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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콧대 높은 ‘헤라’도 카톡으로 파는 까닭

[기업언박싱] 전사적 디지털화… 체질 개선 승부수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아모레퍼시픽, 콧대 높은 ‘헤라’도 카톡으로 파는 까닭

  • ●2분기 전체 매출 25% 하락…온라인 매출 80% 증가
    ●뷰티 크리에이터 출연 ‘라이브 방송’ 완판 행진
    ●‘카톡’ 전용상품 출시, 네이버·쿠팡·아마존과 협업
6월 24일 인기 뷰티 크리에이터 ‘레오제이’(오른쪽)가 네이버 셀렉티브 채널에서 라이브 방송으로 아모레퍼시픽 뷰티 브랜드 라네즈의 ‘네오 쿠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네이버 라이브 방송 캡처]

6월 24일 인기 뷰티 크리에이터 ‘레오제이’(오른쪽)가 네이버 셀렉티브 채널에서 라이브 방송으로 아모레퍼시픽 뷰티 브랜드 라네즈의 ‘네오 쿠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네이버 라이브 방송 캡처]

아모레퍼시픽 뷰티 브랜드 ‘라네즈’는 6월 24일 네이버 셀렉티브 채널에서 인기 뷰티 크리에이터 ‘레오제이’와 함께 신상품 ‘네오 쿠션’을 판매해 큰 주목을 받았다. 이 화장품은 묽은 파운데이션이 들어 있는 스펀지를 퍼프로 찍어 피부에 두드려 바르는 상품이다. 물량 2000개가 ‘완판’됐다. 방송 시작 1시간 만이었다. 겨우 2000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화장품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이 같은 판매고를 올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 화장품 업계 ‘큰손’ 아모레퍼시픽이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 소비자와 연결고리를 마련해 호감을 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적 부진에도 온라인 매출 증가, 왜?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화장품 기업 중 하나가 아모레퍼시픽이다. 2016년부터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 조치에 이어 코로나19 사태 등 악재가 겹친 데다 중소형 화장품 브랜드가 늘어나면서 국내 화장품 시장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유튜브·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제품을 홍보하고, 온라인으로 유통하는 중소형 브랜드가 급증하면서 아모레퍼시픽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마저 나온다. 

악재가 겹친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실적은 부진하다. 2분기 매출액(1조1808억 원)과 영업이익(362억 원)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 67% 하락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외 화장품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백화점, 로드숍 등 오프라인 채널 매출이 하락하며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이다. 특히 10대부터 30대까지 젊은 층을 겨냥한 로드숍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2분기 매출액 1000억 원대가 무너지며 적자 전환(-10억 원)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실적 부진에도 온라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0% 늘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1월 신년사에서 “온·오프라인 경계를 뛰어넘는 옴니채널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기업만이 생존한다.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를 선도하자”며 대대적인 전사적 디지털화를 주문했다. 증권업계는 아모레퍼시픽이 채널과 브랜드 구조조정을 잘 진행하다면 코로나19 완화 시점에 큰 폭의 레버리지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채널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가운데 경영 전략을 변경하고 있다는 점과 디지털 채널에서 고성장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①라이브 방송 활용해 제품·브랜드 홍보
침체된 화장품 업계에서 아모레퍼시픽은 어떤 전략으로 온라인 매출을 끌어올렸을까. 아모레퍼시픽이 온라인 매출을 올리기 위해 내놓은 전략 중 눈에 띄는 것은 라이브 커머스를 통한 ‘라방(라이브 방송)’이다. 라이브 커머스는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을 통해 상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온라인 채널을 가리킨다. 온라인을 통한 홈쇼핑 방송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제 라이브 커머스 같은 온라인 판매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시대가 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온라인 구매가 늘어나는 소비 패턴 변화를 반영해 마케팅 수단도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11번가와 손을 잡고 라이브 방송과 프로모션을 연계해 라이브 커머스를 매달 선보이고 있다. 4월과 5월에는 프리미엄 브랜드 ‘아이오페’와 ‘헤라’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그 결과 거래액이 평소보다 각각 20배, 5배 급증했다. 무너짐 없는 커버 유지력, 초경량 무게, 예쁜 디자인 등 이 제품의 강점을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 안성희, 신민수의 입을 빌려 설명한 것이 주효했다. 

