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호

봉달호 편의점 칼럼

‘코로나 너머’ 자영업 예비군에 告함

“충고컨대, 기대와 낭만부터 버리시길…”

  • 봉달호 편의점주

    runtokorea@gmail.com

    입력2020-05-01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뉴스1]

    [뉴스1]

    코로나19보다 ‘코로나 너머’에 더 무서운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들 한다. 중단기 국지전에 그칠 것 같았던 코로나19 사태는 언제 끝날지 기약조차 없는 세계대전급 사건으로 확대됐고, 경제에 미치는 파장 또한 초기에는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시기를 운운하더니 ― 그것만 해도 끔찍한 악몽인데 ― 이제는 1930~40년대를 초토화한 대공황까지 언급될 정도다. 실제로 미국 증시가 한때 대공황 이래 최고 하락률을 기록했다. 세상에, 우리 시대에 어찌 이런 일을 다 겪나 싶을 정도다.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의 한복판을 살아가는 느낌이다.

    “코로나로 죽느냐, 굶어 죽느냐, 둘 중 하나”

    코로나19로 오픈을 연기한다는 안내문을 게시한 서울의 한 식당. [뉴스1]

    코로나19로 오픈을 연기한다는 안내문을 게시한 서울의 한 식당. [뉴스1]

    대한민국 자영업자들이 언제 힘들지 않은 적 있냐만 최근 3년은 더욱 그랬다. 그렇지 않아도 4차 산업혁명이니 뭐니 하면서 산업구조와 소비 트렌드가 크게 바뀌며 영세한 자영업자들로서는 힘겨운 적응의 시기를 겪고 있던 참에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명목 아래 시장 임금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자영업자들의 생존 면역 기능은 더욱 약화돼 있었다. 거기에 코로나19라는 대재앙이 덮쳤다. 시름시름 기저질환을 앓던 환자가 불현듯 확진 판정을 받은 격이다. 엎친 데 덮치고, 거기에 또 덮쳤다는 표현은 요즘 같은 시국에 딱 어울리지 않을까. 

    웃는 업종도 있고 우는 업종도 있으나 일부 배달업이나 보건·위생 관련 업종을 제외하고는 8할 이상 거의 모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치명적 타격을 입고 있다. 이런 상태가 수개월 계속된다면 서민 경제는 거의 ‘궤멸적’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예측해도 그리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로 죽느냐, 굶어 죽느냐, 둘 중 하나”라고까지 말한다. 물론 정부에 정책이 있으면 인민에게는 대책이 있다(上有政策 下有對策)는 식으로 각자 어떻게든 살아남을 방도를 찾아가겠지만, 미래가 그리 만만치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IMF 구제금융 사태 직후에 그랬던 것처럼, 실업자와 자영업 예비군이 한바탕 쏟아져 나올 판이다. 그때와 지금은 많이 다르다고들 한다. 우리 기업의 내성이 당시보다 훨씬 강화됐고, IMF 권고에 따라 무차별 구조조정을 해댄 그때와 달리 지금은 어떻게든 기업을 살리려는 지원과 노력이 계속될 터이니 그리 걱정할 것 없다고도 한다. 하지만 벌써부터 희망퇴직 운운하는 기업이 하나둘 생겨나는 것을 보니 역시 심상치 않다. 암울한 전운이 떠돈다. 

    우리나라 자영업의 문제점을 꼽으라면 역시 ‘자영업자가 너무 많다’는 점 아닐까. 전체 취업 인구 가운데 자영업자 비율이 25%에 달한다. 전체 취업자가 2800만 명인데 그중 700만 명이 자영업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0%포인트 높다. 우리보다 자영업자가 많은 나라는 그리스, 터키, 멕시코, 칠레 정도다. 자영업자 비율이 정말 기형적으로 높긴 하다.



    ‘코로나 너머’ 자영업 예비군

    그래서 자영업자 처지에서는 경쟁자가 자꾸 늘어나는 격이니 “제발 자영업 시장에 그만 뛰어들라”고 한탄조로 말하고,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높은 비율의 자영업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는 계속 암울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지만, 누구에게든 “대책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말문을 닫는다. 대기업의 업종을 제한하고, 강소기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크게 늘리고, 고용정책을 개선하는 등의 대책을 운운하지만 그건 너무 ‘큰 그림’이다. 막상 쏟아지는 자영업 예비군을 어쩌란 말인가. 

