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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룸펜이 생산하고 젊은 아줌마 부대가 전파

‘혹세무민’ 인터넷 괴담의 세계

  • 정해윤 │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진보 룸펜이 생산하고 젊은 아줌마 부대가 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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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부터 자리 잡은 월드컵 거리 응원은 대규모 군중 운집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했다. 한국 영화는 1000만 관객 기록을 거듭 경신했고 ‘아침형 인간’과 같은 책은 출간 두 달여 만에 100만 부가 판매됐다. 집단적으로 무엇인가를 향유하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30대의 급진화 현상이 나타났다. 이들은 최근 몇 년간 치러진 선거에서 진보 진영의 가장 큰 우군이 됐다.

이들이 이른바 386 선배들이나 20대 후배들보다 더 진보적인 이유는 뚜렷이 설명되지 않는다. 하지만 30대들이 2002년 월드컵 거리응원의 주역이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해할 근거를 얻게 된다. 월드컵 4강 진출은 민족주의를 새롭게 고취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흥행 기록을 경신하던 한국 영화도 비슷한 주제를 담았다. 그렇게 고조된 민족주의 열기가 연말 대선을 앞두고 반미촛불시위로 이어졌다.

이후 30대에 진입하는 사람들도 비슷한 성향을 보여왔다. 이들은 인터넷을 생활화한다. 그만큼 전통적 매체와 멀어졌다. 이들은 보수신문을 비난하지만 정작 한겨레의 독자였던 적도 없다. 이들이 정보를 소비하는 기반은 인터넷이다. 바로 이들이 괴담 대량소비의 주역이 돼온 것이다.

2008년 광우병 괴담을 계기로 “내 아들 딸에게 미친 미국산 쇠고기를 먹일 수 없다”고 주장하는 젊은 아줌마 부대가 괴담의 주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이들은 인터넷 여성카페 회원들을 중심으로 한, 고등교육을 받은 젊은 미시족으로 알려졌다. 여성카페는 원래 패션 정보를 교환하는 곳이다. 그래서 이들 여성은 ‘패션좌파’로 불리기도 한다. 이들은 미국 민주당을 공개 지지하는 할리우드 여성 스타들처럼 진보 진영 정당을 지지하는 것을 하나의 패션 소품으로 여긴다.

보수는 ‘후진 꼰대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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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을 비판하는 홍보물.

이들 여성에게 보수 진영은 ‘후진 꼰대 남성’ 이미지다. 반대로 이들 여성은 ‘세련되고 지적인 강남 좌파 남성’ 이미지를 선호한다. 사실 안철수, 조국 같은 인사들이 이들 여성에게 어필하는 것은 도덕이나 논리가 아니라 이런 이미지다.

이들 여성은 광우병 괴담엔 적극 반응해 거리시위에 기꺼이 나서지만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터진 서울시의 농약급식 문제엔 침묵한다. 진보는 선(善)이고 보수는 악(惡)이라는 이분법으로 정보를 소비하는 것으로 비친다.

괴담이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광우병 사태의 대성공 이후 오히려 대중은 학습효과를 얻었다. 일부 20대 남성의 보수화가 뚜렷하게 감지된다. 이들이 활동하는 곳이 일베다. 진보 진영은 일베를 괴물로 묘사하지만, 일베라는 괴물을 탄생시킨 것은 다름 아닌 진보 진영의 괴담이다.

일베의 모태는 인터넷 초창기 폐인문화를 선도하던 디시인사이드의 갤러리다. 그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만만찮은 전력을 발견할 수 있다. 2005년 황우석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태 당시 논문에 인용된 사진이 중복 사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곳이 디시인사이드의 과학갤러리였다. 이들은 2008년 광우병 사태 때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이 과장됐고 한우가 미국 쇠고기보다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해 공포에 휩싸인 군중과 논전을 벌였다.

바로 이들이 분가해 만든 곳이 일베로, 이곳은 사실주의를 기반으로 한다. 일베에선 막연히 보수정치인을 띄우거나 좌파를 공격한다고 해서 추천을 받지 못한다. 근거가 부족한 주장을 하면 “여기가 좌좀들 놀이터냐, 팩트를 대라”는 댓글이 붙는다. 일베 이용자들은 “이것이 진보 진영의 괴담과 일베가 차별화되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일각에선 진보 진영과 마찬가지로 보수 진영도 인터넷 괴담을 생산한다고 주장한다. 일베 역시 이러한 괴담의 진원지 구실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지방선거 때 일베는 박원순 서울시장후보 부인 강난희 씨의 잠적설 괴담을 인터넷상에 퍼뜨리는 데 앞장섰다. 성형후유증설 등이 뒤따랐다. 그러나 강난희 씨가 대중 앞에 모습을 보이자 논란은 이내 가라앉았다. 인터넷 괴담 문제는 이제 진보 진영만 탓할 일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최근 스마트폰이 급속히 대중화됐다. 이는 인터넷 괴담 현상에도 직접적 영향을 끼친다. 많은 사람은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괴담 확산을 더 촉진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현실은 꼭 그렇지 않다.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어 괴담이 빠른 속도로 유통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반면 대중은 괴담의 진실 여부를 독자적으로, 빠르게 인터넷으로 검색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황당무계한 것으로 결론 나는 괴담은 급속히 소멸하는 양상도 나타난다. 또한 인터넷의 빅 마우스들이 어떤 발언을 하는 경우 이와는 모순되는 이들의 과거 발언이 함께 유통되는 일도 잦아졌다. 이러한 현상은 이들 빅 마우스의 여론 전파력을 감소시킨다.

성공한 쿠데타 vs 성공한 괴담

우리는 성공한 쿠데타를 처벌한 선례가 있다. 하지만 성공한 괴담을 처벌한 전례는 없다. 매일 누군가는 괴담을 만들어내고 다수는 별 의식 없이 이를 옮기고 소비한다. 괴담이 난무하고 괴담을 즐기는 사회를 정상이라고 보긴 힘들다. 이런 곳에선 여론이 왜곡되기 쉽다. 물론, 공론의 시장에서 다수의 괴담이 자연 정화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괴담은 오랫동안 사회에 해악을 끼치기도 한다. 우리는 이념적 차이를 떠나 사실과 논리에 기반을 둔 담론을 펼쳐야 한다. 동시에 인터넷 괴담의 부작용에 주목해야 한다.

신동아 2014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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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윤 │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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