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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사업장 폐기물 관리 플랫폼 ‘리코’ 김근호 대표

“폐기물 줄이려면 배출량부터 알아야”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제로웨이스트]사업장 폐기물 관리 플랫폼 ‘리코’ 김근호 대표

  • ● 음식 폐기물 넘어 모든 폐기물 관리에 도전
    ● 가정 폐기물은 전체 폐기물 중 20% 불과
    ● 사업장 폐기물부터 처리해야 환경문제 해결
    ● 버려지는 재활용품 줄이려 폐기물 업체 간 연결 나서
김근호 리코 대표가 폐기물 관리 서비스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홍중식 기자]

김근호 리코 대표가 폐기물 관리 서비스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홍중식 기자]

음식물 쓰레기는 버릴 때마다 불쾌하다. 물컹거리는 촉감과 원형을 알 수 없는 생김새에 일단 비위가 상한다. 먹다 남은 것들을 모아뒀으니 악취도 심하다.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버릴 때 나는 소리도 끔찍하다. 액체도 고체도 아닌 쓰레기들이 합쳐지는 순간 나는 ‘철퍽’ 하는 소리는 자연스럽게 미간을 찌푸리게 한다. 

폐기물 처리업체가 가장 꺼리는 품목도 음식물 쓰레기다. 다른 폐기물과 달리 하루라도 수거가 늦어지면 음식물 쓰레기가 썩기 시작한다. 날이 더운 여름철이면 금방 해충의 온상이 되기 십상이다. 

사업장 폐기물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리코는 모두가 싫어하는 음식물 쓰레기 관리로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장 폐기물 수거·처리 및 관리 프로그램인 ‘업박스’로 식당 등 사업장의 음식물 쓰레기 관리를 돕기 시작했다. 업박스는 각 업체에서 나온 폐기물의 처리 과정을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매일 처리된 폐기물의 양과 처리비용을 각 업장에 알려준다. 

매일 폐기물 처리에 소요되는 비용을 알게 되자 각 업장은 음식물 쓰레기의 양을 줄이기 시작했다. 리코의 집계에 따르면 업박스를 사용하는 업장은 업박스 사용 이전보다 평균 20%가량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이 줄었다. 이런 소문이 난 후 리코를 찾는 업장도 늘어났다. 2019년 7억9000만 원이던 리코의 매출액은 2020년 11억 원으로 늘었다. 

리코는 이 실적을 발판으로 사업장 폐기물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폐기물 관련 사업을 선진화해 버려지는 자원을 줄이겠다는 게 리코의 궁극적 목적이기 때문이다. 김근호 리코 대표(39)를 2월 5일 서울 강남구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 리코의 서비스 ‘업박스’에 대해 설명해 달라. 

“‘폐기물 통합 서비스 플랫폼’이다. 보통 폐기물 처리를 배출, 수거·운반, 처리의 3단계로 나눈다. 일반적인 폐기물 관련 서비스 업체는 수거·운반이나 처리를 담당한다. 업박스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폐기물을 얼마나 배출했는지, 배출된 폐기물은 얼마나 재활용됐는지 전부 고객에게 전달한다. 처음에는 음식 폐기물 처리로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사업장 폐기물 전반을 관리하고 있다.”

폐기물 처리 방법 알려만 줘도 환경보호

리코의 사업장 폐기물 관리 프로그램 ‘업박스’. [리코 제공]

리코의 사업장 폐기물 관리 프로그램 ‘업박스’. [리코 제공]

- 단순히 정보를 준다고 해서 고객사가 업박스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 

“각 사업장에 맞는 폐기물 처리 공정을 제안한다. 폐기물 처리비용을 줄이고 싶은 업장에는 가장 저렴한 업체를 찾아 연결해 주고, 식당 등 폐기물을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업장은 폐기물을 최대한 빠르게 수거·처리해 줄 업체를 연결한다.” 

