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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저격수들 음모론이 낳은 ‘삼바’ 논란 이제 끝내야

  • 이병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삼성 저격수들 음모론이 낳은 ‘삼바’ 논란 이제 끝내야

  • ● 행정 권력 남용 정도와 법치 수준 드러난 사건
    ● 애초에 분식회계 아닌 회계기준 변경 사안
    ●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 4년 전 6조 원 평가 타당
    ● 검찰, 수사심의위 권고 따라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설립된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설립된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수사와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성급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고, 수사심의위원회는 압도적 표결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결정했다. 그럼에도 일부 정치권에서 이 부회장 구속 수사를 주장하는가 하면, 검찰은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 검찰이 기소를 고집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사건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삼성의 최고경영자들이 검찰 수사와 기소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판단한 것에서 미뤄볼 수 있듯, 이른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은 애초에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삼성 저격수’들의 음모론으로 시작된 정치적 사건이다. 

재벌의 지배구조 개혁을 주장해 온 참여연대를 비롯한 정치적 시민단체들은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부풀렸다고 주장해 왔다.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이 2015년 5월 산정됐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기준 변경 감사보고서는 2016년 4월 발행됐기에 시간적으로 앞뒤가 안 맞는데도 삼성 경영진이 타임머신을 보유한 것과 같은 주장을 해왔다. 

이 사안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업 및 기업 활동 회계와는 관계가 없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보유 주식 가치를 재평가한 것이 불법인지는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분명한 사안이다. 분식회계에는 가공의 전표나 증빙자료가 등장하는 게 보통이다. 재무제표를 조작하고 이해관계자들을 속이려는 의도적 범법 행위가 아니라 자회사의 주식 가치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재평가한 것이어서 분식회계 사건이 아니라 회계기준 변경이 적정한지 따져야 하는 사안이다. 

논쟁의 핵심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관계 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보유주식 가치를 어떻게 모회사의 회계에 반영했는지와 그것이 우리나라가 채택한 국제회계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다. 모회사가 피(被)투자 관계 회사에 대한 경영 지배력을 온전히 갖고 있을 경우 자회사로 간주해 지분만큼만 가치를 반영하게 돼 있다. 이 경우 모회사의 연결재무제표로 자산, 부채, 매출, 손익을 합산해 반영해야 한다. 쉽게 말해 연결종속회사(연결재무제표 작성 대상에 포함되는 종속 회사)인지 아니면 다른 투자자와 공동 경영하는 회사인지가 이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합작 초기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85%를 보유하고 대표이사와 이사 5명 중 4명을 지명하는 권리를 갖고 있었다. 바이오젠 또한 사업보고서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지배하고 있다고 공시한 바 있다. 그러나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의 50%에서 –1주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을 추가로 인수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 어느 쪽도 주주총회 의결정족수인 52%를 넘을 수 없어 중요 사안에 대한 결정이 양사 합의 없이는 불가능한 명백한 공동 경영의 상태로 전환된다. 또한 바이오젠이 6명의 이사 중 3명을 지명하게 됨으로써 공동 경영 회사로 바뀐다는 데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합자사인 바이오젠이 갖고 있는 주요 지적자산과 영업권에 대한 동의권, 콜옵션이 자신들의 투자에 대한 방어권인지 공동 지배의 실질적 권리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이다. 지분이 적은 쪽의 방어권을 다양한 형태로 명시하는 일이 합작 과정에 많이 있다. 또한 이러한 사안을 기업의 경영지배권과 관련해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와 관련한 명백한 기준도 없다. 덧붙여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이전 국내 3대 회계법인이 회계기준에 부합한다고 일치된 의견을 제출했고, 한국거래소 상장 때에도 이슈화한 바가 없다. 금융감독원과 증권선물위원회가 판단을 3번이나 바꿨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문제가 주관적 판단의 영역임을 방증한다. 범죄의 증거란 ‘합리적 의심을 넘는’ 분명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다. 그런데 규제기관마저 의견을 3번이나 바꾼 불분명한 사실을 범죄로 여기고 수사하는 것은 이 사안이 법치의 근본 원칙을 벗어났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회계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기업의 재무 및 영업 정보가 의도적으로 왜곡돼 이해관계자(외부 투자자나 대출을 하는 금융회사 등)들이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해 손실을 입을 가능성 때문이다. 이 사안을 사회적으로 이슈화하고자 한 쪽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본 잠식 우려 때문에 회계기준을 변경하고 이익을 부풀렸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바이오젠에 넘겨야 할 주식은 현재 가치를 반영한 높은 가격에 평가하고, 바이오젠이 보유한 주식은 애초의 취득 가격으로 그대로 둘 때만 가능한 일이다. 이런 주장이야말로 동일한 자산을 두 개의 가치로 평가하는 분식회계를 하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보유 주식의 재평가에 따른 특별손익이 투자자들을 혼란시켰는지 살펴보자. 자본시장의 기관투자자나 일반 투자자들은 영업에 의한 이익과 일시적 특별이익을 구분하지 못할 만큼 바보가 아니다. 이 사안이 입건돼 수사가 진행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일시적 주가 하락만 있었을 뿐 이전의 주가를 훨씬 넘어 계속 상승해 왔다는 점도 이 정보가 투자자들을 기망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무조건 구속 외치는 건 법치 포기한 모습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직후 이 문제를 가장 강하게 제기한 참여연대의 질의에 금감원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회신한 바 있다. 그런데 2018년 4월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출신 인사가 금감원장에 임명된 후 한 달 만에 ‘불법’으로 판단이 바뀌었다. 원고가 재판장을 겸임한 격으로 제대로 된 나라라면 있을 수 없는 권력남용 사안이다. 증권선물위원회 감리에 참여한 인사 중 일부가 현재 경제 권력의 정점에 있다는 점에서 증권선물위원회가 감리 결정을 번복한 것도 이해상충의 양상을 띠고 있으며 매우 부적절한 공권력 행사의 전형에 속한다. 국가로서 정책의 일관성과 법치를 포기한 것을 넘어 권력자들과 전문가들이 이해상충 회피라는 윤리 규범도 준수하지 않은 사안이다. 

