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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이인영과 임종석을 과연 반길까 [봉달호 편의점 칼럼]

  • 봉달호 편의점주 runtokorea@gmail.com

북한은 이인영과 임종석을 과연 반길까 [봉달호 편의점 칼럼]

  • ● “가자 북으로” 외치던 우리의 ‘의장님’ 두 분
    ● 당신들이 생각하는 통일은 어떤 통일인가
    ● 싫다는데 뭘 하자고 자꾸 보채는 건 스토킹
    ● 남과 북의 인민이 뒤섞여 사는 사회는 가능한가
    ● 대북강경론자들이 오히려 만세를 외칠 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왼쪽), 임종석 대통령외교안보특별보좌관. [동아DB, 청와대 제공]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왼쪽), 임종석 대통령외교안보특별보좌관. [동아DB, 청와대 제공]

편의점을 운영하다 보면 20대 청년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의외로 잦다. 손님들 때문이 아니라, 아르바이트 직원이 대부분 20대 초중반이기 때문이다. 채용 면접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듣고, 업무를 가르치는 과정에 한두 마디 대화가 오가고, 그러다 매장이 한가한 사이 계산대 안에 나란히 앉아 두런두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소재는 다양하고 폭넓다.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 영화, 예능, 아이돌, 연예계 이슈, 지난 주말 들른 여행지, 즐겨 듣는 노래, 게임, 추천 맛집, 데이트 장소에서부터 연애상담, 학업상담, 취업상담, 군입대, 부모와 갈등, 성형을 할까 말까…. 스쿨존 어린이 사고나 경비원 어르신의 안타까운 죽음이 화제에 오를 때도 있지만 정치적 사안을 소재로 삼는 경우는 드물다. 요즘 20대들이 꽤 탈(脫)정치적이기도 하고, 누구와 친해지고 싶다면 정치나 종교는 아예 대화 메뉴로 삼지 않는 편이 좋을지니…. 

개인적으로는 ‘신동아’에 칼럼을 연재하면서 자의 반 타의 반 정치 이야기를 종종 나누게 됐다. 알바생들이 필자의 과거 행적(?)을 알았으니 자연스레 대화의 실마리가 마련된 셈이다. 최근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어쩌다 학생운동을 했는지, 어쩌다 북한과 관련된 일을 했는지, 직업적 운동가로서 생활은 어땠는지, 또 어쩌다가 편의점을 하게 됐는지 등이다. ‘라떼는 말이야’라고 꼰대 기질을 발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는 과정에 요즘 20대는 ‘우리 때’와 사고방식이 사뭇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개인주의적이고, 이해타산에 밝고, 주도면밀하고, 어쩌면 똑 부러지고, 또 어쩌면 이기적이고…. 정치적 면에서 우리 세대와 확실히 다른 판단 기준이 있음을 발견한다. 특히 통일과 북한 문제에 그렇다. 

과거에 우리는 “우리의 소원은?” 하고 물으면 ‘통일’이라는 단어가 거의 본능적으로 떠올랐고, 통일전망대에서 멀리 북녘땅만 바라봐도 가슴이 뭉클해지곤 했지만 ‘요즘 애들’은 별로 그런 것 같지 않다. “왜 꼭 통일을 해야 하나요?” “북한이 우리와 한 핏줄이라는 사실 말고 공통점이 대체 뭔가요?” “왜 우리가 ‘걔들’을 도와줘야 하는 건가요?” 이런 질문 혹은 반문의 목소리를 종종 듣는다. 그러다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솔직히 나는 통일이 싫어요”라고 단호히 말하는 20대가 적잖다. 물론 ‘우리 때’도 그런 견해를 밝히는 친구들이 간혹 있었지만, 대놓고 그런 이야기를 자신 있게 말하는 친구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어쨌든 그럼에도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고 함께 노래를 불러야 ‘정상’이라고 취급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신들이 생각하는 통일은 어떤 통일인가

북한은 1989년 ‘평양세계청년학생축전’을 열었다. 전대협 의장이던 임종석 대통령외교안보특보가 한양대 내 전대협 사무실에서 북한 측 관계자들과 직접 통화하는 영상을 MBC가 당시 보도했다. [MBC 뉴스화면 캡쳐]

북한은 1989년 ‘평양세계청년학생축전’을 열었다. 전대협 의장이던 임종석 대통령외교안보특보가 한양대 내 전대협 사무실에서 북한 측 관계자들과 직접 통화하는 영상을 MBC가 당시 보도했다. [MBC 뉴스화면 캡쳐]

