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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우 “文경제정책 안 바뀌면 코로나 부양책 소용없어”

초대 금융위원장이 해부한 ‘코로나19 경제위기’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전광우 “文경제정책 안 바뀌면 코로나 부양책 소용없어”

  • ● 사전 징후 없는 전신마비 수준 위기
    ● 1929년 대공황 수준까지 가진 않을 것
    ● 中 성장세 둔화 장기간 韓경제에 악재
    ● 국가채무 비율 고려해 한은 역할 키워야
    ● 文 정책 탓에 위기 국면 경제 면역성 떨어져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세계화로 인해 중국 지방 도시에서 발생한 감염병이 뉴욕과 런던의 금융시장으로 옮겨갔다. 유럽과 아시아의 제조업 공장은 ‘셧다운’(Shut Down·일시적 업무 중지)됐다. 자유무역의 총아인 글로벌 공급망(Supply Chains)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정치는 국민국가 단위로 이뤄지지만 경제는 각국이 얽히고설킨 채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을 읽는 눈을 갖춰야 위기를 극복할 밑그림이 보인다. 

전광우(71)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전 금융위원장)은 세계경제와 한국 경제의 실무 현장을 두루 경험한 흔치 않은 전문가다. 그는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1982년 미국 미시간주립대 교수로 부임했다. 1986년부터 1998년까지는 세계은행(IBRD)에서 수석이코노미스트와 국제금융팀장, 파리클럽 세계은행수석대표 등을 거쳤다. 

국내에서도 전 이사장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여러 정권에서 중용됐다.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발발하자 김영삼 정부 초청으로 귀국해 김대중 정부 초기까지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특보를 역임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외교통상부 국제금융대사로 일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에는 초대 금융위원장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 해결을 진두지휘했다. 이후 최장수(2009.12~2013.04)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냈다. 

올해 1월에는 ‘전광우의 금융인생’(당신의 서재)을 펴냈다. 경제 및 금융 분야에서 각양각색의 요직을 섭렵한 전문가의 지적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다. 4월 2일 서울 강남구 세계경제연구원에서 그와 마주앉았다. 

- 경제위기 국면에서 전면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게 말이다. 나는 인생이 위기와 관계있는 것 같다.”(웃음)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하면 이번 위기는 무엇이 다른가. 

“2008년 위기의 기폭제는 그해 9월 발생한 리먼브라더스(Lehman Brothers) 파산이었다. 그전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 이슈도 제기됐고, 또 6개월 전(3월)에는 베어스턴스(Bear Stearns)도 파산했다. 즉 위기의 징조가 있었다. 이번 위기는 감염병에서 비롯해 다른 경제위기와 달리 사전 징후가 별로 없었다.”


경제가 몸이라면 전신마비 수준 위기

3월 1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주식 트레이더들이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일하고 있다.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464.94포인트(5.86%) 하락했다. [뉴욕=AP 뉴시스]

3월 1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주식 트레이더들이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일하고 있다.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464.94포인트(5.86%) 하락했다. [뉴욕=AP 뉴시스]

- 경제 각 영역에서 위기 징조가 없었다는 뜻인가. 

“경제위기나 금융위기의 경우 사전 징후를 통해 조기 경보 시스템이 발동한다. 나름대로 경각심을 갖고 사전에 모니터링하는 과정이라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중국 우한에서 뜻밖의 사태로 시작됐다. 처음에는 중국이나 인접 국가 정도에서 종식되지 않을까 했지만 걷잡을 수 없이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감염병이라는 특수 요인으로 촉발되다 보니 모든 것이 정체됐다. 사람의 이동이 막혀 글로벌 생산체계는 물론 소비까지 ‘올스톱’ 됐다. 경제를 몸이라고 가정하면 이건 전신마비 수준의 위기다.” 

- 해외 전문가들과 교류가 많은데, 그들이 느끼는 위기의 온도는 어떤가. 

