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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親여권 사건’마다 좌충우돌하는 까닭

“말 따로 마음 따로” 행보에 신고자 법무부에 피소될 판

  •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 ‧ 정치학 박사

권익위, ‘親여권 사건’마다 좌충우돌하는 까닭

  • ● 박범계 발언 이후 김학의 출금사건 ‘공수처 수사 가능’ 입장 바꿔
    ● 말로는 공익제보자 선(先)보호·후(後)검토, 행동은 선검토·후보호
    ● 김학의 출금사건 신고자 보호 신청 “선(先)보호 대상 아니다”
    ● 秋 아들 의혹 제보 당직병 때도 ‘공익신고자 맞다, 아니다’
    ● 여당 유력 정치인 출신 위원장이 가진 태생적 한계
    ● 우리나라 부패지수, OECD 회원국 가운데 중앙값 밑돌아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동아DB]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동아DB]

“제 위치에서 말할 입장이 못 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후보자 시절인 1월 14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논란에 관해 언급한 내용이다. 그로부터 열흘 뒤인 1월 25일 국회 법제사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박 장관은 말을 바꿨다. 

“공수처법에 의하면 이 사건은 공수처에 이첩하는 게 옳겠다. 이첩할 단계라고 본다.” 

이 사건 이첩을 요구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공수처의 몫이다. 공수처법, 곧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4조 1항의 내용은 이렇다.
 
‘수사처의 범죄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수사에 대하여 처장이 수사의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추어 수사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여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하여야 한다.’ 

더욱이 공수처는 법무부 장관의 통제를 받지 않는 엄연한 독립기구다. 대통령조차 수사대상으로 삼는 기관이다. 그런 점에서 박 장관의 언급은 월권에 해당한다. 그래서 후보자 초기에는 언급을 자제했던 것이기도 하다. 박 장관으로 하여금 말을 바꾸게 만든 건 과연 누구일까.




박범계 장관 한마디에 입장 바꾼 권익위

1월 25일 국회 법제사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박범계 법무부장관. [동아DB]

1월 25일 국회 법제사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박범계 법무부장관. [동아DB]

공교롭게도 국민권익위원회도 말을 바꿨다.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제보자는 1월 4일 이 사건을 권익위에 신고했다. 동아일보의 1월 27일 단독보도에 따르면, 신고를 받은 권익위는 쪼개기 수사를 제안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김 전 차관의 출국 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한 부분 곧 개인정보보호법 및 출입국관리법 위반은 경찰로 이첩하고, 가짜 사건번호가 기재된 긴급 출금 요청서를 만든 L 검사 등의 비위 곧 허위공문서 작성 및 직권남용 부분은 검찰로 이첩하는 방안이다. 

경찰도 검찰도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데 한계가 있다고 본 제보자는 당초 특검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쪼개기 이첩을 할 바에는 차라리 일괄적으로 공수처에 수사 의뢰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역으로 이 방안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권익위는 다시 공수처 출범에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이첩이 어렵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랬던 권익위가 박범계 장관의 공수처 이첩 발언이 나온 다음 날인 1월 26일 입장 변화를 보였다. ‘前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관련 신고자, 국민권익위에 신고자 보호 신청-국민권익위, 공익신고자등 보호조치 요건 및 공수처 수사의뢰 여부 검토 착수-’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이렇게 밝혔다. 

“국민권익위는 조사 결과 신고된 내용이 고위공직자의 부패혐의로 형사처벌을 위한 수사 및 공소제기의 필요성이 있을 경우 공수처 등에 고발 등 수사의뢰 할 수 있다.” 

이 보도자료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다음 날인 1월 27일 ‘국민권익위는 前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사건을 관련법령에 따라 엄정히 처리하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다시 내놓으며 이렇게 해명했다. 

“국민권익위는 관련규정상 피신고인이 관련법령상의 고위공직자에 해당되고, 신고내용이 형사처벌을 위한 수사 및 공소제기 필요성이 있는 경우 공수처 등으로 고발해야 하며(의무조항), 수사 필요성이 있는 경우 이첩하여야 함…국민권익위는 현재 확인절차를 진행 중이며 요건 확인 후 해당 사항을 국민권익위 전원위에서 의결해야 함. 위와 같은 절차 진행은 국민권익위에서 통상 2~3개월 이상 소요…현 단계에서 국민권익위가 신고자 보호조치, 공수처 혹은 검찰 등으로의 수사의뢰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관련법령 절차상 가능하지 않음.” 

