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호

텅 빈 중원…잃을 게 없는 김동연의 대박 투자?

“민주·국힘 경선 끝난 11~12월 지지율 반사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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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1-09-2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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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安, 국힘과 재차 합당 게임 가능성

    • 보수와 ‘밀당’…제3지대 상징성 잃을지도

    • 金, 스타트업 표방해서 몸집 가벼워

    • 양당 이탈층 제3지대 경유할 가능성

    • 지지율 4~5%로 실세 총리 꿰찰 수도

    9월 13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카페 ‘하우스’에서 열린 ‘극중(克中)의 길, 민주공화국의 앞날’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두 사람은 중도의 중요성을 강조한 포럼에 나란히 지정토론자로 참석하며 관심을 모았다. 가운데는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뉴스1]

    9월 13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카페 ‘하우스’에서 열린 ‘극중(克中)의 길, 민주공화국의 앞날’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두 사람은 중도의 중요성을 강조한 포럼에 나란히 지정토론자로 참석하며 관심을 모았다. 가운데는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뉴스1]

    제3지대는 한국 대선의 중원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제3지대의 존재감은 어느 때보다 미약하다. 굵직한 제3후보감들은 일찌감치 야당 경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외곽 ‘빅2’로 꼽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약속이라도 한 듯 7월에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양당 바깥에서 대선을 치러내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거대 양당 전략가들은 으레 제3지대가 모래성이라 주장한다. 국민의힘 측이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의 입당을 설득하는 과정에도 “제3지대는 없다”는 논리가 활용됐다. 그러나 제3지대는 실체가 있다. 이들은 정치 성향으로는 중도에 가깝다. 정당에 대한 일체감이 낮고 ‘팬덤 정치’에 특히 거부감을 나타낸다. 정부·여당에 실망했지만 ‘국민의힘도 싫다’는 정서는 여론조사를 통해 또렷이 잡힌다.

    보수 本山과 제3지대 사이의 줄타기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9월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3%로 직전 주와 같았고,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28%로 전주 대비 1%포인트 내렸다. 그런데 무당층은 28%로 1주 전보다 3%포인트가 늘었다. 무당층 수치와 국민의힘 지지도가 동일하다.

    이번엔 시곗바늘을 9년 전으로 돌려보자. 2012년 9월 23일 발표된 국민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밝힌 응답자 비율은 40.5%로 새누리당(32.5%)과 민주통합당(25.0%)을 크게 웃돌았다. 당시는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무소속 신분으로 대선에 뛰어들었을 때다. 같은 조사에 의하면 안 후보 지지자 중 무당층 비율은 55.1%였다.(‘국민일보’, 2012년 9월 24일, “지지 정당 없다” 40.5% ‘안철수 현상’이 무당파 키워’ 제하 기사 참조)

    하지만 안 대표의 스탠스는 2012년과 미묘하게 달라졌다. 여전히 양당에 몸담고 있지는 않으나, 지난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과 합당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결국 합당은 불발됐지만, 11월 이후 당대표 권한을 넘겨받게 될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재차 담판에 나설 수 있다.



    안 대표로서는 합당 협상을 하면서 제3지대의 상징 자본을 잃었다는 점이 뼈아프다. 대선 불출마 선언을 번복해 대선판에 뛰어들더라도 야당과의 협상용이라는 의혹에 휩싸일 공산이 크다. 이미 무당층 유권자의 상당수는 안 대표를 제3지대의 대표주자라기보다는 국민의힘과 ‘밀당’하는 사람으로 본다.

    이 와중에 국민의당 내 일각에서는 현실론 때문에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 내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기호 4번(국민의당)보다는 기호 2번(국민의힘)을 원하는 출마 예정자들이다. 조직력을 유지하려면 지난 총선과 마찬가지로 비례대표 후보만 공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즉 안 대표는 보수 본산(本山)과 제3지대 사이에서 묘하게 줄타기를 해야 할 상황이다.

    그래서 주목받는 인물이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안 대표에 비하면 김 전 부총리의 몸집은 가볍다. 혈혈단신이라 존재감은 약하지만 대신 책임져야 할 조직이 없다. 그렇다 보니 잃을 게 없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 참여했지만 정권 이너 서클(Inner Circle)과는 색채를 달리해 왔다.

    출마 방식도 색다르다. 그는 9월 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조직도, 돈도, 세력도 없지만 정치판을 바꾸고 정치세력을 교체하기 위해 정치판의 기존 세력과 맞서는 스타트업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또 “진보와 보수 모두 의지도 능력도 부족하다”면서 제3지대 후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거대 양당에서 튕겨 나오는 유권자

    여야에서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이 벌어지는 점은 제3지대의 운명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경기지사 지지층과 이낙연 전 대표 지지층 사이에 균열선이 형성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최근까지도 “민주당답게 흠 없는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9월 13일, 국회 소통관)면서 이 지사의 도덕성을 공박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상승세를 탄 홍준표 의원이 윤 전 총장을 겨냥해 “우리 진영을 궤멸시키고자 앞장섰던 분”(9월 8일, ‘신동아’ 인터뷰)이라 공세를 폈다.

    경선 경쟁이 과열되면서 양당 지지층의 응집력도 약화하는 모양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 의뢰로 8월 27~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지지 후보가 최종 후보가 되지 못할 경우 같은 당의 최종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66.2%로,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75.5%로 집계됐다. 민주당 지지층의 이완 가능성이 더 크지만, 민주당 경선이 먼저 진행됐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이하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는 양당 경선이 끝났을 때 제3지대로 튕겨 나오는 유권자층이 나타나리라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누가 최종 후보가 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지지층을) 하나로 만들기는 어렵다. 양당 공히 이탈층이 생긴다”면서 “이들은 본선 때 다시 (지지 정당으로) 돌아갈 수는 있지만 일정하게 머물 공간이 필요하다. 이에 양당 경선이 마무리되는 11~12월에 제3지대 후보가 지지율 상승이라는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겨울 한철의 일시적 지지율 상승인 셈이지만 효과는 무시하기 어렵다. 구도 때문이다. 이번 대선은 진영 간 양자 대결로 치러진 2002년 대선(노무현 vs 이회창)과 2012년 대선(박근혜 vs 문재인)을 빼닮았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간 승부는 불과 2.3%포인트 차로 갈렸다. 2012년 대선의 경우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3.53%포인트라는 간발의 차로 앞섰다.

    8월 20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충북 음성군 음성읍 행정복지센터에서 지역 주민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대선 출마 뜻을 밝히고 있다. [뉴스1]

    8월 20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충북 음성군 음성읍 행정복지센터에서 지역 주민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대선 출마 뜻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자산이 없어도 성공하는 법

    2022년 대선 역시 2~5%포인트 내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 경우 지지율이 4~5%에만 안착해도 몸값이 치솟는다. 여론조사상 한 자릿수 지지율로 연립정권의 한 축을 확보한 1997년 JP(김종필 전 국무총리) 모델이 재연될 수 있다. 만약 그 주인공이 김동연 전 부총리가 된다면, 자산이 없는데도 대박 투자를 실현한 성공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윤석열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으로 당선권의 제3지대는 사라졌다”면서도 “안철수 대표나 김동연 전 부총리는 캐스팅보트만 쥘 수 있어도 정치적 승리라 평가받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야 박빙 승부에서 제3후보와 정의당 후보의 지지율이 합계 10%를 기록하면 양당 다 신경 쓰일 것”이라고 했다.

    #제3지대 #김동연 #안철수 #캐스팅보트 #신동아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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