“온도차가 상당히 심하다. 과거 위기 상황에서 이런 수준으로 온도차가 있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단기 충격에서는 전문가 대부분이 대개 공통 인식을 갖고 있다. 2분기 상황이 최악이 되리라는 것이다. 3분기에 반등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V자, U자, L자, I자 등으로 생각이 갈린다. 물론 정책당국이나 기업가들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준비해야 하지만, 메인 스트림(mainstream·주류)에서는 미국 경제가 비교적 빠르게 회복하리라 보는 사람이 조금 더 많다.” 

- 근거가 무엇인가. 

“미국은 정책 수단을 갖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무제한 양적완화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에서 최초 확진자가 나온 시기가 1월 중순이다. 코로나19가 미국에서 본격 이슈로 떠오른 건 3월이다. 2월 12일에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사상 최고치(29551.42)를 기록했다. 미국 경제는 굉장히 건강한 상태였다. 2월까지만 해도 실업률이 지난 50년 중 최저 수준인 3.5%를 기록할 만큼 실물경제도 건실했다. 경제의 회복 속도는 복원력이 얼마나 강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미국 경제는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을 소화할 수 있는 여력이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낫다.”


대재앙 대비해야…

- 미국을 비롯해 선진국들이 이미 2008년 이후 초저금리와 양적완화를 유지하고 있어 쓸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2008년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부채가 많이 늘어난 건 사실이다. 저금리 기조에 기업 부채가 급증했다. 국가 부채, 즉 재정 상태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얘기도 있다. 위기 극복 과정에 한계로 작용하리라는 건 틀림없다. 연준이 두 번에 걸쳐 금리를 1.5%포인트씩 내려 (사실상) 제로 금리로 내려간 뒤에도 시장 반응은 미지근했다. 금리가 10%, 5%일 때 왕창 낮추는 것과 이미 초저금리 상태에서 제로로 금리를 낮추는 건 효과에 있어 아무래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는 이 대목에서 양적·질적완화(QQE)라는 단어를 꺼냈다. QQE는 중앙은행이 매입하는 자산 종류의 범위를 기존 국채에서 회사채, 주식까지 일부 위험 금융자산으로 넓히는 것을 뜻한다. 2013년 일본 중앙은행(BOJ)이 매입 대상 채권을 상장지수펀드(ETF), 회사채 등으로 확대하면서 본격적으로 QQE라는 단어가 쓰이기 시작했다. 전 이사장이 말을 이었다. 

“연준이 CP(기업어음)까지 사기로 했다. 미국 경제는 2009년부터 금년 초까지 11년간 호황을 이어왔다. 그 동력은 기술혁신에 있다. 덕분에 유동성 확대가 인플레로 이어지는 부작용은 어느 정도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어느 정책이건 빛과 그림자가 있다. 중앙은행이 돈을 풀면 언젠가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 경제 체질이 허약한 나라일수록 역기능이 나타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단, 미국의 경우 이런 부분에서는 비교적 자유롭다.” 

-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3월 29일(현지 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3분기에는 국내총생산(GDP) 수치가 큰 폭으로 뛰어오를 것”이고 “실업률도 기존의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낙관론을 폈다. 

“내가 과거 IMF 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 곱씹은 말이 ‘최선을 희망하되 최악에 대비하라’였다. 므누신 재무장관을 비롯해 정책을 다루는 사람들은 그런 희망으로 과감히 대응한다.” 

- 므누신 장관의 낙관론에 동의하나.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매일 속보 형태로 분석한 내용이 있다. 이번에 재밌는 이야기가 실렸다. 경제 분야에서 촉발된 위기와 달리 자연재해로 오는 충격은 비교적 회복이 빠르다는 것이다. 충격이 과도기적, 일시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미국 루이지애나에 토네이도가 발생해 주를 초토화하다시피 했다. 실업률이 폭등했는데, 몇 개월 안 가 회복했다. 이번에도 감염병에 대한 컨트롤이 늦어지면 임팩트는 그만큼 커질 테지만, 상반기에 감염을 수습하는 단계에 들어서면 경제가 회복할 여지가 있다.” 