이후 전개된 상황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판단이 적정했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바이오젠은 삼성의 예상대로 2018년 콜옵션을 행사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9년 전년 대비 108% 급성장한 7659억 원 매출에 1228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영업이익률이 16%에 달한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매출 7016억 원, 영업이익 917억 원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50조 원의 삼성바이오로직스보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월등히 우월한 실적을 냈다. 이 같은 회사의 가치를 4년 전 6조 원으로 평가한 게 과도하다고 주장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상장 후 10만 원대에서 60만 원대까지 치솟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 가격을 30만 원 이하로 떨어뜨린 것은 정치적 시민단체에 이용당한 공권력의 횡포다. 

검찰은 객관성을 갖춰야 한다. 수사심의위원회는 검찰의 기소 독점 폐해를 제거해 보자고 만든 개혁적 제도다. 검찰은 지금껏 수사에 착수하면 없는 죄도 만들어낸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온당한 수사를 하면서도 개혁의 대상이 되는가 하면 ‘조국 수호대’의 공격 대상이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법무부와 갈등을 겪고 있기도 하다. 유력 정치인이나 대기업을 수사한 검사들은 정치적으로 출세했다. 피해자의 인권이 중요하다면서 검찰개혁을 외쳐온 집권 세력과 지지 세력이 피의자가 재벌 총수라고 해서 무조건 구속을 외치는 작금의 행태는 민주주의도 법치도 포기한 모양새일 뿐이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분명하게 결정했는데도 수사를 계속하는 검찰은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해 필자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겠다면서 검찰에 출두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거듭 강조하건대 이 사안은 회계 기준과 관련한 사안이다. 2년간 수많은 압수수색 및 구속영장 청구를 남발한 검찰이 범죄 개연성도 따져보지 않고 수사하고 영장을 청구한 게 아닌지 우려된다. 

이 사건을 통해 행정권력의 남용 정도와 법치 수준이 드러났다. 이념적 목표를 위해 어떤 음모론도 만들어내는 자칭 시민단체들이 경제를 정치화하는 것도 문제다. 검찰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복원될 수 있는지 묻는 사건이기도 하다.




신동아 2020년 9월호

이병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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