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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의 ‘풀피리’⑦

총칼 대신 법으로 언론자유 억누르는 조국·윤미향家

  • 신평 변호사·㈔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 lawshin@naver.com

총칼 대신 법으로 언론자유 억누르는 조국·윤미향家

  • ●명예훼손 성립 축소 경향이 세계적 추세
    ●처벌하더라도 징역형은 아예 배제
    ●미국에서는 민사적 책임마저 어렵게 만들어
    ●한국은 정반대… 日형법 베껴 놓다시피 한 결과
    ●‘명예훼손 당했다’ 주장하는 사람에게 한국은 천국
    ●권력 쥔 그룹 속한 이가 벌인 소송전, 떳떳치 못해
    ●권리의 남용이자 민주주의 가치에 역행
*19대 대선 당시 신평 변호사(64·사법연수원 13기)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중앙선대위에서 ‘공익제보 지원위원회’ 위원장과 ‘민주통합포럼’ 상임위원을 지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여권을 향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으며 공평무사(公平無私)한 지식인의 본보기 역할을 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4월 14일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보수 유튜버 우모 씨를 피고인으로 하는 명예훼손 재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우씨는 2018년 3월 유튜브 채널에서 ‘조 전 장관이 2018년 1월에서 2월 초 사이 국정농단 재판 주심 김세윤 부장판사를 청와대 인근에서 만나 식사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는 내용을 방송했다. 이에 조 전 장관은 2019년 우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4월 14일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보수 유튜버 우모 씨를 피고인으로 하는 명예훼손 재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우씨는 2018년 3월 유튜브 채널에서 ‘조 전 장관이 2018년 1월에서 2월 초 사이 국정농단 재판 주심 김세윤 부장판사를 청와대 인근에서 만나 식사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는 내용을 방송했다. 이에 조 전 장관은 2019년 우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뉴스1]

조국 교수가 지금 명예훼손 소송에 열중하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남편도 징벌의 리스트를 만들어놓고 ‘또박또박’ 하나씩 절차를 밟는다고 한다. 과거에는 강용석 변호사가 이 짓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강 변호사는 원래 그런 사람이려니 하고 넘어가는데, 조 교수가 왜 이럴까 싶다. 딴 건 몰라도 내가 그의 학술논문을 통해 아는 한, 그는 젠더 문제에 풍부한 감수성을 가진 드문 학자다. 그만큼 깨어있는 의식을 가졌다고 본다. 설사 그가 진보귀족으로서 특권의식에 젖어 있다는 비판을 들을망정 근본을 부정당할 사람은 아니다. 민주 세력에 몸담고 있는 이로서, 누구 못잖게 언론의 자유가 민주국가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美, 공인의 경우 민사적 책임조차 따지지 않아

언론의 자유 혹은 이를 포괄하는 표현의 자유는 우리가 외부 세계와의 정신적 교통을 통해 원만한 인격 체계를 만들어갈 수 있게 해준다. 언론 자유 덕에 사회 구성원이 올바른 정치적 의지와 견해를 갖추고 선거 과정에 참여한다. 이를 통해 주권을 행사하고 공동체를 튼튼히 구축할 수 있다. 말하자면 언론의 자유는 민주정치의 생명선이다. 

그러나 일방적 소수의 견해만을 강요하는 체제에서는 언론의 자유를 확보하기가 무척 버겁다. 언론의 자유는 민주정치 체제가 아닌 곳에서는 탄압을 받는다. 이에 언론의 자유가 얼마만큼 신장했는지는 곧 민주화의 정도를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 



과거에는 총칼로 언론의 자유를 무력화했다. 지금도 여전히 무력과 폭력으로 언론의 자유를 껍데기로 만들어버리는 곳이 지구상에는 존재한다. 하지만 명색이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사회에서는 그렇게 노골적으로는 할 수 없다. 총칼 대신에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유력한 도구가 바로 명예훼손 소송이다. 

