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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 품에 안긴 ‘정수기 1등’ 코웨이의 질주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넷마블 품에 안긴 ‘정수기 1등’ 코웨이의 질주

  • [기업언박싱] 게임과 ‘콜라보’ 효과는 아직 ‘없어’
    ● 코웨이 2분기 영업이익 전년 동기 대비 22.4% 신장
    ● LG전자 등 대기업 저가 ‘직수 정수기’ 추격 따돌려
    ● “넷마블에 인수돼도 ‘역시 코웨이는 코웨이’”
    ● ‘CS닥터(설치·수리기사)’ 파업 장기화
    ● “넷마블 인수, ‘캐시카우’ 확보 의도…시너지 효과 내기 어려워”
    ● “‘문어발식’ 확장, 기업 생태계 혼란 우려”
숫자를 통해 기업과 산업을 낱낱이 뜯어봅니다. 기업가 정신이 살아 숨 쉬는 혁신의 현장을 전합니다.

코웨이의 ‘한뼘 시루직수 정수기’와 ‘시루직수 정수기’, 올해 5월 출시한 ‘AIS 정수기 3.0’(왼쪽부터 시계 방향). [코웨이 제공]

코웨이의 ‘한뼘 시루직수 정수기’와 ‘시루직수 정수기’, 올해 5월 출시한 ‘AIS 정수기 3.0’(왼쪽부터 시계 방향). [코웨이 제공]

게임업체의 울타리 속 정수기업계 ‘제왕’의 위엄은 여전했다. 

코웨이의 매출·영업이익은 코로나19발 불황에도 늘었다. 올해 2분기 매출액은 805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때(7555억 원)보다 6.6% 늘어났다. 영업이익(1692억 원)은 전년 동기(1382억 원) 대비 22.4% 늘어 증가 폭이 더 컸다. 누적 ‘렌털(rental·대여) 계정’ 수도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4% 증가한 633만 개를 기록했다.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해외사업 매출은 2255억 원으로 전년 동기(1800억 원) 대비 25% 성장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3조 원(영업이익 4582억 원)을 기록한 데 이은 호실적이다.

1 코로나19발 불황 속 20%대 성장 호실적
코웨이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위생과 ‘홈쿡(home cook)’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커졌다. 코웨이 정수기 모델이 말레이시아에서 ‘할랄(이슬람 율법에 맞게 만들어진 것)’ 인증을 받는 등 해외시장 개척에 노력한 점도 주효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게임업체 넷마블은 코웨이 지분 25.8%(1조7400억 원)를 인수해 대주주가 됐다. 국내 ‘환경가전(정수기·비데·연수기·공기청정기 등)’ 렌털업계 부동의 1위가 게임업계 2인자에게 넘어간 것이다. 인수 작업은 올해 2월 일단락됐다. 코웨이는 인수 후 받아 든 사실상 첫 성적표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말레이시아 등 해외 시장개척에 노력”

코웨이는 ‘코디’를 통한 고객 관리로 정수기 시장을 제패했다. [코웨이 제공]

코웨이는 ‘코디’를 통한 고객 관리로 정수기 시장을 제패했다. [코웨이 제공]

익명을 원한 정수기 렌털업계 관계자는 “넷마블이 정수기업계 선두 코웨이를 인수한다고 해서 놀랐다. 업계 생리를 전혀 모르는 게임업체 대주주의 등장으로 코웨이가 흔들리지 않을까 싶었다”며 “여전한 성장세에 ‘역시 코웨이는 코웨이구나’ 싶었다”고 평했다.

2 시장점유율 50%대, 633만 ‘렌털 계정’ 위엄
코웨이는 환경가전 렌털 분야의 전통 강호다. 웅진그룹의 주력 계열사였던 코웨이는 그간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며 혼란을 겪었다. 웅진그룹의 모태는 1980년 창업주 윤석금 회장이 세운 출판사 ‘혜임인터내셔널’이다. 창업 7년 만에 출판업계 1위를 차지하고 이후 교육·식품·건설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1989년 세워진 코웨이(당시 한국코웨이)는 줄곧 웅진의 핵심 전력이었다. 1990년 정수기 생산·판매를 시작했고, 1994년에는 시장점유율 60%를 기록해 시장 1위에 올랐다. 1998년 방문판매 사원 겸 고객관리 직원 ‘코디’(남성은 ‘코닥’)와 렌털 제도를 본격 도입했다. 현재까지 5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후발주자 대기업, 가격경쟁력으로 승부수”

국내 환경가전 렌털 시장에서 코웨이(633만 계정)는 누적 ‘렌털 계정’ 숫자 기준 압도적 1위다. LG전자(200만 계정)와 SK매직(194만 계정), 쿠쿠홈시스(164만 계정)·청호나이스(153만 계정) 등이 뒤를 잇는다. SK매직(동양매직 시절인 2008년 렌털 사업 시작, 2016년 SK네트웍스에 인수)·LG전자(2009년 렌털 사업 시작) 등 대기업이 뒤늦게 렌털 시장에 뛰어들어 급성장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평했다. 

“코웨이나 청호나이스 등 업계 선두주자는 방문판매와 지속적 고객 관리에 주안점을 뒀다. 반면 후발주자 대기업은 홈쇼핑 등으로 판로를 확대했다. ‘직수 정수기’ 등 저가 모델로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이런 전략이 급성장의 비결이라고 본다.” 

