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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정치부흥회’ 틈새로 무당파 분노 싹튼다

‘붕 뜬’ 42%, 文 정권 향한 반격 나서나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정치부흥회’ 틈새로 무당파 분노 싹튼다

  • ● 무당파 비율 낮게는 23% 높게는 42.2%
    ● ‘대북정책 보수’ ‘경제·복지정책 중도 진보’
    ● “이례적 무당파 증대에 너도나도 신당 창당”
    ● “조국 정국, 경제 문제로 보수에 유리한 구도”
    ● “이데올로기 스펙트럼 집착 안 돼”
9월 2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검찰개혁·사법적폐 청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공수처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왼쪽) 11월 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뉴스1, 뉴스1]

9월 2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검찰개혁·사법적폐 청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공수처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왼쪽) 11월 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뉴스1, 뉴스1]

‘조국 정국’은 안철수 없는 ‘안철수 현상’을 소환했다. 열쇳말은 ‘무당파’다. 몇 가지 여론조사가 맥락을 이해할 실마리를 제공한다. 

여론조사기관 칸타코리아가 SBS 의뢰로 9월 9~11일 성인 10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는 물음에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응답자 비율이 30.5%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각각 31.1%, 18.8%로 집계됐다. 같은 기관이 8월 12~13일 실시한 조사에서 ‘무당파’ 수치는 34.8%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8월 9일 장관에 지명됐다.


민주+한국 지지층 웃도는 무당파 비율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10월 3~6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응답자 비율이 42.2%나 됐다.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은 28.4%, 한국당은 15.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원내 의석수 기준 제1당과 제2당 지지율의 합이 무당층 비율과 비슷하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지지율은 각각 3.7%, 4.6%였다. 

한길리서치 조사에서는 모든 연령층에서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특히 20대, 30대에서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응답자 비율이 각각 57.3%, 47.6%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세대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각각 2.2%, 5.6%에 불과했다. ‘조국 정국’을 거치며 정부·여당에 실망한 청년층 사이에 ‘그래도 한국당은 싫다’는 정서가 짙게 배어 있음을 방증한다. 

지역별로 보면 대구·경북에서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응답자 비율이 45.6%에 달했다. 이는 같은 지역에서 한국당 지지율(26.0%)을 훌쩍 웃도는 수치다. 보수의 고토로 불리는 TK에서조차 한국당을 대안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무당층 비율이 다소 낮게 나오는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11월 기준 무당층 비율은 23%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당 지지율과 같은 수치다.(11월 5~7일 성인 1000명 대상으로 실시. 이하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비슷한 현상은 7년 전에도 있었다. 2012년 9월 23일 발표된 국민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밝힌 응답자 비율은 40.5%로 새누리당(32.5%), 민주통합당(25.0%) 지지자보다 많았다. 당시는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무소속으로 대선에 뛰어들었을 때다. 안 후보 지지자 중 무당파 비율은 55.1%에 달했다.(‘국민일보’, 2012년 9월 24일, ‘“지지 정당 없다” 40.5% ‘안철수 현상’이 무당파 키워’ 제하 기사 참조) 한국 정치를 지진처럼 뒤흔들었던 ‘안철수 현상’의 다른 말은 ‘무당파 현상’이다.


홍준표·심상정 찍지 않고 탄핵은 찬성

무당파에 대한 사회과학적 연구는 무당파가 ‘정치 무관심층’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한다. 김성연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논문 ‘한국 무당파의 이념, 정책 선호, 그리고 정치적 태도’(‘국제지역연구’, 19권 3호)에서 ‘EAI(동아시아연구원) 총선대선패널조사, 2012’ 데이터를 추출·분석하는 방식으로 무당파층을 실증 연구했다. 

이에 따르면 무당파는 양당 지지자에 비해 비교적 젊고 교육수준이 높다. 또 스스로를 상류층이라 여긴다. 지역적으로는 전국에 고르게 분포한다. 특히 양당 지지자에 비해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강한 편이다. ‘친문’ ‘친박’ 등 특정인에 대한 지지가 과열 양상을 띠는 정치 문화를 고려하면 이와 같은 분석이 가진 의미는 적지 않다. ‘안철수 현상’도 안철수 개인에 대한 선호였다고 보기 어렵다. 양당 정치에 대한 환멸에 기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무당파는 새누리당(현 한국당)과 민주통합당(현 민주당)이 자신들의 정책 선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다. 이들은 이념적으로 새누리당 지지자보다 진보적이되 민주통합당 지지자보다 보수적이었다. 대북정책에서는 민주통합당 지지자보다 더 보수적이고 강경했다. 

반면 무당파는 재벌규제·분배 정책에 있어 새누리당 지지자보다 진보적이었다. 복지정책에 대해서는 양당 지지자보다 공히 진보적이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강경한 대북정책과 경제민주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구상을 복합적으로 앞세웠다. 박 후보는 51% 득표율로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과반수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이 됐다. 안철수 당시 후보의 사퇴로 부유하던 무당파 표심이 박 후보에게 더 쏠렸다는 뜻이다. 

즉 무당파는 기계적 중도를 취하는 ‘탈정치층’이 아니라 또렷한 선호도를 갖춘 집단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특정 정당에 꾸준히 환호하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아니라 그것이 정상”이라고 말했다. 

앞선 연구 결과를 단순화하면 무당파는 북한·안보 이슈에는 보수, 경제·복지 이슈에는 중도·진보다. 이와 관련해 그간 한국 정치에서는 ‘중도개혁’이라는 용어가 쓰여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회자된 중도개혁은 ‘DJ(김대중 전 대통령) 노선’을 지칭한다. 북한·안보 이슈에는 진보, 경제·복지 이슈에는 중도·보수 지향에 가깝다. 무당파의 정책 지향과는 반대다. 

