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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희 변협회장 “법 개정해 공수처 추천위 구성 바꾸면 국민 저항 클 것”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이찬희 변협회장 “법 개정해 공수처 추천위 구성 바꾸면 국민 저항 클 것”

  • ● 공수처, 1호 수사대상이 윤석열이라면 존재 이유 상실
    ● 변협 검토 중 공수처장 후보자들 모두 고사
    ● 이대로라면 ‘식물 공수처장’ 될 건데 누가 맡겠나
    ● 여당 양보와 야당 협조 없이는 공수처 연내 출범 불확실
    ● 야당 설득? 야당이 동의할 만한 후보 추천하면 돼
    ● 견제와 균형 위해 법사위원장 자리 야당에 줘야
    ● 법사위 권한 축소는 정치적 욕심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7월 6일 시작된 임시국회는 ‘입법 전쟁’이라 할 만큼 쟁점 법안을 놓고 여야의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그중 7월 15일로 법정 출범 시한이 명시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 충돌의 뇌관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 1호’인 공수처 출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6월 24일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초대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고, 7월 7일에는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내부고발자 보호에 관한 규정안 등 관련 대통령령 3건을 제정하고 기존 대통령령 14건을 일괄 개정했다. 전날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국민의 오랜 염원인 공수처가 법대로 7월 출범하려면 공수처장을 비롯해 국회가 결정해 줘야 할 일이 많다”고 강조하면서 야당을 향해 “더는 지체하지 말고 후보 추천과 인사청문회를 기한 안에 열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며 국회에 공을 넘겼다. 

하지만 애초에 공수처법 통과를 반대해 온 미래통합당은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중립성,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7월 국회에서도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공수처법의 위헌 결정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 결과를 지켜본 후 절차대로 하겠다는 일종의 지연 작전에 들어갔다. 

그러자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7월 2일 MBC 라디오와 인터뷰하면서 “미래통합당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을 위촉하지 않아 공수처 발족이 한없이 늦어진다면 법 개정의 이유가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에 야당은 야당 몫의 추천권을 무력화하려는 거대 여당의 횡포라며 반발하고 있다. 

공수처가 출범하려면 먼저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돼야 한다. 추천위는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당연직 3명과 여야 추천위원 각 2명씩 총 7명으로 구성되고 추천위원 6명이 찬성하는 후보 2명 가운데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만약 2명의 야당 추천위원이 반대하면 추천 자체가 무산되기 때문에 공수처 출범을 위해 야당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추천위원 가운데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은 정부 측 인사이므로, 여야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고 중립적 위치에 있는 민간인은 대한변협 회장이 유일하다. 공수처 법정 출범 시한을 앞두고 이찬희(55) 대한변협 회장의 말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이 협회장은 2017년 제94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거쳐 2019년부터 2년 임기의 제50대 대한변협 회장직을 맡고 있다. 7월 7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협회관에서 이 협회장을 만났다.

야당의 생떼냐 여당의 독선이냐

- 여야가 지난해 공수처법 통과를 놓고 몸싸움까지 벌였다면 이제 공수처장 추천과 출범 시기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대한변협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도 관심 대상이다. 

“지난해 말 공수처법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때는 정말 부담이 컸다. 4+1체제(20대 국회에서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 군소정당 4곳과 더불어민주당의 공조 체제)에서는 공수처장 추천권이 당시 야당(자유한국당)에 한 표밖에 없었기 때문에 변협회장이 어느 쪽에 표를 던지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캐스팅 보트’를 쥐었다. 그러나 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미래통합당 몫이 2장이 돼 부담을 덜었다. 신의 섭리는 오묘하다.” 

- 일부에서는 대한변협이 법원, 법무부와 함께 당연히 여당 편이라고 생각한다. 

