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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첫 스텔스구축함 KDDX의 모든 것

美이지스 넘본다!

  •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해군 첫 스텔스구축함 KDDX의 모든 것

  • ● 2030년대 중반까지 6척 수주
    ● 1척당 건조 비용 9000억 원, 총사업비 7조8000억 원
    ● 탄도미사일 탐지 및 추적
    ● 유사시 中·日 이지스함과 맞서
    ● 국내 업체 4곳 경쟁
    ● ‘군함 한류’에 힘 더욱 실릴 듯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 모형. [방위사업청 제공]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 모형. [방위사업청 제공]

2020년 대한민국 방위산업계 최고의 핫이슈는 누가 뭐라 해도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KDDX)이다. 이 사업은 2030년대 중반까지 국내 독자 기술로 고성능 구축함 6척을 건조해 2000년대 초반부터 KDX-2 사업을 통해 배치된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을 대체하는 사업이다.

KDDX는 어떤 사업인가

이 사업은 원래 해군이 제7기동전단을 창설하고 작전 대상 해역을 크게 넓힘에 따라 기동전단의 구축함 전력 보강을 위해 소요가 제기돼 2019년부터 2026년까지 6척이 KDX-IIA라는 명칭으로 배치될 예정이었다. 우선순위에서 밀려 사업 일정이 늦춰졌다가 KDDX 사업으로 더욱 강해졌다. 

2009년 국정감사 자료에서 처음 그 존재가 확인된 KDX-IIA 프로그램은 해군의 기동함대 구상과 맞물려 ‘미니 이지스함’을 다수 건조할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시작된 사업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기동전단을 창설하며 양적 확충에 나섰던 해군이 신형 구축함을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자 방산업계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지스 시스템을 제조하는 미국 록히드마틴이 한국 현대중공업과 손잡고 ‘IAED(International Advanced Aegis Destroyer)’라는 모델을 들고 나온 것이다. 

해양방산전시회를 통해 그 면모가 공개된 IAED 모델은 충무공 이순신급의 선체를 확장해 록히드마틴의 SPY-1F 위상배열레이더와 이지스 전투체계를 얹은 설계안이다. 노르웨이의 프리초프 난센(Fridtjof Nansen)급 방공 호위함에 탑재된 이 레이더는 세종대왕함에 탑재된 SPY-1D(V) 레이더의 소형함 버전으로 탐지거리, 동시대응능력이 SPY-1D(V)보다 다소 떨어지는 염가형 제품이다. 



록히드마틴 등은 충무공 이순신급 선체를 기반으로 SPY-1F와 이지스 전투체계를 장착하고, Mk.41 수직발사기 32셀 또는 48셀에 SM-2 함대공 미사일과 대잠 미사일을 싣고, 외부 발사기에 하푼 함대함 미사일 8발과 RAM 발사기 등을 장착한 설계안을 내놓았다. 

방산업계에서 제시한 ‘미니 이지스함’ 가격은 1척에 6000억~8000억 원 수준이었다. 당시 전력화를 준비 중이던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의 1척 획득 비용이 1조 원 수준이었기 때문에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상당히 떨어지는 제안이었고, 이 때문에 해군이 이 제안을 외면하면서 ‘미니 이지스함’ 구상은 사장됐다.

한국 군함 설계 기술 뽐낼 ‘큰 판’

세종대왕 이지스 구축함. [ 해군 제공]

세종대왕 이지스 구축함. [ 해군 제공]

착실하게 차기 구축함 사업을 진행하던 해군은 2011년 전력화 계획에 KDDX라는 명칭으로 6척 소요를 반영하는 데 성공했고, 2019년부터 2026년까지 초도함 6척을 건조해 기동함대에 배치한다는 전력화 일정을 짰다. 이 계획이 발표되자 2020년대 중반이면 유사시 주변국 해군에 대응할 수 있는 기동함대를 갖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안보 환경의 변화는 차기 구축함 사업 일정에 변화를 가져왔다. 북한 탄도미사일 위협이 심화됨에 따라 군은 탄도미사일 대응 능력을 갖춘 이지스 구축함 추가 소요를 제기했고,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을 개량한 배치(batch)II 3척 건조를 결정했다. 4조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 사업으로 인해 KDX-IIA 사업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2020년대 후반에 착수하는 것으로 일정이 연기됐다. 

