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호

[진중권의 인사이트] ‘박영선’이라 쓰고 ‘박원순’이라 읽는다!

  •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

    입력2021-03-19 15:3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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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추행 피해자의 매우 현실적인 두려움

    • 진정성도 현실성도 없는 민주당의 사과

    • ‘피해호소인’ 3인방의 뒤늦은 캠프 하차

    • 법원도 인권위도 인정한 박원순 성희롱

    • 박영선 당선이 곧 박원순 恨풀이라는 인식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불러 2차 가해 논란을 일으킨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진선미, 고민정 의원. 세 의원은 3월18일 결국 박영선 캠프에서 하차했다. [동아DB, 뉴시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불러 2차 가해 논란을 일으킨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진선미, 고민정 의원. 세 의원은 3월18일 결국 박영선 캠프에서 하차했다. [동아DB, 뉴시스]

    “저의 피해 사실을 왜곡하고 상처 준 정당에서 시장 선출됐을 때 내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든다.” 

    성추행 피해자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이 지금까지 해왔고 또 아직도 하고 있는 그 징그러운 언행을 보면 이것은 매우 현실적인 두려움이다.


    민주당이 사과하는 방식

    피해자는 “지금까지 민주당의 사과는 진정성도 현실성도 없는 사과였다”고 지적한다. 사과란 달랑 ‘말’ 몇 마디로 하는 것이 아니다.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진정으로 피해자에게 사죄할 마음이 있었다면, 민주당에서는 적어도 이번 선거에 후보를 내지 말았어야 한다. 자기들 스스로 정한 당헌도 그렇게 하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기어이 후보를 냈고, 그러려고 아예 당헌까지 개정했다. 상식적으로 이런 일이 생기면 정당에서는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없는 규칙도 새로 만들어 시행하는 게 정상이다. 이런 경우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에 그런 취지로 제정한 것으로 기억한다. 

    정의당에서는 대표의 성추행에 책임지기 위해 이번 선거에 후보를 내는 것을 포기했다. 그 일이 이 사건과 직접 연관이 있는 것도, 그렇게 하라는 당헌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전직 시장의 성추행 사건 때문에 실시되는 선거인만큼, 그 ‘의미’를 고려할 때 이번엔 후보를 내지 않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것이 정당에서 사과를 하는 정상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어떻게 했는가? ‘말’로만 사과를 했을 뿐, 그 ‘말’을 입증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아니 아예 행동으로써 그 ‘말’을 능동적으로 부정했다. 그들은 후보를 냈고, 당헌을 거꾸로 개정했다. 가해를 계속하면서 아예 그 가해를 ‘제도화’까지 한 것이다.


    민주당 제정신인가

    박원순 사건이 터졌을 때 민주당에서는 가해 사실을 은폐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여성 의원 28인이 속한 카톡방에서는 남인순·진선미·고민정·이수진 의원의 주도로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부르기로 결정했다. 여론의 반발이 거세자 뒤늦게 사과를 하고 용어를 바로잡았지만, 이 사태의 주역들은 아무 징계도 받지 않았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박영선은 남인순·진선미 의원을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에 앉혔다. 이수진 의원은 캠프 비서실장, 고민정 의원은 캠프 대변인에 임명했다. 아예 성추행 2차 가해자들로 캠프를 꾸린 것이다. 그런 이가 시장이 된다고 상상해 보라. 피해자로서는 “내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피해자는 박영선 후보측에게 적어도 이들만은 캠프에서 배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박 후보가 장고 끝에 페이스북에 사과의 글을 올렸다. 

    “오늘 박원순 전 시장 피해자의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참 힘든 하루였을 거라 생각합니다. 얼마나 생각이 많으셨겠습니까? 진심으로 위로를 전합니다.” 

    빈말이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다. 

    “저희 당 다른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모두 제게 해주십시오.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습니다.” 

    그들을 캠프에서 내칠 의사가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그들의 책임을 자기가 짊어지고 사퇴하겠다는 얘기도 아니다. 결국 사과는 죽어도 못하겠다는 얘기.
    여론의 반발로 결국 ‘피해호소인’ 3인방이 사퇴했지만, 그 와중에도 박영선 후보는 “아프다”고 썼다. 그들을 데려온 데에 대한 반성은 없다. 그는 “고민정 의원 사퇴로 ‘20만 표가 날아갔다’는 말이 있다”며 “그만큼 지지자들이 많이 섭섭한 것”이라 말했다. 지금도 오직 2차 가해를 저지르고 있는 지지자들 생각뿐이다.


    책과 SNS로 계속되는 2차 가해

    서혜진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변호인(오른쪽)이 3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혜진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변호인(오른쪽)이 3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부르는 것은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는 것에 비하면 애교에 속한다. 박원순의 전 비서실장 오성규는 박 시장에게 쓴 피해자의 자필 편지를 공개해 2차 가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박영선 후보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있으면서 그를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자리에 앉혔다. 

    ‘조국백서’를 주도한 김민웅 목사는 그 편지를 제 SNS에 올리며 그의 ‘실명’까지 공개했다. 민주당 마초들에게 공격의 좌표를 찍어준 것이다. 2차 가해는 계속되고 있다. ‘오마이뉴스’ 기자는 책까지 냈다. 책의 전면에 성추행을 하고도 피해자에게 사과도 없이 목숨을 끊은 무책임한 이의 얼굴을 실었다. 그것을 비난했더니 나보고 책을 읽어 보고나 말하란다. 똥 싸놓고 똥이 아니니 찍어서 먹어보라는 얘기다. 피해자를 향해서는 억울하면 자기를 고소하란다. 고소를 못하면 이 똥은 똥이 아님이 증명된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얘기다. 우리가 일본군 위안부를 자발적 계약에 의한 매춘부라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 하버드대 로스쿨 램지어 교수를 고소하지 않는 것이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증거가 되는가? 

    박원순의 자살은 그가 성추행을 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다. 법원에서도 그가 피해자에게 ‘냄새를 맡고 싶다’, ‘남자를 알아야 시집을 갈 수 있다’, ‘섹스를 알려 주겠다’는 등 외설적 문자를 보낸 사실을 인정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그 사실을 인정하며 그것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박원순이 돌아왔다

    박원순 성추문 본질 가리기에 나선 이는 얼빠진 기자만이 아니다. 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책을 소개하며 “지금까지도 (박 전 시장의) 유고의 원인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썼다. 이게 뭐 새로운 현상도 아니고, 유럽의 홀로코스트 부인자, 일본의 위안부 부인자들이 늘 해왔던 짓거리다. 

    윤 의원은 “서울시정에서 페미니즘 관련 소모적 논쟁을 끝내고 미래의 생산적인 진전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지름길이 무엇일까요?”라고 묻고는 “바로 여성 서울시장의 등장이라고 생각한다”고 썼다. 그 ‘여성’은 성추행 2차 가해를 한 이들로 캠프를 꾸렸다. 그가 서울시장이 된다면 서울시청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문제의 책을 쓴 기자는 제 SNS에 “박 시장의 신원(伸寃)이 필요하다”고 썼단다. 결국 그들에게는 박영선의 당선이 곧 박원순의 한을 풀어주는 일인 셈이다. 여직원 시집 잘 보내려고 섹스까지 가르쳐주시는 자상하신 우리 시장님께서 돌아오실 모양이다. 빙의된 여성의 몸을 빌려서. 박영선이 곧 박원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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