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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쓴소리’ 김해영 “권력자에 말 못하는 건 부끄러운 일…강하게 견제해야”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Mr. 쓴소리’ 김해영 “권력자에 말 못하는 건 부끄러운 일…강하게 견제해야”

  • ● 조국 사과, 윤미향 계좌 공개, 문석균 세습 반대…
    ● 이해찬 면전에서 “금태섭 징계는 헌법 침해”
    ● ‘대의제 핵심’ 자유위임 원칙 형해화(形骸化)해서야
    ● 잇따른 소신 발언 ‘박수받는 낙선자’
    ● 쓴소리 아니라 국민 평균 눈높이 발언일 뿐
    ● 소수 의견은 당과 국가 위해 중요…나도 불편하다
    ● 부모 재력이 자녀 학력·소득 대물림 안 돼
    ● 국회의원은 안 하는 민방위 훈련, 법 개정해 참가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6월 10일 오후 김해영(43)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만나러 가는 길. 인터뷰 장소는 국회도서관 5층 의원열람실이다. 4·15총선에서 낙선한 김 위원이 선택한 곳이다. 이곳은 2012년 정계에서 은퇴한 7선의 ‘미스터 쓴소리’ 조순형 전 의원이 자주 찾던 곳이다. 그는 틈틈이 이곳에서 정책 자료와 책을 읽었고, 기자도 이곳에서 여러 차례 그를 인터뷰했다. 

공교롭게도 김 위원도 ‘미스터 쓴소리’로 불린다. 지난해 8월 ‘조국 사태’ 때에는 조 전 장관 사과를 요구했고, 지난 1월 문석균(문희상 전 국회의장 아들) 후보 지역구 세습 출마 논란 때에는 “국민 정서상 납득하기 어렵다”고 그의 출마를 비판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사태에 대해선 윤미향 의원 개인 계좌 공개를 요구(6월 1일)하더니, 4일 뒤에는 “금태섭 전 의원 징계는 헌법 침해”라며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 창당(더불어시민당)에 대해서도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제동을 걸었다. 국회의원이 민방위훈련 제외 대상인 걸 알고는 민방위 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의원으로는 처음 훈련에 참가하기도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주류와 다른 소리하는 건 부담

6월 5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대표(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동아DB]

6월 5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대표(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동아DB]

- 이곳 의원열람실은 ‘미스터 쓴소리’ 대선배인 조순형 전 의원이 자주 찾던 곳이었다. 

“아 그런가. 잘 몰랐다.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좋은 곳이다. 총선에서 낙선해서 의원실도 없다 보니….” 

- 잇따른 소신 발언으로 ‘미스터 쓴소리’ ‘박수받는 낙선자’란 별명이 붙었는데. 

“사실 쓴소리라기보다는 국민적 현안에 대해 국민 평균 눈높이 수준의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정당이든 조직이든 어디에서든 주류와 다른 소리를 하는 건 부담스럽다. 젊은 의원이 당에 소수 의견 내는 게 모두를 위해 낫다고 생각했다.” 

- 국회의원과 집권 여당 최고위원은 어떤 자리인가. 

“교과서적인 얘기는 차치하고, 국회의원은 이것저것 많이 알아야 하고, 많은 사람을 챙겨야 하고, 많은 것을 조심해야 할 거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면 안 할 수도 있고, 일을 하려면 끝이 없는 직업 같다. 기본적으로는 법과 정책은 균형감 있게 만들어야 하고, 권력에는 강하게 견제해야 하고, 권력자에게 말 못 하는 건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당의 최고위원은 국정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중요한 결정을 많이 내리는 자리다. 가능하면 젊은 최고위원으로서 원칙에 맞는 의견을 내려고 노력했다.” 



- 최근 금태섭 전 의원 징계와 관련해 이해찬 대표 면전에서 “헌법과 국회법 침해 여지가 크다”고 비판했는데 금 전 의원은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에서 ‘당론’인 공수처법에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5월 25일 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다. 이해찬 대표는 6월 2일 기자회견에서 “강제 당론은 반드시 관철해야 하는 것”이라며 징계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금 전 의원의 재심 청구를 헌법 차원에서 숙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금태섭 개인 문제를 넘어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정당민주주의로 보충할 수 있는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이냐 하는 중요한 문제다.” 

- 왜 그런가. 

“대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핵심은 자유 위임의 원칙이고, 현실 정치에서는 정당민주주의를 하고 있다. 따라서 대의제하에서 정당민주주의가 ‘보충적인’ 역할을 넘어 대의제 핵심인 자유 위임의 원칙을 형해화(形骸化)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국회의원이 국가 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행사한 투표권을 ‘정당 귀속’이라는 관점에서 징계한다는 것은 정당민주주의 범위를 넘어 자유 위임 원칙을 형해화하는 거 아닌가. 또 중요한 것은 민주당은 177석 거대 집권여당이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제 역할을 못 한다고 평가받는 상황에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결정을 하는 데 소수 의견도 중요하다. 현재의 당론이 5년, 10년 뒤에도 반드시 맞는 것도 아니다. 소수 의견이 나와야 다수 의견도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고, 수정할 게 있는지 찾아보는 계기가 된다. 당과 국가를 위해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 

헌법 46조는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하고, 국회법 114조 2항은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명시돼 있다.


