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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선 개입, 김정은 도박 시작됐다[백승주 칼럼]

유권자 친화적 대남정책, 사이버 여론조작, 南 혁명역량 활용

  • 백승주 국민대 석좌교수·전 국회의원 kidabsj@gmail.com

한국 대선 개입, 김정은 도박 시작됐다[백승주 칼럼]

  • ● 北 대선 개입은 대남정책 꽃놀이패
    ● 정치적 기회 확대 위한 북한의 대선 개입 욕구
    ● 보수정당 반대, 재집권 지원, 친북 세력 영향력 확대
    ● 선거 개입 탄로 나도 따질 수 없는 남북 특수성
    ● 韓 대통령이 만든 김정은 정치의 쪽박과 대박
    ● 남북관계를 대선 활용하려는 유혹 끊어내야
    ● 대선 개입해 정치 이익 도모하려는 동기 소멸시켜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월 24~27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제1차 조선인민군 지휘관·정치일꾼 강습회를 주재하면서 “적대세력들이 광신적이고 집요한 각종 침략전쟁 연습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월 24~27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제1차 조선인민군 지휘관·정치일꾼 강습회를 주재하면서 “적대세력들이 광신적이고 집요한 각종 침략전쟁 연습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

2011년 12월 17일 북한 국방위원장 김정일 사망 이후 권력을 승계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은 자신의 권력을 확대하는 관점에서, 북한 체제의 목적 달성이라는 관점에서 3명의 한국 대통령을 상대해 왔다.

김정은 개인의 정치적 목적은 무소불위의 왕조 권력을 확대·재생산해 소위 백두혈통에게 권력의 바통을 넘기는 데 있고, 북한 체제 차원의 목적은 한반도 질서를 쥐락펴락하고, 종국적으로 한반도 전체를 북측 체제로 전환하는 데 있다. 김정은이 상대한 세 명의 우리 대통령 중에서 김정은은 정치적 위기를 준 대통령과 정당, 정치적 기회를 준 대통령을 간명하게 구별할 것이다. 한국 대통령이 김정은 체제의 내구력과 위기, 기회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상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상되는 정치적 리스크를 억제하고, 정치적 기회를 증대시키기 위한 대한민국 대선에 개입하려는 욕구는 여전히 꿈틀거린다. 이는 김정은에게 도박이라고 할 수 있다. 설사 대선 선거 개입이 탄로 나더라도 우리 정부가 따질 수 없는 남북관계 특수 상황을 감안하면 손해 볼 것 없는 ‘갬블’이자 종국적으로는 꽃놀이패다.

지난 10여 년간 김정은 집권 기간 중 한국 대통령 때문에 김정은은 정치적 쪽박을 찬 적도 있고, 대박을 만든 경험도 있다. 김정은에게 정치적 쪽박, 즉 위기를 가져다준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김정은은 2015년 8월 목함지뢰 도발(2015년 8월 4일 대한민국 육군 제1보병사단 예하 수색대대 부사관 2명이 비무장지대의 아군 추진철책 통로에서 북한군의 목함지뢰를 밟아 중상을 입은 사건)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에 고위급 대화를 먼저 간청했고, 목함지뢰 도발을 공개적으로 시인하고 사과했다. 김정은이 최고 권력자가 된 지 불과 4년 6개월 만에 북한 지도자가 굴복한 사건이었다. 북한 체제 내재적으로 보면 김정은의 권위가 집권 이후 가장 손상된 사건이었다.

韓 대통령이 만든 김정은 정치의 쪽박과 대박

2015년 8월 4일 도발 직후 북한은 도발을 부인한다. 박근혜 정부는 도발 책임을 물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며 응징에 나섰고, 김정은은 ‘전투준비태세 명령’이란 전쟁 위협으로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위기 상황에서 2015년 8월 21일 북측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사태 수습’을 위한 대화를 김관진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제의했고, 같은 날 우리 측이 수정 제의했다. 8월 22일 우리 측 국가안보실장·통일부 장관, 북한 측 총정치국장·통일전선부장 간 회담으로 재차 수정 제의하는 절차를 거쳐 회담이 성사됐고, 2015년 8월 22~24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총 24차례 회의를 열고 합의서를 만들었다. 남북은 △남북 당국회담 조기 개최 △북측 유감 표명 △대북확성기방송 중단, △북측 준전시상태 해제 △이산가족 상봉 △민간교류 활성화 등에 합의했다.

