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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화물기 개조 여객기 하루 얼마 버는지 보니…

[기업언박싱] “1대당 운송량 70% 증가, 수익 1억 안팎 기대”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대한항공, 화물기 개조 여객기 하루 얼마 버는지 보니…

  • ● 기존 ‘밸리 카고’(belly cargo) 적재량(20t) 대비 14t 증량
    ● 좌석레일·카고 네트(cargo net)·스트랩(strap) 3중 안전장치
    ● 마스크 등 방역물자 만재(滿載) 1대당 수익 1억 안팎
    ● 전문가 “기책(奇策)이나 타 업체 모방 쉬워”… 중장기 대책 필요
    ● 대한항공 “우린 여객항공사…2대만 먼저 운행해 수익·안전성 검토”
    ● 국토부 “처음 가보는 길…화재 방지 등 안전장치 주시”
*숫자를 통해 기업과 산업을 낱낱이 뜯어봅니다. 기업가 정신이 살아 숨 쉬는 혁신의 현장을 전합니다.

대한항공 에어버스 330 여객기의 ‘밸리 카고’(belly cargo)에 화물을 적재하는 모습.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 에어버스 330 여객기의 ‘밸리 카고’(belly cargo)에 화물을 적재하는 모습. [대한항공 제공]

여객기의 화물기 변신으로 대한항공은 순항을 이어갈 수 있을까. 코로나19에 따른 항공업계 실적 ‘급강하’가 예상되던 가운데 대한항공이 올해 2분기 뜻밖의 비상(飛上)을 했다. 올해 2분기 대한항공은 1485억 원(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1015억 원 적자였다. 지난해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2500억 원이나 증가한 것. 다만 매출 규모는 큰 폭으로 줄었다. 2분기 매출액은 1조6906억 원으로 전년 동기(3조201억 원) 대비 44% 감소했다.

① 코로나19 상황에서 1485억 원 흑자
대한항공의 실적 선방을 이끈 주인공은 단연 화물 운송이었다. 2분기 대한항공의 화물부문 매출은 1조2259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시기(6300억 원)보다 95%나 급증했다. 항공사가 여객을 제외한 화물을 얼마나 운송했는지 나타내는 지표 FTK(화물 운송실적 지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코로나19는 항공업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항공사의 국제선 여객(출도착·환승)은 877만9870명으로 지난해 같은 때(3099만 명)보다 71.9% 급감했다. 대한항공의 2분기 RPK 지수(여객 운송실적 지수)도 전년 동기 대비 92.2% 떨어졌다. 매출액 규모 글로벌 1위 항공사인 미국 델타항공(-6조7493억 원)을 비롯해 아메리칸에어라인(-2조4886억 원)과 에어프랑스·KLM(-2조1845억 원), 유나이티드항공(-1조9300억 원) 등 주요 항공사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적자를 면치 못했다.

경쟁사들은 조 단위 적자

② 90%급증한 화물 운임 노린 ‘기책(奇策)’
6월 11일 대한항공은 기내에 ‘카고 시트 백(cargo seat bag)’을 장착한 보잉 777 여객기로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시카고까지 화물을 운송했다. [대한항공 제공]

6월 11일 대한항공은 기내에 ‘카고 시트 백(cargo seat bag)’을 장착한 보잉 777 여객기로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시카고까지 화물을 운송했다.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은 텅 빈 여객기 좌석에 주목했다. 객석을 화물 운송에 활용하는 ‘기책(奇策)’을 냈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항공화물 운임은 치솟았다. 코로나19 방역 물자를 나르기 위한 항공 운송 수요가 급증했지만 정작 비행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홍콩 항공화물 운임지수(TAC)에 따르면, 5월 국제 항공화물 운임(상하이-북미 기준)은 1kg당 10.83달러(1만2900 원)로 전년 대비 약 240% 급등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에 따라 국제 물동량이 늘어난 마스크·진단키트 등 방역물자를 5월부터 기내 수하물 보관함(overhead bin)을 통해 운송했다. 6월에는 여객기 좌석에 짐을 실을 수 있게 특수 제작한 가방 ‘카고 시트 백(cargo seat bag)’을 도입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여객기 객석에 화물을 싣는 방책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 대한항공은 여객 중심 항공사지만 화물 운송에 필요한 네트워크와 노하우도 갖고 있다. 현재 보유한 화물 전용기 23대(전체 보유 여객기 169대 중 13.6%)도 풀가동해 항공화물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적절한 항공기·화물기 비율 ‘포트폴리오’ 주효”

