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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세 국회의원 오영환 “서로 ‘惡’이라는 국회, 난 매일 ‘현타’”

[사바나] “상대 흠집 내는 정쟁만 지속돼 안타까워”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32세 국회의원 오영환 “서로 ‘惡’이라는 국회, 난 매일 ‘현타’”

  • ●소방관 출신 첫 국회의원
    ●대표발의 법안 13건 모두 안전 관련
    ●네거티브 선거전, 국회서 그대로 재현
    ●경제성 논리 탓 화재 참사 잇따라
    ●가연성 건축자재 사용 금지해야
*밀레니얼 플레이풀 플랫폼 ‘사바나’는 ‘회를 꾸는 ’의 줄임말입니다.

9월 22일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청과물시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을 격려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9월 22일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청과물시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을 격려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재래시장은 노후화된 건물이 많아 스프링클러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상인들이 경제적으로 부담이 돼 화재보험에도 가입하지 않곤 해요.” 

9월 22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청과물시장에 방문한 오영환(32)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낙연(68) 민주당 대표에게 이렇게 말했다. 하루 전(9월 21일) 오전 4시경 청과물시장에 불이 나 20개 점포가 전소됐다. 화재는 3시간여 만에 진압됐지만 추석 대목을 앞둔 상인들의 한숨이 깊어졌다. 이 대표와 오 의원은 이날 시장을 찾아 화재 원인을 점검하고 상인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이 대표는 9월 18일 그를 민주당 재해대책특별위원장에 임명했다. 

그는 최초의 소방관 출신 국회의원이다. 2010년 서울 광진소방서 119구조대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0년 간 소방관으로 활동하며 처우 개선과 국가직 전환을 위한 1인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올해 1월 청년 인재로 민주당에 영입돼 32세라는 젊은 나이에 국회의원이 됐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오 의원은 인터뷰 중 ‘안전’이라는 단어를 20번이나 언급했다.

“소방관이 슈퍼히어로 같았다”

-재난 현장에 정치인이 방문하곤 한다. 소방관 시절 비판적으로 보진 않았나. 

“정치인이 화재 진압이나 인명 구조 활동이 한창 진행 중인 현장에 찾아오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재난 현장에 관심이 모이는 것은 좋지만 업무에 방해되기 때문이다. 청과물시장은 화재 진압이 다 끝난 후 방문했다.” 



-소방관은 어떻게 하게 됐나. 

“고등학교 때 막연하게 소방관을 꿈꿨다. 사람을 구해내는 모습이 ‘슈퍼히어로’ 같았다. 10년 간 소방관으로 일하며 절실하게 느낀 건 내가 구할 수 있는 사람보다 구해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다. 법과 제도가 바뀌면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오 의원은 2015년 카카오 온라인 플랫폼 ‘브런치’에 ‘대한민국 소방관’이라는 필명으로 구조 활동을 하며 느낀 점을 쓰기 시작했다. 이렇게 쓴 글을 묶어낸 책이 ‘어느 소방관의 기도’다. 

-책에 여야 핵심의원의 지역구 예산은 늘었는데 소방예산은 삭감돼 분노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의원이 직접 돼보니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없나.

“내 생각이 옳다고 해도 이를 마냥 고집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더라. 국회에서 안전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언급하면 대책 마련 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말하거나 기업 측 입장에서 반박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동료 의원을 설득하려면 역량을 더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을 매번 한다.” 

-초선의원이기에 겪는 애로사항은. 

“가볍게 이야기하자면 의원실 배치가 다선‧나이 위주로 정해진다. 불공평한 일이다. 그런 것 말고는 아직 불편한 건 없다. 소위원회나 상임위원회에서는 일이 우선이다. 다선 의원을 배려한다든가 하는 일은 없다.” 

21대 국회에 2030세대 국회의원 11명이 입성했다. 미미한 숫자지만 역대 국회 중 2030세대 비율이 가장 높다.

“상대를 악의 축으로 규정해서야…”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는 사안에 국회의원으로서 의견을 밝히지 않는 편이다. 

“정치인이라면 모든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매 사안마다 의견을 제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말할 수 있는 안전 문제에 집중하려고 한다. 일하는 모습으로 국민에 다가가면 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특혜 의혹과 관련해 여당은 불법 여부에만 집중하는 듯했다. 청년들의 분노는 불법 여부뿐 아니라 불공정에 기인한 것이다. 

“많은 청년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잘 안다. 공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청년의 삶이 힘들어서다. 그렇지만 추 장관 아들 의혹에 대해선 야당의 비판 중 팩트가 아닌 게 많았다. 야당이 대정부질문에서 청년 문제든 자영업자 문제든 민생과 관련한 질문을 더 많이 했어야 한다.” 

-정쟁에 피로감을 느끼는 국민이 적지 않다. 원인이 뭐라고 보나. 

“정책의 본질이나 성과를 살펴보지 않고 무조건 비난부터 하기 때문이다. 네거티브로 상대 후보를 누르려는 선거 때 풍경이 국회에서 재현된다. 진보냐 보수냐에 따라 이슈에 접근하는 관점이 다를 수 있다. 민생 문제는 진영 싸움의 대상이 아니다. 상대방의 주장에 흠집부터 내는 정쟁만 지속돼 안타깝다.” 

-책임은 어느 쪽에 있나. 

