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호

[단독] 천공 “난 尹 멘토 아니다. 총장 때 부인이 데려와 두세 번 만났을 뿐”

윤석열 멘토 논란 ‘천공스승’ 직문직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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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1-11-23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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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정 제네시스 대형 세단 타고 온 道人

    • 나는 주술하고 도술 쓰는 사람 아니다

    • 강연 참석자 급증해 제자가 주식회사 설립

    • 70만 원짜리 강연도…경찰·검찰도 참석

    • 김건희가 유튜브 보고 ‘뵙고 싶다’ 연락

    • 만나는 날 부부 함께 나와…尹 “고맙다”더라

    • 추미애와 갈등할 때 “명분 있게 사퇴” 조언

    • 尹 부부와 연락 끊겼지만 서운하진 않아

    지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큰 화제가 된 천공스승이 11월 10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사옥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지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큰 화제가 된 천공스승이 11월 10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사옥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대통령이 되겠다고 출마하셨는데 이런 황당한 사람이 이런 헛소리를 하면 명예훼손으로 고발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유승민) “아니 그걸 재미로도 볼 수 있는 거지.”(윤석열)

    지난 10월 11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호남 합동토론회. 유승민 전 의원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날 선 언쟁을 벌였다. 유 전 의원이 언급한 ‘황당한 사람’은 천공스승(이하 천공)이다. 천공이 유튜브에 올리는 영상의 명칭은 ‘정법강의’다. 천공은 유 전 의원이 TV로 생중계되는 토론에서 “윤 전 총장의 멘토를 자처하는 분”이라 언급해 유명세를 탔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11월 15일 YTN 라디오에 나와 “(윤 후보가) 천공이라는 (무속인에게) 터무니없는 정치적 조언을 받아 정치 욕심을 현실화했다”고 맹비난했다.

    대체 그는 누구일까. 종교인인가, 역술인인가 혹은 유튜버인가. 일국의 검찰총장은 왜 그를 만났던 걸까. 혹 만났다면 공무(公務)에 대해서도 물었을까. 그게 아니라면 둘은 무슨 얘기를 나눴을까. 추측과 뜬소문만 무성할 뿐 명쾌하게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의문을 모두 풀어줄 사람은 논란의 당사자인 천공 자신뿐이다.

    그는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렸다. 11월 3일, 그와 가깝다는 J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J씨는 ‘윤석열 멘토 논란’이 불거진 뒤 “언론에서 엄청나게 전화를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천공을 만나게 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는 거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이 야당 후보가 되면 또 천공 선생이 입방아에 오를 것”이라며 걱정했다. 기자는 “해석은 삼가고 독자들이 판단토록 하겠다”는 말과 함께 인터뷰를 주선해 달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정해진 날짜가 11월 10일이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되고 닷새가 지난 뒤다.

    약속 당일, 천공은 수행비서가 운전하는 검정 제네시스 대형 세단을 타고 나타났다. 질문거리를 찾기 위해 그의 유튜브 영상을 수없이 본 터라 ‘도인’ 같은 외양이 낯설지 않았다. 미리 질의서를 보냈는데, 그는 “질의서를 보니 취조당하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웃으며 꺼낸 말이었지만 실은 속내가 들켰나 싶었다. 이미 기자는 “유력 대선후보의 멘토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그가 공적(公的) 검증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던 차였다.



    이 인터뷰는 크게 두 축으로 이뤄져 있다. 전반부는 ‘그는 누구인가’를 확인해 보는 단계다. 후반부에서는 그와 윤석열 후보 부부와의 관계를 파악한다. 인터뷰는 90분간 진행됐는데, 그의 일부 발언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가급적 기자의 판단을 서술하지 않으려 했다. 단, 그의 발언에서 모순이 드러날 경우에 한해 불가피하게 개입했다.

    “주민등록상 1956년생인데 실제 나이는 몰라”

    - 인터넷상에는 선생이 1956년생이라고도 하고 1964년생이라고도 합니다. 또 대구에서 태어나 고아원에서 자라다 초등학교 2학년 중퇴 후, 신불산 홍류 폭포 아래에서 17년간 수련 후 득도했다고도 나옵니다.

    “뒤죽박죽 섞여 이상하게 돼 있는데, 주민등록상으로는 1956년생입니다. 4살 때 고아원에 들어갔고, 고아원에서 주민등록 신고를 했으니 내 나이를 정확히는 모르죠. 나중에 추적해서 찾으니 대구 약전골목, 그쪽이 계산동이죠. 거기서 태어난 것 같아요. 자라기는 부산서 자랐어요. 6살 때부터 돈 벌려고 신문배달부터 신문팔이, 껌팔이, 구두닦이를 했죠. 초등학교 2학년 때 선생하고 트러블이 생겨 그때부터 책을 안 봤습니다.”