“같은 목소리를 내려면 왜 최고위원회의 하나”

- 김 위원의 발언에 당내에서는 “할 말은 했다”는 분위기이지만, 이해찬 대표는 김 위원 발언 직후 “단 한 번도 당을 비민주적으로 운영한 적이 없다“며 불쾌한 기색을 보였다. 금 전 의원 징계에 대해 당의 ‘함구령’ 분위기와 이 대표의 불쾌함에 불편하지는 않았나. 

“아, 물론 나도 불편하다. 그런데 이 문제는 워낙 중요한 문제라고 봤고, 강행했다.” 

- 발언 이후 ‘서운하다’는 소리를 듣거나 불이익을 받지는 않았나. 

“그런 얘기는 없었다. 국회의원은 국민적 관심사와 국가적 현안에 대해서는 의견을 밝히는 게 책무이고,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최고위원회가 존재하는 이유도 당 대표와 협력할 때는 협력하지만 다른 의견도 분명하게 목소리를 내라는 거 아닌가. 모두 같은 목소리를 내려면 왜 최고위원회의를 하는가.”
 
-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로 불거진 정의연 사태에 대해서도 “최소한 윤미향 의원 개인계좌로 받은 후원금 지출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공직자의 자세”라고 비판했는데. 

“윤 의원과 정의연 활동에 대한 성과는 인정해야 하지만 피해 할머니가 문제를 제기한 것은 무척 아픈 부분이다. 검찰이 수사 중이지만 개인 계좌로 후원받은 돈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윤 의원 개인도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하고, 우리의 인권운동이 진일보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판단하는 기준은 뭔가. 

“모든 사람은 하루에도 수많은 결정을 한다. 특히 국회의원은 공적인 판단을 하는 위치이다 보니 정확하게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정확한 판단을 하려면 사안을 정확하게 보는 게 중요하고, 이를 위해선 불필요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 욕심이 개입되면 왜곡되게 보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법이든 제도든 장점이나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누군가 이익을 보면 손해를 보는 사람도 있는 만큼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는 편이다.” 

- 김 위원의 20대 국회 의정활동은 교육 불평등 해소에 중점을 둔 거 같은데. 

“그렇다. 교육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교육 불평등 완화에 집중했다. 교내 수상 실적 몰아주기, 자기소개서 대필, 내신 비리 등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불공정성에 대해 선제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고, 여러 개선책을 이끌어 낸 게 큰 보람이다. 어릴 적 가정환경은 본인 의사와 무관한데 가정환경이 많은 부분을 결정하는 게 현실이다. 부모의 재력이 자녀의 학력과 소득으로 대물림된다. 그래서 의정 활동을 하면서 부모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주요 대학 입학 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사회적 화두를 던져 분위기를 환기하고 싶었다. 이 부분은 내가 정치를 하는 이유이자 목적이다.”'


조국 전 장관에게 사과 요구한 이유

이러한 그의 소신은 지난해 8월 23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취임 1주년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드러났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둔 민감한 시점이었다. 

“교육은 우리 사회 격차 완화를 위한 수단이 돼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부모 재력이 자녀의 학력과 소득으로 대물림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대물림 구조를 반드시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조국 후보자 딸의 논문과 대학 및 대학원 입시와 관련한 부분은 적법 불법 여부를 떠나 많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으로서 후보자의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진실된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그래서 여당 의원들이 침묵할 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과를 요구하고 사실 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 건가. 

“그렇다. 다른 의원은 몰라도 나는 정치를 시작한 목표가 교육 불평등 해소였고, (2018년 8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할 때에도 전국 17개 시도를 돌며 ‘부모의 재력이 자녀의 학력과 소득으로 대물림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청년들의 상실감은 컸고, 이들의 정서와 목소리를 대변해야 했다.” 

- 부담이 컸을 거 같은데. 

“물론이다. 대통령 인사권과도 관련된 부분이었고, 발언 이후의 파장도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지역구가 보수적인 지역(부산 연제구)이어서 그런 발언을 한 거 아니냐고 하는데, 아무리 지역구가 보수적인 지역이라도 당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다. 나도 안 하고 싶었지만,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국회의원을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발언 이후 이틀 사이에 2000여 통의 항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당원들 의견이니 충분히 경청했다. 지금도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 6월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자 여당은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대북전단 살포가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이라고 보지만 기본권도 무제한적으로 보장되는 건 아니다. 공공복리나 질서 유지를 위해선 법률로 제한할 수 있는데, 방점은 접경 지역의 긴장감을 높이고, 주민들에게 현실적 위험으로 다가오는 만큼 주민 안전을 위해 법률로 제안할 수는 있다고 본다.” 

