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호

윤석열 선대위에 잠재된 다섯 가지 뇌관

휴화산 ‘윤핵관 vs 김종인·이준석’ 內戰

  • 김대현 시사평론가·대현TV 운영자

    kimdaehyun15@gmail.com

    입력2021-12-21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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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핵관’ ‘김핵관’ ‘이핵관’의 병존

    • 김종인과 ‘파리 떼’의 2차 주도권 전투

    • 대선 자금 주무르는 이준석 홍보본부장

    • 안철수를 바라보는 당내 두 개의 시선

    • 선대위 인사도 접근 안 되는 김건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운데)가 2021년 12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의 1차 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운데)가 2021년 12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의 1차 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의 실체는? 이 물음에 대한 고찰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이해하는 출발점이다. 윤핵관의 실체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윤핵관 논란’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로 인해 비롯됐다. 이 대표는 윤핵관이 자신을 매도한다면서 공개 저격에 나섰다. 그는 2021년 11월 29일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라는 글을 남기고 잠적했다가 며칠 뒤 복귀했다. 이튿날부터는 일부 측근을 대동하고 부산과 전남 순천·여수, 제주를 떠돌았다. 휴대폰 전원은 꺼버렸다. 이 대표의 돌출 행동은 모두 ‘윤핵관’ 때문으로 해석됐다.

    대선을 100일여 남긴 시기에 벌어진 ‘이준석의 가출’에 정치 초보 윤석열은 무덤덤했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대표가 직접 윤 후보를 만나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접촉 시도조차 없었다고 한다. 윤 후보는 이 대표를 향해 “‘리프레시’ 했으면 한다. 때가 되면 돌아올 것”이라고도 했다.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뉘앙스가 담긴 발언이다.

    윤핵관은 ‘가상의 적’일지도 모른다

    잠행 중이던 이 대표는 언론과 접촉하며 윤 후보와의 긴장을 극대화했다. 잠행 이틀째 되던 날 “당대표는 대통령 후보의 부하가 아니다”라면서 각을 세웠고, 그다음 날에는 윤핵관을 인사 조치하라는 요구까지 했다. 이 대표의 언론 인터뷰 발언이다.

    “윤 후보가 배석한 자리에서 ‘이준석이 홍보비를 해 먹으려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인사에 대해 인사 조치가 있어야 될 것으로 본다. 제가 언론에 부연하지 않는 이유는 아직까지 그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윤핵관’을 색출하지 않는다면 대선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그 나름의 엄포였다. 이 대표의 강경 발언이 이어지자 윤 후보 주변에선 “이 대표를 포용하는 모양새를 취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대선 승리에 목마른 윤 후보는 결국 이 대표와의 ‘울산 회동’에 나서게 된다.

    그런데 윤 후보가 이 대표를 울산에서 만난 이후 ‘윤핵관’은 종적을 감췄다. 그리고 결론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맡기로 한 것이다. 이 대표가 당무를 중단했던 원인, 즉 ‘윤핵관’은 사라지고 ‘김종인’만 남은 묘한 결말이다.

    윤핵관은 누구이며, 왜 이런 논란이 불거졌는지에 대해 추가 해명을 내놓아야 할 이 대표는 발언을 삼가고 있다. 윤핵관은 윤 후보 주변에서 사라진 걸까? 윤 후보는 처음부터 윤핵관의 존재를 부인했다. 그는 윤핵관이 이 대표를 비토했다는 주장에 대해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은 사실이 없다”면서 “누가 그런 이야기를 정확히 한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누군가 한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진위 논란이 뒤따라야 마땅하다. 그런데 양쪽 모두 잠잠하다. 어쩌면 윤핵관은 이 대표 또는 김종인 위원장 등이 국민의힘 선대위를 구성하는 데 최소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만든 ‘가상의 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야 윤핵관 논란의 인과관계가 맞아떨어진다.