    - 그때 학교를 그만둔 건가요.

    “학교를 그만둔 건 아니고 책을 안 들고 학교를 다닌 거죠. 그때부터 글을 안 봤으니 지식(습득)을 끝내 버린 셈이죠. 신문팔이하면서 글을 다시 배웠어요.”

    - 신불산 홍류 폭포에서 17년간 수련했다는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이 끝나는 가을에 산에 들어갔고 세상하고 등졌죠.”

    - 산에서의 생활은 어땠습니까.

    “그냥 살았죠. 집 짓고 산 게 아니고 돌 바구니 밑에서 자면서 산 생활이 시작됐죠. 세상이 싫어 산에 죽으러 들어갔어요. 들어가서 내가 얼마나 못났는지를 알았죠. 그래서 못 죽었어요. 못났음을 알고 ‘산 거러지’가 돼버린 거지. 몇 년을 산에서 지내면서 수행이 시작됐죠.”

    - 산에서 내려오고 바로 정법강의를 시작한 건 아니네요.

    “사회와 산천을 둘러보는 기간이 있었죠. 그때 (내가) 도와준 사람들 사이에 소문이 나서 강의가 시작됐죠. 법문이라고 하니까 자꾸 불교라고 생각하기에 법문 대신 강의라는 명칭을 쓰자 해서 정법강의가 된 거예요.”

    - 특별법문이라는 표현을 쓰기에 불교와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특별법문은 특별강의죠. 나는 사람을 가르치지, 주술하고 도술 쓰는 사람은 아니에요. ‘바르게 살면 어려움이 풀린다’고 가르치는 겁니다.”

    - 이름이 진정에서 천공으로 바뀌었던데, 이유가 있습니까.

    “이렇게 얘기하면 또 이상하게 돌아갈 수 있는데…(웃음). 산에서 공부를 마칠 즈음 자연스레 호(號)가 내려왔습니다. 몸으로 팍 들어오는 이름이 있었는데, 천공이에요. 천공을 하늘에서 받아서 (산에서) 나왔죠. 산천을 다니다보니 천공이라는 이름을 (사람들이) 이상하게 써요.”

    - 어떻게 쓰던가요?

    “천공 도사…. 이름이 괴팍스럽게 됐구나 싶었죠. 천공이라는 이름을 자연에 올렸습니다. 그 뒤에 진정을 임시로 쓰기로 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줬죠. 스승은 내가 자처한 게 아니고, 사람들이 ‘스승님’ 하고 따라서 스승이 된 거고. 원 호(號)는 천공이죠.”

    “목사님, 수녀님 오고 원불교에서도 오고”

    - 정법강의는 오프라인에서도 진행하던데요. 장소 마련 비용 등 재정적 부담은 없습니까.

    “재정은 공부하러 오는 사람들이 마련해요. 처음 모일 때는 돈 안 받았어요. 공부하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내겠다고 해서 한 번 모일 때 3만 원씩 낸 적이 있어요. 나는 (제자들이 돈을 모으겠다니) ‘그렇게 해봐라’ 이 말은 했어요. 시간이 지나 5만 원, 10만 원 냈다가 (후에는) 너무 많이 오니 관리하는 사람이 있어야겠다 싶어 제자가 ‘정법시대’라는 회사를 만듭니다. 돈이 들어오면 출처가 있어야 하고 세금도 내야 하니까요.”

    ‘정법시대’는 사업자등록번호까지 있는 주식회사다. 홈페이지는 물론 구글스토어(안드로이드)와 앱스토어(아이폰)에 애플리케이션까지 출시했다. 그는 회사를 “제자가 만들었다”고 표현했는데, 실제 대표자 명의는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

    - 한 번 강의하면 몇 명이 참석합니까.

    “2000명까지도 오니 ‘정법시대’에서 호텔 컨벤션 같은 데를 빌렸어요. 그런데 (참석 비용이) 너무 싸고 사람도 많이 오니 질문의 질이 낮아요. 그래서 특별강의로 50만 원 하는 강연, 70만 원 하는 강연도 만들었죠. 전부 ‘정법시대’에서 하는 거지, 내가 하는 것은 아니에요.”

    - 참석자 중 대기업 임원과 국립대 교수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그런 분들은 3~4년간 유튜브로 강의를 듣다가 ‘먼발치에서라도 뵐 수 있는지’ 물으면서 와요. 경찰, 검찰 할 것 없이 많이 오죠.”

