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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출범 후 ‘5대 新주류’가 대한민국 핵심 90% 이상 장악”

[2020 대한민국 新주류 대해부⑧·끝] 정치평론가 김형준 교수가 본 주류 세력 교체론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文 출범 후 ‘5대 新주류’가 대한민국 핵심 90% 이상 장악”

  • ● 4연속 전국 단위 선거 승리한 최초 정당 민주당
    ● 보수 중심 시대에서 진보 중심 시대로
    ● 文 “강렬하게 하고 싶은 말은 정치 주류 세력 교체”
    ● 386, 시민 세력, 전교조, 민주노총, ‘문파’ 5대 新주류
    ● 조국, 부동산으로 도덕성 흔들, 國政 공감 떨어져
    ● 링컨·루스벨트의 변혁적 리더십, 역사철학 있는가
    ● 與野 ‘상호관용’ ‘제도적 자제’로 민주주의 지켜야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양당체제가 아닌 1.5당 체제라는 뉴노멀 시대가 왔다. 이는 한국 사회 주류가 산업화 세력에서 이제 민주화 세력으로 교체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4·15 총선 직후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일본의 자민당이 1당, 다른 정당들이 0.5당인 것처럼 우리나라도 더불어민주당이 1당, 미래통합당 등이 0.5당이 됐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180석 거대 여당의 출현, 그리고 과거 진보 정당들이 선거를 앞두고 연대했지만 이제는 그 반대 상황이 된 만큼 그의 주장은 일견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전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가장 강렬하게 하고 싶은 말은 우리 정치의 주류 세력 교체”라고 했다. “조선의 세도정치로 나라를 망친 노론 세력이 일제강점기에 친일 세력이 되고 해방 이후 반공이라는 탈을 쓰고 독재 세력이 되면서 기득권 주도 세력이 됐다”는 대목에선 주류의 역사를 노론과 친일 세력의 변천 과정으로 보는 대통령의 인식이 잘 드러난다. 각종 국가 기념일마다 건국절·국부(國父) 논란, 김원봉 서훈 논란 등 끊임없이 논란이 일었고, 육군 중장 출신인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이 최근 이승만 전 대통령 서거 55주기 추모식에서 이 전 대통령을 ‘박사’로 칭한 것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네 번 연속 전국 단위(2016 총선, 2017 대선, 2018 지방선거, 2020 총선)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서 한국의 주류 세력은 교체됐을까. ‘1.5당 체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의 정치 지형은 진보로 기운 운동장이 됐을까.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30년 집권론’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김형준(63)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는 8월 7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현재 입법부는 물론 사법부에도 진보 인사들이 대거 들어가면서 기존 주류 세력은 90% 이상 교체됐다”면서도 “현 정권은 주류 교체와 체제 변혁을 추구하지만 집권 세력의 도덕성이 흔들리면서 그 추동력을 잃고 있다. 관건은 차기 대권이 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한국 주류 세력 변천史

- 문 대통령과 현 여권은 노론 세력에서 이어진 기득권 세력을 주류 세력으로 보는 거 같다. 

“집권 세력이 노론과 토착왜구라는 표현을 쓰는 걸 보면, 산업화 세력을 포함해 과거 세력을 악(惡)으로 보는 거 같다. 선악 개념으로 세상을 보니 주류 세력을 교체해야 하는 이유도 명확하다. 친미, 친일, 보수, 대기업, 기독교를 안전한 기득권으로 생각한다. 정권을 잡은 세력이 자신들을 주류 세력이라고 여기지 않고 이들을 주류라고 생각하니 충돌이 올 수밖에. 현재 보수에서 나아가 1960년대 산업화 세력도 기득권으로 보고 끊임없이 ‘주류 세력 프레임’을 만든다.” 

- 한국의 주류 세력은 누구인가. 

“미국의 저명한 비교정치학자인 가브리엘 앨먼드(1911~2002) 전 스탠퍼드대 교수는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모든 나라는 발전을 겪으면서 5가지 유형의 문제에 직면한다고 주장한다. 첫째는 ‘민족 만들기(nation building)’, 둘째는 ‘나라 만들기(state building)’, 셋째는 ‘경제 만들기(economic building)’, 넷째와 다섯째는 ‘참여(participation)’와 ‘분배(distribution)’의 문제로 설명한다. 이를 따라가 보면, 한국의 1950~1960년대는 ‘민족 만들기’ ‘나라 만들기’ 문제를 겪었다. 