한발 물러선 셈이다. 다만 여전히 ‘절차를 밟아 공수처에 이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권익위의 해명에도 불구, 박 장관의 발언 바로 다음날 ‘공수처 등에 고발 등 수사의뢰 할 수 있다’고 밝힌 보도자료가 나온 점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와 관련, 이 사건을 공수처 1호 수사대상으로 삼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공수처 출범 이전 여권 인사들 사이에 1호 수사대상 후보로 오르내리던 윤 총장 부인 관련 사건에 대해 박범계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공수처 이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박 장관은 이렇게 원론적으로 언급했다. 

“모든 사건은 통일적 기준과 신속한 기준에 의해 처리돼야 하는 만큼, 그 사건 역시 엄중히 처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 공익신고자가 윤석열 검찰총장과 인연이 있는 검찰 내 인물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을 주도한 인물 중에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주도한 이들이 다수다. 문재인 라인 또는 추미애 라인으로 불리는 이들이다. 이들의 수사에 대한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해 윤 총장은 사건을 수원지검에 재배당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당초 검찰 수사를 신뢰할 수 없다던 제보자는 이 조치를 본 뒤, 신고 자료의 수원지검 이첩을 권익위에 요구했다. 하지만 이첩이 이뤄지지 않자 수사지연을 우려한 제보자가 직접 수원지검에 자료를 보낸 것으로 알려진다.


秋 아들 제보 당직병 ‘공익신고자’ 규정 놓고 논란

이번 일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반응이 없다. 지난해 9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 관련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던 것과 사뭇 다르다. 당시 권익위는 “추미애 전 장관이 아들과 사적 이해관계자이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직무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검찰청에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법무부 장관 아들에 대한 사건을 법무부에 보고한 사실이 없으며 지휘권 행사가 없었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아들 관련 의혹을 제보한 당직병도 공익신고자 보호법상의 공익신고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당시에도 논란이 일자 두 달 뒤인 2020년 11월 입장을 바꿨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신고자 요건에 미흡했지만 ‘협조자’도 동일한 보호가 가능한 점을 종합 검토했다”며 “공익신고자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고 뒤늦게 밝힌 것이다. 

당직병을 공익 신고자로 최종 결론내린 뒤 전현희 위원장은 11월 24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공익신고가 접수되면 공익신고자를 ‘선(先)보호·후(後)검토’하는 방향으로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권익위는 1월 22일 새해 업무보고에서 신고자에 대한 선보호ㆍ후검토로 적극적ㆍ선제적 신고자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의 공익신고자가 권익위에 제보를 하면서 신고자 보호 신청을 한 시점은 전 위원장의 ‘선(先)보호·후(後)검토’ 발언이 있은 한참 후인 올 1월 25일. 하지만 권익위는 “법 개정 작업에 착수했지만 아직 국회에 발의되지 않았다”면서 “이번 건은 업무보고 이전 시스템에 따라 선보호가 적용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 위원장이 법 개정 의사를 밝힌 시점에 법안을 제출했더라면 지난해 연말 국회에서 처리가 가능했을 터였다. 야당도 당연히 협조했을 사안이다. 전 위원장의 권익위가 “말 따로 마음 따로”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권익위가 보호에 주저하는 사이, 법무부는 “제보자를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1월 25일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공익신고자가 신고한 진술조서, 포렌식 자료 등은 수사 자료인데 이를 특정 정당에 넘기는 건 공무상 기밀 유출죄에 해당된다. 검찰 직권으로도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향후 상황을 지켜보면서 고발을 고민해보겠다.” 