사업 일정이 뒤로 늦춰지면서 일각에서는 해군 전력 공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사업 일정의 조정은 오히려 KDDX에 ‘약’이 됐다. KDDX 체계 개발에 들어가기 전 세종대왕급 배치II 사업과 한국형 호위함 사업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첨단 무기가 개발·평가됐고, 이를 통해 10년 전 구상에서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첨단 기술이 대거 소요 기술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군은 2017년 4월, 국방기술품질원에서 선행연구 용역을 진행하면서 KDDX에 요구되는 주요 성능과 제원의 가이드라인을 짰고, 2019년 시작된 탐색 개발을 통해 KDDX의 방향성과 개발에 반영돼야 할 첨단 기술의 목록을 정리했다. 

탐색 개발(개념 구상 후 이뤄지는 시험적 개발)을 완료한 군은 2020년 4월, 제126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KDDX 전투체계 체계개발 기본계획을 확정하면서 목표 성능을 확정했는데, 이렇게 확정된 목표 성능은 10년 전 KDX-IIA가 추진되던 당시 요구되던 성능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군은 KDDX의 핵심 임무로 대공(對空)·대함(對艦)·대지(對地)·대잠(對潛) 능력은 물론 탄도탄 탐지·추적을 명시했다. 방공 전투함에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능력을 갖추되,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 강화에 대비하기 위한 미사일 방어 능력을 추가한 것이다. 

이러한 요구 성능 확대에 따라 덩치도 커졌다. 당초 KDX-IIA는 기동함대의 질적 주력인 1만t급 대형 이지스 구축함을 보조하는 6000t급 중형 구축함으로 기획됐다. 그러나 현재 거론되는 KDDX는 만재 배수량이 8000t에 육박하는 대형 전투함이자 해상에서 예측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처 가능한 주력함 수준의 전투함을 만드는 사업으로 판이 커졌다. 최근 세계 전투함 시장에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의 군함 설계 기술을 한껏 뽐낼 수 있는 큰 판이 열린 것이다.

비싼 만큼 강력하다

단일 사업 규모로는 F-35 전투기 40대를 도입하는 7조7700억 원 규모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 다음으로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는 KDDX의 사업비는 7조 원(전투체계 개발과 기타 비용 8000억 원 포함 시 7조8000억 원)에 달한다. 해군은 북한 위협 외에도 중국 북해함대와 동해함대, 일본 해상자위대의 위협에 동시에 대응할 수 있는 전력 건설을 추진한다. 

8000t급에 육박하는 대형 전투함이 될 KDDX의 1척당 건조 비용은 9000억 원(개발비 등 기타 비용 포함 시 1조3000억 원)에 육박하며, 이 구축함 건조를 위한 각종 하위 시스템 개발과 생산에 2조 원 가까운 예산이 책정돼 있다. 도대체 이 배의 가격은 왜 이렇게 비싼 것일까. 

KDDX의 사업비용이 이토록 상승한 것은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요구 성능이 일반적인 방공 구축함을 압도하는 주력 이지스 구축함 수준으로 설정됐기 때문이다. KDDX는 대공(對空)·대함(對艦)·대지(對地)·대잠(對潛) 임무는 물론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장기적으로는 요격 임무도 맡을 예정이다.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려면 다양한 센서와 무장이 들어가야 해 당연히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우선 대단히 비싼 센서가 탑재된다. 기존의 충무공 이순신급의 대공 레이더는 5500t급 구축함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염가형 기계식 레이더 MW-08이 채택됐다. 여기에 AN/SPS-49(V)와 같은 2차원 대공 레이더나 STIR240 사격통제레이더 등 다양한 레이더가 마스트(Mast)로 불리는 철탑에 덕지덕지 붙어 있다. 그러나 KDDX는 모든 센서를 통합 마스트(Integrated Mast), 즉 거대한 스텔스 구조물 안에 모두 집어넣었고 레이더도 이지스 레이더에 버금가는 고성능 레이더로 교체했다. 

기존의 이지스 레이더는 장거리 탐색에 유리한 S밴드 단일 대역 레이더다. S밴드는 대단히 먼 거리의 표적을 탐지하고 추적하는 데 유리하지만, 상대적으로 파장이 길어 정밀 추적 능력은 떨어진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조밀한 파장을 가진 X밴드를 소형 표적에 대한 정밀 추적 용도로 사용하는데, 미국 해군의 경우 차세대 이지스 레이더인 AMDR(Air-Missie Defense Radar) 개발 과정에서 S밴드와 X밴드를 동시에 적용하는 듀얼 밴드 레이더 개발을 추진한 바 있다. 

