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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쉽지만 망하긴 더 쉬워”

인터뷰 | ‘스타트업 러닝메이트’ 김대일 골드아크 대표 ‘배민 사례’로 돌아본 韓 스트타업 생태계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창업 쉽지만 망하긴 더 쉬워”

  • ● 10곳 중 7곳은 5년 못 버티는 현실
    ● ‘배민 대박’이 희망 고문 되지 않으려면…
    ● 투자 핵심은 대표의 진정성과 도덕성
    ● 창업 3,4년차 ‘죽음의 계곡’ 넘어야
    ● 배민 잭팟 꿈꾸면 스케일업부터 하라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지난해 연말 ‘배달의민족(배민)’이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사상 최고가로 팔리면서 국내외 벤처캐피털(VC)들도 잭팟을 터뜨렸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매긴 배민의 기업 가치는 40억 달러(약 4조7500억 원). 이후 합병에 대해 여러 우려가 제기됐지만, 유니콘기업(기업 가치 1조 원 이상 벤처기업)을 꿈꾸는 국내 스타트업과 투자자에게는 모처럼 날아든 낭보였다. 

그러나 스타트업 10곳 중 7곳 이상이 5년을 버티지 못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신생기업 생존율이 최하위권인 우리나라에서 배민의 성공 스토리는 ‘희망 고문’일지 모른다. 

김대일 ㈜골드아크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에 ‘배민’의 매각 소식은 멋진 크리스마스 선물이었지만, 스타트업들의 희망 고문이 될 수도 있다”며 “제2의 배민을 꿈꾼다면 스케일업(scale-up)을 통해 ‘죽음의 계곡’부터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내 대표적인 ‘스케일업 전도사’로 200여 명의 엔젤클럽 회원(각 분야 전문가 및 투자자)들과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절차가 남았지만, 배민의 성과는 스타트업 시장 관계자들에게는 흥분되는 소식 같다. 

“당연히 고무적이다. 주변의 스타트업 관계자나 투자자들도 미래 자신들의 모습이길 기대하더라. 그런데 ‘배민의 대박’은 거저 찾아온 게 아니다. 배민 운용사인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는 (인터넷게임 업체 ‘네오위즈’ 공동창업자인) 장병규 클래프톤 이사회 의장의 창업 경험담을 듣고 스타트업 창업을 결심했다. 2011년 배민 창업 당시 김 대표는 (네오위즈) 웹디자이너였다. 당시 장 의장이 세운 벤처캐피털(VC)로부터 3억 원을 투자받아 창업했고, 이후 총 8차례에 걸쳐 국내외 VC 자금 5100억 원을 유치하면서 성장했다. 장 의장의 초기 지원과 관심이 있었기에 국내 1위 배달 앱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왜 스케일업이 중요한지 잘 말해 준다.”


스케일업이 중요한 이유

국내 1위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됐다. [뉴스1]

국내 1위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됐다. [뉴스1]

- 왜 그런가. 

“스타트업 초기에는 적게는 5000만 원, 많게는 3억~4억 원을 투자받는다. 이때 위험성이 가장 크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5년차 폐업률은 72.5%다. 10곳 중 7곳 이상이 5년을 채 버티지 못한다. 국내 스타트업 순이익률도 설립 1~4년까지 지속적으로 떨어지다가(8.2→5.9%) 6년차에 급격하게 감소(4.1%)한다. 초기 자금이 소진되는 ‘죽음의 계곡’을 반드시 넘어야 국내외 투자자의 대규모 투자를 받으며 성장할 수 있다. 배민도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스타트업에 투자만 할 게 아니라 창업 2, 3년까지 재무관리, 마케팅, 홍보, 영업 등을 돕는 ‘액셀러레이터’ 역할이 중요하다. 회사가 스케일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 말이다.” 



- 스케일업? 