이에 대해 공익신고자단체들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은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을 벌써부터 말한다면, 잠재적 내부고발자들은 ‘내가 공직에 있으면서 어떤 문제 제기를 했을 때, 조직·부처에서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신고하지 못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차 본부장은 1월 26일 입장문에서 “수사팀의 수사의지를 지켜본 후 판단할 생각”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권익위가 유독 친여권 인사가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만 이처럼 좌충우돌하는 이유는 과연 뭘까. 우선 위원장이 ‘정치인’ 그것도 ‘여당 정치인’ 출신이라서 그런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전 위원장은 18대 총선 때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를 거쳐 20대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남구을 지역구 의원을 지냈다. 2020년 총선 때에도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직능특보단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전 위원장은 정치인으로는 두 번째 권익위원장이다. 첫 번째는 이재오 전 의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9월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자 자신의 핵심 측근인 이 전 의원을 권익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당시도 권익위를 두고 말이 많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인수위 시절 위원회 축소를 명분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에 만든 국가청렴위원회를 폐지하고 국가고충처리위원회와 법제처 행정심판위원회를 통합해 국무총리 산하 기구로 ‘국민권익위원회’를 신설했기 때문이다.


뜨거운 감자로 대두한 전현희 권익위원장

중립성 논란에 휩싸인 국민권익위원회. [동아DB]

중립성 논란에 휩싸인 국민권익위원회. [동아DB]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당시 참여연대는 반부패기구를 사실상 폐지하는 것이라며, 부패방지법과 관련 제도를 무력화 시키는 개악이자 유엔반부패협약의 의무사항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뜨거운 감자로 대두한 권익위 위원장에 핵심 측근을 임명하자 우상호 당시 민주당 대변인은 “이재오 전 의원이 국민권익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임명된 그 순간 사실상 이명박 권익위원회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전 위원장이 취임 직후 국민권익위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야당들의 반발은 극에 달했다. 개정안이 병역, 출입국, 국적, 범죄경력, 부동산 거래, 납세, 재산등록, 징계 등에 대한 자료까지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겨레신문은 사설에서 이렇게 비판했다. 

“개정안대로라면 대통령이 맘대로 부릴 무소불위의 권력기구가 새로 만들어지게 된다…여권 내부 장악 강화, 권한 확대 따위의 의도가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이 있다. 이런 의심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역겹고 추하다.” 

문제는 다시 진보세력이 집권을 했지만, 권익위에 손을 대지 않으려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전례를 근거삼아 정치인 출신 위원장까지 임명했다. 더 나아가 권익위를 권력형 비리 수사를 은폐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유발된 상황. 문재인 대통령은 사실 공익신고자들의 힘을 빌려 집권에 성공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익신고자들이 없었다면 촛불혁명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선캠프에 공익신고자들이 대거 합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17년 2월 이명박 정부 시절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폭로한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합류했다. 2017년 4월 민주당 공익제보위원회에는 앞서의 이지문 한국청렴본부 이사장이 공동대표로 참여한 가운데, 계룡대 군납비리를 폭로해 군복을 벗어야 했던 김영수 전 해군소령, 현대차 엔진 결함과 리콜 미실시 등을 알린 김광호 씨, 최순실 국정농단을 폭로한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이 합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 이어 2017년 대선에서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폐지한 국가청렴위원회 부활을 공약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이 이재오 전 의원을 권익위원장으로 임명한 시점에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당시 한나라당 의원 금품수수 의혹과 더불어 이 전 대통령과 가까운 천신일 세중나모회장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후다. 이상득 의원은 이 전 위원장 임명 직전 2선 후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재오 위원장 취임 5개월 뒤에는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 터졌다. 이명박 정권이 이런 사건들을 무마하는 수단으로 권익위를 활용하려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현희 전 의원을 권익위원장으로 임명한 시기도 각종 권력형 비리가 불거진 상황 속에서다. 권익위의 정치화 시도가 사라지지 않는 한 공익신고자들은 여전히 고달픈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다. 부패척결도 그만큼 힘들어진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현 정부 들어서 부패인식지수가 향상돼 3년 연속 국가순위가 올라갔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0월 이런 보고서를 내놨다. 

“인식기반 조사와 데이터 기반 조사 모두에서 우리나라의 부패지수가 OECD 회원국의 중앙값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나 우리나라의 부패정도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신동아 2021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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