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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의료진이 전하는 사투의 현장

“병원이 아니라 전쟁터처럼 보여요”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대구·경북 의료진이 전하는 사투의 현장

  • ● 공보의 한 명이 하루 채취하는 검체만 60명분
    ● 자원봉사 인력 앞에 놓인 구멍 난 방호복
    ● “사이즈 작은 장갑에 앞이 안 보이는 고글까지…”
3월 1일 공중보건의들이 대구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김형갑 공보의 제공]

3월 1일 공중보건의들이 대구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김형갑 공보의 제공]

방호복 때문에 등이 땀으로 흥건히 젖은 의사의 뒷모습, 고글 자국이 얼굴에 선명히 찍힌 간호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두드러진 대구·경북 지역에서 일하는 의료진의 사진이 화제다. 전국 각지의 수많은 의료인이 생업을 팽개치고 대구·경북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 회장을 맡고 있는 김형갑(29) 공보의는 전남 광양에서, 공보의 A(남·29)씨는 경북 경주에서, 간호사 B(여·31)씨는 경기 양평에서 각각 대구로 향했다. 이들은 대구 지역의 각 보건소에서 근무한다. 의심환자들의 검체 채취를 주로 담당하는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곳들이다. 

보건소에서는 의사와 간호사가 팀으로 일한다. 의사는 검체를 채취하고 간호사는 인적 사항 대조, 라벨링을 하며 의사들을 돕는다. 한 명의 공보의가 하루에 채취하는 검체의 수는 많으면 60명분에 달한다. 보건소당 많게는 하루 400~500여 명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지만 예약은 이미 꽉 차 있다. B 간호사는 “주말에는 의심환자들이 몰려 한 공보의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130여 명의 환자를 진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진료에 역학조사까지 할 일 태산

대구 지역 신천지예수교(신천지) 교인 약 1만 명에 대한 검체 채취도 이들의 몫이다. 의료진은 의사 1명, 간호사 1명, 운전사 1명으로 한 팀을 이뤄 의심환자의 집을 방문한다. 공보의들은 의심환자로부터 검체를 채취한 뒤 방호복을 갈아입어야 한다. 간호사들은 공보의들이 방호복을 갈아입을 때마다 손소독제를 뿌려주고 의료폐기물을 처리하는 등의 업무를 맡는다. B 간호사는 “의심환자들의 기본적인 신상정보를 전화로 미리 물어보고 역학조사를 하는 등 해야 할 일이 많아 휴식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확진 환자 400여 명이 입원해 있는 대구동산병원에는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가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그의 하루는 오전 9시 회의로 시작한다. 회의에서 진료부장에게 당일 할 일을 할당받는다. 오전에는 주로 의심환자의 검체를 채취하고 오후에는 회진을 돈다. 의사 한 사람당 배당되는 환자는 40~50명에 달한다. 가래, 기침과 같은 호흡기 증상 등을 비롯해 건강상 불편한 점은 없는지 꼼꼼히 챙긴다. 이 과정에서 환자의 정보를 일일이 종이에 기록해 사진으로 찍어 주치의에게 보낸다. 



이 기자는 “매번 방호복을 벗을 때 바이러스가 다시 몸에 붙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며 “눈·코·입으로 바이러스가 바로 침투할 위험이 있는 마스크와 고글의 경우 고무줄을 최대한 잡아늘여서 몸에서 멀리 떨어뜨린 뒤 벗는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방호복을 벗고 샤워도 해야 한다. 이 기자는 “하루에 두세 번씩 샤워를 하는 통에 피부가 벌개졌다”고 토로했다. 

오성훈(28) 간호사는 대구·경북에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을 보고 자원봉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오 간호사가 배정받은 곳은 경북 청도대남병원이다. 이 병원 5층 정신병동 환자 103명은 모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병원 건물 자체가 코호트 격리됐다. 사망자도 다수 나왔다. 오 간호사는 “자원해서 봉사를 신청한 것은 맞지만 청도대남병원으로 발령 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전화를 받고 어안이 벙벙해졌다”고 토로했다. 

