잡고 단독 사이버대학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KDU OCU KCU 등 개교 예정

    11월에 최종 인가가 나면 이들은 불과 4개월 안에 신입생을 모집하고 강의를 시작해야 하므로 준비기간이 결코 넉넉하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사이버대학 관계자들은 “98년부터 시범운영 기간을 가져왔기 때문에 나름대로 충분한 노하우를 축적했다”고 말한다.

    교육부는 97년 사이버대학 시범기관을 선정, 98년 1학기부터 2년간 시범운영 경험을 쌓게 한 뒤 당초 올해 3월부터 개교하게 할 방침이었으나, 준비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1년을 늦췄다. 따라서 사실상 3년의 시범운영 기간을 갖게 된 셈이라 내년에 학교 문을 여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열린사이버대학 조규섭 기획운영위원장(성균관대 정보통신처장)은 “열린사이버대의 경우 98년 2학기부터 2000년 1학기까지 연인원 5만8365명을 대상으로 사이버강좌를 열었다. 비록 시범운영이긴 하지만 이처럼 수만 명이 참여하는 사이버강좌를 운영해본 대학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시범대학 중에도 운영능력을 제대로 갖춘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이 있겠지만, 서류심사를 마친 교육부가 운영플랫폼과 강의컨텐츠, 학사관리 방안 등에 대한 실사에 들어가면 ‘준비된 대학’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리라는 것.

    한국사이버대학 홍종수 기획팀장은 “시범운영 초기에는 참가대학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데도 많은 노력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각 대학들이 ‘원격대학은 피할 수 없는 대세’임을 자각하고 대단한 의욕과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시범기관들이 운영해온 사이버대학의 형태는 ‘재교육과 평생교육의 장(場)’이라는 사이버대학 본래의 지향점과는 거리가 있다는 게 많은 이들의 지적이다. 대부분의 사이버대학들이 참가대학 재학생을 중심으로 강의를 운영, 대학의 외연을 확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열린사이버대학의 경우 시범 사이버강좌를 수강한 5만8365명 중 99.7%인 5만8178명이 재학생이었다. 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약료전문가과정’, ‘음악치료교육과정’, ‘아동교육전문가과정’ 등을 개설한 숙명여대 가상교육센터 전문교육과정에 800여 명의 수강생이 등록한 것이 예외적인 경우였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허운나 의원(민주당)은 “국내 사이버대학은 몇 개 대학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기들끼리 학점을 교류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 고등교육의 대안, 혹은 지속교육 담당기관으로서의 경험을 쌓았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는 대학에 못 들어갔거나 직접 대학까지 가서 강의를 들을 여건이 못 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미 대학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에게 좀더 다양한 선택권을 주는 것에 불과하다. 진정한 사이버대학은 개인과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산업현장에서 새로운 정보를 얻고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언제 어디서나 필요에 따라 활용 가능한 ‘지식은행’이라야 한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지식기반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모든 국민이 적어도 2년 이상의 대학교육을 받게 하겠다’고 공언한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시범운영의 한계

    가령 은행이 앞으로 증권과 보험업무까지 맡게 될 경우 은행원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증권과 보험 실무지식을 배워 복합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전업(轉業)하거나 직장을 옮길 경우에도 짧은 기간 안에 혼자 힘으로 실무를 익혀 새 직장에 적응해야 한다.

    그렇다고 직장인이 대학을 새로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대학도 산업사회의 신속한 변화세를 따라잡으면서 이들에게 필요한 실무 중심의 커리큘럼을 그때그때 순발력있게 만들어 제공하기 어렵다.

    사이버대학에 기대되는 역할이 바로 이것이다. 온라인상에서는 처음 강의 컨텐츠를 만드는 게 어렵지, 일단 제대로 된 컨텐츠를 띄워놓은 뒤에는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강의내용과 정보를 업데이트하며 수요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허운나 의원은 “사이버대학의 원조격인 미국 피닉스대학은 25세 이상의 직장인을 주대상으로 하고, 강의도 대학교수와 해당과목 관련분야 실무자들이 팀을 이뤄 맡고 있다”며 “사이버대학은 강의의 뼈대가 ‘티칭’이 아니라 ‘러닝’에 있으므로 교수도 코스 기획과 매니지먼트, 토론 유도, 현장사례 수집 및 분석 등 코디네이터 역할에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국내 사이버대학들은 2년여의 시범운영기간 동안 재학생을 중심으로 강의를 실시했기 때문에 하드웨어 측면이나 기술적으로는 다소 노하우를 쌓았을지 몰라도 일반인 중심의 실무형 커리큘럼과 컨텐츠를 만드는 일은 이제 시작단계에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