듀얼 밴드 레이더는 이론상으로는 대단히 효율적이지만, 상호 전파 간섭 문제와 비용 상승 문제 때문에 채택이 쉽지 않은 시스템이다. 하지만 KDDX는 장거리 탐지 추적과 요격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통합 마스트 안에 2가지 대역의 주파수를 모두 사용하기로 하는 파격적 결단을 내렸다. 이 기술적 모험이 성공할 경우 KDDX는 장거리 탐지 추적과 요격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이는 미국도 갖추지 못한 능력이다. 세계 최정상급 레이더를 탑재한 전투함이 되는 것으로 당연히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완벽한 라인업 갖춘 국산 ‘미사일’ 탑재

홍상어 대잠 미사일. [국방과학연구소 제공]

홍상어 대잠 미사일. [국방과학연구소 제공]

무장 역시 어마어마하다. 한국은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 이후 크기 대비 강력한 무장을 선호해 왔다. KDDX도 마찬가지다. KDDX에는 충무공 이순신급과 세종대왕급, 대구급에 적용된 한국형 수직발사기 KVLS보다 면적은 180%, 길이는 120%, 탑재 중량은 185% 증가한 차세대 수직발사기 KVLS-II를 64셀 탑재할 예정이다. 

이 수직발사기에 탑재가 확정된 무장은 완벽한 라인업을 갖춘 국산 미사일이다. 공격 무기로는 최장 1500㎞ 떨어진 곳의 지상 표적을 족집게 타격할 수 있는 함대지 순항 미사일을 비롯해 적 잠수함을 잡는 홍상어 대잠 미사일, 현재 개발 중인 한국형 초음속 대함 미사일이 탑재된다. 

방어용 무기로는 1셀 4발의 쿼드팩 형태로 탑재되는 해궁 단거리 함대공 미사일을 비롯해 현재 개발 중인 천궁 기반 중·장거리 함대공 미사일이 탑재된다. 군은 고성능 레이더와 장거리 레이더를 결합해 장기적으로 KDDX에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을 부여할 계획이다. 이 정도 무장 능력은 주요 선진국의 대형 주력 수상전투함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이다. 

KDDX는 잠수함이 우글거리는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적 잠수함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격파하기 위한 차세대 대잠 장비도 기본 옵션으로 갖추고 있다. 기존 전투함은 선체 하단에 고정 장착된 소나(Sonar)를 이용해 수중의 잠수함을 찾았다. 이러한 방식은 기술적으로 단순하고 가격도 저렴하지만, 소나와 잠수함 사이의 거리·심도 차이에 따른 매질 변화 때문에 잠수함을 효과적으로 찾아내기 어렵다. 

이 때문에 KDDX는 선체에 장착하는 소나는 물론 긴 와이어로 끌고 다니는 예인식 소나, 해상작전헬기의 디핑(Dipping) 소나 등 다양한 센서가 탐지한 정보를 융합해 적 잠수함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멀티 스태틱(Multi-Static) 방식의 소나 시스템을 채용할 예정이다. 

2020년 기준으로 전 세계 어디에도 이러한 성능을 가진 전투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기술적으로 상당한 모험이 될 것이고, 당연히 비용도 높을 수밖에 없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대한민국은 첨단 반도체와 전자기기, 조선산업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강국이다. 그 강국의 여러 업체가 이미 출사표를 던졌다.

KDDX의 전투체계와 레이더

KDDX 사업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 진행된다. 하나는 군함의 두뇌라 할 수 있는 전투체계(Combat System)를 개발하는 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이 전투체계 및 그것과 연동된 다양한 센서와 무장을 실을 플랫폼, 즉 선체를 만드는 함정 설계 및 건조 사업이다. 

전투체계 개발 사업에서는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이 경쟁한다. 두 회사는 7월 30일 입찰 제안서를 제출했다. 방사청과 해군은 8월 중 제안서를 검토해 9월 이후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함정 설계 및 건조 사업에서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맞붙었다. 

업계에서 가장 큰 관심을 가진 분야는 역시 전투체계 사업이다. 전투체계는 함정의 두뇌와 신경에 해당하는 핵심 시스템이다. 전투체계 개발과 관련해서만 6700억 원의 예산이 편성돼 있다. 