외세와 투쟁하는 과정에서 분열된 민족이 하나로 통합되고 전체적으로 ‘나라 만들기’가 이뤄진다. 미국 조지 워싱턴, 터키 케말 파샤, 남아프리카공화국 넬슨 만델라 같은 국부(國父)도 탄생한다. 이후 건국(建國)을 하고 국가의 행정력이 전국에 실핏줄처럼 퍼져나간다. 우리나라는 여기까지는 이승만 대통령이 주도했고, 당시 독립운동가 출신 인사와 한민당 세력, 일제와 미군정에서 일한 사람들이 주류 세력이라고 볼 수 있지만 미약했다. 따라서 한국 주류 세력은 1960년대부터 등장한다고 보는 게 맞다.” 

- 1960년대 주류 세력은 군부 아닌가. 

“그렇다. 1960년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산업화 세력이 ‘경제 만들기’를 시도했다. 근대화된 군부 세력과 관료들은 조직 문화도 배울 수 있어서 경쟁력이 있었다. ‘당장 못살아도 자녀 교육은 시킨다’는 교육열로 양질의 ‘휴먼 캐피털(인적 자산)’이 생겼고, 이런 인재들이 시험을 통해 정부로 유입됐다. 그래서 자연스레 산업화의 길을 갈 수 있었던 거다. 이를 바탕으로, 박 전 대통령은 수출 주도 전략과 불균형 성장 전략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대기업이 생겨났다. 당시 냉전체제에서 우방인 미국이 우리 상품을 사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현대·삼성·대우 같은 대기업이 출현했고, 자연스럽게 군인·관료·기업이 주류 세력이 됐다. 반면 1960년대 비슷하게 쿠데타를 겪은 아르헨티나나 브라질은 내수전략을 고수하다 실패했다.”

문재인 정권의 5대 新주류

문재인 대통령은 7월 16일 21대 국회 개원식에서 “21대 국회는 대결과 적대의 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협치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은 7월 16일 21대 국회 개원식에서 “21대 국회는 대결과 적대의 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협치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취재단]

-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중산층이 생기고 민주화에 대한 요구도 커졌다. 

“그렇다. 고도성장을 하면서 산업화에 대응하는 민주화 세력이 꿈틀댔다. 1970년대 들어오면서 40대 민주화의 기수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이 나왔고, 민주화 세력이 조금씩 커가면서 정치에 ‘참여’한다. 1990년 1월 3당 합당으로 민주화 세력 일부가 권력으로 들어갔고, 이후 문민통치와 수평적 정권교체를 통해 진정한 민주화를 이뤘다. 앨먼드 교수가 설명한 대로, 한국이 산업화(경제 만들기)와 민주화(참여)를 단계적으로 거쳐온 거다. 만약 거꾸로 갔다면 굉장히 혼란스러웠을 거다. 3당 합당으로 호남을 배제한 영남과 충청 세력, 대기업과 관료가 주류 세력이 됐고, 이후 대략 10년씩 보수와 진보 정권이 번갈아 집권하면서 민주화를 완성했다.” 

- 앨먼드 교수 이론에서 각국이 겪는 마지막 문제인 ‘분배(distribution)’는 어떤가. 사회 양극화 해소와 평등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 같은데. 

“‘사람이 중심’이라며 분배의 틀을 짠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그러나 그렇게 견고하지 않았고, 노무현 정부를 계승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 분배 문제를 겪고 있다.” 

- 그렇다면 오늘날 주류 세력은 누구라고 보나. 

“문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비교적 쉽게 당선돼 ‘운이 좋다’는 평가를 받지만, 사실 1987년 민주화 이후 상당히 오랫동안 성장해 온 그룹의 지지가 바탕이 됐다. 이들이 현재의 주류 세력이다. 첫째가 시민단체다.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시민 세력은 정부나 정치권과 맞서며 지속적으로 성장했고, 1988년 설립된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는 시간이 갈수록 이념화됐지만 교육 권력으로 등장했고, 1980년대 후반부터는 민주노총 노동자 계급이 힘을 갖게 됐다. 여기에 386 운동권 세력이 강력한 ‘알파’로 등장했다. 보수 세력 외연에 밀린 DJ가 당시 변방의 운동권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인 거다. 노 전 대통령 시절에는 ‘노사모’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민참여형 운동 세력이 등장했다. 이들은 2015년 대거 민주당에 입당한, 이른바 ‘문파’로 불리는 문 대통령 팬덤이다. 결국 시민단체, 민노총, 전교조, 386, 문 대통령 지지자가 실질적 주류 세력으로 재편되면서 민주당은 2016년 이후 네 번 연속 전국 단위 선거에서 승리한 최초의 정당이 됐다. 동시에 보수 중심의 시대가 진보 중심으로 바뀌었다.” 