    지금까지는 강의 컨텐츠를 만드는 일도 교수 한 사람에게 전적으로 일임, 가외업무를 맡게 된 교수가 단순히 기존 강의를 온라인화하는 데 그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더욱이 일부 대학은 사이버대학을 강의실 부족문제를 해결할 방편쯤으로 인식한 나머지 온라인화할 필요가 없는 과목까지 무리하게 사이버강의로 편성했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열린사이버대학 조규섭 위원장은 “지금까지는 정식 대학법인이 아니라 14개 대학의 협의기구에 불과했기 때문에 재학생을 대상으로 시범강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내년에 대학이 설립되면 그 주요 대상은 대학에 진학할 기회를 놓친 사람이나 직업인들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육과정도 초기에는 기존 강의를 중심으로 편성하겠지만, 점차 비학위과정을 중심으로 실용적인 요소를 많이 반영하겠다는 것.

    조위원장은 “최근 참여대학 관계자 회의에서 ‘당초 고려했던 커리큘럼 편성안으로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리고 백지상태에서 다시 안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6000명에 이르는 참여대학 교수 중 새 커리큘럼을 맡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교수들을 뽑아 별도의 전담교수진을 갖출 것이며, 그래도 만족스럽지 못하면 참여대학 밖에서도 교수를 초빙해올 것”이라고 밝혔다.

    사이버대학의 경쟁력은 컨텐츠와 ‘애프터서비스’의 질에 달려 있다. 서비스 초기에 차별성 있는 컨텐츠로 ‘손님’을 끌고, 풍부한 교육자료와 신속한 업데이트로 손님을 계속 붙잡아둘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컨텐츠를 개발, 운영하고 대용량 서버 등의 하드웨어를 구입하기 위해 막대한 초기 비용이 필요하다.

    한국디지털대학은 컨텐츠 개발비용이 인건비를 빼고도 한 과목당 3000만∼5000만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공교수와 교육공학 전문가, 웹 전문가 등이 팀을 이뤄 기초 시나리오를 만든 뒤 이를 바탕으로 강의시간과 수강생의 이해수준을 고려해 수업내용을 조절하고, 여기에다 교육효과를 높이거나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를 보태고, 필요한 곳마다 전자사전, 디지털 라이브러리, 관련사이트 링크, 질의·응답코너 등을 정교하게 배치해 넣으려면 영화 한 편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운 작업이 된다”는 게 신준용 사무국장의 말.

    컨텐츠가 웹에 뜨는 순간 곧바로 ‘시장’의 평가가 시작되기 때문에 ‘초반 승부’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각 사이버대학들은 철저한 보안 아래 컨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외부의 솔루션 회사를 믿지 못해 아예 대학 관계자들끼리 자회사 성격의 솔루션 업체를 따로 차리고 컨텐츠를 개발중인 곳도 있다.

    하지만 정작 사이버대학이 출범한 후 ‘시장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예컨대 단지 학위나 자격증을 딸 목적으로 사이버대학에 등록하는 수강생과 수익 내기에 급급한 대학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경우, 퇴출되어 마땅한 컨텐츠가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명맥을 이어갈 우려가 있는 것이다. 한 사이버대학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지금까지는 교수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컨텐츠의 질에 대해선 이렇다 할 제약을 둘 형편이 못 됐다”고 털어놨다.

    이런 우려 때문에 일부 사이버대학은 수강생들의 강의평가제 등을 도입해 컨텐츠 ‘질 관리’에 나설 방침. 한편으로는 수준 높은 컨텐츠를 만든 교수에게 금전적 지원을 하고 지적 소유권을 인정하며, 교수업적평가에서 높은 평점을 주는 등의 ‘당근’도 검토하고 있다. 한 관계자의 말.

    “우리 대학에서 수강한 사람들이 사회에서 어떤 대우를 받느냐가 대학의 발전과 직결된다. 대학설립 초기에는 고교졸업생 중심의 학위과정에 그리 많은 신입생이 등록하진 않을 것이다. 먼저 실무교육 중심의 비학위과정에 우수한 컨텐츠를 많이 확보해 이 과정을 마친 사람들이 산업현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대학의 인지도가 높아져야 학위과정에도 학생들이 몰려든다. 그래서 우선은 인지도 상승효과가 큰 실무교육 컨텐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수익과 공익 사이

    문제는 돈이다. 사이버대학도 오프라인 대학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의 등록금이 주 수입원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이버대학은 등록금을 많이 받을 수도, 그렇다고 적게 받을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수익을 내면서도 공익성을 유지해야 하는 사이버대학의 미묘한 정체성 때문이다.