    우리나라에 자영업자가 점점 많아지는 이유가 시장 환경이 좋아 너도나도 창업 의지에 불타올라 그러는 것이 아니라 ‘그것밖에 살길이 없어’ 하릴없이 그러는 것이니 뜯어말릴 방도 또한 없다.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심리에 뛰어드는 불나방과 같은 현실이다. 구조적으로 이렇게 고착된 현실을 두고 누구 탓을 할 계제가 못 된다. 

    아무튼 ‘코로나 너머’에 자영업 예비군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누구는 평생 일한 대가로 받은 소중한 퇴직금을 손에 쥐고 창업 설명회장을 두리번거릴 것이고, 다른 누구는 그동안 모아둔 저축과 적금을 깨고 초저금리로 쏟아질 대출금을 종잣돈 삼아 창업 설계도를 그려볼 것이다. 코로나19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폐업을 선택한 점포가 쏟아져 나올 것이고, 권리금이 크게 낮아지거나 아예 무권리금 점포도 늘어날 전망이다. 지독한 불경기에 접어들면 가격 파괴형 프랜차이즈가 크게 늘어날 것이고, 여기저기서 ‘위기가 곧 기회’라는 유혹의 목소리도 메아리칠 것이다. 거대한 퇴출의 뒤를 좇아 거대한 진입이 이어지며 자영업 시장은 또 한판 요동칠 전망이다. 

    이왕 그렇게 된 것, “제발 자영업 시장에 뛰어들지 마세요”라고 남의 속사정도 모르는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그나마 몇 년 먼저 자영업을 시작한 사람으로서 창업 예비군의 시행착오를 덜어줄 조언 정도를 해주는 편이 더욱 유익할 것 같다.

    기대치 확 낮추고 시작해야

    자영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창업 상담을 하면서 늘 느끼는 점은 ‘기대치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일을 시작하면서 ‘적당히 벌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왕이면 크게 성공하고 싶은 마음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너도나도 ‘대박’의 과욕이 지나치다. 

    자영업을 결심했다면 일단 기대치를 확 낮추고 시작해야 하다. 현실 자체가 그렇다. 자영업은 말 그대로 ‘우리 식구가 스스로 먹고살 수 있을 만큼’ 운영하고 벌어들이면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을 우선적인 목표로 삼아야 한다. 가급적 ‘우리 식구’의 범주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주인이 먼저 그 업종에 정통해야 하고, 일손이 달리면 가족 구성원을 불러와 해결할 수 있는 업종을 선택해야 한다. 업종이나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영업은 그렇게 ‘내 인건비를 내가 번다’는 데 주안점을 두어야지 거대한 사업을 기대하면 안 된다. 그것이 출발점이다. 

    기대와 목표가 크다 보니 처음부터 일을 너무 크게 벌이려는 사람들이 있다. 회사 생활을 오래 한 사람일수록 체면과 자존심 때문인지, 더러 그러한 경향을 보인다. 지나친 자신감에 넘친다. 회사에서는 임원이나 간부였고, 그래서 조직이나 시스템이 받쳐주었지만, 사회에 나오면 누구든 혼자다. 초년병이다. 그런데 ‘다 그게 그거 아니겠어?’ 하는 식으로 매사를 쉽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다 평생 모아놓은 돈을 홀라당 날려 먹고 사회생활을 그야말로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는 처참한 에피소드는 여전히 주위에 흔하다. 

    대기업의 경우에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형태의 ‘은퇴자 학교’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퇴직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인생 2막을 시작하기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데, 그런 교육의 질적인 수준과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나마 그런 교육 프로그램조차 없는 중견 기업이 태반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 홀로서기를 시도하다가 한 번에 쓰러지는 사례를 숱하게 목격한다. ‘코로나 너머’엔 그런 일이 더욱 흔할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자영업을 하려면 자신이 갖고 있는 자본의 절반 이상을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알아두어야 한다. 또한 창업 초창기에는 몇 개월 정도 전혀 수익이 없을 것까지 예상하고 그것을 투자금의 범주 안에 포함해 놓고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대체로 오픈하기에도 빠듯하게 예산을 짜고, 심지어 빚까지 져가며 무리하게 창업을 시도한다. 가족과 인생을 담보로 도박을 시작하는 셈이다.

    현실은 냉혹하다

    자영업을 시작했을 때 마주하는 현실은 냉혹하다. [GettyImage]

    자영업을 시작했을 때 마주하는 현실은 냉혹하다. [GettyImage]

    자영업을 낭만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예컨대 카페를 창업하려는 사람들 가운데 주택가 한적한 골목 어귀에 아담한 카페를 차려놓고 앞치마 두르고 우아하게 커피콩을 볶고 그윽한 에스프레소 향을 즐기면서 손님과 다정한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을 상상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서라,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다. 현실은 냉혹하다. 

