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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 상담소 가보니… “칠십 노인이 법원 가게 생겨”

임대인‧임차인 “국토부 콜센터는 통화도 안 된다”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임대차법 상담소 가보니… “칠십 노인이 법원 가게 생겨”

25일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관련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문영훈 기자]

25일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관련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문영훈 기자]

“집주인이 임대료를 5% 넘게 올려달라고 요구했어요. 소송까지 가 패소하면 임대인 변호사 선임료까지 다 물어줘야 하나요?” 

9월 초 전세계약 만료를 앞둔 진모(41) 씨는 고민이 많다.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법)에 따라 5% 넘게 전세 보증금을 올릴 수 없는데도 집주인이 막무가내로 나와서다. 집주인은 주택에 파손된 부분이 있다는 둥 트집을 잡으며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했다. 

“개정 임대차법을 살펴봤습니다. 임대인이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게 분명해요. 확인이 필요해 상담소를 찾았습니다.” 

25일 서울 강남구 ‘임대차 민원 방문 상담소’에서 만난 진씨의 말이다. 국토교통부는 임대차법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임대차 민원 방문 상담소를 24일 서울과 경기 각각 두 곳씩 4곳 설치했다.

재산권·생존권 걸린 문제

임대차법 시행 이후 임대인‧임차인 간 분쟁이 늘고 있다. 개정 임대차법이 기존 계약에도 소급해 적용되면서다. 



임대차 민원 방문 상담소에서 법률상담을 하는 강홍례 변호사는 “오늘 예약은 꽉 찼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재산권과 생존권이 걸린 문제인 터라 의뢰인들이 확답을 받고 싶어 한다. 계약 만기가 다가온 분들이 상담소에 주로 오신다”고 말했다. 

“기존 임차인이 임대차법 시행 이후 집에서 나가지 않겠다고 버텨요. 칠십 노인이 법원에 가게 생겼습니다. 신규 세입자가 이 사실을 알고 계약을 철회할까 두렵습니다.” 

70대 김모 씨는 7월 초 신규 세입자와 전세 계약을 맺었다. 개정 임대차법이 시행된 7월 31일 이전에 임대인이 신규 세입자와 계약하면 기존 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작은 아파트 한 채 임대해 먹고 사는데 이 일 때문에 변호사를 찾아다니고 있어요. 세입자는 내가 계약 갱신을 막으려고 허위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해요. 국토부 콜센터는 원론적 이야기만 합디다. 법을 바꿨으면 정부가 유권해석을 정확하게 내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상담소를 찾은 이들은 국토부 콜센터에 임대차법 관련 사안을 문의했지만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임차인 문모 씨(서울 송파구)의 하소연이다. 

“임대인이 법적 근거를 들이대니 저도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죠. 국토부 콜센터는 전화 연결이 안 돼요. 온라인 민원도 넣어놨는데,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법이 너무 복잡해 여러 곳에 문의했지만 마땅한 답을 듣지 못했어요. 뉴스에서 정부가 상담소를 운영한다는 것을 보고 찾아왔습니다.” 

문씨의 임대인은 계약 갱신 때 기존 4억5000만 원이던 전세 보증금을 7억 원으로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문씨는 전월세상한제를 언급하며 맞섰지만 임대사업자인 집주인은 민간임대주택에관한특별법(민특법) 조항을 언급했다. 

민특법에 따르면 2019년 10월 23일 이전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집주인은 첫 임대차 계약 시 5% 증액 제한을 적용받지 않는다. 임대인은 문씨와 전세 계약을 맺은 뒤 임대사업자로 등록했기 때문에 문씨와의 갱신 계약이 첫 계약에 해당하는 셈이다. 반대로 개정 임대차법에 따르면 문씨와 집주인 사이의 계약은 5% 이내로만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 

강홍례 변호사는 “보통의 경우 민특법에서 규정해놓은 내용은 특별법인 민특법이 우선”이라면서도 “문씨 사례는 계약 갱신에 해당하므로 민특법을 따르지 않는다는 게 국토부의 해석”이라고 말했다.

소급 적용 탓 법 조항 간 충돌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인, 임차인 분쟁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전·월세 가격은 시장에서 합의해 해결할 문제다. 규제로 시장 영역을 건드려 분란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개정 임대차법이 기존 임대차 계약에도 소급돼 적용되면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임대차법 시행에 유예를 두거나 소급 적용하지 않았으면 법 해석이 덜 혼동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아 2020년 9월호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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