    윤핵관이라는 표현은 윤 후보 관련 기사에서 기자가 취재원 보호를 위해 실명 대신 익명으로 처리할 때 흔히 사용한다. 언론 처지에서 보면 윤핵관은 적어도 수십 명은 된다. 선대위 내부에는 ‘김종인 총괄 체제’에 반대하거나 이 대표가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을 겸직하는 데 이견을 가진 이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이 언론과 접촉하며 사견(私見)을 피력하는 일은 선거판에서 일상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윤핵관을 지렛대 삼아 당무를 거부하며 선대위를 흔들었다. 결국 후보 주도로 구성된 선대위 체제의 상당 부분, 또는 전부가 ‘김종인-이준석 라인’으로 넘어가는 결과로 이어졌다.

    윤핵관 논란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문제는 앞으로 벌어질 선대위 내부 권력투쟁에서 또다시 윤핵관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윤핵관은 ‘김핵관’(김종인 측 핵심 관계자), ‘이핵관’(이준석 측 핵심 관계자)과 병존하며 긴장 관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왼쪽)와 이준석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2021년 12월 8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거리 인사를 마친 뒤 청년들과 차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왼쪽)와 이준석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2021년 12월 8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거리 인사를 마친 뒤 청년들과 차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충돌 내재한 김종인의 정치 스타일

    김종인 위원장의 정치 스타일은 윤석열 선대위의 또 다른 뇌관이다. 그의 언행은 포용보다 충돌을 내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장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과의 역할 분담 문제에 대해 김종인 위원장이 보인 싸늘한 반응은 전조에 불과하다. 김종인 위원장은 최근 김병준 위원장과 관련, “그 사람 얘기하는 거 신경 안 쓴다”면서 선대위 주도권이 본인에게 있음을 피력했다.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이 선대위 출범식에 불참한 것을 두고도 김종인 위원장과의 신경전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종인 위원장이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한다면 조직 슬림화라는 미명하에 선대위 전체를 상대로 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발호(跋扈)하는 정치인들은 모두 정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에게 그 정도 정치적 무게감은 있다.

    하지만 경선 캠프 때부터 윤 후보를 보좌해 온 측근들이 순순히 물러날지는 미지수다. 벌써부터 선대위 실무진 사이에선 “언제 ‘옥상옥’이 날아올지 모른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의 계획대로 조기에 선대위 재정비가 종료되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김종인식 구조조정에 대해 윤 후보가 결단을 내리는 데 주저하거나 반대하는 일이 발생하면 ‘김종인 원톱 체제’는 역으로 흔들리게 된다.

    2012년 김종인 당시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던지며 박근혜 대선후보의 정책과 공약을 관장했으나, 선거 내내 내부 인사들과 갈등을 빚었다. 심지어 “더는 일을 못 하겠다”며 보이콧을 한 적도 있다. 이 대표의 최근 행보와 데자뷔를 형성하는 지점이다. 박근혜 선대위 체제에서 김종인 위원장을 경험했던 국민의힘 한 정책통의 평가를 들어보자.

    “김종인 위원장은 사실 구체적 콘텐츠가 없다. 늘 화두만 던지고 언론플레이를 하는 식이다. 구체적 안(案)이 없으니 공격받을 일도 별로 없다. 곧 선대위 총괄로서 윤 후보를 압박하며 선대위 일부 인사들을 정리하려 들 것이다. 큰 마찰 없이 정리되면 다행인데, 윤 후보 주변에 김종인 비토 세력이 적지 않아 쉽지 않을 것 같다.”

    김종인 위원장이 후보 주변을 정리하자면 박보균 특별고문 등 윤 후보의 멘토 그룹과 후보 비서실 라인을 장악한 장제원·권성동·윤한홍 의원 등 측근 그룹을 도려내야 한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인재 영입에 있어 실권을 장악한 문고리 세력과 김종인 위원장이 타협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윤 후보가 정치력을 발휘해야만 풀릴 수 있다. 윤 후보에게 더 큰 숙제가 남겨진 셈이다.

    이와 관련 윤 후보 선대위 출범식에 함께하지 못한 측근 장제원 의원은 2021년 12월 6일 부친의 묘소를 찾았다. 그가 페이스북에 남긴 사진과 글은 윤석열 선대위 출범과 함께 언론에 소개되며 묘한 대조를 이뤘다.

