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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보다 싼 와인 ‘불티’나게 팔린 비결

[유통 인사이드] 양조장에 100만 병 주문, 현지 반값으로 단가 낮춰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커피보다 싼 와인 ‘불티’나게 팔린 비결

  • ● 이마트 4900원 와인 年200만병 팔려
    ● 롯데마트 3900원 와인, 초도 물량 40만병 4주에 완판
    ● 와인, 온라인 판매 불가·구매 위해 대형마트 가야
    ● 이마트·GS25 상반기 와인매출 각 25%↑·20.1%↑
[GettyImage]

[GettyImage]

‘초초저가 와인.’ 지난 6월 롯데마트가 와인 신상품을 내놓으면서 내건 홍보 문구다. 저가도 아니고, 초저가도 아니고 ‘초초저가’다. 롯데마트는 ‘레알 푸엔테’라는 스페인 와인 2종을 각 3900원에 선보였다. 롯데마트가 ‘초초저가’라는 수식어를 쓴 것은 앞서 이마트가 지난해 8월 내놓은 4900원짜리 와인 ‘도스코파스’ 시리즈가 초저가로 인기를 끌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마트가 내놓은 도스코파스는 가성비를 앞세워 연간 판매량 200만 병을 넘어서는 기록을 세웠다. 통상 히트 상품으로 등극한 와인 브랜드가 국내에서 연간 100만 병 가량 판매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단한 기록이다. 

롯데마트가 이에 맞서 내놓은 3900원짜리 와인도 잘 팔렸다. 출시 초 하루 평균 1만 병씩 팔리면서 롯데마트가 처음 주문한 물량 40만 병이 한 달도 안 돼 다 팔리고 50만 병을 추가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소비자들이 와인 구매에 열을 올린 것은 물론 가격 때문이다. 그간 와인은 소주는 물론 맥주나 막걸리 등 경쟁 주종(酒種)에 비해 비싸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대형마트 업체들이 한 병에 4900원, 3900원에 제품을 내놓자 이제는 구매할 만하다는 인식이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중간은 없다…프리미엄 아니면 초저가

통상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판매하는 아메리카노 한잔이 4000~5000원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커피 값보다 싸다. 500㎖ 캔 맥주 하나를 2500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봐도 와인의 ‘가격 경쟁력’은 크게 밀리지 않는다. 대형마트가 내놓은 가성비 좋은 와인 한 병의 용량은 750㎖다. 맥주 2000㎖(4캔)와 와인 1500㎖(2병)의 가격이 1만 원으로 같아지니 ‘경쟁’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1만 원 이하의 ‘저가 와인’은 이전에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대형마트에도 이마트의 ‘G7’, 롯데마트의 ‘L’, 홈플러스의 ‘빈야드’가 6000~8000원가량에 판매되던 대표적인 브랜드다. 이 제품들도 꾸준한 인기를 끌어왔다. 그럼에도 가격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진 못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확 바뀐 셈이다. 

이런 인기를 무작정 저렴한 가격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번에 대형마트가 내놓은 제품들은 기존 저가 와인과는 다르다는 평이 많은 게 사실. 가격에 비해 맛도 괜찮다는, 즉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가 줄을 잇는다. 

대형마트 업체들이 ‘맛이 괜찮은’ 와인을 초저가에 내놓을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또 와인 가격을 이렇게까지 낮춘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이마트의 사례를 살펴보자. 최근의 와인 경쟁을 촉발했던 게 바로 이마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이마트에서 5000원짜리 ‘초저가’ 와인을 만들어보자는 논의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당시 이마트는 ‘초저가’에 사활을 걸던 때였다. 국내 유통 시장의 무게중심이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쏠려가자 대형마트에도 강력한 무기가 필요했다. 