7월에는 ‘블랙핑크 제니 파운데이션’으로 알려진 헤라의 베스트셀러 ‘블랙 파운데이션’ ‘블랙 쿠션’ 등을 활용한 메이크업 팁에 대해 방송을 진행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출연해 메이크업 팁은 물론 블랙 파운데이션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법, 피부 타입별 사용법 등을 알려줬다. 방송을 본 소비자들은 “쿠션으로 메이크업을 완성하는 모습을 보니 사용해보고 싶다”며 상품을 주문했다. 실시간 댓글에는 “왜 진즉 이런 방송을 하지 않았느냐”는 반응도 올라왔다. 

11번가와의 라이브 방송으로 재미를 본 아모레퍼시픽은 라네즈의 네오 쿠션 판매 라이브 방송도 했다가 대박이 났다. 방송을 본 소비자를 중심으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이 퍼져 상품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이 4만 개(10억 원 상당)를 돌파한 것이다. 김자인 아모레퍼시픽 홍보팀 대리는 “젊은 소비자들이 라이브 방송에서 브랜드 정보를 확인하거나 뷰티 크리에이터들의 추천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앞으로 라이브 방송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여 이와 관련된 라이브 커머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②온라인 채널 입점&전용 제품 출시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한 아모레퍼시픽 뷰티 브랜드 ‘헤라’ 제품들. [카카오톡 선물보내기 캡처]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한 아모레퍼시픽 뷰티 브랜드 ‘헤라’ 제품들. [카카오톡 선물보내기 캡처]

아모레퍼시픽이 MZ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손잡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두 회사는 8월 6일 ‘AP&M 뷰티·패션 합자조합을 결성했다. 무신사는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뜻으로, 1020세대 비율이 전체 회원의 80%에 달한다. 두 기업은 100억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MZ세대를 겨냥한 뷰티·패션 분야 유망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MCN(다중채널네트워크) 기업, 디지털 커머스 등에도 투자할 계획이다. MCN은 유튜버 등을 육성하고 함께 콘텐츠를 기획·개발하는 기획사다. 최근 인기 유튜버가 점점 많아지자 아모레퍼시픽과 무신사도 이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온라인 판매 채널 입점에도 적극적이다. 젊은 소비자와 접점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서다. 헤라 등의 브랜드는 카카오가 운영하는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5월 입점한 상태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에 따르면 MZ세대의 90.7%가 카카오톡 선물하기 서비스인 기프티콘을 이용해본 경험이 있다. 

이외에도 쿠팡과 협업해 실용주의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이너프 프로젝트’를 출범했다. 이 프로젝트는 아모레퍼시픽이 연초 사업계획으로 언급한 디지털 집중 모델 중 하나로, 모든 제품은 채식주의자를 배려한 비건 프렌들리 제품이다. 네이버와는 온·오프라인 유통 분야에서 협업하고 브랜드를 개발하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해외 온라인몰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인도 유통업체 나이카와 손잡고 대표 브랜드인 ‘설화수’를 인도 온라인 채널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미국 아마존에 아모레퍼시픽, 마몽드 등 2개 브랜드를 입점시키기도 했다.

③AR 활용한 비대면 체험매장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에 문을 연 ‘아모레 스토어’는 증강현실(AR)을 활용한 비대면 체험매장이다.  [동아DB]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에 문을 연 ‘아모레 스토어’는 증강현실(AR)을 활용한 비대면 체험매장이다. [동아DB]

증강현실(AR)을 활용한 비대면 체험 매장도 눈에 띈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1층에 비대면 체험매장 ‘아모레 스토어’를 열었다. 비대면 무인 화장 체험 공간과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소를 합친 콘셉트로 이목을 끌었다. 

그 덕분에 겉으로만 보면 다른 화장품 매장과 별반 차이가 없지만 매장 안에 들어서면 상반된 풍경이 연출된다. ‘언택트 존’에서는 직원 도움 없이 방문객이 제품을 자유롭게 체험한다. 화장한 모습도 AR 메이크업 키오스크를 통해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카운셀링 존’에 들어가 자리에 앉으면 직원이 고객을 맞이한다. 고객 피부와 메이크업 스타일을 분석한 후 추천 제품을 가져오면 상담사가 1대 1로 설명해준다. 고객이 원하면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화장도 직접 도와준다. 

김자인 대리는 “젊은 고객을 겨냥하기 위해 언택트 위주로 매장을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백화점을 이용하는 주 고객층은 중장년층이 많다. 이들은 고객 응대 서비스에 익숙하고 비대면 서비스와 언택트 매장을 부담스러워한다. 두 고객층 수요를 모두 확보하기 위해 고민하다가 언택트 존과 카운셀링 존을 결합한 복합 매장을 떠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동아 2020년 9월호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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