명예훼손도 개인의 명예감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 장치다. 그러나 세계적으로는 언론의 자유가 워낙 막대한 존재감을 가지니 명예훼손의 성립을 축소하는 경향이 보인다. 예컨대 명예훼손 행위에 대한 처벌의 경우, 징역형을 배제하고 벌금형만으로 그치게 하는 게 세계적 추세다. 이는 유엔(UN)에서 각 나라에 권고하는 사항이기도 하다. ‘유엔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ICCPR)은 가장 심각한 명예훼손의 경우에만 형사처벌이 고려될 수 있고, 더욱이 징역형은 절대 허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나아가 미국을 필두로 형사적 책임을 완전히 없애고 오직 민사적 책임만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움직임이 점점 확산하는 추세다. 미국에서는 이미 1964년 연방대법원이 뉴욕타임스 사건 판결에서 ‘현실적 악의의 이론’을 내세운 이래 피해자가 공인인 경우 민사적 책임에 의한 손해배상마저 거의 봉쇄해버렸다. 단 한 건의 애매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체 공인이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는 없었다.

과도한 자기검열과 비판의식의 질식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월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하고 있다.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월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하고 있다.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유감스럽게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명예훼손 법제를 취하고 있다. 유엔의 권고나 규약도 위반하고, 명예훼손 책임을 완화하는 세계적 조류에서 심히 벗어나 있다. 민사적 책임에다 형사적 책임 나아가 징역형 부과까지 가능토록 해놓았다. 심지어 진실한 사실을 발설한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형법을 만들면서 일본 형법을 베껴 놓다시피 한 결과다. 이런 상황이니, 가히 명예가 훼손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한국은 천국과 같은 곳이다. 그만큼 언론자유는 위축된다. 

우리나라의 언론자유 지수는 상당히 높다. 우리가 유엔의 권고를 받아들여 명예훼손 법제를 고친다면, 아마 언론자유 지수는 대폭 상향돼 10위권 안팎의 ‘절대적 언론자유국’의 범위 안에 들어갈 날이 머지않을 것이다. 

법제에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어쩌면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로 경찰, 검찰과 법원이 수사나 재판을 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다. 한국의 판·검사(경찰은 말할 것도 없고)들은 헌법에 대한 이해가 높지 못하고 법 적용 과정에서 거의 헌법적 고려를 하지 않는다. 그러니 명예훼손 사건을 다루면서 언론 자유의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따위의 일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럴 리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독자도 있겠으나 사실이다. 

그들은 오직 명예훼손에 관해 규정한 법률 해석에만 매달린다. 언론의 자유는 쳐다보지 않는다. 그 결과 법률 자체의 올바른 적용까지도 그르치게 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입증책임의 전도(顚倒)다. 

가령 ‘미투’로 인해 빚어진 명예훼손 형사사건에서 공표사실이 허위임은 검사가 입증해야 한다. 만약 입증하지 못하면 무혐의나 무죄가 돼야 한다. 그런데 엉뚱하게 피의자나 피고인(즉 미투 사건이라면 성추행 사실을 고발, 고소한 사람)에게 이를 입증토록 실무에서 운영된다.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면 바로 기소를 하고 유죄 판결을 내린다. 그 증거 자료는 대부분 ‘미투’로 고발이나 고소를 당한 이들이 갖고 있다. 반면 ‘미투’를 고발, 고소한 사람은 여기에서 아주 불리하게 딱 걸려 들어버려 유죄의 나락에 빠질 수 있다. 

언론사에서 특히 사회고발성 기사를 쓰는 기자들은 항상 수사를 받고 법정에 불려 다니고, 유죄판결이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을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런 기자들이 평소에 가지는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는 무척 크다. 자연히 과도한 ‘자기검열’의 함정에 빠지고, 이는 우리 사회의 건전한 비판을 질식시킨다.