“변협 성격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변협 안에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도 있고 한변(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도 있다. 같은 변호사라도 처음부터 변호사도 있지만 판사 출신, 검사 출신, 경찰 출신 변호사 등 구성도 다양하다. 이념적으로 극과 극인 분들이 다 우리 회원이다. 변협 회장이 어느 한쪽 편을 든다면 회원들의 반발이 대단할 것이다. 우리는 원칙대로 할 것이다. 원칙이란 정치적 중립성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이다. 공수처장은 여든 야든 어떤 압박이 들어와도 통하지 않을 사람이어야 한다.” 

-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6월 29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수처는 야당이 완전히 통제 가능한 제도” “10월까지는 공수처장 취임이 택도 없을 것”이라며 공수처 출범의 지연 책임을 야당에 돌렸다. 

“공수처법은 제1야당이 반대하는 가운데 패스트트랙으로 통과시킬 만큼 그 내용을 떠나서 여야 합의가 어려웠던 법률이다. 1990년대 초반 처음 논의가 시작돼 1996년에 최초로 발의됐고, 이후 25년째 도입 여부를 논의해 왔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30일 백혜련 의원안을 기준으로 윤소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아쉬운 것은 고위공직자부패범죄와 검찰개혁 등을 목적으로 발의되고 국가 수사권의 기본 틀을 크게 바꾸는 법률안임에도 여야 합의 없이 통과됐다는 절차 문제가 있고, 내용상으로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됨에도 시간에 쫓기듯이 통과돼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은 여당은 잘하는데 야당이 생떼 부리며 발목을 잡는다거나, 야당은 잘하는데 여당이 오만과 독선으로 밀어붙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통과 협의를 통해 국민을 위한 법률을 제정해야 하는 대의민주주의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은 여야 모두에 책임이 있다. 법률, 그것도 국가의 근본 체계를 바꾸는 법안이라면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제도로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기능할 것인지 정치권이 고민해야 한다.” 

- 그럼에도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대통령 직속 공수처의 출범을 더는 지체할 수 없다며 국회를 재촉했다. 향후 일정을 어떻게 예상하나. 

“첫 단추인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조차 안 된 상황에서 예정대로 진행되기는 어렵다. 공수처가 출범하려면 국회의장이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를 소집해 위원들을 위촉 또는 임명하고, 위원회에서 후보 추천 작업을 거쳐 2명의 후보를 대통령에게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지명해 국회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한다. 이후 공수처 차장과 검사, 수사관의 선발 작업이 진행된다. 하반기 국정감사 일정까지 감안하면 솔직히 연내에 뽑을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상범 미래통합당 의원은 5월 공수처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고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했다. 유 의원은 공수처를 입법부·행정부·사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대통령 직속 기구로 규정한 제1조를 포함해 제2조·제3조·제7조·제8조·제24조·제45조 등 총 11개 조항에 위헌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위헌 결정 이전까지는 야당도 협상 응해야”

- 미래통합당은 공수처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결정이 나올 때까지 관련 협상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는 자세인데. 