- 폐기물 처리비용이 줄어들거나 더 편하게 쓰레기를 버리게 되면 배출량이 늘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 않다. 사업장에서 폐기물을 처리하려면 돈이 든다. 가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지방자치단체가 처리하지만 사업장에서 나온 폐기물은 각 사업장이 처리비용을 낸다. 매일 폐기물 배출량을 알게 되니 각 업장에서는 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 사업장이 분리배출과 재활용에 신경 쓰게 만들 방안은 없나? 

“폐기물 처리비용을 줄이려면 폐기물 중 재활용되는 비율이 높아야 한다.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은 처리업체가 재활용 원료로 사가기 때문이다. 업박스는 각 업체가 어떤 방식으로 폐기물을 배출하면 재활용 비율을 높일 수 있는지도 알려준다. 그만큼 각 업장은 폐기물을 덜 버리고, 폐기물을 내놓을 때도 어떻게 하면 재활용이 가능할지 고민하게 된다.” 

- 사업장 폐기물만 관리하는 이유가 있나? 

“사업장 폐기물이 ‘생활계 폐기물’이라 하는 가정용 폐기물보다 양이 많다. 한 해 배출되는 폐기물 중 생활계 폐기물의 양은 20%도 안 된다. 나머지 80%가 공장이나 가게, 회사 등 사업장에서 발생한다.” 

환경부의 2019년 집계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발생한 폐기물은 총 49만7238t. 이 중 생활계 폐기물의 비율은 11.7%에 불과했다. 건설폐기물이 44.5%로 양이 가장 많았고, 사업장 폐기물은 40.7%였다. 유해성 물질을 총칭하는 지정 폐기물의 비율은 5.1%였다. 

- 왜 음식물 쓰레기로 폐기물 관리 사업을 시작하게 됐나? 

“음식물 쓰레기가 폐기물 중 가장 다루기 어려운 품목이기 때문이다. 가장 어려운 품목을 해결하고 나면 다른 폐기물은 더 다루기 쉬울 것이라 생각했다.” 

- 음식물 쓰레기는 왜 다루기 어렵나? 

“여타 폐기물과 다르게 음식물 쓰레기는 현행법상 100% 재활용돼야 한다. 매립이나 소각을 생각할 수 없으니 다른 폐기물에 비해 처리업체 선택 폭이 좁다. 게다가 악취가 심하고 미관상 좋지 않아 수거·운반 처리하는 업체가 적은 편이다.” 

폐기물관리법은 각각 폐기물의 처리 방법을 소각, 매립, 재활용으로 구분한다.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에 관해서는 처리 방법이 재활용뿐이다. 법 15조의 2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하는 업장은 직접 폐기물의 수거·운반 및 재활용을 담당하거나 이를 위탁업체에 맡겨야 한다. 

- 음식물 쓰레기는 보통 어떤 방식으로 재활용되나? 

“보통 퇴비로 만든다.” 

- 환경부 집계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는 매일 1만4000여t씩 발생한다. 이 물량이 전부 퇴비가 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음식물 쓰레기의 70%가량이 수분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하려면 먼저 이 수분을 전부 빼낸다. 폐기물에서 빼낸 오수는 바이오가스 시설로 간다. 여기서 메탄을 추출해 연료로 쓴다. 수분이 빠진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드는 과정에서 무게가 30%가량 줄어든다.” 

- 최근에는 일반 사업장 폐기물 처리에도 나서고 있다고 들었다. 음식물 쓰레기만 다룰 때보다는 일이 더 쉬워진 셈인가? 

“다루는 폐기물의 종류가 늘었으니 관리가 더 어려워졌다. 공장을 예로 들어보면 이해가 쉽다. 보통은 공장에서 제품을 제조할 때 나오는 부산물이나 산업폐기물이 사업장 폐기물의 전부라 생각한다. 하지만 공장도 사람이 생활하는 곳이다. 생활 쓰레기 및 음식물 쓰레기가 나온다. 사업장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전부 사업장 폐기물이다.” 