합의 내용 중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한다”는 내용을 담았는데, 이는 사실상 북한으로서는 항복에 가까운 태도였다. 분단 이후 수많은 도발을 하고도 우리 정부에 대해 도발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1976년 8·18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이후 북측 김일성이 미국에 대해 비슷한 수준의 유감을 표명한 적은 있지만 대한민국 정부에 대해 도발을 시인하고 유감을 표한 적은 없다.



당시 국방부 차관으로 회담 전 과정을 지켜본 필자는 합의 직후인 2015년 8월 말 일본 교토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도발 시인 및 유감 표명으로) 북측 김정은이 감당해야 할 정치적 수모감 때문에 북한이 곧 도발할 것”이라고 했다. 당시 많은 언론은 회담 합의 분위기에서 현직 국방부 차관이 “찬물을 끼얹었다”고 비판했지만, 북한은 합의 내용을 전혀 지키지 않았고 합의 이후 불과 4개월 뒤인 2016년 1월에 4차 핵실험을 하는 등 고강도 대남 도발을 감행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그 의도와 관계없이, 결과적으로 김정은의 정치적 위상을 국내외적으로 공고하게 만든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과 세 차례 정상회담을 했는데, 정상회담 자체가 김정은의 국제 정치와 한반도 정치에서 차지하는 지분을 크게 보이게 만들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에 대해 “매우 솔직하고 의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보여줬다” “국제적인 감각도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간 회담을 성사시키는 데 일조함으로써 김정은의 한반도 내 영향력, 국제정치적 위상을 크게 업그레이드시켰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을 상대로 정치적 대박을 얻는 대남정책을 했다고 스스로 평가할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북한을 통치해 온 김정은의 처지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누구냐에 따라 정치적 쪽박을 감당하기도 하고, 정치적 대박을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절절하게 알게 된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으로서는 차기 대선에 관여해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정부를 출범시키고 싶은 마음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한국 대선에 개입하는 현실적 이유다.

김정은이 파악한 한국 대선 정국

‘조선중앙통신사’는 대남 정세 관련 자료를 ‘참고통신’ ‘자료통신’ ‘참고신문’ ‘남조선 참고신문’ ‘자료통신’ 등의 이름으로 발간해 북한 간부들에게 배포한다. 우리 사회에서 유통되는 주요 언론의 방송 및 보도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북한 지도자들은 우리 언론의 주요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대통령과 주요 인물 등 정치권 동정을 더욱 상세하게 분석해 중앙당 부부장급 이상 간부들에게 배포한다. 김정은과 북한 노동당 간부들은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는 대선 정국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 사회 주요 기관에 침투한 북한식 휴민트(HUMINT·인적 네트워크)가 실시간으로 정국 동향을 북측에 보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우리 수사기관이 밝힌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영장청구서에 따르면, 북한 노동당 대남선전부 문화교류국이 한국 사회 내부의 북한 휴민트 보고 채널 중 하나로 확인되고 있다.

북한은 대선에 출마한 대통령 후보들의 대북관과 동북아 정세관을 비교하고, 아울러 주요 정당의 대북관을 검토한 뒤 북한 체제에 최적인 후보들의 우선순위를 정해 마오쩌둥의 ‘모순론(矛盾論)’ 입장에서 평가할 것이다. 모순론은 마오쩌둥이 국민당과 연합해 항일투쟁을 하면서 중국공산당의 정치 역량을 기적적으로 급성장시킨 정치 이론이다.

마오쩌둥은 두 개의 이론, 즉 적대적 모순과 비적대적 모순, 큰 모순과 작은 모순이 존재할 때 적대적 모순 해결과 큰 모순 해결에 우선해 정치투쟁을 해야 한다고 했다. 과거 중국과 일본의 모순은 적대적 모순, 큰 모순이기 때문에 중국 국민당과 연합전선을 구성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북한은 본질적으로 대한민국과 북한의 관계를 적대적 모순, 큰 모순 관계로 본다. 그래서 종국적으로 정당과 관계없이 대한민국의 소멸,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모순 관계 해소로 인식하는 것이다.

모순론적 관점에서 북한의 대선 개입은 크게 세 가지 기본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첫째, 김정은 체제에 위기를 준 보수 계열 정당의 재집권을 결사적으로 막으려 할 것이다. 둘째, 정치적 ‘대박’을 만들어준 현 집권 여당의 재집권에 우호적이며, 가능하면 집권 여당 재집권을 지원할 방안을 찾을 것이다. 셋째, 집권 여당 내에 북측이 대한민국 내부에 구축한 친북 세력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 것이다.