1980년대 학생운동의 대명사 전대협 1기, 3기 의장이 각각 통일부 장관(이인영), 외교안보특별보좌관(임종석)에 임명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주류가 그야말로 완전히 바뀌었음을 실감한다. 태극기를 목에 두르고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를 목놓아 외치던 우리의 ‘의장님’ 두 분이 이제는 쌍두마차로 대한민국 통일정책을 이끌어가게 되셨으니, 30~40년 전 우리가 감히 상상치도 못했던 일들이 벼락처럼 현실로 나타난 것 아닌가. 게다가 20년 전 남북 정상회담을 하는 대가로 북한에 비밀리에 거액을 송금한 사건의 당사자가 이번에는 국정원장(박지원)에 임명됐고, 역시 그 사건과 관련된 인물이 국정원장을 거쳐 국가안보실장(서훈)으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여기서 더욱 분명하고 확고해졌다. 조금 의아하게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정치·경제·외교·문화 등 문재인 정부의 여러 정책 분야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분야가 대북정책이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일관성’ 하나만큼은 확실하니까! 비꼬려는 의미가 아니라, 대북정책은 다른 어느 파트보다 전략의 일관성이 중요한 분야라서 그렇다. 진심으로 두둑한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러면서 문득 이러한 의문을 제기한다.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통일은 과연 어떤 통일일까. 아니, 문재인 정부는 정말 ‘통일’을 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일까.
 
“나는 통일이 싫다”는 청년들에게 이유를 물으면 대체로 돌아오는 대답은 “우리가 북한을 먹여 살려야 하잖아요”라는 말이다. 이들이 생각하는 통일이란 남과 북이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완전히 통합된 체제를 뜻하는 것이라서, 명목 GDP(국내총생산)로만 50배 이상은 잘살고 있는 한국이 북한을 ‘먹여 살려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로 예상되는 미래다. 만약 그것을 부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에게 묻고 싶다. “그럼 당신이 생각하는 통일은 어떤 통일이기에 그렇습니까?”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완전히 통합되지 않은 통일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아니, 그런 통일이 있다면 그것을 ‘통일’이라 말할 수 있을까? 혹자는 북한이 주장하는 고려연방제 통일 방식대로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개 제도, 두 개 정부’를 이야기할지 모르겠다. 남과 북이 서로 다른 제도와 질서를 유지하면서 통일을 이루면 된다고 말이다. 진실로 묻고 싶다. 과연 그러한 통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실로 (아직도) 그렇게 믿고 있느냐고. 

언감생심 통일 국가라면 통일헌법을 만들어야 할 텐데, 체제의 근본 자체가 극단적으로 다른 두 정부가 어떻게 통일된 헌법에 합의할 수 있을까. 정상적인 국가의 헌법이라면 기본권, 법치, 민주공화, 국제법 존중 등의 조항이 들어가야 할 텐데, 지키거나 말거나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잔치에 불과한 헌법을 만들지 않는 이상, 아무리 연방국가라도 헌법 사항의 준수 여부는 서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을 텐데, 한국과 북한이 이런 부분에서 어떠한 공통분모가 있을 수 있을까. 역시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않을 수 없다. 체제와 이념이 다른 두 개의 정부가 하나의 통일 국가를 이루면서 한쪽이 다른 한쪽을 흡수하는 방식 말고 다른 어떤 방식의 통일이 가능하느냐고 말이다. ‘우리는 한겨레’라는 공동체 의식만 분명하다면 체제와 이념 갈등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아서라, 냉정하게 가늠하자. 진실로 그것이 가능하리라 믿는단 말인가.

남과 북의 인민이 뒤섞여 사는 사회


통일은 30년이나 50년쯤 뒤에 이룰 과제로 미뤄두고, 북한이 한국의 경제 및 제반 여건을 따라올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시간을 갖고 마냥 기다리자고 말한다면 또 모르겠다. (물론 여기에도, 북한이 따라올 동안 한국은 가만히 현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괴이한 조건을 충족해야 하지만, 아무튼.) 그러지 않고서 한국과 북한의 현격한 경제적 차이를 그대로 놓고 통일을 해야 한다면, 현실적으로 그런 통일은 통일반대론자들이 예상하는 그대로의 결과를 낳을 것이 분명하다. 한국이 북한을 오롯이 먹여 살리는 암울한(!) 미래 말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통일로 인해 한국이 볼 경제적 손실보다, 통일로 얻게 될 종합적 이익이 훨씬 크다.” 그러면서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을 거론하기도 하고, 휴전선 넘어 경의선 타고 한반도가 온전히 대륙과 연결되는 가슴 뭉클한 비전을 속삭이기도 하고, 분단과 대결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과 평화를 통해 얻게 될 이익을 비교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것을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이익”이라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다. 각각의 맹점은 굳이 자세히 비판할 필요가 없겠고, 하나만 주목하자. 이러한 주장은 보통 ‘남과 북의 인민이 뒤섞여 사는 사회’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것은 과연 가능한 일일까? 