- 회사에서 생활하며 나온 폐기물인데 지방자치단체나 정부에서 일부 처리비용을 지원해 주지는 않나. 

“기본 원칙은 영리활동을 하는 곳에서 나온 쓰레기는 민간에서 비용을 들여 처리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나 정부는 가정에서 생활하며 나오는 쓰레기만 담당한다.”

궁극적으로는 생활계 폐기물까지?

- 코로나19로 배달 음식이 늘며 가정에서 배출하는 쓰레기가 크게 늘었다. 사업장 생활 쓰레기도 크게 늘었나? 

“가정만큼 늘지는 않았지만 많이 늘어난 편이다.” 

- 대책을 세우고 있나? 

“배달 용기를 전문으로 수거하는 업체와 구체적인 대안을 세우고 있다. 음식물이 묻은 플라스틱 재활용이 어려운데 여러 방법으로 세척해 보며 어떻게 해야 재활용되는지 연구하고 있다.” 

- 음식 폐기물에 이어 산업폐기물과 생활폐기물도 다루고 있다. 사업장을 넘어 가정에서 배출하는 폐기물 처리에 진출할 계획은 없나? 

“궁극적으로는 공동주택에도 진출하고 싶다. 하지만 공동주택의 재활용 폐기물 처리는 유료화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공동주택이 재활용품을 내놓으면 수거업자들이 돈을 주고 폐기물을 사가는 방식이다. 당장은 리코가 공동주택 폐기물 관리까지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가정에서도 제대로 재활용하고 싶지만 폐품을 내놓는 방법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있다. 

“사실 가정에서는 지금도 분리수거를 잘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폐기물 정책과 처리 상황을 봐도 한국만 한 나라가 없다. 일본만 해도 타는 쓰레기와 그렇지 않은 쓰레기만을 분류해 내놓는다. 매주 쓰레기통을 들고 나와 정리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다만 재활용 폐기물을 두고 정책이 현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정책에 맞게 재활용 폐기물을 분류해 내놓아도 재활용 업계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폐기물이 많다.”


리코가 재활용·폐기물 업체 표준 만들겠다

- 어떤 방식으로 재활용 폐품을 내놓아야 하나? 

“방식보다는 종류가 중요하다. 수요가 있는 재활용 폐기물이 재활용하기도 쉽다. 일례로 알루미늄은 수요가 확실한 재활용 폐기물이다. 그만큼 재활용이 되는 비율도 높다.” 

- 현재 배출량이 많지만 재활용이 어려운 폐기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플라스틱, 비닐 등의 폐기물이다. 이 같은 폐기물은 재활용이 어렵다. 원유 가격이 떨어지자 플라스틱 생산업체가 재생 플라스틱을 사용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폐기 방법도 중요하지만 용처가 없는 물건을 재활용할 수는 없다. 새로운 재활용 기술이 개발되거나 관련 제품 생산 및 소비를 줄이는 방법이 최선이다.” 

환경부 집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배출된 재활용 폐기물 중 86%가 재활용됐다. 하지만 이 수치는 전체 재활용 폐기물 중 재활용 폐기물을 처리하는 업체가 수거한 폐기물의 비율이다. 재활용 업계에 따르면 실제 재활용률은 40%를 밑돈다. 

- 정부 정책이 현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게 문제인가? 

“정부의 시책보다는 재활용 및 폐기물 업계의 한계라 본다. 영세한 업체가 대부분이라 재활용 폐기물 수요처를 개발할 여력이 없다.” 

- 리코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있나? 

“재활용 폐기물 처리업체를 대신해 수요처를 찾을 계획이다. 동시에 수요처가 원하는 수준의 재활용 폐기물 공급에도 신경 쓸 예정이다. 두 업계 간의 가교 구실만 해도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폐기물의 양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신동아 2021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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