- 1929년 대공황과 비견하는 전문가들도 있는데. 

“주식시장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불안감이 크니 정부가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내놔도 약발보다는 시장의 패닉이 더 강하다. 미국은 GDP(국내총생산)의 70%가 소비에서 나오는 국가인데 소비 채널인 유통업체에서 직원을 해고하고 있다. 또 ‘3월에 자동차 판매는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돈다. 위기의 진폭이 워낙 크다 보니 불안감이 커졌다. 그렇지만 대공황 기간은 몇 년을 끌었다. 대재앙 시나리오에 대비는 해야겠지만 이번 사태가 그런 충격 수준일까. 2분기 침체는 불가피해 보이지만 이후에는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지만 않는다면 회복세가 당겨질 수 있다고 보는 게 적절한 상황판단 같다.”


‘헬리콥터 벤’ 말고는 대안 없었다

2015년 5월 2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동아일보와 채널A가 공동 주최한 ‘2015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왼쪽)이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과 대담하고 있다.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2015년 5월 2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동아일보와 채널A가 공동 주최한 ‘2015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왼쪽)이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과 대담하고 있다.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부 교수는 3월 19일 CBS 인터뷰에서 “2008년 금융위기 때 제도개혁을 제대로 하지 않고 문제를 봉합했다. 자본주의 역사상 없는 저금리에 양적 팽창을 한다며 돈을 막 풀었는데, 그 돈이 실물경제에 잘 돌지 않았다. 금융시장에 거품이 끼어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뇌관을 터뜨린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 극복의 당사자인 전 이사장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 최근 장하준 교수는 코로나19는 뇌관이고 2008년 금융위기에 대한 대처법이 잘못됐기 때문에 이런 위기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지난 수백 년간 위기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과열과 파열의 패턴이 반복됐다. ‘한 위기의 종말은 다음 위기를 잉태하는 시점’이라는 표현이 있다. 경제위기 상황이 생기면 대처 과정에서 이런저런 모양으로 돈도 풀고 확장 정책을 쓸 수밖에 없다. 그것이 또 과열로 이어져 거품이 쌓이면 언젠가 터져 다시 위기를 낳는다. 2008년 극복 과정에 무리할 정도로 돈을 푼 게 아니냐는 얘기가 한편에서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당시 벤 버냉키가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처럼 대폭적으로 돈을 풀지 않았으면 회복이 그렇게 빨랐을까. 당시로서는 다른 대안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져들면 헬리콥터로 공중에서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말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원래 대공황을 연구하던 경제학자였다. 버냉키 전 의장은 2008년 워싱턴 D.C.에서 전 이사장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1930년대 대공황 극복 과정에서 보여준 위대한 공적은 뉴딜 같은 특정 정책의 도입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활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단호한 의지와 용기였다.”(‘전광우의 금융인생’ 중) 

전 이사장은 “가장 바람직한 건 위기 극복 과정에서 풀린 돈을 제때 흡수해 리스크를 사전에 줄여놓는 것”이라면서 말을 이었다. 