“여야 모두 노력해야 한다. 상대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무조건 비난하는 것에서 싸움이 시작된다. 누군가가 절대적 악이기에 사회 문제가 발생하는 게 아니다. 작은 부분에서부터 타협하고 논의를 이어가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가연성 건축자재 사용 금지해야”

오영환 민주당 의원은 “가연성 건축자재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호영 기자]

오영환 민주당 의원은 “가연성 건축자재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호영 기자]

올해 대형 화재가 연이어 발생했다. 4월 29일 경기 이천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화재로 38명이 사망했다. 7월 21일에는 경기 용인시 SLC 물류센터에 불이 나 5명이 숨졌다. 오 의원은 이 두 곳도 화재 진압 직후 방문했다.

-화재‧홍수 등 많은 재해가 발생했다. 대표 발의한 13개 법안 모두 안전과 관련된 것이더라. 꼭 통과해야 하는 법안 하나를 꼽아 달라. 

“‘생명존중 안전한 일터3법’에 포함된 건축법 일부법률개정안이다. 샌드위치 패널‧우레탄폼 등 가연성 건축자재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이 개정안의 골자다. 이천과 용인에서도 가연성 건축자재 사용으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가연성 건축자재는 발화 시 불이 잘 번지고 유독가스도 내뿜는다. 1998년, 2008년에도 같은 원인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났다. 당시에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큰 변화를 이뤄낼 것 같았지만 상황은 그대로다. 항상 경제성과 편리성이 우선이었다.”

-가연성 건축자재 사용을 규제하는 법이 당시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면 이번에도 어려운 것 아닌가. 

“과거와 다른 점은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 시 더 많은 사람을 지켜낼 수 있도록 정책 변화가 시도됐다. 그 과정에서 소방관이 올해 4월 1일 국가직으로 전환됐다. 내가 소방관 출신 최초로 국회의원이 된 것도 그 같은 맥락 속에 있다.” 

-소방관 처우 개선과 관련해 남은 과제가 있다면. 

“각 지자체 간 재정 편차에 따라 소방관 인원수와 사용하는 장비가 다르다. 예컨대 서울에선 소방차 1대에 6명이 타지만 지방에서는 2명이 타기도 한다. 소방서가 관할하는 지역의 범위도 다르다. 이렇듯 안전 문제에서도 지역 간 불평등이 존재한다. 소방관이 국가직으로 전환돼 처우 개선의 첫발을 뗐지만 예산은 여전히 지자체 관할이다.”

“미숙한 점 많고, 배울 것투성이”

6월 민주당·정의당 일부 의원이 ‘중대재해 기업 및 책임자 처벌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인명 피해를 낳은 산업재해 발생 시 위험방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게 제정안의 골자다. 이 법안은 고(故) 노회찬 의원이 20대 국회에서 발의했으나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 바 있다. 경영계에서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김용균법)이 이미 산업재해에 대한 사용자의 높은 처벌 기준을 담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두고 반론도 만만찮다. 반(反)기업법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기업을 처벌하겠다는 법안이 아니라 안전에 신경 쓸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법안이다. 사고가 난 기업은 문을 닫아야 한다는 식의 비합리적 법안이 아니다. 연이은 참사가 인재로 드러나고 있다. 기업이 안전 문제에 책임을 다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하고 싶나. 

“정치적 욕심을 이야기하기는 아직 때가 이르다. 소방관으로 일할 때 생각한 문제를 해결할 위치가 됐지만 매일 ‘현타’(현실 자각 타임)를 느낀다. 욕심은 많은데 법을 다루는 일을 해본 경험이 없어 미숙한 점도 많고 배울 것투성이다. 법과 제도의 변화는 느리게 진행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국민적 공감대와 토론을 거치지 않으면 바꿀 수 없다. 4년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을지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 두려움을 양분 삼아 치열하게 일하겠다.” 

오 의원은 모범생 같은 인상을 풍겼다. 화려한 언변을 갖추지 않았으나 지킬 말만 하고 싶어 했다. 그는 자신을 ‘노잼’(재미가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의 묵묵한 면모가 남긴 미담도 있다. 8월 17일 서울 구로구 한 도로에서 오토바이와 화물차가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동 중 사고현장을 목격한 오 의원은 차에서 내려 다친 오토바이 운전사를 도왔다. 응급조치를 한 뒤 출동한 119 구급대원에게 부상자를 인계했다. 한 달이 지나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며 주목을 받았다. 

“기사화된 것도 민망하다. 사고를 목격했다면 누구나 다친 사람을 도왔을 것이다. 현장에는 다른 시민들도 계셨다. 119에 신고한 분이나 교통정리를 해 준 분들에게 감사하다.” 

9월 17일 이낙연 대표는 SNS를 통해 오 의원에 이 일과 관련해 감사함을 표했다. 오 의원이 재해대책특별위원장으로 선임된 것은 그 다음날이다. 오 의원은 청과물시장 화재 현장에서 이 대표와 멀찍이 떨어져 있을 때가 많았다. 시민들의 관심은 이 대표에게만 집중됐다. “이 대표 옆에 서 있으면 사진 한 장이라도 더 나오지 않겠나”라고 묻자 그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낙연 대표에게 재래시장 화재 예방 시설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할 기회가 있었다. 재해특별위원장 역할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신동아 2020년 11월호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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