‘조국 정국’을 거치며 여론조사에서 잡히기 시작한 무당파는 지난 대선 당시 홍준표 한국당 후보나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찍지 않은 계층일 공산이 크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지금 갈피를 못 잡고 공중으로 붕 떴다.


“노련한 유승민이 정치 초년생 데리고 즐겨”

유승민 전 ‘변혁’ 대표가 11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변혁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유승민 전 ‘변혁’ 대표가 11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변혁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붕 뜬’ 무당파는 원하건 원하지 않건 정계개편의 시발점 노릇을 하고 있다. 김병민 경희대 행정학과 객원교수의 설명이다. 

“민주당을 느슨히 지지해왔던 층에서도 조국 정국을 거치며 극렬지지층 행태에 염증을 느껴 이탈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한편으로 보수에서는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샤이보수’ 그룹이 생겨났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에 아무리 염증을 느껴도 한국당에 마음을 주지 않는다. 즉 좌와 우 양쪽에서 발생한 정치 사건들이 절묘하게 융합해 지금껏 볼 수 없던 수준으로 무당파 비중을 크게 높였다. 이에 무당파 민심을 끌어안으려 너도나도 신당 창당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제3지대 신당 창당 행렬은 시작됐다.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은 11월 10일 “한국당과 통합은 없다. 유승민 ‘변혁’ 대표(11월 14일 사퇴)의 개혁보수 재건의 길은 향후 신당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언주 무소속 의원도 11월 12일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이 의원의 구상은 ‘변혁’의 안(案)보다 구체적으로 나아갔다. 그는 11월 말에 창당 준비위원회를 꾸려 연말까지 창당할 계획이다. 당명은 ‘자유와 민주 4.0’으로 잠정 결정했다.(194쪽 기사 참조).

애당초 ‘변혁’은 한국당과의 통합으로 기운 듯한 모습을 보였다. ‘황교안-유승민’ 통화를 기점으로 통합이 급물살을 타리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지금 ‘변혁’은 독자 노선 가능성을 흘리며 한국당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11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련한 유승민이 정치 초년생(황교안)을 데리고 즐기는 형국이 됐다”고 평했다. 

홍 전 대표 말마따나 소속 정당 및 대권후보 지지율에서 황 대표에 밀리는 유 의원이 도리어 이니셔티브를 쥐었다. 이는 선거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무당파의 정책 지향과 유 의원이 선점한 개혁보수 노선 간에 친화성이 높기 때문이다. 보수 통합 국면에서 ‘소장파 보수’의 아이콘인 원희룡 제주지사의 몸값이 치솟는 까닭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


“보수에 전략투표 vs 제3신당 지지”

보수 진영에서 제3지대 ‘새판 짜기’에 적극적인 까닭은 구도가 자신들에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2012년 박근혜 대선후보 공보팀장과 2016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보좌관을 역임한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무당파 절반가량을 총선 투표층으로 보면 된다. 이들이 보수우파 찍느냐, 진보좌파 찍느냐의 문제인데, 지금의 무당파 증대는 다음 선거에서 집권 세력에 불리한 이슈”라고 말했다. 그 이유로 장 소장은 “조국 정국으로 ‘이 정권도 공정치 못하다’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고,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경제상황이 더 나빠졌다’는 응답 비율이 절반을 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무당파를 겨냥한 제3지대의 파괴력에 대한 전망은 전문가 사이에 엇갈린다. 김병민 교수는 “내년 총선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다. 강력한 야당의 출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시대정신이기에 보수 통합에 명분이 실릴 것”이라며 “양당 중심으로 정계개편이 이뤄지면 무당파 역시 전략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장성철 소장은 “양당에 대한 환멸이 너무 커 무당파의 표가 한국당과 (보수 성향) 제3신당으로 반반씩 갈릴 것이다. 지역구 투표에서는 사표(死票) 방지 심리 탓에 한국당으로 쏠리겠지만 정당투표에서 제3신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통과하면 제3신당의 파괴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당파가 행동에 나설 연료는 이미 수면 아래 자리 잡았다는 견해도 있다. 정치 원로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조국 정국을 거치며 생긴) 정권에 대한 실망과 분노, 불신은 사라지는 게 아니다. 수면 아래 가라앉았다가 어떤 계기에 (실망·분노를) 정권을 향해 크게 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신동아 10월호 ‘정치 종교화 ‘친문 행동대’의 집단심리’ 제하 기사 참조). 앞선 한국갤럽의 11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무당층의 58%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무를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잘 수행하고 있다’고 답한 무당층의 비율은 22%에 그쳤다.


고차방정식

기성 정당이건 제3신당이건 무당파의 분노에 불을 지피려면 고차방정식부터 풀어야 한다. 무당파가 그만큼 복잡 미묘한 성향을 지닌 집단이기 때문이다. (1)정책적으로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 (2)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이 강하니 새 얼굴이 필요하다. (3)극단적인 ‘친문’ ‘친박’ 등 ‘정치부흥회’ 세력과 거리를 둬야 한다. (4)지역주의에 과도하게 기대서도 안 된다. 이와 관련해 신율 교수는 “내년 선거에서 무당파는 ‘누가 더 최악이냐’를 따져보고 움직일 것”이라면서 이렇게 부연했다. 

“무당파를 적극 지지층으로 만들겠다는 건 현실과 거리가 먼 얘기다. 어떻게 하면 비판적으로 지지하게 할 것인지로 접근해야 한다. 그러려면 야권도 통합 과정에서 이데올로기의 스펙트럼에 집착하면 안 된다. 탄핵 촛불 시위에는 보수도 나갔다. 진보마저 여당이 싫기 때문에 야당을 찍게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신동아 2019년 12월호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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