유권자 친화적 대남정책, 여론조작, 南 혁명 역량 활용

북한 역시 한국의 대통령은 주요 정당 후보 중에서 당선자가 나올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주요 정당 후보가 선정되는 단계에서부터 개입 필요성을 느낀다. 개입 방법은 대한민국 유권자 친화적인 대남정책을 펴고, 사이버 전력을 활용한 여론조작, 남한 내 혁명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대한민국 국민 정서에 맞는 유권자 친화적 대남정책은 남북관계, 북핵 문제, 북한 도발 등에 대한 국민의 정서를 활용할 것이다. 국민들은 기억의 유통기간이 지난 북한의 과거 도발을 잊어버리고 남북관계에서 대결보다는 평화를 원한다. 김정은과 북한 체제의 핵 보유 의지를 잘 알면서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목말라한다. 북한 도발에 대해 분노하면서도 도발 응징이 초래할 불안을 두려워한다. 북한 당국은 이러한 국민 정서를 감안해 대선 기간 중 대남정책을 다음 몇 가지 방향으로 전개할 것이다.

우선, 대선이 진행되는 동안에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 등 남북관계 정상화 노력에 협조할 것이다. 북한에 우호적인 정치세력과 비밀 거래도 모색하면서 대선 이후 ‘전리품’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이 주도하는 새로운 북풍이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동시에 국민들이 북한에 대한 나쁜 감정이 커지지 않도록 도발을 절제할 것이다. 1987년 KAL기 폭파사건이 이후 북한은 대선에 미친 나쁜 영향을 기억하고 있다. 핵 문제 등에서도 강경한 입장 보다는 ‘어젠다 패싱’으로 새로운 관심 유발을 피한다는 전략을 펼 것으로 분석된다. 핵 문제에 대해서는 한반도 비핵화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핵 보유 의지를 일시적으로 은폐할 공산이 크다. 극단적으로는 핵 폐기에 대해 이전에 없는 표현으로 ‘핵 폐기 로드맵’을 일방적으로 발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실천의지는 전혀 없음은 물론이다.

사이버 전력을 활용해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 적극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7000여 명의 북한 사이버 전사들은 해킹 등 공격 능력에 대해서는 이미 국제적 검증을 받은 터이다. 북한의 주요 사이버 전사들이 주요 대선 후보들의 ‘신상털기’를 통해 북한에 비우호적 후보에 불리한 정보를 불법적으로 광범위하게 유통시킬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여론 형성에 영향을 주는 댓글 달기 등에도 적극 참여할 것이다. 해킹을 통해 적대적 보수 후보의 캠프 기능을 방해할 가능성도 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이 지난 대선에서 활용한 것으로 드러난 ‘매크로 기능’을 이용해 여론조사에 개입할 경우 여론을 크게 왜곡할 수 있다.

끝으로 북한은 체제 수립 이후 지속적으로 한반도 전체 공산화를 위해 3대혁명 역량을 강조해 왔다. 북한 내 혁명 역량, 국제 혁명 역량, 한국 내 혁명 역량이 그것이다. 최근 검거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사건에서 보듯이 한국정치에서 차지하는 시민단체(NGO) 영향력을 적극 활용해 한국 사회 내 북한 혁명 역량을 축적시키는 정치공작을 지속하고 있다. 그들은 기존 시민단체 간부로 침투하거나 새로운 정치단체를 결성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면서 정치적 지분을 확대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충북동지회 같은 수많은 정치단체, 포럼, 연구소 관계자들을 만나 친북 인사들의 정치권 진입을 지지해 나갈 것이다.

21대 총선 직전인 2020년 4월 5일 북한 문화교류국이 ‘충북동지회’에 하달한 다음 내용(영장청구문 인용)은 북한의 대선 개입 기본 방침이 될 것이다.

“총선의 기본 목표는 친미우익 보수세력을 확고히 제압하고, 진보민주개혁세력이 압도적 승리를 이룩하는 것과 함께 합법적 진보정당인 민중당의 조직 사상적·대중적 기반을 더욱 공고히 다지는 것이다.”

