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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에 구속까지…뻥 뚫린 P2P금융, 당국 칼 뽑았다

[금융 인사이드] 평균 연체율 16.7%…호시절 끝 P2P, 生死 갈림길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폐업에 구속까지…뻥 뚫린 P2P금융, 당국 칼 뽑았다

  • ● 5년 전엔 ‘메기효과’ 고려해 규제 소극적
    ● P2P 선두주자 미국·중국서 부작용 잇따라
    ● 최근 국내서 급성장, 누적 대출액 11조 원
    ● 평균 연체율 16.7%, 수사 의뢰 업체 18개社
    ● 폐업토록 하거나 대부업 전환 유도할 듯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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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 금융은 아직 시작도 안 한 단계다. 별도의 규율체계를 가져가는 게 나은지, 어떤 시스템으로 접근할 것인지 숙고가 필요하다.” 

5년 전인 지난 2015년 9월. 임종룡 당시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금융권에서 한창 이슈가 됐던 P2P(Peer to Peer·개인 간 거래) 금융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P2P 금융이란 기존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투자자와 대출자를 중개하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P2P 금융업체는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금을 모아 대출을 원하는 사람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대출 서비스를 한다. 

2015년은 P2P 금융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주목받은 뒤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한 때였다. 임 전 위원장을 비롯해 당시 금융 당국 관계자들은 P2P 금융을 규제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우선 여론이 P2P 금융 규제에 부정적인 편이었다. 당시 국내에서는 기존 금융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컸다.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가 나서서 우리나라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며 금융권을 질책할 정도였다. 실제 세계경제포럼(WEF)이 내놓은 ‘금융시장 성숙도’ 평가 순위에서 우간다는 81위를 기록했고, 한국은 87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에선 메기효과, 미·중에선 부작용

이에 ‘보신주의’에 빠진 국내 금융권에 P2P 금융업체들과 같은 ‘메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P2P 금융은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합성어)의 대표주자로 꼽혔다. 더군다나 금융 당국은 처음 P2P 금융업체가 등장하자 ‘금융사가 아니다’라며 영업을 제지했다가 비판 여론에 휩싸인 경험도 있었다. 이에 금융 당국 처지에서는 P2P 금융을 무작정 규제하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가 됐다. 

하지만 금융 당국 내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던 게 사실이다. 여론은 P2P 금융을 새로운 금융업이라며 띄워주기 바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여러 부작용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P2P 금융은 2006년 영국에서 시작돼 미국과 중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활성화한 금융 서비스였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P2P 금융의 선두주자로 꼽혔다. 그런데 두 나라에서 공히 P2P 금융에 따른 부작용이 이어졌다. 

미국에서는 2016년 최대 P2P 금융업체인 렌딩클럽이 부정 대출 혐의를 받았다. 이에 미국 재무부는 P2P 금융에 대해 “전통 금융산업처럼 완벽한 신용 주기를 경험한 사례가 없어 신용 환경이 악화할 경우 산업 전반에 우려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P2P 금융업체들이 단기간에 자금을 끌어모았다가 운영자가 모든 자금을 가지고 달아나는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규제가 느슨한 만큼 부작용도 많았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막 산업이 태동할 때라 큰 사고가 없었고, 대출 부실률도 높지 않았다. 전체 대출 규모도 작았던 데다가 대출을 해준 지 얼마 되지 않아 대출금 상환이 연체될 일이 거의 없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부실률은 올라갈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당시 P2P 금융업체들은 부실률이 낮다는 점을 내세워 마치 새로운 금융의 시대가 열린 것처럼 광고했다. 그럼에도 금융 당국 처지에서는 당장 규제할 ‘명분’이 없었다. 시간이 필요했다. 

금융 당국은 일단 법적 강제성이 없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시행토록 하고 시장을 지켜보는 방식을 택했다.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을 경우 직·간접적 제재를 하는 선에서 시장을 키우겠다는 명목이었다.

143개 사 누적 대출액 11조 원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9월 23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빌딩에서 열린 ‘P2P 금융제정법 취지에 맞는 소비자 보호와 산업 육성의 방향성 정책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9월 23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빌딩에서 열린 ‘P2P 금융제정법 취지에 맞는 소비자 보호와 산업 육성의 방향성 정책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P2P 금융 업체들은 ‘진짜’ 제도권에 첫발을 들였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 이른바 P2P 금융법이 8월 27일부터 시행되면서다. 온투법은 P2P 업체를 현행법상의 대부업체가 아닌 별도의 금융 업종으로 분류한다. 

5년이 지난 사이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다. 일단 P2P 금융업권이 급성장했다. 2015년 말 P2P 금융업권의 대출 잔액 규모는 200억 원 안팎 정도였다. 금융 당국이 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않더라도 당장 크게 문제를 일으킬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8월 초 기준으로 143개 사(정보 수집이 가능한 업체 수)의 누적 대출액이 11조 원을 넘어섰다. 대출 잔액은 2조4000억 원가량이다. 정보 수집이 불가능한 업체 등을 포함한 전체 P2P 금융 기업의 수는 240여 개로 추산된다. 