“공수처가 비록 내용적으로 위헌성 논란이 있고, 절차상 아쉬움이 있는 제도이지만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다수가 찬성했고 국회에서 법률안이 통과된 제도다. 따라서 위헌 결정이 나지 않은 한 정상적인 출범이 가능하도록 예정된 절차대로 진행해야 한다. 범죄는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 원칙이지만, 법률은 국회를 통과하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나올 때까지는 합헌추정이 원칙이다. 공수처법이 그처럼 문제가 많다면 야당은 도입할 때 그것을 부각해 어떻게든 막아냈어야 했다. 일단 다수결로 통과된 이상 위헌 결정이 날 때까지는 합헌으로 보고 진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헌법재판소도 위헌성 여부를 신속하게 결정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을 빨리 종식해 주기 바란다.”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통합당이 공수처장 추천위원 구성에 응하지 않으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하겠다고 하자,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도 야당 교섭단체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몫을 ‘야당 비교섭단체’에 넘기는 관련법 개정 방안을 제시하며 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에 미래통합당은 공수처를 ‘신(新) 정권보위부’라 부르며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어 법안 손질부터 하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 공수처장 추천위원 구성 자체를 바꾸려는 여당의 법 개정 추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개헌 빼고는 다 가능하다는 거대여당 체제이니 가능하다. 야당이 계속 공수처 출범 자체를 지연시키려 한다면 공수처법 통과 당시처럼 개정안도 다수결로 통과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실제 그런 식으로 밀어붙이면 국민적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공수처가 도입되는 이유가 뭔가. 그 배경에는 검찰을 못 믿겠으니 대체조직으로 공수처라도 만들자는 취지다. 독립적으로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대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검찰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관참시하듯 죽은 권력만 수사했다. 그래서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특별한, 전 세계적으로 그리 많지 않은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려면 여야가 함께 이 제도에 대한 신뢰를 만들어야 한다. 공수처법의 위헌 논란이 아직 진행 중인데 여당 뜻대로 안 된다고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의 구성을 바꾸려 한다면 신뢰가 무너진다. 지금까지 나온 여당 의원들의 발언은 야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채찍 전략이라고 본다. 여당은 야당을 비롯해 적지 않은 국민들이 갖고 있는 공수처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공수처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이 21대 국회에서는 틀린 말이 되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 기대한다.”

‘식물 공수처장’은 국론 분열의 새로운 발화점

- 법조인으로 15년 이상 경력, 정년 65세, 임기 3년의 초대 공수처장이 누가 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변협회장으로서 초대 공수처장은 수사 능력보다 정치적 중립성,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이 중요하다고 한 이유는 무엇인가.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검찰은 행정부 외청인데 정치적 중립성은 모르겠지만 독립성은 보장될 필요가 없다, 사법부의 독립성은 법원의 독립성을 말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다. 준(準)사법기관은 정치권력뿐만 아니라 경제·사회·문화·언론 등 모든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이 보장돼야 수사권이 제대로 작동한다. 검찰을 준사법기관이라고 하는 이유가 검찰청법에 검사의 독립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인데 그것이 무너지는 순간 국민은 혼란에 빠진다. 공수처도 준사법기관이다. 공수처가 다루는 사건은 정치적 사안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 그때마다 국민들이 태극기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야 하나. 지금처럼 검찰 기소 여부를 놓고 대검과 서울지검이 서로 다른 말을 하면 국민은 헷갈린다. 법 적용이 원칙을 따라가야 하는데 사람 따라 달라지니 헷갈리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적 중립성이 중요하다. 

공수처 출범 후에도 여야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흔들어댈 가능성이 크다. 헌법이 독립성을 규정한 사법부도 민감한 판결 때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흔들어대는데, 공수처는 오죽할까 싶다. 공수처가 국가의 청렴성과 국민의 인권보장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국론 분열의 새로운 발화점이 될 수 있다.
 
초대 공수처장은 어떠한 외압이 들어와도 독립성을 유지할 만큼 강한 신념의 소유자, 인권을 보호하면서도 실체적 진실을 찾아내는 탁월한 수사 능력을 겸비한 자, 추상같은 수사를 통해 국가와 사회를 바로 세우겠다는 정의감으로 무장돼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정치적 중립성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이다. 변협은 후보자의 과거 활동, 당적 보유 여부, 정치와 선거 관여 여부, 종전에 발표한 주장이나 사회활동 등을 살펴보고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면 절대로 추천하지 않을 것이다.” 

- 3월 대한변협에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받은 결과가 궁금하다. 