“경기부양책으로 경제를 살릴 때 기업들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체질강화 쪽에 무게를 둬 지원하면 리스크가 작아진다. 거시 경제 환경을 좋게 만드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 지난해 한 일간지 칼럼에서 “미 연준의 통화정책 유턴이 경기 하강에 대비한 ‘보험성 금리 인하’라고는 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 정부 입김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썼다. ‘정책의 정치화’ 현상을 지적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을 통해서건 트위터를 통해서건 연준에 노골적으로 간섭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배경 중 하나도 미국 달러 강세 현상이었다. 트럼프 생각은 다른 조건이 같다면 금리가 낮아질 때 자국 통화 가치가 내려가 미국 경상수지 개선에 도움이 되는데, 왜 연준이 그런 정책을 안 펴느냐는 것이었다. 그 자체도 굉장히 노골적인 간섭이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4일(현지 시간) 코로나19와 관련한 추가 조치를 발표하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연준을 언급하며 “우리는 앞서는 조치를 해야 하는데, 뒤처지고 있다”며 “아주 불만족스럽다”고 했다. 이튿날 연준은 “기준금리를 1.00∼1.25%에서 0.00%∼0.25%로 1%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제롬 파월 의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라고 해석했다. 전 이사장은 이런 시각에 선을 그으면서 “상황의 엄중함과 심각성 때문에 연준 내부 컨센서스에 따라 파월이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운을 뗐다. 

“이번에 연준이 세계 여러 국가와 체결하는 통화 스와프의 폭도 대폭 늘렸다. 최근에는 미국 채권을 담보로 해서 신흥국을 대상으로 달러를 빌려주는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창구도 설립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쓰지 않던 파격적 정책이다. 트럼프의 압박 때문이라기보다는 단기 충격을 완충시켜야 하겠다고 하는 연준 내의 절박한 분위기를 반영한 것 같다.”


1% 성장하는 중국은 韓 경제에 큰 변수

- 중국 경제로 대화를 넘어가 보자. 중국 부채는 그간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왔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중국발 리스크 우려는 없나. 

“하버드대 케네스 로고프 교수와 카먼 라인하트 교수가 저서 ‘이번에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를 통해 실증 분석한 내용을 보면 과거 수백 년 동안의 위기는 대개 한 가지 원인, 즉 ‘과도한 부채’로 연결됐다. 중국에는 지방정부 부채가 많다. 국가 부채도 GDP 대비 300%를 넘어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림자 금융이 초래하는 위험도 있고, 부동산 버블 이슈도 있다. 그러면 정책수단이 줄어든다. 중국 인민은행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정을 늘리고는 있지만 얼마나 과감하게 하는지는 공식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중국 경제의 취약점을 조목조목 조망했다. 

“중국이 디레버리징(deleveraging·부채 축소), 즉 풀린 돈을 회수하는 데 늦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수년째 이어져 왔다. 미국 등 주요국에서 인플레이션보다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을 때 중국에서는 지난해부터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상황에 처했었다.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더 풀고 금리를 낮추는 데 조심스러운 입장이 된 것이다.” 

IMF는 4월 14일(현지 시간)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보고서를 통해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1.2%로 제시했다. 마이너스 성장은 아니지만 지난해 기록한 6.1%에 비하면 급전직하 수준이다. 전 이사장은 “중국이 고도성장할 때 잠재해 있던 구조적 문제가 분출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렇게 부연했다. 

“사람도 건강할 때는 이런저런 질환이 있어도 견디지만 건강이 악화하면 외부 바이러스에 쉽게 노출된다. 1~2% 성장률은 기본적으로 신규 일자리 창출이 엄청나게 줄어든다는 뜻이다. 중국 공산 시스템하에서 일자리를 못 만들면 굉장히 심각한 정치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 한·중 간 경제는 긴밀히 엮여있다. 중국 리스크는 한국 경제에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까. 

“그렇다. 중국 경제가 호황기를 지나서 침체기로 들어섰다는 건 우리에게 상당히 좋지 않은 뉴스다. 이것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의 차이다. 2008년은 중국 경제가 잘나갈 때였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중국이 호황이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도움이 됐다. 이번 경우에는 그런 효과는 없을 수 있다. 오히려 중국 쪽 수요가 급속도로 위축된다면 우리 경제에는 추가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국내 방역 전문가들이 국경을 닫자고 했다. 코로나19건 구제역이건 조류독감이건 방역의 첫걸음은 감염원 원천 봉쇄다. 반대로 경제는 빗장을 열어야 이득이다. 기업은 상품 비용을 절감하고 기술력 확보에 도움이 될 원재료 거래처를 찾아 국경을 넘나든다. 코로나19는 글로벌 공급망의 구조 변화를 몰고 올 공산이 크다. 전 이사장에게 이렇게 물었다. 