아울러 금융 당국 입장에서는 P2P 금융에 대한 규제를 철저하게 해도 될 만한 여론이 조성됐다. P2P 금융 통계업체인 미드레이트에 따르면 143개 사의 평균 연체율은 16.7%에 달한다. 지난해 말 연체율이 11.4%였던 점을 고려하면 최근 들어 연체율이 더욱 빠르게 상승하는 분위기다. 연체율이 100%인 곳도 9곳이다. 올해 1분기 국내 저축은행업계의 대출 연체율은 4% 수준이다. P2P 금융의 연체율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을 잘 드러내는 수치다. 

기존 금융사의 경우 연체율이 높으면 금융사 스스로가 건전성에 타격을 입는다. 하지만 P2P 금융은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다수 투자자가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된다. 또 규제가 없는 틈을 타 업체가 난립하다 보니 사건·사고가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중고차를 담보로 투자자를 모았던 ‘넥스리치펀딩(넥펀)’이라는 업체는 이른바 돌려막기를 한 혐의로 대표가 구속됐다. 넥펀은 특히 투자금 250억 원을 돌려주지 않고 폐업하면서 물의를 빚었다. 

동산 담보 대출을 주로 다루던 업체인 ‘팝펀딩’ 역시 대표가 돌려막기(사기)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팝펀딩은 지난해 11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동산 금융의 혁신사례’로 치켜세운 업체라 금융권이 받은 충격이 적잖다. 

이와 관련해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기·횡령·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수사 의뢰된 P2P 업체는 18곳에 달했다. 

사건·사고가 이어지니 P2P 금융에 대한 여론도 5년 전처럼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과거에는 마치 P2P 금융에 투자만 하면 연체 없이 돈을 벌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팽배했다. 하지만 이제는 부실 업체에 대한 우려에 더해 높은 연체율 때문에 투자 손실을 볼 공산이 높다는 사실까지 알려졌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3월 P2P 금융 투자에 대한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퇴출 작업 혹은 대부업 전환 유도할 듯

금융위원회는 온투법이 시행되기 전인 오는 8월 26일까지 모든 P2P 금융사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적격 업체에 대해서만 P2P업 등록 심사를 진행하고, 부적격하거나 자료를 미제출한 업체에 대해서는 현장 점검을 한 뒤 대부업으로 전환을 유도하거나 폐업을 하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투자한도는 축소하는 분위기다. 당초 온투법 시행령에는 개인투자자의 투자한도를 P2P 금융업계 전체에 5000만 원, 부동산은 3000만 원으로 정한다고 돼 있었다. 하지만 이후 마련한 감독 규정에서 전체 투자한도를 3000만 원, 부동산은 1000만 원으로 낮췄다. 금융 당국은 “우선 감독 규정을 통해 투자한도를 낮춰 운영하고 향후 P2P 금융의 성장과 이용자 보호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조정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P2P 금융 연체율이 악화하는 데다가 사건·사고가 이어지니 일단 보수적으로 운영하다가 향후 점차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의미다. 

금융 당국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온투법이 시행되면 기존 업체들은 일정 요건을 갖춰 ‘P2P 금융업체’로 등록해야 한다. 금융 당국은 1년간 등록 유예기간을 뒀다. 이 유예기간 동안 미등록 P2P 금융업체에 적용되는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소비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개정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개인의 업체당 투자한도는 기존 20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낮아졌다. 부동산 관련 상품은 500만 원으로 제한했다. 

업체들은 당황하는 분위기다. 한 P2P 금융업체 관계자는 “제도권에 들어갔으면 규제에 따르는 업체에는 성장의 길을 열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라면서 “하지만 금융 당국이 최근 투자한도를 낮추면서 오히려 산업이 위축되게 생겼다”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P2P 금융업계에서 옥석 가리기가 활발하게 이뤄지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P2P 금융이 법적으로 명확하게 금융 당국이 책임져야 하는 영역이 된 만큼 부실 업체를 퇴출시키는 직·간접적인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온투법이 본격 시행되면 부실 업체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영업을 지속하기가 만만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게 연체율 관리다. 온투법에 따르면 연체율이 10%를 초과할 경우 새로운 대출을 제한하고, 15% 초과 시 경영 공시, 20% 초과 시 리스크 관리 방안 마련, 보고 등의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지나친 고위험 상품도 취급할 수 없게 된다. 다수의 대출 채권을 혼합한 구조화 상품, 가상통화, 파생상품 등을 담보로 한 연계 대출이 제한된다.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P2P 업체가 대출 규모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준비금을 마련하고 폐업 시에 유지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옥석 가리기와 성패의 갈림길

그간 기존 금융사 관계자들은 P2P 금융업체들이 제도권으로 들어선 뒤부터 일정 기간은 성장에 어려움을 겪으리라 예상했다. 그동안은 규제가 느슨해 P2P 금융업체들이 승승장구해 왔지만, 금융 당국의 사정권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도 과거에는 느슨한 규제 속에서 몸집을 불리다가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타격을 받은 바 있다”라면서 “이제는 워낙 규제가 촘촘하게 짜여 있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게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P2P 금융업체들 역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각 P2P 금융업체들이 성패의 갈림길에 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 당국에 의해 제지를 당하거나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당하는 등 옥석 가리기 작업이 진행된 뒤에는 생존한 업체들이 안정적으로 업계를 이끌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른 P2P 금융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몸집을 불리기보다는 조직을 재정비하고 운영 시스템을 재점검하는 시기”라면서 “당장은 업계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주춤할 가능성이 크지만, 점차 안정적으로 다시 성장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동아 2020년 9월호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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