“전 회원에게 e메일을 보내 추천을 요청했는데 변호사들의 호응이 기대 이상이었다. 현직 검사는 퇴임 3년 내에는 맡을 수 없고 판사는 당장 그만두고 자천 타천으로 공수처장을 하려는 사람이 거의 없어, 현실적으로 변호사 중 임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변호사라면 당연히 변협 회원이다. 아직 공개할 수는 없지만 공수처장감으로 충분한 분이 적어도 다섯 손가락에 꼽을 만큼은 있다. 공식 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내부 자문기구인 사법평가위원회와 상임이사회에서 비공개로 후보 평판 검토와 선정 작업을 하고 있다. 다만 적합한 후보자들이 공수처장 추천을 고사하고 있어 안타깝다. 최근 공수처 수사 대상자에 대한 정치인들의 발언이나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갈등을 지켜보면서 ‘식물 공수처장’이 되기 싫다고 고사하고 있다.”

1호 사건 여야 합의로 결정해야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6월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선진수사기구로 출범하기 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방향’을 주제로 열린 공수처 설립준비단 주관 공청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6월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선진수사기구로 출범하기 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방향’을 주제로 열린 공수처 설립준비단 주관 공청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 여권에서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은 윤석열 검찰총장이라는 말도 나왔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수상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뜻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지만 지금 단계에서 특정 사건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만약 공수처의 독립성을 흔들 목적으로 그런 발언을 했다면 더 큰 문제다. 또한 그런 발언에 흔들릴 정도의 공수처장이라면 사건 딱 하나 하고 끝이다. 즉 그 사건의 시작과 함께 공수처는 존재의 이유를 상실할 것이다. 공수처장은 밖에서 무슨 말을 하든 ‘수사는 내가 한다’는 소신이 있어야 한다. 설령 대통령이 이 사건을 제일 먼저 해달라고 해도 공수처장이 판단하기에 가장 중요한 사건부터 하겠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공수처장에게 그런 정치적 부담을 주지 않으려면 1호 수사 대상은 특검처럼 여야 합의로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 다만 정치적 보복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건이어야 한다.” 

- 6월 26일 열린 공수처 설립 방안 공청회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의 선택적 수사, 선택적 정의로 인해 무너진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공수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여당은 공수처를 검찰개혁의 도구로 생각하는 것 같다. 

“현재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갈등은 양쪽 모두 명분이 있다. 검찰개혁을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는 명분과 검찰의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의 충돌이다. 그러나 다른 면을 들여다보면 검찰개혁이란 명분으로 과거처럼 검찰을 권력에 종속시키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와, 검찰이 자기 식구 감싸기라는 과거의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충돌한다. 

공수처가 검찰개혁의 한 방법이 될 수는 있지만 검찰개혁만을 위해 공수처를 도입하는 것은 아니다. 권력 분산을 통한 견제와 균형이 공수처의 목적이다. 고위공직자 범죄는 공수처가, 특수사건은 검찰이, 일반 형사사건은 경찰이 나누어서 수사하고, 이에 대해 최종적으로 법원에 의한 사법적 통제를 받게 하는 것이다. 또한 공수처에서 판·검사와 경찰 범죄를 수사하고 기소하게 함으로써 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 있다. 그렇다면 공수처는 어떻게 견제할 것인지의 문제가 남는데 그 방법을 공수처법에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수처 내 수사 · 기소 분리 바람직

- 공수처가 ‘권력 위 권력’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공수처 내 수사와 기소 분리’ 안이 제시됐다. 검찰의 수사와 기소 분리를 현실적인 이유로 반대했는데 공수처에 대해서도 같은 의견인가. 