렌털 계정 숫자는 국내 환경가전 산업에서 각 기업의 사세(社勢)와 시장점유율을 가늠하는 주요 척도다. 환경가전업계의 시장점유율을 정확히 파악한 통계는 없다. 직접 판매보다 기기 대여의 비중이 커 추산이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업체에 등록된 렌털 계정의 누적 수를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을 대강이나마 파악한다. 

정수기 등 환경가전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대개 월 3만~5만 원 정도의 대여금을 계약 기간(3~5년) 동안 렌털 업체에 지불한다. 그 대신 업체는 환경가전 기능의 핵심 부품인 물·공기 정화 필터를 지속적으로 관리해 준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정수기 소유권은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모두 코웨이가 국내에 본격 도입한 영업 전략이다. 

코웨이는 후발주자의 맹추격을 여유롭게 따돌리고 있다. 그 배경을 두고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렌털 계정을 단기간에 늘리는 것 못지않게 기존 고객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는 매일 마시는 물과 관련된 정수기 품질에 상당히 민감하다. 영업·품질관리에서 소비자와 ‘스킨십’이 중요하다. 일단 신뢰관계를 구축해 유통망을 확보하면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다.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뀐 코웨이가 업계 1위를 유지하는 이유다.”

CS닥터 파업은 풀어야 할 과제

다만 코웨이가 해결할 과제도 있다. 6월 말부터 코웨이 CS닥터(렌털 장비 설치·수리 기사) 노조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코웨이 노사는 비정규직 CS닥터의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다. 회사 측이 정규직 전환을 약속하자 CS닥터 노조는 6월 10일 예고한 파업을 철회했다. 그간 코웨이 내부에서는 비정규직 직원들의 처우에 대한 불만이 누적됐다. 업계 안팎에서 MBK파트너스가 소유했을 때(2013~2018년) 사내 노무 관리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 후 연차 산정이 또 다른 문제로 떠올랐다. 회사 측은 일괄적으로 연차 15일(1년차 직원 수준)을 제시했다. 반면 노조 측은 근속연수에 따라 연차를 보장해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CS닥터 노조 조합원 1500여 명은 6월 26일 파업에 돌입했다. 제품 설치 및 수리가 지연되자 고객의 원성이 높아졌다. 최근 코웨이 이용자들은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파업 장기화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코웨이 관계자는 “코웨이는 CS닥터 노조 총파업에 따른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서비스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빠른 시일 내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3 방황 끝 1조7400억 원에 넷마블 품으로
웅진그룹은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위기에 봉착했다. 2012년 지주회사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에 돌입한 후 핵심 계열사 매각에 나섰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웅진그룹은 2013년 코웨이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매각했다. 2018년 절치부심 끝에 코웨이를 되찾았지만 인수 차입금 1조6000억 원을 감당하지 못했다. 다시 매물로 나온 코웨이는 넷마블에 인수됐다. 

넷마블은 구독경제 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인수 배경으로 내세웠다. 그간 축적한 빅데이터 및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 기술을 코웨이에 접목해 ‘스마트홈’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코웨이가 구독경제 분야에서 쌓은 노하우를 게임 사업에 적용할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넷마블이 말한 ‘시너지 효과’는 무엇일까. 업계 안팎에서 아직 넷마블과 코웨이의 ‘콜라보’가 구체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넷마블과 어떤 협업을 진행 중이냐는 질문에 코웨이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답변은 어렵다. 중장기적으로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게임 빅테이터 기술로 ‘스마트홈’ 선점 노려

지난해 12월 넷마블은 코웨이를 인수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국제 게임 전시회 ‘G-STAR’의 넷마블 부스.

지난해 12월 넷마블은 코웨이를 인수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국제 게임 전시회 ‘G-STAR’의 넷마블 부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당장 넷마블과 코웨이 간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중장기적으로 ‘캐시카우(cash cow·현금 흐름을 발생시키는 수익창출원)’ 확보를 위한 단순 투자로 본다. 저성장 국면에서 현금 조달이 용이한 업체 인수가 매력적 카드로 떠올랐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코웨이 인수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한국게임학회장)는 “게임업체의 ‘문어발식 확장’이 게임 산업은 물론 인수된 업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자칫 시장 생태계에 혼란을 부를까 우려된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정수기 고객 관리는 빅데이터 없이 현 기술 수준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코웨이는 이미 업계 선두로 축적된 영업·관리 노하우를 갖고 있다. 넷마블이 코웨이에 얼마나 시너지 효과를 줄지 의문이다. 과거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도 나름의 경영적 합리성이 있었다. 기존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관 산업에서 영역을 확장했기 때문이다. 반면 넷마블의 코웨이 인수는 이런 연관 고리를 전혀 찾을 수 없다. 무리한 확장이 한국 게임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게임업체라고 게임만 하나”

이에 대해 넷마블 관계자는 “코웨이 인수에 ‘캐시카우’ 필요성도 반영돼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다만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비판은 억울하다”며 “게임 업체라고 게임 사업만 하라는 법은 없다. 코웨이 인수는 시너지 효과를 노린 신사업 진출”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두 업체의 협업은 언제쯤 구체화될까. 이에 대한 넷마블 관계자의 설명이다. 

“인수를 완료한 시점이 올해 2월로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다. 앞으로 스마트 홈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넷마블은 게임업체로서 이에 필요한 기술을 갖고 있다. 아직 시너지 효과가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코웨이와 계속 협업하고 있다. 향후 구독경제 선두주자로 진화할 잠재력이 있다. 중장기적 성과를 봐달라.”



신동아 202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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