    홍보본부장 이준석, 당 밖 주자 안철수

    이준석 대표가 겸직을 요청한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직도 계속해서 뒷말이 나올 공산이 크다. 정치권에서 ‘선거비용의 80%는 홍보비’라는 말이 있다. 지난 2017년 자유한국당은 약 420억 원의 선거비용을 사용했는데, 유세 차량 운영과 광고 및 홍보비용으로 많게는 380억 원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보, 마케팅 그리고 여론조사 및 분석을 담당하는 회사에 선거판은 일종의 대목이다. 역량이 입증된 업체일수록 선거에 미치는 입김도 상당하다. 이들과 전략적 관계를 설정하는 것 또한 당의 선거 승리 요인 중 하나로 꼽힐 정도다.

    문제는 수백억 원의 대선 자금을 사용함에 있어 친소 관계와 부정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돈 문제는 늘 이해관계의 충돌을 낳는다. 그래서일까. 선거가 끝나고 나면 홍보를 책임진 인사가 구설에 휘말리곤 했다.

    예컨대 지난 2012년 박근혜 선대위에서 홍보본부장으로 영입된 조동원 씨의 경우 선거가 끝나고 나서 비리 의혹이 불거져 검찰 수사를 받았고 결국 법정에 섰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공히 ‘쌀집 아저씨’라는 별칭을 가진 스타 PD 출신 김영희 전 MBC 부사장을 영입하려 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직접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을 맡기로 하면서 김영희 전 부사장을 민주당에 내주게 됐다. 김 전 부사장은 이재명 선대위에서 홍보소통본부장을 맡아 홍보 전반을 총괄한다. 이 대표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이른바 ‘비단주머니’ 장사를 해왔지만, 과연 김 전 부사장의 전문성을 능가할 성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또 윤석열 선대위의 최대 현안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연대 혹은 합류 이슈다. 윤 후보의 바람대로 안 대표를 품을지, 아니면 김종인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의 방식대로 안 대표를 압박하며 힘을 뺄지 여부는 아직 미정이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안 대표가 대선 완주를 강행할 경우 윤 후보는 이재명 후보와 박빙의 구도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이다. 안 대표는 여론조사에서 3~5%의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당시 안 대표 지지율은 고점을 찍은 상태였고, 국민의힘은 조직과 힘으로 그 기세를 꺾었다. 이번에는 반대로 윤 후보의 지지율이 고점에 놓인 상황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안 대표의 고정표를 빌려와야 하는 게임이다. 그것도 무탈하게 말이다.

    안 대표는 이번 대선에 출마하면서 후보단일화를 선언하지 않았다. 정권교체의 대의만으로 안 대표를 설득하기 어렵다면 종로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 등의 반대급부를 줘야 한다. 이럴 경우 윤 후보와 안 대표는 일종의 러닝메이트 개념으로 3월 9일 대선을 치르게 되는데, 김종인 위원장이 이를 수용할지는 의문이다. 외려 김 위원장은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을 제쳐두고 선거를 치를 생각을 하듯 안 대표를 강하게 몰아붙일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이는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유권자의 바람과는 사뭇 결이 다르다.

    남편도 모르는 김건희 씨 일정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공개 행보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시작할지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역대 대선에서 후보 선대위 출범식에 부인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대위의 공보단, 대변인단조차 언론에서 김건희 씨 관련 질문을 받으면 즉답을 피하고 만다. 오히려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윤 후보도 “김건희 씨의 공개 행보는 언제 시작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집에 가서 물어보겠다”고 답했다. 김씨가 공개 활동을 강하게 거부하고 있거나, 최측근 그룹에서 김씨의 리스크를 우려해 최대한 공개 행보를 뒤로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대위 주요 인사들조차 김씨 관련 사안에 접근이 안 된다면 이 또한 선대위의 리스크 요인이다.


    #윤석열 #윤핵관 #김종인 #이준석 #안철수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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