- 코로나19가 글로벌 공급망의 지역화를 초래하리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그럴 수 있다. 코로나19가 발발한 우한시는 공급 체인에서 중요한 거점이다. 중국 내에서도 우한 후베이 지역 일대가 제조업의 허브 역할을 한다. 그러다 보니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우려가 확산했는데, 사실은 이전부터 다변화하려는 노력은 있었다. 특히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기가 지났고, 또 해외 기업 처지에서는 중국의 임금 수준이 과거에 비해서도, 또 베트남 등 타국에 비해서도 부담스러워졌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그 움직임이 더 가시화할 가능성이 있다. 어디 한 군데 공급망이 차단됐을 때 생기는 문제를 완충할 수 있는 백업 시설을 구축하는 식의 다양한 움직임이 곧 있을 것이다.”


한국은행, 양적 · 질적완화 고민할 때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 국내에서도 지난해 한일 경제전쟁 이후 해외로 나갔던 제조 공장들의 ‘리쇼어링(Reshoring· 자국으로 생산 거점을 다시 옮기는 일)’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비즈니스하는 사람들은 기업경쟁력, 생산성,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면 국내에 오지 말라고 해도 온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1인당 임금 수준이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폭스바겐이나 도요타보다 높다고 하는 판이다. 지난 몇 년간 노조 입김이 강해지고 노사 간 관계가 경색됐다. 해외 직접투자의 결정 요인을 분석해 보면 가장 큰 게 노동시장 유연성이다. 지금 우리나라 제조업 분야에서 해외 직접투자 유입은 거의 경쟁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해외 투자자에게 좋은 환경이 국내 투자에도 도움이 된다. 기업 일부가 국내에 돌아와 일자리를 만들면 좋다. 그러려면 정부가 매력 있는 경영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에서 중국까지 세계경제 상황을 살펴봤으니 인터뷰의 말머리를 문재인 정부와 한국 경제로 돌렸다. 

- 위기 관리를 두고 “초기 대응은 선제적이고 과감하게 하되, 출구전략은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응은 이와 같은 원칙에 부합하나. 

“경제위기 대응이 됐건 방역이 됐건 통하는 얘기다. 경제위기에서 엑시트(exit) 단계는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체력 보강 단계를 뜻한다. 이 단계에서 영양 공급을 너무 빨리 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출구전략을 서두르지 말라는 의미다. 초동 대응은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해서 리스크 요인을 최대한 차단해야 한다. 코로나19의 경우 초동 단계에서 방역 및 의료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장은 감염원을 최대한 차단하는 것이었다. 중간에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서 다들 정상적인 활동을 하라는 식으로 정부가 메시지를 줬는데 출구전략을 서두른 셈이 됐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하고 실물경제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기로 했다. 

- 한국은행이 사실상 무제한 양적완화에 나섰다. 

“한국은행의 대책은 제한적인 의미의 무제한 완화라고 봐야 한다. 한국은행법에 근거하면 한국은행이 회사채와 CP(기업어음)를 매입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은 3월 23일 “한은법 68조는 공개시장에서의 매매대상 증권을 ‘자유롭게 유통되고 발행조건이 완전히 이행되고 있는 것’에 한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회사채 및 CP를 직접 매입하는 것은 민간이 발행한 채권의 매입을 금지한 규정(제79조)으로 정부 보증이 없는 경우 이를 시행하기 어렵다. 미 연준의 경우 정부의 지급 보장하에 CP를 매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 이사장의 말이 이어졌다. 