- 이들 신(新)주류의 지지로 대선·총선에서 압승했고, 문 대통령 임기 3년간 주류세력 교체도 대거 이뤄진 거 같은데. 

“그렇다. 21대 총선으로 180석을 확보하면서 입법부를 장악했고, 행정부는 차기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면 자연히 얻을 수 있고, 사법부와 헌법재판소도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 등 진보 성향 인사들로 대거 바꿨다. 남은 게 검찰인데, 여권은 윤석열 총장이 ‘우리 편’이라고 봤는데 권력에 칼을 들이대니 검찰개혁 프레임을 걸고 내모는 거 같다. 내년 7월 윤 총장 임기가 끝나면 (친여 성향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든 누구든 검찰 수장에 앉히면 된다. 그렇게 되면 기존 주류 세력의 90% 이상 교체됐다고 봐야 한다. 어쨌든 집권 세력은 주류 세력을 교체하려는 의지가 강렬하고, 그러면서 체제 변혁을 추구하는 거 같다. 완전하게 주류 세력 교체를 평가하려면 10~20년은 지켜봐야 한다.” 

- 어떤 체제로 변혁을 추구한다고 보나. 

“아직은 현재진행형이어서 좀 더 지켜봐야 할 거 같다. 다만 북유럽식 사회민주주의로 간다면 북한 문제가 걸린다. 개헌이든 어떤 형태든 사회체제를 변혁하려고 할 거다. 정치학에서 사회체제 변혁은 통상 정책으로 시동을 거는데, 부동산 정책에서 보듯이 가진 자와 없는 자, 분배와 균형 문제가 나오기 시작했다. 다음에도 친문 중심의 정권이 등장한다면 체제 변혁은 가속화할 거다. 다만 현재 ‘대세론’을 형성한 이낙연 의원 중심으로 간다면 어디로 갈지는 ‘빅 퀘스천’이다. 앞으로 대선까지 2년 남은 만큼 친문 세력이 어떻게 대선 구도를 짤 것이냐가 관건이다.”

주류 세력 교체와 체제 변혁

8월 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전 국민 조세 저항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신발을 하늘로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규탄하고 있다. [동아DB]

8월 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전 국민 조세 저항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신발을 하늘로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규탄하고 있다. [동아DB]

-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30년 집권론’이 떠오른다. 신주류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 완전한 주류 교체, 체제 변혁도 가능할 거 같은데. 

“그러기 위해선 현 집권 세력에 대한 국민적 신뢰와 도덕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 3년 전 바뀐 권력집단이 체제 변혁을 하려면 더욱 견고하게 가야 하는데, 조국 사태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윤미향 정의연(정의기억연대) 사태, 부동산 가격 폭등 등으로 신뢰와 도덕성이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지도자의 철학과 리더십도 무척 중요하다. 그런데 문 대통령에게선 통합을 위해 전쟁도 불사한 링컨의 신념이나 루스벨트의 변혁적 리더십은 찾아보기 어렵다. 박 전 대통령이 산업화에, YS·DJ가 민주화에 헌신한 것처럼 문 대통령도 복지국가를 추구한다면 거기에 모든 걸 던져야 한다. 가치 추구가 아니면 변화는 지속될 수 없다. 그러니 주류 세력은 무엇을 위해 변화하느냐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 문 대통령은 비교적 높은 국정 지지율을 보였지 않나. 