신세계그룹에서 이마트 계열을 이끄는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해 초 신년사를 통해 초저가의 모델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에 ‘중간’은 없어지고 ‘초저가’와 ‘프리미엄’ 두 형태만 남게 될 것”이라면서 “신세계만의 스마트한 초저가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선택된 제품군 중 하나가 와인이다. 와인은 수년 전부터 대형마트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선택한 대표적인 미끼 상품이다. 와인은 쿠팡이나 G마켓 등 온라인 쇼핑으로는 구매할 수가 없다. 주류의 경우 전통주를 제외하고는 온라인 주문 및 배송이 법적으로 제한돼 있다. 이에 와인을 사려면 무조건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오프라인 점포를 찾아야 한다. 물론 소비자들은 와인을 사는 김에 다른 신선식품과 생필품 등을 함께 구매하며 아예 장을 보는 경우가 많다. 와인이 미끼 상품으로 제격인 것이다.

100만병 주문해 생산단가 낮춰

이마트가 지난해 8월 4900원에 내놓은

이마트가 지난해 8월 4900원에 내놓은 '도스코파스 까버네쇼비뇽'(왼쪽)과 롯데마트가 올해 6월 3900원에 내놓은 ‘레알 푸엔테’. [이마트, 롯데마트]

대형마트의 강점은 ‘구매력’이다. 한꺼번에 많은 물품을 사들이면서 원가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마트가 와인을 저렴하게 만들 수 있었던 것도 구매력 덕분이었다. 

이마트는 우선 스페인이나 칠레 등 와인을 생산하는 나라에서 1만 원 안팎에 팔리는 상품을 모아놓고 그중 두 제품을 선택했다. 그리고 해당 제품을 생산하는 와인 양조장에 각각 100만 병을 주문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정도 규모면 양조장 입장에서도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어 낮은 가격에 와인을 넘길 수 있다. 

결국 도스코파스 레드와인 2종은 1만 원 안팎에 팔리고 있는 현지 가격보다 더 싸게 국내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됐다. 현지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들여와 이마트가 ‘도스코파스’라는 라벨을 붙여 만들고 있다. 

첫 주문 물량으로 100만 병을 제시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마트는 이전 히트 와인 G7 판매량에서 힌트(?)를 얻었다. G7 시리즈의 연간 판매량은 100만 병 가량이었다. 5000원을 기준으로 했던 도스코파스는 G7보다 가격이 저렴하니 1년이면 각 100만 병씩은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물론 어느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마트의 예상대로 도스코파스는 연간 200만 병 이상 팔렸다.

롯데마트도 같은 전략을 썼다. 롯데마트는 레알 푸엔테의 첫 주문 물량을 40만 병으로 제시하면서 가격을 낮췄다. 통상 와인은 1년에 10만 병이 판매되면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40만 병 역시 엄청난 규모라고 볼 수 있다. 

국내 전체 와인 시장도 커지는 분위기다. 소비자 접근성 면에서 뛰어난 편의점 업체들까지 와인 판매 경쟁에 가세하면서 이런 흐름은 더욱더 가팔라지는 모양새다. 편의점 업체들 역시 최근 소비자들이 와인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고 판단해 매대를 눈에 띄는 곳에 배치하고 할인 판매를 하는 등 와인을 미끼 상품으로 키우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이마트의 올해 상반기 전체 와인 매출은 전년보다 25% 늘었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24 역시 올해 상반기 와인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215% 증가했다. GS25와 세븐일레븐의 경우 각각 20.1%, 32.2% 늘었다.

‘와인에 입문했다’

와인에 대한 인기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혼술·홈술족’이 늘면서 더욱 탄력 받는 분위기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술을 마셔야 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맥주나 소주뿐 아니라 와인, 막걸리 등 주종을 넓혀가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와인의 경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식당이나 술집보다는 집이나 야외에서 마시는 게 일반화해 있다”라고 설명했다. 

와인을 처음 마시기 시작하는 것을 두고 ‘와인에 입문했다’고 표현하곤 한다. 와인은 그만큼 한번 맛을 들이면 그 매력에 점차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주류라는 의미에서다.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는 “가성비가 높은 초저가 제품으로 와인을 처음 접한 소비자들이 많다”라면서 “앞으로는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와인 생산 국가와 품종을 구별하고, 가격대별 제품을 구매해보는 등 지속해서 와인을 즐기는 분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기대했다.



신동아 2020년 10월호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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