지하자원을 캐고, 철도를 놓고, 역사(驛舍)를 짓고, 공장을 가동하려면 한국 사람이 북한에 들어가 서로 복작여야 할 텐데 그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그렇게 되면 북한 인민들이 한국의 생활수준을 직접 알게 되고, 다양한 대외 정보를 접하게 되고, 그동안 믿어왔던 가치관에 큰 혼동을 빚고, 원하든 원치 않든 북한의 체제를 뒤흔드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데, 북한 정권이 과연 그것을 허락할까. 그러한 통일의 미래를 뻔히 알고도 북한 지배집단이 선뜻 통일을 결정할 수 있을까. 만약 북한 체제를 전혀 뒤흔들지 않을 통일 방안이 있다면, 남북 인민이 자유롭게 교류하고 왕래하면서도 ‘1개 국가 2개 제도’―북한의 왕정체제를 굳건히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디 한번 제시해 보시라. 간절히 그 묘안을 알고 싶다.

통일의 적은 ‘대한민국의 존재 자체’


통일의 적(敵)은 무엇일까. 과거 운동권은 미국이 분단의 원흉이자 통일의 훼방꾼이라 생각했다. 아울러 한국의 군사정권과 지배계층이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 통일을 원치 않는다고 주장했다. 과거는 지나간 일이니 그렇다 치고, 그렇다면 ‘지금’ 통일의 장애 요인을 고른다면 무엇일까. 문재인 정부에는 여전히 ‘미국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지금 통일의 적을 꼽는다면 그것은 단연 ‘대한민국의 존재 자체’가 아닐까 싶다. 대저 통일이라는 것이 남북이 서로를 간절히 원해야 성사될 수 있을 텐데, 한국이 아무리 북한을 향해 다가가려 애써도 북한이 움찔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한국과의 접촉면이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북한 체제가 받는 내부적 위협도 가중되는 지독한 역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곧 통일의 걸림돌인 셈이다. 

모든 것을 북한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그래, 과거에 학생운동권이 그토록 강조했던 ‘내재적 관점’에서 말이다. 북한 지배집단은 통일을 우선할까, 체제의 안전을 우선할까. 한국 사람들에게 “통일과 체제 가운데 하나를 고르시오”라고 물으면 당연히 대부분 사람이 체제를 선택할 것이다. 북한의 지배집단 역시 그렇다. 목숨을 내주는 ‘낭만’에 젖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이 핵개발을 내내 고집하는 이유도 충분히 설명된다. 체제 유지, 그것 말고 다른 의도가 뭐가 있겠는가. 

재래식 무기로는 도저히 한국과 군사적 격차를 이겨낼 수 없고, 혹은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적할 수 없고, 결국 비대칭 전력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는 발 빠른 판단을 한 것이다. ‘핵개발이냐, 경제개발이냐’ 선택의 기로에서, 수백만 인민이 굶어 죽어도 상관없으니 모든 자원과 역량을 쏟아부어 핵무장을 통해 체제를 보위하겠다는, 가히 북한 정권다운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런 정권이 핵을 포기할 수 있을까. 어떻게 얻은 핵무기인데 그것을 순순히 포기하려고 할까. 그런 정권이 체제 안정을 위협할 한국과의 교류 협력을 일정 한계 이상으로 진행하려고 할까. 북한은 바보가 아니다. 

좀 엉뚱한 생각이라 이야기할 사람이 있겠지만 북한의 지배집단을 안심시켜 줄 한국의 대응책이 있다면, 되지도 않을 종전선언, 평화협정, 북미수교에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나설 것이 아니라 ― 북한식 표현으로 말하자면 “오지랖 넓게 낄 자리 안 낄 자리 분별 못 하고 줴칠 것이 아니라” ― 차라리 ‘통일 포기 선언’을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북한이 뭘 하든 말든 우리는 상관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통일을 추진할 의사도 능력도 없으니, 알아서 잘살라고 말이다. 오히려 그것이 북한을 돕는 길이고, 북한이 자기들 나름의 개혁개방에 진력할 수 있도록 기회와 여유를 주는 일이다.