    - 구체적으로 어떤 분들인지 소개해 줄 수 있습니까.

    “그건 내가 이야기를 못 하죠.”

    - 스님 등 다른 종교인들도 온다고 하던데요.

    “목사님, 수녀님도 오고 원불교에서도 오고. 많죠.”

    - 유튜브를 보니 “신을 부린다” “신이 사고 친다”는 표현을 쓰던데 무슨 의미입니까.

    “인간도 사고 치고 신도 사고 치죠. 나는 뭐든 접하니까 신들도 접하죠. 신을 부리는 게 신을 운용한다는 뜻이에요. 우리가 신들을 몰라서 그런데, 신이 약하거든요. 그렇게 하다가 속이고 거짓말 치기도 하고.”

    - 신이 인간에게 말인가요?

    “예. (신을) 잡아내 가지고 지도해야죠.”

    - 2017년 5월 유튜브에서는 “신체마비 환자가 나를 두 번 만난 뒤 완쾌돼, 기어 올라왔던 산을 뛰어서 내려갔다”고 했던데요.

    “그 사람이 와상풍인가를 맞아서 (나를 찾아) 산에 왔는데, ‘내가 너를 살릴 재주는 없다’고 말했어요. 병 고치는 데가 아니라고 했죠. 그러다 불쌍해서 가르칩니다. ‘네가 왜 그리 아픈 줄 아느냐. 많은 사람이 너를 따랐는데 그 사람들이 고통스러울 때 네가 뭘 했느냐’ 이런 내용을 풀어줬어요.(그는 ‘풀어준다’는 표현을 자주 썼다.) 이 사람이 펑펑 울었어요. 하루이틀 지나 또 올라왔기에 깊은 공부를 시킵니다. 고맙다고 절을 하고 내려갔어요. 산 중턱에서 병이 낫고 (산 밑에) 내려가서 소문내고 사람을 몰고 오기 시작했죠. 그래서 내가 산에서 도시로 발을 옮기게 된 겁니다.”

    그의 발언을 있는 그대로 옮기긴 했으나, 사실 와상풍은 주로 한의학에서 구안와사(안면마비 현상)를 이를 때 쓰는 표현이다.

    - 유튜브에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를 망라하던데, 공부는 어떻게 합니까.

    “또 말을 이렇게 하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는데…(웃음). 곤란한 내용은 빼버리세요. 나는 유체이탈을 해서 차원계에 들어가 역사에 대해 공부를 합니다. 나는 (산에서) 나오면서 ‘천지 아래 무엇이건 물어라’ ‘이 민족은 깨어나야 한다’ 이 두 개의 소리를 듣고 나온 사람이에요. 이 민족을 알고, 인류를 알고, 지구촌이 생긴 원리를 다 아니까 묻는 사람에게는 답하겠다는 겁니다. (내 강의를) 듣지도 않고 사이비라고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 정치권에서 미신·역술 논란에 휘말렸을 때 심정은 어땠습니까.

    “모르니까 그러는 거죠. 나를 아는 사람들은 그렇게 말 안 합니다. 윤석열 후보도 나를 두고 그렇게 말을 안 했거든요. 왜? 나를 알기 때문이죠. 유승민이라는 사람은 나를 모르는데 (여기저기서) 정보만 주워가지고 윤석열을 흠 내려고 나를 써먹었죠.”

    “尹, 누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 안 좋아해”

     천공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만나러 간 적은 없다. 부인을 만나기로 했을 때 윤 후보가 시간이 나면 동참했다”고 말했다. [박해윤 기자]

    천공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만나러 간 적은 없다. 부인을 만나기로 했을 때 윤 후보가 시간이 나면 동참했다”고 말했다. [박해윤 기자]

    - 처음에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선생을 찾아온 겁니까.

    “김건희 사모님이 유튜브로 정법강의를 몇 년 듣고 있었던가 봐요. ‘정법시대’로 한번 뵙고 싶다고 연락이 왔었나 봐요. 스승을 한번 뵐 수 있느냐 너무 부탁을 하니까….”

    그는 인터뷰에서 김건희 씨에 대해 주로 ‘김건희 사모님’이라 지칭했다. 반면 윤 후보에 대해서는 ‘윤 총장’ 혹은 ‘윤석열’이라는 불렀는데, 편의상 일부는 ‘윤 후보’로 수정했다.

    - 김씨가 본인을 누구라 소개하던가요.