- 2016년 국회의원은 민방위훈련 제외 대상인데 직접 법을 개정해 훈련에 참가한 이유가 있었나. 

“국민들이 하는 의무와 책임은 국회의원도 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당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도 개혁 이슈 중 하나였다. 법을 개정한 뒤 2018년 서울 영등포구청에서 국회의원으로는 처음 민방위교육을 받았는데, 대상자(만 20~ 40세)가 나밖에 없었다(웃음). 지역구 부산을 오갈 때에도 공항 의전실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의전실을 이용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필요할 때에는 이용할 수 있다고 본다.” 

-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를 도우면서 정치에 입문한 걸로 알고 있는데. 

“2011년 사법연수원 2년차에 법무법인 부산에서 변호사 실무 수습을 했다. 당시 연수원에서 노동법학회장을 맡다 보니 아무래도 공익적인 일을 많이 하는 곳에서 실무 수습을 하고 싶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책(‘문재인의 운명’)을 쓰려고 사무실에 나와서 자주 만났다. 수습을 마치고 변호사 생활을 하던 중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 법률단 부단장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대선 이후에는 정치 활동을 하지 않다가 2014년 11월에 부산 연제구 지역위원장을 맡으면서 정치를 시작했다. 이 지역 당원들이 지역위원장을 맡을 것을 여러 차례 권했다. 이곳은 1년 8개월간 위원장이 없는 민주당 사고 지역이다 보니 당원들이 ‘같이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文 대통령과의 인연

- 시보(試補) 생활을 법무법인 부산에서 한 이유가 있나. 

“당시 애들이 너무 어려 부산에 사는 아내가 변호사 시보 생활은 부산에서 하라고 권했다. 법무법인 부산에서 만난 문 대통령과 정치 얘기는 하지 않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변호사 선배로서 변호사의 자세와 공익 사건에 대해 알려줬다.” 

- 자신이 볼 때 인간 김해영은 어떤 사람인가. 

“사회적 통념에 주눅 들지 않으려는 사람? 안 된다고 하는 일에 도전해 용기를 내면서 살아온 거 같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녔지만 한동안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직업반 과정에 다녔다. 다시 공부해보려고 마음먹었더니 주변에서 ‘이제 와서 무슨 공부냐’고 하기에 정말 열심히 공부해 대학(부산대 법대)에 입학했다. 물론 시험운도 있었다(웃음). 정치를 시작할 때에는 ‘부산에서 무슨 민주당이냐’는 비아냥거림이 있었지만 도전했고, 선친이 생전 암투병을 할 때에도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다짐하며 여러 일을 했다.” 

- 4·15 총선에서 낙선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20대 총선에서 3.21% 차이로 당선됐는데, 21대 총선에서는 같은 표 차이로 낙선했다. 낙선에 대해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후보가 부족했던 게 컸다. 부산 지역에서 민주당으로 당선한 3명(전재수·북강서갑, 박재호·남구을, 최인호·사하갑)은 오랜 기간 지역에서 활동했다. 나는 ‘지역 밀착’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최고위원을 맡으며 일주일에 사나흘씩 서울~부산을 오가다 보니 본격적으로 선거운동 체제로 전환할 시기가 늦었다. 지역구에서 여러 조직을 만드는 건 ‘옛날 방식’이라고 생각해 멀리한 것도 이유일 수 있다. 나는 처음 선거할 때부터 유명 정치인과의 관계를 강조하는 게 아니라 정치인 김해영의 개성을 보여주려고 했다. 나의 개성이 우리 시대 국민들 마음의 파동과 맞으면 당선되는 거고, 안 맞으면 어쩔 수 없는 거다. 이제 고시원 생활도 정리할 때가 됐다(웃음).” 

- 고시원 생활? 

“서울 목동 인근에 원룸을 얻어 생활했는데, 사실 고시원 생활과 다를 바 없었다. 11시경 원룸에 들어와 누우면 고시 준비할 때와 다를 바 없었다. 앞으로 부산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3명의 아이에게 아버지 역할을 하고 싶다(웃음).” 

- 어떤 정치를 꿈꾸는가. 

“아내와 아이 교육에 대해 대화하면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마음을 모아야 할 때 모을 수 있고 풀어야 할 때 풀 수 있으면, 상황이 어려울 때 마음이 꺾이지 않고 상황이 좋을 때 들뜨는 마음을 누를 수 있다. 그런 아이들로 키우자고. 살면서 느낀 부분이다. 어려운 순간을 겪더라도 마음이 꺾여선 안 되고, 일이 잘되면 평정심을 잃어 그르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내 이름에 바다 ‘해(海)’자가 있다. 물은 본질이 변하지 않으면서도 어느 그릇에든 담길 수 있다. 정치도 물처럼 본질을 간직하면서 정직하고 유연해야 한다. 가장 낮은 곳에서 모든 물줄기를 받아 만들어지는 바다 같은 정치를 꿈꾼다.” 




신동아 2020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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