“스케일업은 국가와 기관마다 그 정의가 다르지만 ‘고성장’에 방점을 둔다. 2014년 11월 (영국 창업가이자 에인절투자자인) 셰리 쿠투가 ‘영국 경제성장 스케일업 리포트(The Scale-up Report on UK Economic Growth)’를 발표하며 주목받았는데, 그는 ‘종사자 10인 이상 기업 중 과거 3년 동안 직원 수나 매출이 연평균 20% 이상 성장한 기업’으로 정의했다. 급속도로 성장하는 신생기업 중 일자리 창출과 매출 증대가 큰 기업을 뜻한다. 그동안 우리는 정부든 지자체든 정책 초점을 창업에 맞췄다. 몇 개 스타트업이 생겼다는 등의 ‘숫자’에 얽매인다. 숫자가 아니라 스타트업의 성장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는 스타트업 생존율을 높이는 솔루션이기도 하다.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쉽게 ‘링’에 오르는 시장

지난해 11월 12일 김대일 골드아크 대표가 경기 부천시 경기콘텐츠진흥원에서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강연을 하고 있다. [㈜골드아크 제공]

지난해 11월 12일 김대일 골드아크 대표가 경기 부천시 경기콘텐츠진흥원에서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강연을 하고 있다. [㈜골드아크 제공]

- 걸음마 단계에서 빨리 벗어나 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건가. 

“그렇다. 우리나라에선 2018년에만 10만 개의 신설 법인이 설립됐다. 정부의 창업지원금만 8조5000억 원가량이고, 지자체나 대학 등을 포함하면 9조 원 넘는 돈이 스타트업에 지원된다. 각종 지원과 혜택이 많으니 누구나 쉽게 ‘링’ 위로 뛰어오르지만 5년을 넘기기 어렵다. 정책 투자금이 초기 창업 시장에만 몰려 있는 탓이 크다. 창업하기도 쉽지만 망하기는 더 쉬운 게 현실이 됐다.” 

- 우리도 정책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 스케일업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EU(유럽연합)는 이미 2016년에 ‘스케일업 의정서’를 발표해 스케일업 정책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유럽 각국은 이미 이를 주도할 기관을 설립했고, 우리나라도 2년 전부터 스케일업이 화두가 됐고, 정부도 ‘TIPS 프로그램’(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을 운영하고 있다.” 

- 어떤 프로그램인가. 

“민간 에인절클럽(투자사)이 스타트업을 선별해 자금 지원과 초기 보육, 멘토링을 맡으면 정부가 연구개발(R&D) 자금을 매칭 투자하는 ‘이스라엘식(式)’ 프로그램이다.” 

- 관(官) 주도가 아니라 민간 투자사의 안목과 정부 지원이 결합된 거 같다. 

“그렇다. 우선 우리 회사 직원들이 스타트업을 1차 심사하면, 에인절클럽 전문가들이 2차 심사를 한다. 전문가들은 스타트업 비즈니스 모델을 파악하고, 대표의 진정성과 인성, 종사자들의 팀워크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이들 전문가가 ‘OK’하면 투자자를 모아 ‘에인절투자조합’을 결성해 정부(중소벤처기업부)에 보고하고 투자를 한다. 우리 클럽에는 200여 명의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고, 전국적으로 200개가 넘는 에인절클럽이 활동하고 있다.” 

- 200여 명의 전문가는 누구인가. 

“회계, 홍보, IT, 의료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주목한 스타트업 업종이 의료 분야라면 이 분야 전문가, 즉 의사 출신이거나 신약개발 전문가가 스타트업을 평가한다. 사업 아이템에 대한 시장 반응을 예측하고 성공 가능성도 판단한다. 이렇게 해서 ‘투자 적격’ 결정이 나면 심사를 한 전문가들이 직접 판로 확대와 컨설팅을 하면서 스케일업으로 클 수 있게 돕는다. 이와 함께 우리 회사는 ‘스케일업 코리아’ 프로젝트에 액셀러레이터도 참가하고 있다.” 

‘스케일업 코리아’는 네이버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인터비즈가 IT동아 등과 스타트업의 성장과 발전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2018년 시작됐다. 미디어와 경영전문가, 공공기관, 대기업 등이 함께 스타트업을 협력 지원하는데, 미디어의 쌍방향 소통을 통해 스타트업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한다. 이어지는 김 대표의 설명이다. 

“‘스케일업 코리아’는 스타트업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어떤 솔루션으로 해결하고 있는지를 포털사이트에 노출한다. 1년여간 수십 회 보도하면서 회사가 어떻게 변했는지 독자에게 보여주는 일종의 ‘리얼리티 리포트’다. 이를 본 독자나 다른 전문가들이 나서서 도와주기도 하고, 경험과 지혜를 알려주기도 한다.
 