    “문화 활동을 하는 분으로 알았죠. (김씨가) 나를 찾아온 게 아니고 내가 ‘어디로 가면 되겠느냐’고 해서 거기서 만났죠. 만나는 날 부부가 같이 왔어요.”

    - 그 시기가 언제입니까.

    “(윤 후보가) 검찰총장 할 때는 아니고 검찰 일 할 때인데…. 박영수 특검에서 수사팀장을 할 때죠.”

    - 그러면 2016년이네요.

    “(부부가) 같이 와서 인사를 나눴죠. (윤 후보가) 검찰에 있는지 몰랐어요. 소개할 때 보니까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좋은 일 하신다. 욕 본다’ 이랬어요. 이렇게 해서 인연이 됐죠. (부인과) 같이 만났으니 (윤 후보도) 물을 거 아닙니까. 그래서 (사리를) 분별할 수 있도록 풀어주죠. (검찰) 업무는 본인이 하는 것이지 내가 시킨 대로 하는 게 아니니까. 나는 원리를 가르치죠. 그렇게 조금 조언을 해줬어요. 빨라요. 잡아가는 게.”

    - 윤 후보가요?

    “네. 진리로 풀어주니까 (윤 후보 처지에서는) 탁 잡히죠. (윤 후보에게) 도움 됐으면 좋은 거잖아요.”

    - 윤 후보가 구체적으로 어떤 질문을 했고, 또 어떻게 풀어줬다는 겁니까.

    “그런 것은 내가 다 기억할 수 있나. (나는) 질문할 때마다 원리를 풀어주는 사람이니까.”

    - 당시 특검 수사팀장이던 윤 후보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직접 수사를 해야 하는 지 말아야 하는지를 놓고 선생께 조언을 구했습니까.

    “그건 조언받지 않았어요. 그때는 만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 대목은 모순적이다. 어떤 조언을 구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는데, 박 전 대통령 수사 여부에 대한 조언은 구하지 않았다고 분명히 답했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그와의 문답이다.

    - 아까 윤 후보를 만난 시기가 박영수 특검 수사팀장 하던 시기라고 말했는데….

    “탄핵 국면일 때 유튜브에 ‘신의 한수’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어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신의 한수’는 하야라고 설명해 놓은 게 있어요. 그 강의를 부인이 듣고는 (들어보라 권해서) 윤 후보가 몇 번 들었던 모양이에요. 윤 후보가 (나를 만났을 때) 도움 된 적이 있었다면서 ‘고맙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내가 가르치고 코치한 게 아니라, 윤 후보가 강의를 몇 개 들었는데 다 너무 좋았다는 거예요. 일하고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됐고, 분별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됐다 이런 이야기를 나눴죠.”

    - 선생은 일전에 윤 후보의 공부를 도와준다는 말을 한 적이 있잖습니까.

    “(부인이) 내 공부하는 사람이고 인연이 됐으니 어려울 때 연락이 올 것 아니에요? 윤 후보를 만나러 간 적은 없어요. 부인이 내 공부를 한 제자니까 나한테 도움받고 조언받는 건 당연하죠. 윤 후보는 시간이 날 때 (만남에) 동참했죠. 윤 후보는 자기 길이 아주 뚜렷한 사람이에요. 누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 직접 만나 보니 윤 후보는 어떤 사람이던가요.

    “굉장히 가정적이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날카롭게 누구를 잘라내는 사람이 아니라, 아주 부드러운 사람이에요.”

    - 김건희 씨는 만날 때 어떤 조언을 구해 왔습니까.

    “당시 진행하던 문화행사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지, 정치 이야기는 안 했어요.”

    “윤석열이 묻건 이재명이 묻건”

    - 김씨는 윤 후보에 비하면 베일에 가려 있는데요. 어떤 사람이던가요.

    “문화 활동을 하는 데 굉장히 재미를 느끼는 분이에요. 그런데 윤 후보의 자리가 높아지면서 주위 시선 때문에 행사를 많이 못 했죠. 그런 것을 많이 힘들어했어요. 그래서 내가 ‘세상 공부하는 게 아니겠느냐’ ‘높은 사람이 될 수록 외로워진다. 그걸 이겨내고 즐겨야 한다’ 이런 조언을 해줬어요. 또 ‘정법에 필요한 게 많을 테니, 남편과 식사 후에 차 마시면서 같이 들으면 도움이 될 거다. 이런 것을 내조라 하지 않느냐’라고 했습니다.”

    - 선생께서는 윤 후보의 멘토를 자처한 적이 없습니까.