전투체계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컴퓨터와 운영체제를 결합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컴퓨터 본체에 키보드와 마우스, 스캐너와 마이크 등을 연결해 각종 정보와 명령어를 입력한 후 컴퓨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해 처리된 신호를 모니터나 프린터, 기타 장치를 통해 출력해 내는 것처럼 군함도 다양한 센서·통신기기로부터 획득한 데이터를 처리해 다른 센서를 작동하거나 무장을 발사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현대의 전투체계는 통합전투체계(Integrated Combat System) 개념으로 기능을 수행한다. 센서와 통신기기로부터 획득한 정보를 기존의 데이터베이스와 운용 요원의 결심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그러곤 작전 임무 수행에 필요한 전술을 편집하고 교전 계획을 수립해 지휘 권고를 하고 무장을 할당한다. 이렇듯 거의 모든 전투 과정이 자동으로 수행되는 게 통합전투체계다.

‘디펜딩 챔피언’ 한화시스템 vs ‘도전자’ LIG넥스원

전투체계 분야에서 가장 먼저 제안서를 제출한 한화시스템은 삼성과 탈레스가 합자한 삼성탈레스가 전신인 전통 있는 ‘디펜딩 챔피언’이다. 소형 고속정부터 한국형 구축함에 이르기까지 80척이 넘는 해군 함정의 전투체계를 공급해 온 기업이다. 

한화시스템은 미국에서 이지스 전투체계를 직수입한 세종대왕급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한국형 구축함(KDX)의 전투체계를 납품했고, 현재 전력화 중이거나 개발 중인 한국형 호위함 배치I·II·III는 물론 독도함, 차세대 잠수함인 ‘도산 안창호급(KSS-III)’의 전투체계를 책임지고 있는 사실상의 독점기업이다. 

한화시스템은 탄탄한 기본기, 안정성과 KDDX의 핵심 구성 요소 중 하나인 레이더 분야에서의 기술적 우위를 내세우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한국형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인 천궁에 탑재되는 다기능 레이더(MFR)는 물론, ‘한국판 사드’를 표방하며 개발 중인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L-SAM에 탑재되는 고성능 다기능 레이더를 납품했거나 개발 중인 실적이 있다. KDDX에 탑재되는 함대공 유도무기가 천궁을 바탕으로 제작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수주전에서도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화시스템의 아성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도전자’인 LIG넥스원이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기술혁신으로 무장했기 때문이다. 

LIG넥스원은 개방형 구조(Open Architecture)의 시스템 설계와 4차 산업혁명 기술(빅테이터, 인공지능 등)을 대폭 적용한 전투체계를 제안하고 있다. 그간 한국형 구축함과 호위함의 전투체계는 사실상 한화시스템이 독점해 왔지만, 이 전투체계에 연결된 거의 모든 센서와 무장은 LIG넥스원이 개발했다.
 
LIG넥스원은 기존의 시스템보다 더 진보한 전투체계를 만들 수 있다고 밝힌다. 각각의 센서와 무장을 움직이는 시스템 소스코드를 이미 보유하고 있기에 시스템 연동의 안정성과 비용 절감, 향후 발전 잠재력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LIG넥스원은 최근 다양한 라인업의 레이더, 특히 차세대 반도체 소자인 질화칼륨(GaN)을 이용한 능동전자주사식 위상배열레이더(AESA)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LIG넥스원은 미국이 AMDR에서 실패한 듀얼 밴드 동시 배열 기술을 성공시킴으로써 KDDX용 레이더 기술에서도 한화시스템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한 바 있다. 

요컨대 KDDX의 전투체계 경쟁은 정상급 기술력이라는 기본기를 갖춘 두 업체가 ‘고도의 안정성’ ‘시대를 앞서가는 기술혁신’을 놓고 벌이는 용호상박의 싸움이다. 각 업체는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자신들의 고유한 강점을 살리면서 전사적(全社的) 역량을 쏟아붓는 모양새다. 이번 사업을 통해 각 업체가 달성하게 될 기술적 성장은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군함 한류’에 더욱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선체 기본설계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격돌한다. 올 연말에 승자가 결정되는 이번 승부에서 이긴 업체는 2023년 하반기까지 기본설계를 마치고 2024년까지 상세설계를 수행한 뒤 늦어도 2025년에는 시작될 초도함 건조 사업을 따낼 가능성이 높다. 1척당 선체 가격이 3000억~40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두 회사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함정 기본설계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경쟁