법정에서의 ‘기울어진 운동장’

물론 대법원에서는 한 번씩 입증책임을 검사가 부담하는 것이라고 판시해왔다. 또 ‘오신(誤信)상당성이론’이라고 하여, 발설자가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은 것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진실을 말한 것과 동등한 취급을 해준다고 판시해왔다. 

이는 대부분의 경우 ‘빛 좋은 개살구’다. 우리나라는 제도상으로는 3심제이나 유감스럽게도 사실상 2심제다. 대법원이 제 기능을 못하는 탓이다. 어떤 대법관은 판결의 이유를 아예 쓰지도 않는 ‘심리불속행기각’ 사건이 처리 사건의 80%를 넘는다. 기껏 판결의 이유를 쓴다고 해도 “…라고 주장하나, 이는 이유 없다”는 식으로 상고 기각을 한다. 

어떻게 ‘이유 없다’는 말 한마디가 ‘판결의 이유’가 되는가. 사건의 폭주로 이렇게 됐다고 하나,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대법원 판결의 현실이 이러니 아무리 억울한 사정이 있다고 호소해도, 혹은 하급심의 명예훼손 소송 판결이 입증책임 원리에 위배되고 헌법상 언론의 자유를 부당하게 훼손했다고 외쳐도 대법원에는 대부분 마이동풍이다. 이 정부 들어 상당수 대법관들이 새로운 대법관들로 교체됐다. 일각에서는 진보성향으로 대법원을 채웠다고 비판하나, 과거의 대법관들과 달리 직무를 수행한다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결국 명예훼손 소송에서는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주장한 측이 대단히 유리한 입장에 선다. 가혹한 법제뿐만 아니라 실무의 관행이 그들에게 심히 유리하다.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한국의 독특한 풍경이다. 어쩌면 조국 교수나 윤미향 의원의 남편은 이를 노리고 지금 열심히 명예훼손 소송에 몰두하고 있는지 모른다. 

두 사람이 청구하는 손해배상금액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금액보다 무시무시하게 크다. 아마 자기들 편에 권력이 있으니 상식을 초월한 금액이라도 충분히 얻어낼 수 있다고 자신하는지 모르겠다.

조국 부부의 ‘실체 모호 전략’

강용석 변호사에게는 말을 걸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그러나 조 교수나 윤 의원 남편에게는 한 마디 하고 싶다. 민주주의의 근본가치나 언론 자유의 중요성에 비추어, 그리고 어떻든 패거리로 나뉜 정치판에서 권력을 쥔 그룹에 속하는 두 사람이 벌이는 소송전은 떳떳치 못한 일이다. 조 교수 부부는 지금 기를 쓰고 관련 사건들에서 증언을 거부해 무엇이 실체인지를 모호하게 한 뒤 무죄를 받아내는 전략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해서 무죄판결이 나면 그는 명예훼손 소송에서 더욱 유리한 위치에 선다. 

그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의 경사를 더욱 심하게 해 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가 취하는 일련의 행위과정이 정당화되기 어려운 일종의 ‘권리의 남용’이 아닐까 한다. 이로 말미암아 미운 상대를 벌주고 상당한 돈을 만지게 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아무런 대의명분을 갖지 못한 채 민주주의의 가치에 역행하는 그들은, 스스로 닫아버린 장래의 문 앞에 서 있는 초라한 모습일 것이다.

고분(古墳)에도 가을이 찾아왔다(왼쪽). 고분(古墳) 사이에 선 첨성대가 무척 외롭게 보인다. [신평 제공]

고분(古墳)에도 가을이 찾아왔다(왼쪽). 고분(古墳) 사이에 선 첨성대가 무척 외롭게 보인다. [신평 제공]


● 1956년 출생
● 서울대 법학과 졸업
● 제23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제13기
● 인천지방법원, 서울가정법원, 대구지방법원 판사
●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헌법학회 회장 역임
● 저서: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로스쿨 교수를 위한 로스쿨’ ‘들판에 누워’(시집) 外




신동아 2020년 11월호

신평 변호사·㈔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 law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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