“주류를 교체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려면 ‘우리는 올바른 나라로 가고 있다’는 여론이 월등히 높아야 한다. 국민은 올바르지 않은 사회로 간다고 생각하면 따라가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 지난해 10월 3주부터 올해 3월 4주까지 우리나라 국정이 ‘올바르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비율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보다 훨씬 높았다. 3월 4주 전후로 코로나19 대응 등으로 일시적 반전이 이뤄졌지만, 7월 첫째부터 다시 ‘원위치’했다(한국리서치의 7월 5주차 조사 결과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38%, ‘올바르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48%, ‘모르겠다’ 14%였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리서치 ‘여론속의 여론’ 참조).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 평가와 16개 정책 분야별 긍정 평가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해도 정책별 긍정 평가가 대통령 국정 운영 평가보다 낮았다. 이는 현 정부의 정책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럴 경우 정부 여당은 심판을 받는데 4·15 총선에서 압승했다. 코로나19 사태 및 보수 몰락과 같은 반사이익이 그만큼 컸다는 걸 알 수 있다.” 

- 국정 방향에 대한 국민적 공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인데, 집권 세력의 문제점은 뭐라고 보나. 

“목표가 좋으면 방식은 서툴러도 된다는 인식적 오류 탓이 크다. 상당수 여권 인사는 정책 목표나 수단, 방식 모두 좋아야 하는데 선한 의지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이런 식이면 실패한 정책은 없을 거다. 두 번째는 앞서 말한 주류 세력 교체를 마치 과거 세력 교체인 것처럼 토착왜구, 노론을 말한다. 여기에 ‘우리는 민주화를 했으니 우리가 좀 못해도 이해해 줘야 한다는 인식’이 엿보인다. 정의는 누구에게나 보편적이면서 무차별적 정의가 돼야 하는데 정의의 기준이 흔들린다.”

“이념적 운동장, 진보로 기울지 않아”

- 결국 주류 세력 교체나 체제 변혁 관건은 차기 대선 같다. 여당은 네 번의 선거에서 승리했고, 유권자의 정치 지형도 바뀌었다고 보면 ‘5연승’도 가능할 거 같은데. 

“그 문제는 유권자의 정치 지형이 바뀌었느냐가 중요한데, 말씀한 대로 진보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느냐고 물으면 이념적 운동장은 아직 진보로 기울어지지 않았다고 본다.” 

- 왜 그렇게 보나. 

“메트릭스리서치의 21대 총선 사후 조사에서 유권자의 이념 성향은 진보 27.9%, 중도 37.2%, 보수 25.8%로 나왔다. 2017년 대선 방송 3사 출구조사의 진보 27.7%, 중도 38.4%, 보수 27.1%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41.08%)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6.2%)의 합계 득표율은 48%였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24.03%),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21.4%),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6.8%)의 득표율 합은 52.23%였다. 2012년 18대 대선 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51.6%),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48.0%) 득표율도 비슷하다. 이념적 운동장은 아직 진보로 기울어져 있지 않다는 의미다. 4·15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것은 진보가 많아졌다기 보다는 중도가 진보의 손을 들어준 결과로 봐야 한다.” 

- 이념 성향과 달리 선거에서 중도층은 진보의 손을 들어준 만큼 지속적인 ‘진보 좌파 정당 체제’가 구축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물론 한국판 ‘정당 재편성(party realignment)’이 이뤄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정치체제의 급격한 변화를 묘사하는 용어인데, 정치권에서 새로운 연합을 가져오는 힘의 도래를 의미한다. 다른 정당의 지배적 연합을 전환시키거나 교착상태에 빠진 정치권을 새롭게 대체하는 것이다. 특정 이슈나 정치 지도자, 정당의 지역적·사회적 기반 변화, 그리고 정치 체계의 구조 등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때 일어난다. 정당 재편성이 일어나면 일정 기간 유지되면서 새로운 정치권력 구조가 형성된다.” 

- ‘한국판 1.5 정당체제’ 같은 재편성도 이뤄질 수 있겠다. 

“이론가들은 200년 이상 미국 정당사에서 대략 36년 주기로 여섯 번의 정당 재편성이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그중 괄목할 만한 것은 1932년 대선이었다. 1929년의 대공황 등 후버 정권하에서 겪은 혼란 속에서 민주당 후보 루스벨트를 지지한 ‘뉴딜 연합 세력(New Deal coalition)’은 미국 정책에서 새로운 현상을 대표했다. 미국 남부의 백인이나 지식인층, 노동조합, 가톨릭, 유대인, 서부 거주자들을 포함한 뉴딜 연합은 견고했고, 남북전쟁 이후 공화당의 아성이었던 피츠버그는 갑자기 민주당의 보루가 됐다. 거의 모든 주요 도시 선거에서 민주당 출신 시장이 탄생했다. 동시에 케인스의 철학을 담은 ‘큰 정부’ 원칙이 공화당이 주장하는 ‘작은 정부’를 대체했다. 앞서 말한 정당 재편성의 조건인 이슈, 지도자, 지역적 기반 등에서 획기적 변화가 일어난 거다.”