    한국사이버대학 홍종수 기획팀장은 “국민에게 저렴하면서도 편리한 교육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에 따라 대부분의 사이버대학들이 오프라인 대학의 1/3∼1/2 수준의 등록금을 책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대학교육이 중·고등학교처럼 의무교육 차원에서 이뤄진다면 교육서비스를 고급화·전문화해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이 때문에 각 대학들은 나름의 수익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다.

    한국디지털대학은 온라인교육 관련기술을 국내외에 판매해 수익을 창출할 계획. 이 대학은 비용효과를 높이기 위해 컨텐츠 기획은 대학측이 맡되 개발업무는 벤처기업인 (주)디유넷에 맡겼다. 컨텐츠 개발이 끝나면 다른 교육기관에 사이버대학 교육행정과 학사운영 시스템, 강의 솔루션 등을 판매하고, 각종 컨텐츠를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의 버전으로 만들어 수출하겠다는 것이다.

    열린사이버대학도 엄청난 초기 비용을 감안할 때 재학생의 등록금 수입만으로는 수익모델이 나오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일반인들을 대거 흡인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가령 정규 학위과정에 넣기는 어렵지만 일반인의 관심을 끌 만한 다양한 클라스를 비학위과정에 마련, 일종의 문화센터 기능을 함으로써 수입도 늘리고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구실도 하겠다는 것. 다만 사이버대학의 경우 재단의 모체가 비영리법인이라 수익사업을 벌이는 데 제약이 적지 않으므로 정부가 이 부분에서 다소간 융통성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직 사이버대학을 본격적으로 운영해본 경험이 없다보니 내년 개교를 앞두고 교육부와 사이버대학 간에 대학승인 조건을 놓고 의견충돌이 빚어지기도 한다. 교원과 학생정원 기준이 그 한 예다. 최근 교육부가 사이버대학의 교원 대 학생비율이 1:100 이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자 대학측은 “공간의 제약이 없는 사이버대학에서 수강생을 과목당 100명 이내로 일괄 제한하는 것은 오프라인적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교육부 평생학습정책과 정관수 사무관은 “사이버대학은 쌍방향 인터랙션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학생수가 많아도 되는 방송통신대와는 개념이 다르다. 아직 기준을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교수와 수강생 한 사람 한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100명 이내라야 교육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학생수가 너무 많으면 질문에 일일이 답해야 하는 등 교수의 부담이 커져 강의가 부실해진다는 우려 때문이다.

    승인기준 논란

    하지만 사이버대학 관계자들은 “온라인강의에서는 오히려 학생수가 많아야 학생들간에 활발한 인터랙션이 이뤄진다”고 반박한다.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한 강의를 듣는 학생수가 25명을 넘으면 왕성한 질의 응답과 토론이 불가능하지만, 온라인 수업의 경우 강의실에선 좀체 입을 떼지 않는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하기 때문에 오히려 대면교육 효과가 더 높다는 것. 특히 직장인 재교육 차원에서 이뤄지는 과목의 경우 수강생들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교수가 잘 유도하면 수준 높고 효과적인 토론수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교수의 강의부담이 반드시 학생수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가령 학생수가 200명이라고 해서 100명일 때보다 질문수가 두 배로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것. 신준용 사무국장은 “초기에는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느라 교수의 업무량이 많겠지만, 한 강의에서 늘 새로운 질문이 나오는 것이 아니므로 두세 학기만 지나면 빈번한 질문을 유형화해 FAQ코너에 넣거나 질문 검색엔진을 활용하게 할 수 있다. 또한 하이퍼텍스트가 전자사전, 디지털 라이브러리, 추가설명 등으로 나뭇가지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되기 때문에 교수의 부담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2001년 1학기에 개설될 모든 과목(최소 18학점 취득이 가능한 강좌수)에 대해 15∼16주 분량의 상세한 교과과정 계획서와 최소 1주일 수업분량의 평가용 CD롬을 제출하라는 교육부의 지시에 대해서도 일부 대학들이 반발하고 있다. 한 사이버대학 관계자는 “온라인교육에서 한 학기에 최소 18학점, 즉 6과목을 듣는다는 것은 교육공학적으로 비효율적이며, 교과내용은 수업을 진행하면서 순차적으로 조정해가야 하는데, 한 학기 분량을 전부 만들어내라는 것은 남의 것을 베끼라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이상진 교육정책담당관(전 평생학습정책과장)은 “개교한 뒤에는 컨텐츠의 질 관리가 대학측에 맡겨지기 때문에 교육부로선 승인과정에서 최소한의 여건을 갖춘 대학을 걸러내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교육부도 대학도 아직은 ‘초보운전자’여서 사이버대학 운영을 둘러싸고 앞으로도 양측의 시행착오와 갈등은 거듭될 전망. 그러나 현재로선 일단 시작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는 게 많은 교육전문가들의 견해다.



    교육&학술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