“공수처는 검찰과는 조금 다르다. 슈퍼 수사기관이지만 검찰에 비해 제한된 사건만 다루므로 수사하는 검사와 기소하는 검사를 분리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공수처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내외부의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 작동돼야 한다. 외부적으로는 수사와 기소를 모두 행사하는 경우 기소의 적절성 여부를 심사하는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 내부적으로는 검사동일체 원칙처럼 운영될 것이 아니라 수사 담당자의 자유롭고 활발한 의견 개진과 수사가 가능한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 공수처 출범 일정이 지연되는 원인 중 하나가 국회 법사위원장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다. 이 협회장은 “여대야소 구도에서 견제와 균형을 위해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의회민주주의가 추구하는 이상은 다수는 소수를 배려해 양보하고, 소수는 다수를 신뢰하고 협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21대 국회가 20대 국회보다 나아진 것 같지 않다. 당장 법사위원장 등 상임위원장 배분 갈등으로 반쪽짜리 개원이 됐다. 법사위를 야당에 주어왔던 관행의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견제와 균형이다. 적절한 견제가 없으면 독선에 빠지기 쉽다. 법사위원장이 법안을 상정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는 의장의 직권상정 등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보완책이 있고, 이미 절대 다수를 차지한 여당으로서는 과거 국회의 폐해를 막을 방법이 충분히 있는데 굳이 법사위원장을 고집한 것은 아쉽다.”


법사위 권한 축소는 정치적 욕심

- 여당이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상임위에서 치열하게 토론해 어렵게 합의한 법안을 법사위에서 발목 잡는 잘못된 구조와 관행을 끊어내고 혁파해야 한다”고 했다. 폐지에 찬성하나. 

“상임위 자리를 놓고 논란이 일어나니 아예 법사위 권한을 축소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욕심이다. 공수처의 소관 상임위가 법사위다 보니 이런 논란이 있는 것 같다. 또 법사위에 체계·자구심사라는 기능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들 가운데 직역, 지역과 같은 특정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청탁입법이라는 의심이 드는 것이 적지 않았다. 이러한 청탁입법은 해당 법안에 매몰돼 헌법에 위반되는 법안을 만들 위험이 있다. 

체계·자구심사권은 법사위에서 위헌성이나 법률 간 충돌을 심사하는 것이다. 원래 본회의 기능을 법사위에서 일부 대신하는 것이다. 우리 국회는 법을 너무 많이 만들고 토론과 심의는 제대로 하지 않는다. 본회의 올라오면 당론에 따라서 혹은 당론에 충돌이 없으면 그냥 찬성 버튼을 누른다. 솔직히 말해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읽어보고 찬성했는지 의심스러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위헌성을 내포한 법안을 필터링하는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은 유지돼야 한다. 일부에서 별도 조직이나 기구에서 심사하면 된다고 하나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이 헌법 정신의 틀 안에서 정치적 고려를 하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그러한 주장은 국회의 기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 체계·자구심사권이 없다면 법사위를 둘 이유가 없다.” 

- 변협 회장으로서 임기 2년째를 맞았다. 올해 목표와 마무리할 과제는 무엇인가. 

“지난해 세계변호사총회(IBA)를 서울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적어도 50년 내 이 정도 규모의 국제 법조인 행사를 한국에서 개최하는 것이 쉽지 않아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다. 국내적으로는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비밀유지에 관한 권리’를 인정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현재 검찰과 금감원, 공정위, 국세청 등에서 변호사와 의뢰인 간 주고받은 e메일이나 문자, 서류 등을 압수 또는 임의제출 형식으로 가져가서 이를 근거로 수사나 조사를 하고 있다. 심지어 변호사의 휴대전화까지 압수한다. 

이런 방식의 수사나 조사는 국민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변호사에게 모든 사실과 증거를 제시하고 법률적 조언을 받는 것을 위축시켜 결과적으로 변호사 제도의 붕괴를 가져오고 결국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영국, 미국 등 법률 선진국에서는 이를 입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국민의 인권보장과 변론권 강화를 위해 반드시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21대 국회는 1987년 개헌 이후 개원식을 가장 늦게 연 국회라는 기록을 세웠다. 지금까지는 18대 국회 개원일인 2008년 7월 11일이 가장 늦은 기록이었다. 21대 국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다. 야당을 설득할 방법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찬희 협회장의 답은 간단했다. “야당이 흔쾌히 동의할 만한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면 된다.” 





신동아 2020년 8월호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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