싫다는데 자꾸 뭘 하자고 보채는 건 스토킹

노동신문은 5월 17일 개성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진을 게재했다. [노동신문=뉴스1]

노동신문은 5월 17일 개성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진을 게재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에 대해 우호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조차 흔히 갖고 있는 오해 가운데 하나가 북한 정권이 개혁개방을 원치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김정일이 집권하고 있을 때까지는 그런 시각이 일견 옳을 수 있었다. 핵과 경제 가운데 전자에 단연 압도적 무게중심을 두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개발에 성공하고 어느 정도 핵무장력을 갖추었다고 판단한 후로는 지향이 많이 달라진 증거가 곳곳에 목격된다. 시장경제를 상당 부분 인정하고, 농업을 비롯한 제반 산업 부문 개혁도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고, 중국 자본의 진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그런 과정에 생겨난 부자들의 사유재산을 보호하면서 체제 내로 흡수하려는 노력 역시 지속되고 있다. 

그것이 한국을 향한 개방이 아니기 때문에, 또 우리가 북한 내부 실정에 대해서는 대체로 무관심하거나 정보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지만, 북한은 굳이 한국이 아니라 중국을 향해서만 문을 열어놓아도 얼마든 먹고살 수 있는 구조와 여건을 갖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아두어야 한다. 

“그러다 북한의 자원을 중국에 몽땅 뺏길 수 있으니 우리가 선점(?)해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로 더욱 강력한 남북교류 협력정책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앞에 설명한 대로 우리가 아무리 다가가고 싶어도 북한 스스로 한국의 존재 자체를 치명적 위협 요소로 생각하고 있는데 자꾸 구애하는 것은 일반 사회에 비추어 보면 ‘스토킹’이나 다름없다. 북한의 입장에 한층 가까이 다가가 생각해 보자. 싫다는 걸 왜 자꾸 하자고 보채는가.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다시 생각해 보자. 전대협 1기 의장이 통일부 장관이 되고, 3기 의장이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되는 것을 북한은 과연 반길까? 겉으로는 환영한다 말할지 모르겠지만 속으로는 ‘해도해도 너무한다, 그렇게 눈치가 없나?’ 하면서 귀찮아하고 어처구니없어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정부는 너무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북강경론자들 입장에서 오히려 만세를 외칠 일이다. 제발 가라는 듯, 오만 정이 떨어져버리라는 듯, 북한은 앞으로도 이런저런 엽기 행각을 자꾸 벌일 테니까.

북한이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되돌아보자


오늘도 “통일이 싫다”는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나라 헌법에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돼 있는데, 왜 그런 쓸데없는 조항을 만들어서 북한과 자꾸 마찰을 일으키는지 모르겠어요. 어차피 이렇게 된 것, ‘대한민국 영토는 38도선 이남으로 한다’로 바꾸면 안 되나요?” 당돌하지만 그리 틀린 것도 없는 말이니 감히 대꾸하지 못하겠다. 남북이 국제연합에 동시 가입한 직후에, 혹은 남북기본합의서에 서명한 이후에, 진작 고쳤어야 할 조항 아닐는지. 

이참에, 필시 ‘반통일세력’이라는 비난의 손가락질을 받는다 해도 우리 헌법에 과도한(?) 통일 지상주의 문구도 손보는 것이 어떨까 슬며시 제안한다. 헌법 전문에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라는 부분,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제4조)는 조항,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제66조)는 조항 등 말이다. 통일이 아니라 ‘남북 관계의 평화적 관리’ 정도로 바꾸는 것은 어떨까. 통일부도 ‘남북관계부’ 쯤으로 이름을 바꾸는 것은 어떨까. 다소 급진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이렇게 해야 북한의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다. 한국이 되지도 않을 대북 경제제재를 풀어주겠다고 나서는 것보다 한국 스스로 할 수 있는 이런 일을 먼저 하는 것이 북한 입장에서는 진실성 있게 느껴지지 않을까. 물론 몽상 같은 주장이지만 북한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자는 뜻에서 역설적으로 풀어보는 말이다. 

여담처럼 덧붙이자면 북한은 내각에 ‘통일’을 담당하는 부서 자체가 없다. 노동당에 그러한 성격의 부서가 있지만 명칭으로나 내용으로나 적화(赤化)가 분명한 목적이다. 북한이 생각하는 ‘통일’이 무엇인지 이 대목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북한이 도리어 현실적이거나 솔직한 셈이고, 우리는 상대가 관심조차 없는 일에 일방적으로 70년간 매달리고 있는 셈이다. 짝사랑도 이 정도면 역대급이다.



신동아 2020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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