2019년 이 프로그램에 나온 (산업용 증강현실(AR) 전문기업) ‘버넥트’는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장을 받았고, 90억 원 정도의 투자금도 유치했다(웃음). 우리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초기 스타트업이 몸집을 키울 수 있을 때까지 도와주고 투자금을 회수한다. 올해는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더 확대할 계획이다.”


“‘좀비 스타트업’ 경계해야”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전에 가장 중요하게 들여다보는 대목은 뭔가. 

“스타트업 대표가 진정성과 도덕성으로 강력하게 ‘무장’했는지가 중요하다.” 

- 왜 그런가. 

“스타트업을 하다 보면 대표의 초심이 바뀌거나, 비도덕성 때문에 종종 문제가 생긴다. 투자금이 들어오면 당장 자신의 차량부터 외제차로 바꾸고 회사 자금을 유용하거나 횡령해 투자자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다. 결국 회사 자금은 바닥나고, 직원 등 주변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대표의 부도덕성으로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고 기신기신 ‘연명’하는 ‘좀비 스타트업’이 될 수 있다. 경계해야 한다.” 

- 좀비 스타트업? 

“경쟁보다는 정부나 지자체 지원금으로 연명하는 스타트업 말이다. 벌써 망했어야 할 회사가 제도를 악용해 각종 지원금으로 인건비 따먹기를 하면 지원 자금도 골고루 배분되지 않는다. 쉽게 말해 ‘사기꾼’을 걸러내면서 투자자에게는 투자금을 안정적으로 돌려주려면 대표의 진정성을 잘 봐야 한다. 투자금을 회수했다는 건 그만큼 기업도 성장했다는 의미다. 스타트업 투자만큼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도 중요하다.” 

- 스타트업 대표를 몇 차례 보고 진정성을 알 수 있을까. 

“그래서 일정 시간 연애를 하듯 ‘밀당’ 시간이 필요하다. 주변에 어떤 사람들과 교류하는지, 조력자가 있는지 등을 간접적이면서 정서적으로 파악한다. 여기에 전문가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하고. 투자뿐 아니라 스타트업 대표와 함께 미팅도 다니고 자비로 해외 출장도 함께 간다(웃음). 일반적으로 스타트업 대표는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일천해 대기업 임원 등을 만날 때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우리 직원이나 전문가들이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6개월 정도 함께 뛴다. ‘스타트업 러닝메이트’라고 할까.”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이유

- 김 대표가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뭔가. 

“한국에서 학원과 교육 관련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다가 중국 교육업체 신둥팡(新東方)그룹과 일한 적이 있다. 6년여 동안 중국에서 한국의 우수 교육콘텐츠를 소개했는데. 당시 위민홍 CEO가 자사 임직원에게도 창업을 독려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명을 받았다. 실제 임직원들이 퇴사하고 창업해 중견기업 대표가 된 사례도 많았다. 이후 에인절투자에 대해 연구하다가 2018년 한국에서 골드아크를 설립해 액셀러레이터를 시작했다.” 

나스닥 상장사인 신둥팡그룹은 직원만 4만 명에 달하는 중국 최대 교육업체로 시가총액 10조 원의 대기업이다. 위민홍 CEO는 ‘알리바바’의 마윈 CEO 등장 이전까지 중국 스타트업을 대표하는 인물이었고, 스타트업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저서 ‘창업은 기회와 타이밍이다’는 한국에서도 창업자들의 필독서가 됐다. 2016년 위 CEO가 서울대 등의 초청으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을 방문했을 때 그를 안내한 이도 김 대표였다. 

- ‘골드아크(Gold Ark)’ 의미는 뭔가. 

“’아크’는 ‘방주’(方舟·네모난 모양의 배)란 뜻이다. 성경에 나온 ‘노아의 방주’처럼 많은 분이 함께 험난한 과정을 이겨내고, 힘들지만 반드시 살아남아 스타트업의 성공을 이뤄내자는 의미를 담았다. 전문가들의 경험과 지혜가 중요한 만큼 앞으로 전문가 그룹을 1000여 명 늘리고, 지자체나 대학 등과 함께 ‘스케일업 센터를’ 개설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투자만 했는데 올해는 투자금 회수도 가능할 거 같고, 골드아크와 함께 성장한 기업들을 보면 그저 즐겁다(웃음). 이들 기업이 ‘배민’처럼 ‘잭팟’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




신동아 2020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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