    “나는 누구에게나 멘토이고 스승이죠. 내 공부를 하는 사람은 내가 도와야죠.”

    - ‘나는 윤석열의 멘토가 아니다. 누가 묻건 답을 할 뿐이다’라고 이해하면 됩니까.

    “윤석열이 물으면 답할 것이고, 이재명이 물으면 답할 것이고, 대통령이건 백성이건 도움받기 위해 온 사람은 내가 돕습니다. ‘윤석열 멘토’라며 한군데로 몰아붙일 일은 아니죠.”

    - 윤 후보가 손바닥에 ‘王(임금 왕)’ 자를 쓰고 대선후보 토론회에 나온 것은 선생님과 무관한 일입니까.

    “나한테 미리 말했으면 그런 짓 하지 말라고 했지. 우스운 짓이지. 재미로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윤 후보가) ‘미안합니다. 재미로 했습니다’라고 말했다면 오래가지는 않았을 거예요.”

    - 윤 후보가 검찰총장일 때 열흘에 한 번씩 만났습니까.

    “그건 아니고, 한 달에 두세 번 만났죠. 윤 후보를 일부러 만나러 간 것은 아니고, (부인을 만나러) 갔을 때 (윤 후보도) 같이 있으면 이말 저말 할 수 있죠. 검찰을 어떻게 (운영)하고 조사를 어떻게 하고 나는 그런 데에 관여하는 사람이 아니죠. 삶을 바르게 살도록 이끌어주는 사람이죠. ‘공인으로서 명분 있는 일만 해야 한다’ 이런 내용을 주로 조언해 줬지. 총장 시절 한참 힘들 때….”

    -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과 갈등할 때 말인가요.

    “사실 (정권이) 힘들게 했거든요. 딱 보면 힘든 기운이 보이잖아요. 그럴 때는 총장 때려치우고 싶을 때도 있죠. 내가 미리 눈치채고 한마디 했죠. ‘이 자리에 올 때도 명분 있게 와야 하고, 이 자리에서 그만둘 때도 명분이 있어야 한다. 진짜 그만둬야 할 것 같은 명분이 나올 거다. 그때 그만두면 되지. 지금 이럴까 저럴까 생각 말라’ 이렇게 조언한 정도지 뭐.”

    - 내년 대선에서 윤 후보의 운명은 어찌 된다고 봅니까.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됩니다. 되는데, 태만하면 될 것도 안 됩니다. 윤석열이라는 사람은 목젖에 숨이 닿도록 노력해야 그 자리를 얻습니다.”

    - 윤 후보는 선생을 두고 “모르니까 만났고, 그런 말이 언론을 통해 나오자마자 ‘이건 아니다’ 해서 이후 연락을 딱 끊었다”고 했는데, 서운하지 않습니까.

    “서운할 게 없죠. (다만) 코치해 줄 수 있는 방법은 없고. 본인 결단이니 열심히 잘하면 되죠.”

    여기에도 모순이 있다. 그는 앞서 윤 후보를 가르치거나 코치한 적이 없다고 했다. 윤 후보가 유튜브 강의를 듣고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설명대로라면 “그분을 뵌 적은 있다. 그러나 멘토라는 말은 과장됐다”(10월 5일)고 한 윤 후보의 항변에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한데 천공은 갑자기 “(윤 후보와 연락이 끊기자) 코치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윤 후보의 정적(政敵)들이 보기에 이런 한마디는 좋은 ‘먹잇감’일 것이다.

    그는 윤 후보 부부와 3월 이후에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3월 4일 인터넷 매체 ‘최보식의 언론’에 ‘‘윤석열 멘토’로 자처했던 한 도인(?)과의 만남’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도된 직후다.

    2019년 7월 25일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이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은 부인 김건희 씨. [청와대사진기자단]

    2019년 7월 25일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이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은 부인 김건희 씨. [청와대사진기자단]

    “김건희 사모님도 연락 못 하고…”

    - 윤 후보가 연락을 끊었다는 말은 실은 김건희 씨가 연락을 끊었다는 말이겠네요.

    “끊었다기보다는…. 나도 연락을 안 하고 김건희 사모님도 연락 못 하고 이렇게 돼가고 있는 관계죠. (김씨가) 사소한 일로 사람을 함부로 만나면 안 되니 그렇게 되는 거죠.”

    ‘천공 논란’에 대한 판단은 이제 언론과 윤 후보 캠프의 몫이 아니라, 이 인터뷰를 읽은 독자의 몫이다.


    #윤석열 #김건희 #천공스승 #멘토논란 #신동아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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