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호

‘조국흑서’ 미리 보니…“586 정치엘리트는 새로운 보수, 신(新)적폐”

25일 출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조국 흑서’) 원고 입수

  • reporterImage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0-08-24 13:41:3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진중권 “지금 진보단체 하는 짓, 예전 우익관변단체 하던 짓”

    • 김경률 “코링크PE는 처음부터 조국의 돈으로 세워진 회사”

    • 권경애 “조국의 (처남이) ‘제 돈을 빌려서’라는 말에 탁 걸렸다”

    • 서민 “팬덤 ‘대통령 지키겠다’ 나서는 순간, 나치 친위대처럼 전락할 위험”

    25일 출간되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조국흑서’). [천년의 상상 제공]

    25일 출간되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조국흑서’). [천년의 상상 제공]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자들의 후원금을 모아 만든 ‘조국 백서’(‘검찰개혁과 촛불시민’)가 최근 출간된 가운데, 이른바 ‘조국흑서(黑書)’가 얼개를 드러냈다. 도서출판 ‘천년의 상상’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25일 출간된다고 밝혔다. 

    집필에는 미학자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출신 김경률 회계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활동했던 권경애 변호사, 기생충학자 서민 단국대 교수, 강양구 TBS 과학전문기자가 참여했다. 

    ‘신동아’가 사전에 확보한 원고에 따르면 진 전 교수는 책에서 “지금 보수집단 내에서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 사실상 586 정치엘리트가 새로운 보수 세력이 된 것이다. 지금 ‘한겨레신문’에서 하는 짓은 예전 ‘조선일보’에서 하던 짓”이라고 말했다. 또 “진보적 시민단체에서 하는 짓은 옛날엔 우익관변단체가 하던 짓이다. 저들에게서 보았던 모습을 지금 이들에게서 보고 있다는 것은, 보수집단에서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진 전 교수는 “이들(586 정치엘리트)이 새로운 기득권층으로 사회에 뿌리내렸다. 그러다 보니 국민은 신(新)적폐와 구(舊)적폐,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 회계사도 “586 세대라 일컬어지는 신보수가 산업화 세력의 자리를 꿰찬 셈”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김 회계사는 “돈의 흐름이 예전에 건설사나 지역의 토건세력, 그리고 토건 세력과 연동돼 있는 구태 정치인 사이에서 오고 갔다. 이 올드(old) 기득권 세력의 주류는 현재 보수 야당 쪽 사람들이었다”면서도 “어느 순간부터 큰 뭉칫돈들의 흐름이 바뀐다. 건설 토건에서 바이오, IT, 태양광, 풍력, 수소연료전지 등 신성장 동력사업 부문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분야에서 활동하거나 발을 걸친 사람들 즉, 30대 중반부터 50대까지 뭉칫돈을 움직일 만한 네트워크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586 세대”라고 덧붙였다. 




    ‘조국흑서’ 출간을 위해 모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왼쪽부터), 김경률 회계사, 서민 단국대 교수, 강양구 TBS 과학전문기자, 권경애 변호사. [천년의 상상 제공]

    ‘조국흑서’ 출간을 위해 모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왼쪽부터), 김경률 회계사, 서민 단국대 교수, 강양구 TBS 과학전문기자, 권경애 변호사. [천년의 상상 제공]

    진중권 전 교수는 “허위의식이었다 해도 과거 386은 노동자·농민을 대변한다는 자의식이 있었다. (반면) 지금 586 정치엘리트들은 강남에 아파트를 가진 사람들이다. 목동에 아파트를 갖거나 이들의 물질적 기반은 과거 보수와 다르지 않고 그 자리에 도달하기 위해 그들과 같은 방법을 쓴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래서 조국의 반칙이 그들에게는 반칙으로 여겨지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들 살아왔으니까”라고 일갈했다. 

    진 전 교수는 그러면서 정치권에 확산한 ‘팬덤’ 현상을 문제 삼았다. 그는 “금태섭 전 의원 지역구에서 일어난 일은 다른 모든 지역구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팬덤 무서워서 당내에서 아예 이견을 낼 수가 없다”면서 “위를 봐도, 옆을 봐도, 밑을 봐도 모두 한통속이니, 사실상 민주집중제가 돼 버렸다”고 짚었다. 

    이어 “선거고, 투표고, 당원의 의견을 묻는다 하나 결국 물으나 마나 요식행위일 뿐이다. 그러니 위성정당을 만드느냐 마느냐의 문제도 의원들 사이의 토론이 아니라, 양정철 씨가 들고 온 시뮬레이션 결과로 결정이 나버린다”고 했다. 

    서 교수도 “팬덤이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순간, 그 팬덤은 나치 때 게슈타포가 그랬던 것처럼, 정권에 대한 건설적 비판마저 봉쇄하는 친위대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지금 소위 문팬이라 불리는 문 대통령의 팬덤이 보이는 모습이 바로 그렇다”고 말했다. 

    저자들은 조국 사태 당시 논란이 됐던 ‘사모펀드’ 이슈도 심도 깊게 짚었다. 관련 대담은 진 전 교수의 사회로 김경률 회계사와 권경애 변호사가 참여했다. 여기서 김 회계사는 “코링크PE는 처음부터 조국의 돈으로 세워진 회사다. 김어준 류가 코링크PE는 익성 소유라고 끈질기게 주장하는데 코링크PE가 익성 소유라고 주장하려면 하다못해 통장 한 줄, 전표 한 장이라도 들고 와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마도 코링크PE의 설립이 레드펀드의 운용 이외에도 서울시 지하철 공공 와이파이 사업권 취득을 목적으로 했기 때문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회계사는 “서울시 지하철 공공 와이파이 사업의 피앤피플러스 컨소시엄에 민주당 인사들이 참여했다. 서울시 정무라인과 얽혀서도 구설이 심했다. 입찰 과정을 들여다보면 특혜 의혹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충분히 권력형 비리나 특혜 의혹에 관한 말들이 나올 법한 전개”라고 짚었다. 

    권 변호사는 “조국 전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제 돈을 빌려서’라고 했다. 나는 기자간담회를 보면서 저 말에 탁 걸렸다. 정경심 교수가 상속받은 특유재산이나 고유재산을 남편과 의논하지 않고 혼자 불리는 줄 알았거든”이라면서 “그런데 ‘제 돈을 빌려서’라고 했다. ‘제 처남이 제 처 돈을 빌려서’가 아니고. 재판부가 코링크PE 주식을 사실상 조국의 소유라고 볼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됐다. 1장은 뉴노멀! ‘멋진 신세계’가 열렸다, 2장은 미디어의 몰락, 지식인의 죽음, 3장은 새로운 정치 플랫폼, 팬덤정치 등의 이름을 달았다. 4~7장의 제목은 ‘금융시장을 뒤흔든 사모펀드 신드롬’, ‘세상에서 가장 짜릿한 도박’. ‘위선은 싫다! 586정치엘리트’, ‘무너진 정의와 공정의 회복을 위하여’다.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한동훈 우위’ 깨지자 김재섭 대표론까지 고개

    尹 정부 사실상 레임덕… 巨野 주도 입법 본격화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