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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불편해도 속도 못 늦춰”… ‘빨리’는 지키고 ‘안전’은 뒷전 ‘신림선’

  •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승객 불편해도 속도 못 늦춰”… ‘빨리’는 지키고 ‘안전’은 뒷전 ‘신림선’

‘신림선 도시철도’ 프레스투어가 열린 5월 24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보라매병원역에서 기자들과 서울시 관계자들이 시승하고 있다. 신림선 도시철도는 서울 서남권 지역인 여의도샛강역에서 관악산(서울대)역까지 환승정거장 4개소를 포함해 총 11개 정거장을 연결하는 7.8㎞ 노선이다. [동아DB]

‘신림선 도시철도’ 프레스투어가 열린 5월 24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보라매병원역에서 기자들과 서울시 관계자들이 시승하고 있다. 신림선 도시철도는 서울 서남권 지역인 여의도샛강역에서 관악산(서울대)역까지 환승정거장 4개소를 포함해 총 11개 정거장을 연결하는 7.8㎞ 노선이다. [동아DB]

“사람이 다 타지도 않았는데 출입문이 닫힌다. 끼일 뻔 한 사람이 여럿이다.”

신림선 경전철(이하 신림선)이 개통된 5월 28일 한 부동산 관련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이용 후기다. 작성자는 “유인(有人) 지하철은 승강장 상황을 봐가며 문을 닫는데, 무인(無人)으로 운영되는 신림선은 막무가내다”라고 토로했다. 6월 2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출근길에 이용했는데 무인이라 그런지 인정사정없이 (문이) 닫히더라”는 후기가 올라왔다. 신림선 운영사 남서울경전철과 시행사 로템 SRS는 “11개 역을 16분 만에 주파한다”며 신림선의 신속함을 적극 홍보해왔지만 속도에 치중한 나머지 안전사고 대처엔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하철 문에 끼어 사망한 승객도 있는데…

짧은 출입문 개폐 시간이 신림선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신림선은 샛강~관악산역까지 11개 정거장을 이동하는 데 총 16분이 소요된다. 1개 역당 평균 1분 36초가 걸리는 셈이다. 같은 경전철인 우이신설선의 경우 북한산우이~신설동역까지 12개 정거장을 가는 데 23분이 소요된다. 1개 역당 평균 1분 55초다.

신림선의 정차 시간은 일반역 20초, 환승역 및 종착역(샛강, 대방, 보라매, 신림, 관악산역) 25초로 비교적 짧은 편이다.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1~8호선 일반 지하철과 우이신설선은 평균 30~40초간 승강장에 정차한다. 신림선은 출입문 가로 폭이 1050㎜로 1~8호선(3120㎜), 우이신설선(1500㎜)보다 작아 한꺼번에 많은 승객이 내리기 힘들다는 특징이 있다.

출입문 개폐가 자동인 것도 위험 요소로 꼽힌다. 신림선은 기관사 없이 운행되는 무인 경전철이다. 기관사나 차장이 승강장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정차 시간을 조정하는 1~8호선 지하철과 달리 설정된 시간에 따라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힌다.



남서울경전철 관계자는 “역마다 ‘출입구 상황 중계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필요한 경우 종합관제실에서 출입문 개폐를 원격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종합관제실에서 직접 신림선을 통제하는 로템 SRS는 관제사가 승강장 상황을 오판해 ‘홀드(출입문 닫힘을 지연하는 기능)’ 제어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지하철 문 끼임 사고는 승객의 부상을 초래한다. 1~8호선 지하철 승강장에서 발생한 문 끼임 사고로 2021년 1월~2022년 5월까지 승객 164명(치료비 지급기준)이 부상을 입었다. 승객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2016년 1호선 서울역에서 81세 여성이 열차에서 내리던 중 출입문과 스크린도어 사이에 몸이 끼어 사망한 게 대표적이다.

“운행 횟수 줄일 근거 마련하기 힘든 구조”

남서울경전철은 불편사항을 인지하고 있지만 영구적으로 출입문 개폐 시간을 늘릴 순 없다는 태도다. 남서울경전철 관계자는 “서울시, 로템SRS와 정차 시간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설정돼 있는 정차 시간을 더 길게 늘이는 건 고려하지 않고 있다. 20분, 25분까지 운행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차 시간은 서울시와의 계약 내용과 관련이 있다. 남서울경전철과 로템 SRS는 평일 기준 편도 186회(왕복 372회), 주말 기준 편도 156회(왕복 312회) 열차를 편성해 운행하기로 서울시와 업무 계약을 맺었다. 정차 시간을 늘리면 당초 약속한 하루 운행 횟수를 다 채울 수 없다는 것이다.

곽상록 한국교통대 철도공학부 교수는 “신림선이 개통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승객 수나 출입문 개폐 시간에 대한 충분한 자료가 쌓이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서울시와 운영 횟수를 줄이기로 합의하려면 어떤 근거가 있어야 한다. 문제는 경전철이 낮은 비용으로 운영되는 열차이다 보니 안전관리실에 일하는 사람이 3명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에서는 수십 명이 담당하는 일을 3명이 하고 있으니 이를 전문적으로 분석할 여력이 안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동아 2022년 6월호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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