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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고시식당 ‘코로나19’ 감염 우려… 공시생도 취준생도 ‘포비아’

  •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고시원‧고시식당 ‘코로나19’ 감염 우려… 공시생도 취준생도 ‘포비아’

  • ● 정부 권고에 학원 문 닫으니 독서실로
    ● 고시원‧고시식당, 감염 우려에 취약
    ● 공무원 시험, 대기업 채용일정 연기 추세
    ● 대학가 스터디카페, 예약자 줄어 울상
‘사바나’는 ‘회를 꾸는 , 청년’의 약칭인 동아일보 출판국의 뉴스랩(News-Lab)으로, 청년의 삶을 주어(主語)로 삼은 이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입니다. <편집자 주>

‘코로나19가 [심각] 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학원 휴원을 결정했습니다.’ 

2월 26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인근 한 공무원 시험 준비 학원에 붙어있던 공지 사항이다. 평소라면 학생들로 가득 차 있어야 할 학원 내부는 눈에 띄게 한산했다. 앞서 2월 23일 교육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전국 학원에 휴원을 권고한 바 있다.

학원 못가니 독서실이라도 가야 하지만…

2월 25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의 한 임용고시학원 입구에 휴원을 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최혁중 동아일보 기자]

2월 25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의 한 임용고시학원 입구에 휴원을 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최혁중 동아일보 기자]

학생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노량진 공시생들이 많이 찾는다는 ‘M’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한 ‘공시생’을 만났다.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노량진에서 학원을 다니는 최모(27) 씨는 “지금은 학원생 대부분이 독서실에서 공부한다. 독서실에 칸막이가 있지만 마스크를 안 쓰고 온 사람이 있다”면서 “기침하는 사람이 옆에 있는 날에는 더 불안하다. 그래도 마땅히 갈 곳이 없다”고 밝혔다. 

불안해하는 학생은 최씨뿐만이 아니었다. 인근 독서실에 다니는 이모(26) 씨는 “휴원 탓에 학원생들이 일일권을 끊어 독서실을 이용한다. 그러다보니 독서실에 사람이 더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손 세정제 이외에 별 달리 소독 방법도 없는데 많은 사람이 모여 있으니 더 불안하다”고 했다. 노량진역 인근 한 대형 독서실 관계자 역시 “학원들이 휴원을 통보한 기간 동안 이용자들이 오히려 많이 늘었다”고 했다. 



대부분 학원이 3월에 다시 개원할 예정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휴원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시험을 앞둔 공시생으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 노량진역 인근 한 대형학원 관계자는 “아직 벌어지지 않은 상황이라 구체적인 논의가 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아마 문을 닫고 오프라인 강의를 온라인 강의로 제공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학원에 다니고 있다는 박모(25) 씨는 “그래도 학원은 소독을 잘 해서 독서실보다는 나은 것 같다. 문을 닫고 온라인 강의를 보라는데, 결국 독서실에 가야하는 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같은 학원의 강모(25) 씨 또한 “학원이나 독서실이나 위험하긴 마찬가진데 그냥 마스크를 강제로라도 쓰게 하고 학원에서 수업을 듣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공시생들은 일명 ‘고시 뷔페’라고도 불리는 ‘고시 식당’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고시 식당에서는 일정한 금액을 내면 다양한 메뉴를 원하는 대로 골라 담을 수 있다. 인근 공시생 사이에서는 아예 1개월 단위로 식권을 끊는 경우도 있다. 

2월 26일 기자는 노량진의 한 고시 식당을 찾았다. 수많은 학생들이 접시를 들고 다닥다닥 붙어 줄을 선 채 음식을 덜어가고 있었다. 식사 자리 또한 옆 사람과 어깨가 닿을 듯 말 듯 할 만큼 좁게 배치돼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온 유모(30) 씨는 “식사하러 올 때마다 불안하다”면서도 “고시 식당만큼 값이 저렴하고 양이 많은 식당은 찾기 힘들다. 부모님의 지원을 받는 상황에 식비라도 줄여야하기에 찝찝하지만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고시원의 경우 공용 공간 위생이 중요하다. 다수 고시원에는 한 층에 1~2개 꼴로 화장실이 있다. 여러 사람이 한 화장실에서 양치, 세면, 목욕 등을 해야 한다. 입주자 처지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고시원에 거주하고 있다는 김모(29) 씨는 “불안하고 찝찝하지만 더 좋은 방을 구할 형편이 못 되기 때문에 값 싼 고시원에 거주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시험 일정 연기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대목이다. 2월 25일 인사혁신처는 5급 공채(행시), 외교관 후보자 선발 1차 시험(외시), 지역인재 7급 수습직원 선발 필기시험을 잠정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추후 일정은 미정이다. 행시를 준비하는 구모(33) 씨는 “시험 4일 전에 통보를 받아 날벼락과도 같았다”면서 “사람들이 시험보다 목숨이 우선이라고 하던데 우리는 이미 하루하루 목숨 걸고 공부하고 있다. 시험이 언제 치러질지 몰라 정말 막막하다”고 말했다.

스터디카페도 직격탄

2월 25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의 한 식당가 골목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혁중 동아일보 기자]

2월 25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의 한 식당가 골목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혁중 동아일보 기자]

민간 기업 입사를 준비하던 취업준비생(취준생)도 막막하기는 매한가지다. 상반기 공채 접수가 시작돼야 할 2월 말이지만 대기업의 채용일정은 불투명하다. 2월 13일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358개사를 대상으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채용 계획 변동 여부’에 대해 조사한 결과 4곳 중 1곳 이상(26.5%)이 채용 계획을 변경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대기업의 경우 44%가 채용계획 변경을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K는 공채 일정을 2주 미뤄 3월 중순에 진행하기로 했다. LG는 4월 공채 계획을 밝혔다. 이 또한 코로나19 사태 추이에 따라 연기될 수 있다. 취업 관련 시험 역시 연기‧취소되는 추세다. 공채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삼성 소프트웨어역량테스트도 3월로 늦춰졌다. 2월 29일과 3월 7일 예정된 토익과 텝스 시험도 취소됐다. 

취준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던 스터디카페 업계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는 이인숙 씨는 “12월 만해도 주말에 20개에 달하는 스터디카페 예약이 꽉 찼다. 지금은 하루에 예약하는 팀을 손에 꼽을 정도”라면서 “임대료는커녕 관리비와 세금도 못 내게 생겼다”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19 확산 이후 스터디카페 매출은 크게 감소했다. 신촌에 위치한 5곳의 스터디카페 중 4곳에서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까지 손님이 줄었다고 한다. 특히 2월 20일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예약을 취소하는 손님이 늘었다. 서울 마포구 대형 스터디카페 대여업체 ‘위지안’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이 밀폐된 공간에 모여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취준생 김모(25) 씨는 “한동안 온라인으로 모임을 가지기로 했다”며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동아 2020년 3월호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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