중도로 떠난 50대와 정당 재편성

- 한국도 박 전 대통령 탄핵의 혼란 등으로 정당 재편성이 가능한 거 아닌가. 

“물론 우리도 1960년대부터 30여 년간 군부가 집권했고, 민주화를 거쳐 분배 정책이 우선시되고, 정부 중심에서 국민 중심으로 정책이 바뀌었다. 그렇다면 유권자 지형 변화를 봐야 한다. 유권자 지형이 과거 ‘2040세대 대 5060세대’에서 ‘2050세대 대 6070세대’로 변화한 건 사실이다. 21대 총선에서 방송 3사의 연령대별 이념 성향 출구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수가 가장 많은 50대(19.7%)는 한때 ‘보수 표’로 분류됐지만, 이번엔 60대보다는 40대에 더 가깝고, 20대와 유사했다. 지역구 선거에서 50대 지지는 민주당 49.1%, 통합당 41.9%였다. 이는 2012년 12월 대선 출구조사와 비교하면 큰 변화다. 당시 50대의 표는 박근혜 후보 62.5%, 문재인 후보 37.4%였다.” 

- 이유는 뭐라고 보나. 

“약 8년 만에 이런 변화가 이뤄진 기저에는 보수색이 강했던 50대가 진보 성향의 86 운동권 세대(1960~1969년생)로 전환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50대의 경우 중도 비율이 40.2%로 보수(25.4%)를 압도한다. 또한 20대에서 2명 중 1명(50.9%)이 중도라는 것은 이들이 진보 성향이라는 고정관념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 기존 관념으로는 50대는 보수화되는 세대가 아닌가. 

“과거에는 ‘연령 효과(age effect)’로 나이가 들면 보수화됐지만 지금은 86세대라는 ‘세대 효과(generation effect)’, 즉 민주화 운동 같은 역사를 공유하는 그룹이 혼재돼 있다. 물론 완전히 변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완전히 변했다면 2050세대 대 6070세대로 바뀌어야 하는데 그건 아니다.” 

- 그렇다면 여야 모두 자만하거나 낙담할 상황이 아닌 거 같다. 

“그렇다. 차기 인물난을 겪는 통합당에서 최근 윤희숙 의원의 국회 5분 연설이 ‘역대급’ 평가를 받았다. 새 인물이 나와서 매력적으로 대안을 얘기한 거다. 이제 곧 내년 서울·부산시장 선거가 있는데 야당 후보들도 꿈틀대야 한다. 유력 대권후보들이 만나 내년 재·보궐선거를 이끌고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를 만들어 대선후보를 뽑는 식으로 관심을 끌어야 한다. 여당이 짜장면을 먹는다고 ‘짜장면 먹지 마라’고 할 게 아니라 우리 쟁반짜장이 더 맛있다는 식의 대안을 내야 한다. 결국 야당은 더는 진보의 가치를 배격하지 말고 진보 어젠다라고 해도 보수의 시각으로 봐야 한다. 진보우파의 길을 걸어야 한다. 뉴페이스 지도자들이 나타나고, 야권이 모두 함께 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건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 역할이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달라.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가 쓴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은 민주화 시대 이후 선출된 지도자가 독재자로 변화하는 모습을 설명한다. 핵심은 선출된 권력이 민주주의를 파괴한다는 거다. 저자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건 헌법과 같은 제도가 아니라 ‘상호관용(mutual toleration)’과 ‘제도적 자제(institutional forbearance)’라는 규범이라고 강조한다. 상호 관용은 정치적 상대를 공존의 대상, 즉 사회를 통치할 동등한 권리를 갖는 집단으로 간주하는 태도이고, 제도적 자제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도 무리하게 힘을 사용하지 않는 정치적 신중함을 말한다. 이런 규범들이 민주주의의 보호막으로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한다. 민주주의가 궤도에서 탈선하지 않게 하는 이러한 ‘가드레일’이 우리 정치에도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신동아 202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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