방위사업청과 해군은 2030년부터 30년 넘게 주력함으로 운용될 KDDX의 선체에 다양한 신기술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두 회사는 설계안이 나온 직후부터 ‘우주전함’이라는 별명이 붙은 미국의 줌왈트급(Zumwalt class) 수준의 혁신적 설계를 통해 우수한 스텔스 능력과 내파성을 확보하고, 첨단 동력체계와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운용 효율을 극대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 각 업체는 우수한 내파성과 조향 성능은 물론 고도의 스텔스 능력을 갖는 형상의 함형(艦形)을 개발해야 하고, 피격됐을 경우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방어력과 대미지 컨트롤 능력이 있는 구조 설계를 해야 한다. 

추진체계도 기존의 선박과는 다른 기술이 적용된다. 기존 군함들은 저속 항해 시에는 디젤엔진을 쓰고, 고속 항해를 할 때는 가스터빈을 사용하는 CODOG(COmbined Diesel Or Gas turbine), 고속 항해 시 디젤과 가스터빈을 함께 사용하는 CODAG(COmbined Diesel And Gas turbine)와 같은 디젤+가스터빈 조합의 추진체계를 주로 사용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동차의 하이브리드 구동 방식과 유사하게 디젤엔진과 발전기, 가스터빈을 조합한 디젤+일렉트릭+가스터빈 복합추진 방식인 CODLAG(COmbined Diesel-eLectric And Gas turbine) 시스템, 여기서 더 나아가 통합전기추진(IEP·Integrated Electric Propulsion) 또는 통합동력시스템(IPS·Integrated Power System) 방식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CODLAG는 저속 항해 시에는 디젤엔진으로 발전기를 돌린 뒤 여기서 얻어지는 전기로 축을 돌리는 방식이다. IEP 또는 IPS는 대출력 가스터빈 또는 디젤엔진을 이용해 막대한 전기를 생산한 뒤 이를 이용해 추진축과 각종 전자장비를 구동한다. 

전기 추진 방식이 도입되는 이유는 에너지 효율뿐 아니라 정숙성에 있다. 수면에서는 레이더 전파로 사물을 찾지만 수중에서는 음파를 이용해 사물을 찾는다. 정숙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적 잠수함의 위협으로부터 생존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첨단 함정 설계 기술을 갖춘 회사로 이들의 대결은 그야말로 용호상박이 아닐 수 없다. 두 업체 모두 조선 기술과 신뢰성, 가격 경쟁력 등 모든 면에서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군함 건조 분야에서도 수십 년간 다양한 함정을 건조하며 해외 선도 업체들을 여러 번 놀라게 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방산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로 활용해야

현대중공업은 2019년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3가지 선형을 공개했다. 기존의 전투함과 유사한 전통형(Conventional type), 고속 주행에 적합한 파도 관통형(Wave-piercing type), 자체 개발해 특허를 갖고 있는 하이-보형(Hi-bow type)이 그것이다. 하이보형 선체는 20세기 초의 드레드노트 전함처럼 함수 끝단이 수직으로 수면 아래 흘수선까지 이어지는 선형으로 내항 성능이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중공업은 해군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한 최적의 형상을 뽑아내기 위해 보유한 모든 설계 기술을 총동원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설계안도 만만치 않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3가지 설계안을 검토 중인데 전통형, 미국의 줌왈트급과 유사한 파도 관통형 텀블홈(Wave-piercing tumblehome) 구조, 미국의 인디펜던스급과 같은 삼동선(Trimaran) 형상이 그것이다. 파도 관통형 텀블홈 구조는 스텔스 성능과 소음 감소 등 생존성 측면에서 유리하고, 삼동선 구조는 다양한 무장을 대량으로 탑재한 상태에서 해상작전헬기 2대가 동시에 이·착함할 수 있을 만큼 넓은 비행갑판을 뽑아내는 데 유리하다. 

요컨대 KDDX는 세계 정상급 반도체·IT 기술과 조선공학 기술을 가진 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업체들이 사운을 걸고 전력투구하는 사업이다. 또한 향후 수십 년 동안 이어질 군함 트렌드의 향방을 결정짓는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승부의 승패를 떠나 KDDX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축적된 기술을 통해 국내 방산업체들이 ‘한국의 록히드마틴’ ‘한국의 BAE’와 같은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신동아 202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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