주요 정당의 대선후보가 확정되면 북측은 그들이 파악한 우리 사회의 노동자·농민·청년학생·종교 등 합법적인 대중운동 단체들과 일시적 연합전선을 형성해 보수세력의 집권을 막는 데 혁명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대선 개입은 미래형이 아닌 진행형

지난해 6월 19일 오전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폭파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잔해물과 충격으로 훼손된 개성공단지원센터가 선명하게 보인다. [뉴스1]

지난해 6월 19일 오전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폭파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잔해물과 충격으로 훼손된 개성공단지원센터가 선명하게 보인다. [뉴스1]

2021년 7월 28일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북남 수뇌들께선 여러 차례 주고받으신 친서를 통해 통신연락 통로들을 복원함으로써 호상 신뢰를 회복하고 화해를 도모하는 큰 걸음을 내짚는 데 대해 합의했다”고 밝혔다. 직후에 남북한 군 통신선은 복원됐다. 8월 1일 북한 김정은의 여동생이자 당 부부장인 김여정은 조선중앙통신 담화를 통해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했다.

그렇다면 대선 정국에서 군 통신선을 복원하고,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한 행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김정은은 스스로 “신뢰회복과 화해 도모를 위한 큰 걸음”이라고 규정했고,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를 복원하려는 대통령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셀프 칭찬을 하고 있다. 양측 입장을 종합하면 김정은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문 대통령과 ‘새로운 큰 걸음’을 위해 깊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통신선 복원은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다.

김정은은 정서친화형 통신선 복구 조치를 통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도발 이미지를 ‘물타기’ 하는 영상 정치를 통해 자연스럽게 대선 정국에 북한 변수를 녹아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김여정은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면서 특정 정치세력과 당당하게 거래하고자 한다. 이러한 북한의 조치에 대한 우호적인 정당과 후보, 적대적인 정당과 후보는 자연스럽게 식별된다. 통신선 복원, 한미연합훈련 중단 요구를 통해 북측은 대선에 영향을 주려 하고 있고, 이는 김정은의 대선 개입은 미래형이 아니라 현재형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북한 공작원 지령을 받고 미국 스텔스 전투기 F-35A 도입 반대 활동을 벌인 혐의를 받는 청주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8월 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받기을 위해 청주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북한 공작원 지령을 받고 미국 스텔스 전투기 F-35A 도입 반대 활동을 벌인 혐의를 받는 청주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8월 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받기을 위해 청주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한국의 대응 전략

‘아무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김동식 씨가 쓴 책 제목이다. 김씨는 1990년 5월에 남파돼 그해 10월 북한에 복귀했는데, 남파 기간에 운동권 인사 포섭 등 공작 업무를 완수했다. 1995년에 다시 남파돼 같은 활동을 하다가 체포됐다. ‘아무도 신고하지 않았다’라는 그의 책 제목은 북한 당국의 정치공작이 ‘매우 은밀히’ 작동하고 있다는 점과, 한국 사회의 ‘무감각’을 중어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의 책에 나온 진단 속에 우리가 찾는 ‘해답’이 있다.

그것은 첫째, 국가정보원 등 안보 당국이 은밀히 작동하는 그들의 ‘공작 실체’를 좀 더 밀착해서 찾아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는 초당적 조치가 필요하다. 여야 대선후보들이 공동으로 대응할 기구를 만들고, ‘신상필벌의 원칙’을 천명해야 한다. 특히 사이버 사령부 등 사이버 보안 관련 기관들은 북측의 사이버상 대선 개입을 차단하는 데 국민주권을 수호한다는 소명감으로 대응해야 한다. ‘충북동지회’를 수사한 인물들이 영웅으로 평가받는 시기가 있을 것이다.

여기에 우리 정부 스스로 남북관계를 대선에 활용하려는 유혹을 끊어내야 한다. 남은 임기 중에 할 수 없는 새로운 남북 합의 체결 등은 남북관계 발전에 약이 되는 게 아니라 독이 될 뿐이다.

한국의 대통령이 누가 되든 김정은이 우리 대선에 개입해 정치 이익을 도모하려는 동기를 소멸시키는 것이 북한의 도박에 독박을 씌우는 길이다.

#북한대선개입 #남북정상회담 #김정은 #문재인 #신동아

백승주
● 1961년 출생
● 부산대 정외과 졸업, 경북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 現 국민대 석좌교수
● 前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 前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중국 베이징대 방문교수
● 前 국방부 차관, 20대 국회의원
● 저서 : 백승주 박사의 외교이야기 外



신동아 2021년 9월호

백승주 국민대 석좌교수·전 국회의원 kidabs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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