“사태의 추이를 봐서 그걸로 충분치 않지 않으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 한은도 양적·질적완화(QQE)를 통해 지원 범위를 넓힐지 여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재정으로 계속 막아나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 우리나라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0% 수준인데, 일각에서는 그다지 높지 않다고 주장한다. 팩트만 놓고 보면 맞는 말이지만 경제 상황을 분석하는 데 있어 절대적 수치 못잖게 중요한 건 추세다.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재정적자는 지속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고령화가 심화하고 복지지출은 늘고 있다. 재정의 절제 원칙을 최대한 지켜야 할 상황이다. 재정 부담을 조금 줄이기 위해서도 한국은행이 역할을 키워야 하는 게 아니냐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부양책 쏟아내도 순기능 극대화 어려울지도

- 문재인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을 풀기로 했다. 여권은 “아직 국가채무 비율은 건전한 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19 같은 위기 상황을 맞으면 정부 부채 증가 속도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 다른 정책 대안에 대해 고민할 때다.” 

한편 가계부채도 한국 경제의 뇌관이다. 2월 25일 한국은행의 ‘2019년 4분기 중 가계신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가계신용 잔액(가계부채)은 1600조1000억 원으로 집계돼 처음으로 1600조 원을 넘었다. 지난 한 해 동안 늘어난 가계신용은 63조4000억 원(전년 대비 4.1% 증가)이었다. 전 이사장에게 이런 질문을 건넸다. 

- 기간산업 등에서 성장 모멘텀이 사라진 형국이고, 코로나19로 경제에 리스크가 커졌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가계부채가 폭탄이 될 가능성은 없을까.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가 상당히 빨라졌다. 주택담보대출도 많다. 일부에서는 초저금리 상태가 되다 보니 부채 상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지 않으냐 말할 수 있으나, 경제가 악화돼 실업률이 높아지고 소득이 줄면 상환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가계부채 부실화가 심각해질 수 있다.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책도 성장이다. 일자리가 늘고 소득이 늘어 부채를 갚아나갈 수 있어야 한다. 금리가 조금 낮아졌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갈지 단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상황에 따라 담보가 되는 주택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경우가 생기면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 그간 소득주도성장 등 정부가 펴온 정책으로 인해 노동비용이 상승하고 일자리가 줄었다고 지적한 전문가가 적지 않았다. 현재 정책 환경이 코로나19 국면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정부 정책으로 인해 우리 경제의 체질이 약화됐고 기업의 면역성이 떨어졌다. 최저임금인상은 선순환이 잘된다면야 문제가 없지만 경제라는 생물체는 꼭 원하는 방향으로만 굴러가지 않는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1차로 타격받는 사람들은 자영업자다. 주52시간 근무제도 삶의 질을 높이자는 명분은 좋았지만 냉정히 볼 때 기대대로 효과가 나타났다고 할 수 없다. 책임 있는 당국이라면 역기능이 생길 때 정책을 수정해야 하는데, 어지간히 입장 변화가 없었다. 그러니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시기에 우리 경제가 면역성이 떨어지고 기저질환을 앓게 됐다.”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굶주림

그는 이번 위기를 과거 두 차례의 위기에 견줬다. 

“자칫 경기부양책을 써도 V자형으로 회복했던 2008년 금융위기나 1998년 IMF 위기 때와 다른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기업이 위축된 상태에서 부양책을 쏟아내 봐야 순기능을 극대화하기가 어렵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고 체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인터뷰 말미에 전 이사장은 “정책을 전환하지 않으면 자칫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 국가 경제가 상당히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것만은 피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절박한 듯 되뇌었다. 장삼이사(張三李四)에게는 바이러스보다 굶주림이 더 무서운 법이다. 정권이 시급히 그간의 정책효과를 점검해야 할 이유다.




신동아 2020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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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우 “文경제정책 안 바뀌면 코로나 부양책 소용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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