관계 당국의 협조도 주효했다. 4월 국토교통부는 ‘안전운항 기준’을 개정해 항공사가 여객기 객실을 화물 운송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본래 항공화물은 안전을 위해 ‘고유 탑재용기’(ULD)에 담아 별도 화물칸을 통해서만 운송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국내 항공사를 지원하기 위해 항공화물 운송 기준을 변경했다. 다만 안전성 확보를 위해 사전에 각 항공사로부터 운송 계획을 제출 받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객기의 ‘배(belly)’에 해당하는 동체 하단부에는 ‘벨리 카고(belly cargo·여객기 화물칸)’가 있다. 보잉 747·777 등 대형 기종의 경우 화물 20t 정도를 운송할 수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벨리 카고를 통한 화물 운송은 전체 항공 화물 운송량의 60% 정도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글로벌 항공사의 대규모 적자 속 대한항공의 흑자는 상당히 돋보인다”며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아무리 여객 수요가 줄어도 항공사는 주요 국제선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법적 강제가 없어도 외교관·사업가 등 VIP 고객의 수요에 응해야하기 때문이다. 기내 객석을 화물 운송에 전면 활용한 것은 대한항공이 업계 최초다. 적자 노선 운항이 불가피한 가운데 ‘발상의 전환’으로 흑자를 낸 점을 높이 평가한다. 보유한 여객기·화물기 비율을 적절히 조절한 포트폴리오가 성과를 거뒀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창업주 조중훈 회장이 물류업으로 그룹의 토대를 닦아서인지, 대한항공은 항공화물 분야에 꾸준히 투자했다. 이런 강점이 위기 속 빛을 발했다”고 평가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항공의 화물 운송실적(FTK)은 74억 FTK로 홍콩 캐세이퍼시픽(109억 FTK)에 이은 세계 6위였다(1위 페덱스 175억 FTK).

“창업주 이래 항공화물 분야에 꾸준한 투자”

③ 보잉 777기 개조로 운송량 14t 확대
대한항공은 아예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기로 결정했다. 보잉 777 기종 여객기 2대의 객석을 일부 제거해 화물 적재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여객 수요 회복을 낙관하기 어렵다. 보잉 777의 객실 의자를 일부 제거하면 추가로 14t 가량의 화물을 적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면 수익은 얼마나 늘어날까.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구체적 운임은 화물주와 계약에 따른 것이므로 상세히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마스크 등 방역물자의 경우, 보잉 777 개조 후 만재(滿載)하면 1대당 1억 원 안팎의 수익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더욱이 여객기는 공항에 머무르기만 해도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항공사는 공항 측에 항공기 주기비용인 정류료를 지불해야 한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여객기 1대당 정류료는 하루 170만 원(보잉 747)에서 250만 원(에어버스 380)에 달한다. 정부는 올해 3월부터 각 항공사가 낼 정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당초 5월까지만 면제할 예정이었으나 7월까지 연장됐다. 현재(8월 21일) 8월분 정류료 면제를 두고 국토부와 항공사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정류료 면제 혜택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항공사로서는 여객기를 ‘놀리느니’ 화물 운송에 투입하는 것이 무조건 이득이다.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면 항공기 안전을 저해하지는 않을까.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기존 좌석 밑에 설치된 레일(rail)을 화물 고정에 활용하고, 카고 네트(cargo net)·스트랩(strap) 고정 장치 등 안전 설비를 설치할 계획이다. 국토부의 승인을 얻어 화물 운송의 안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답했다. 

항공사는 항공기 개조에 앞서 수리·개조 신청사유 및 작업일정과 수리·개조 작업지시서 등을 첨부해 작업 시작 10일 전까지 지방항공청장에게 제출해야 한다(항공안전법 시행규칙 66조). 지방항공청의 승인으로 개조가 완료되면 최종적으로 항공안전법(30조)에 따라 항공기 기술기준에 적합한지에 대해 국토교통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실제 운항에 나설 수 있다. 

대한항공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서울지방항공청 관계자는 “현재 대한항공 측과 여객기 개조에 대해 협의 중이다. 대한항공으로부터 작업 지시서 등 필요한 서류를 제출 받아 승인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실제 개조 자체는 간단해서 3~4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토부 항공운항과 관계자도 “가능하면 신속하게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처음 시도하는 개조이므로 만약 있을지 모르는 위험성을 줄이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부연했다. 

“정부나 업체나 ‘처음 가보는 길’이다. 같은 기종 항공기도 여객기·화물기마다 사양이 다르다. 가령 화물기의 경우, 화재 방지 및 경보 장치가 여객기보다 많다. 여객기처럼 감시할 사람이 많지 않아 화재 발생 시 대처가 늦기 때문이다. 개조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항공사에 실무 차원에서 조언하고 있다.”

“2분기 호조 계속된다는 보장 없어”

다만, 대한항공의 비상한 대책이 앞으로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다른 글로벌 항공사도 언제든 여객기를 화물 운송에 본격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희영 교수는 “대한항공의 2분기 실적 호조가 다음 분기에도 계속된다는 보장은 없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항공 화물 운임은 고무줄과 같다. 수요·공급 균형에 따른 변동이 극심하다. 대한항공의 2분기 실적도 일시적 운임 폭증에 기댄 바가 크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각 항공사는 여객보다 화물 운송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이 선수를 쳤지만 다른 항공사들도 쉽게 차용할 수 있는 간단한 방식이다. 중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개조한 여객기 2대를 먼저 운행해 본 뒤 사업성·안전성을 지속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화물 운송 부문 확충 뿐 아니라 위기 대처를 위한 다양한 방책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신동아 202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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