    자영업을 막 시작하면 ‘돈’에 치이는 것도 있지만 ‘사람’에 먼저 치인다. 회사 생활하면서 오래도록 사무적이고 신사적인 대화에 익숙했던 사람은 자영업 시장에 뛰어드는 순간 전혀 새로운 대화의 환경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수많은 손님을 상대하며 다양한 인간 군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손님도 손님이지만 직원들에게도 치인다. 영세 자영업의 세계에서 당신과 함께 일할 직원은 예전 직장에서 부대낀 동료나 부하 직원과는 성격이 사뭇 다르다는 사실을 바로 직감하게 될 것이다. 훈훈한 인간미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사람에 대한 실망과 상처를 먼저 경험하는 사례를 무수히 목격하곤 한다. 

    조용히 월급날을 기다리던 입장에서 월급을 ‘마련해야 하는’ 입장으로의 전환은 또 어떤가. 직원들 급여일이 다가오면 가슴이 타들어가는 그 심정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통과의례다. 자영업자가 된다는 것은 그런 대열에 곧장 합류하는 일이다. 기존의 책임감이나 의무감과는 격이 다른 무게감이 당신의 어깨를 짓눌러 올 것이다. 이런 모든 것을 지나치게 가볍게 가늠하는 사람이 적잖다. 

    대한민국은 자타 공인 ‘프랜차이즈 왕국’이다. 자영업 예비군은 언제나 거대한 군단을 형성하며 몰려 있고, 누구나 빠르고 간단하면서도 리스크는 작은 사업을 하려다 보니 온갖 프랜차이즈 업종이 다 있다. 프랜차이즈의 종류와 시스템에서는 세계 제일의 수준이다. 그러나 역시 당연한 이야기지만, 세상에 손쉬운 일이란 없다. ‘쉽게’ 돈 버는 일이란 없다. 당신이 ‘이렇게 좋은 아이템을 왜 그동안 몰랐을까’라고 감탄하는 일이라면, 이미 그 아이템은 누군가 잔뜩 하고 있거나, 한계를 알고 진즉 포기한 아이템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일단 창업을 결심한 사람들은 이토록 당연한 이야기를 쉽게 망각하는 경우가 너무도 흔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기본적인 조사도 해보지 않고 덜컥 가맹 계약서를 작성한다. 자영업은 어떤 업종이든 입지 요건이 굉장히 중요한데 그런 것조차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채 평생 자기가 해오던 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자영업의 세계에 무작정 뛰어들고 본다. 일단 문부터 열고 본다. 그랬다가 예상과 맞지 않으면 자신의 잘못은 돌아보지 않고 ‘외부’를 탓하기도 한다. 감언이설로 유혹한 프랜차이즈 본사의 탓도 있겠지만 가맹점주의 부주의를 완전히 무시할 수 있을까. 본사는 결코 천사가 아니다. 

    지나친 불안감일 수 있지만 앞으로 수년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축통화 발행국이야 화폐를 찍어내며 견딜 수 있고, 내수 시장이 넓은 국가야 또 그것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 살아갈 수 있다지만, 우리는 정말 이것도 저것도 아닌 형국이다. 인구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복지 부담 역시 세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중이며, 내내 수출로 먹고살던 국가가 세계적인 소비 위축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재정이 좀 건전하다고 자랑해 왔는데 최근 수년간 ‘쌓아두면 썩는다’는 듯 나라의 곳간을 빼먹고 뒤흔들어 왔으니 과연 이런 위기를 견뎌낼 수 있을까 걱정부터 앞선다.

    나라 곳간 빼먹고 뒤흔들어 왔으니…

     문재인 대통령이 3월 24일 청와대에서 코로나19 관련 2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3월 24일 청와대에서 코로나19 관련 2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동안 세계는 거의 10년 단위로 위기를 겪어왔고, 우리는 그때마다 운 좋게도, 혹은 슬기롭게도 그것을 요리조리 잘 극복해 왔다. 마르크스는 “한 번은 희극으로, 한 번은 비극으로, 역사는 반복된다”고 말했는데 우리는 어쩌면 늘 희극을 만났던 셈이다. 이번에도 과연 희극으로 끝날 수 있을까. 과연 정치인들이 지금의 역사를 희극으로 끌고 갈 수 있을까. 그들에게 모든 것을 맡겨놓아도 될 것인가. 이런 모든 불안감이 단지 기우에 불과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일단은 우리 각자가 현명하고 똑똑해지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는 것 같다. 버티고 견디는 사람이 이기는 생존의 시대가 바야흐로 펼쳐지고 있다. ‘코로나 너머’가 걱정이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