오 간호사에 따르면 청도대남병원의 상황은 예상보다 더 열악했다. 오 간호사가 도착한 2월 29일은 5층에 있던 모든 환자가 2층으로 이송된 뒤였다. 그는 매일 15명에서 2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혈압과 체온, 산소포화도를 체크했다. 침상을 벗어나 바닥에 누워 있는 환자도 있었다. 오 간호사는 “저항하는 환자들, 발길질이나 주먹을 휘두르는 환자들도 있었다. 병원이라기보다는 전쟁터처럼 보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의료진이 의심환자의 객담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포함됐을지도 모르는 환자의 비말(飛沫)이 공기 중에 퍼진다. 이에 방호복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침투를 막아줄 일종의 갑옷이다. 

김형갑 공보의는 “브랜드에 따라 방호복의 상태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따금 구멍이 난 방호복이 발견되기도 한다. 하자가 있는 방호복은 감염 위험이 높아 사용되지 않고 바로 폐기처분된다. A 공보의는 “초반에는 질 좋은 방호복이 대부분이었는데 점점 방호복 형편이 나빠지고 있다”고 밝혔다. 

B 간호사는 “키가 크지 않은 편인데 큰 사이즈의 방호복만 남아 있어 입고 일하다가 방호복을 밟고 넘어져 가랑이 부분이 찢어지는 사고도 당했다”고 전했다.


장갑은 작고 고글에는 습기 차고

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 레벨D 방호복을 착용하고 포즈를 취한 오성훈, 배인혜, 최예은 간호사(왼쪽부터). [오성훈 간호사 제공]

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 레벨D 방호복을 착용하고 포즈를 취한 오성훈, 배인혜, 최예은 간호사(왼쪽부터). [오성훈 간호사 제공]

A 공보의는 “방호복의 경우 수량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장갑은 맞는 사이즈가 동나 작은 장갑을 끼고 일하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방진마스크인 N95가 다 떨어져 일반 마스크를 사용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진한 기자는 “습기가 차서 앞이 안 보이는 고글도 있다”며 “의료진 얼굴에 남은 고글 자국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이 역시 고글의 질에 따라 파이는 정도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환자에게 쓰일 물품도 부족한 형편이다. 이 기자는 중환자실을 예로 들었다. 중환자실 환자는 의료진이 응급상황 시 환자에게 처치하기 용이하도록 제작된 환자복을 입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해당 환자복이 없어 일반 환자복을 입는 경우도 있다. 일반 병실에도 세탁된 환자복과 침구류가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청도대남병원은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한다. 오성훈 간호사는 “도착하기 전에는 방호복 등 물자뿐 아니라 식사도 제대로 안 나왔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 국민의 관심이 청도대남병원에 쏠리다 보니 많은 협회나 단체로부터 지원을 받아 일하면서 물자가 부족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기자는 간호 인력 부족도 꼬집었다. 한 병동에는 50여 명의 확진자가 머물고 있는데 그 환자를 관리하는 간호사는 3명이다. 간호사 한 명이 16명에서 17명을 관리해야 한다. 그는 “일반 병원에서는 청소를 해주시는 분, 음식을 가져다주시는 분 등 많은 사람이 일한다”며 “지금 대구에서는 환자와의 접촉인원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병동에 상주하는 간호사가 방호복을 입고 이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는지 물었다. A 공보의는 방문 검체 채취를 위해 하루에도 수십 번 건넜다는 ‘아양교’를 떠올렸다. 그는 “대구의 거리를 잊지 못할 것”이라며 “기존에 머무르기로 돼있는 시간보다 더 오래 대구에 머무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자는 병원에 갇혀 지내는 환자들을 떠올렸다. 그는 “환자들은 병실 밖으로 나가는 것이 금지돼 있고 창문도 자유롭게 열지 못한다. 답답해하는 환자가 많다”고 했다. 

증상이 심각한 환자들은 고통을 호소한다. 이 기자는 “증상에 따라 입원을 시킬지, 생활치료시설로 보낼지 결정하는 체계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이 기자는 “한 가족이라도 따로 떨어져 입원하거나, 아예 다른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들의 유일한 소통은 전화”라고 말했다. 

오 간호사는 “처음 청도대남병원을 상상했을 때 좀비들이 나오는 공포영화를 떠올렸다”면서도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대남병원에서 만난 환자들은 동네 아저씨, 할아버지처럼 친근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확진자라고 사람들이 등을 돌리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신동아 2020년 4월호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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