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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PLCC 질주, 수익·충성고객 노린 정태영의 승부수

[기업언박싱] 상반기 영업익 41.1%↑ 잭팟, ‘상장에 호재’ 해석도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현대카드 PLCC 질주, 수익·충성고객 노린 정태영의 승부수

  • ●‘스타벅스’ ‘배달의민족’ ‘쏘카’ ‘무신사’와 PLCC 제작
    ●PLCC는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 유통업체 PB와 유사
    ●카드사·기업, 비용·수익 분담하고 공동 마케팅
    ●“정태영 부회장이 PLCC 전략사업 삼아”
    ●상장 고려하면 ‘신사업’에 강한 카드사 이미지 필요
현대카드가 G마켓·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와 2018년 6월 출시한 ‘스마일 카드’. [이베이코리아 제공]

현대카드가 G마켓·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와 2018년 6월 출시한 ‘스마일 카드’. [이베이코리아 제공]

“사업 콜라보레이션은 마치 친구 모임처럼 즐거워야 한다. 두 회사 CEO(최고경영자)가 현수막 앞에서 보드를 들고 찍는 기념사진 대신 헬멧, 배달 음식, 발랄한 티셔츠와 청바지가 눈에 띄는 북적북적한 기념사진은 앞으로의 파트너십이 그 어느 때보다 즐겁게 진행되리라는 점을 기대케 한다.” 

7월 31일 현대카드가 운영하는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뉴스룸’이라는 홍보 사이트에 이런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현대카드가 지난 수년간 공을 들인 PLCC(Private Label Credit Card·상업자 표시 신용카드) 사업을 소개하는 글이다. 현대카드는 최근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를 비롯해 배달 앱 업체 ‘배달의민족’,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쏘카’ 등과 연이어 손을 잡으면서 주목받았다. 모두 각 분야에서 1위를 달리는 업체다. 

9월 22일에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PLCC 출시, 운영, 공동 마케팅 등에 대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PLCC란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를 의미한다. 상업자, 즉 신용카드를 만들려는 기업의 이름이나 로고를 카드 겉면에 큼지막하게 표시하는 게 특징이다. 대형 유통업체가 PB(Private Brand·자체 브랜드) 상품을 만드는 것과 유사하다. PB 상품은 대형 유통업체 브랜드를 강조하고, 제조사 이름은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배민’ 민트색 헬멧 쓴 현대카드 임직원

6월 15일 PLCC 파트너십 계약 체결 후 포즈를 취한 정태영(오른쪽) 현대카드 부회장과 송호섭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대표. [현대카드 제공]

6월 15일 PLCC 파트너십 계약 체결 후 포즈를 취한 정태영(오른쪽) 현대카드 부회장과 송호섭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대표. [현대카드 제공]

PLCC는 큰 틀에서 보면 제휴 카드와 비슷하다. 법적으로는 분류되지 않기에 제휴 카드와 PLCC를 명확히 구분키는 어렵다. 소비자 처지에서는 더욱 그렇다. 특정업체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포인트를 더 받는 등의 혜택은 어차피 비슷하다. 카드 겉면만 보고 구분하기에도 디자인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PLCC만의 특징은 있다. 통상 제휴 카드라고 하면 카드사가 마케팅 비용이나 카드 수익 등을 모두 관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기업은 카드 모집만 담당한다. PLCC는 카드사와 기업이 더욱 긴밀히 협업해 만드는 경우가 많다. 양측이 비용과 수익을 분담하고, 마케팅도 함께 한다. 기업의 역할이 더 커지는 셈이다. 

현대카드가 뉴스룸에 올린 글에 ‘친구 모임처럼 즐거워야 한다’ ‘파트너십이 즐겁게 진행되리라 기대한다’는 등의 표현이 쓰인 건 이런 이유에서다. 단순히 기업과 카드사가 손잡고 역할을 분담하는 게 아니라 동업에 가까운 협업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현대카드가 각 기업과 PLCC를 만들기로 한 뒤 내놓은 ‘기념사진’에서도 긴밀한 협업을 강조한 점이 흥미롭다. 

예를 들어 현대카드와 배달의민족이 손잡기로 하고 내놓은 사진을 보면 정태영 부회장을 비롯한 현대카드 임직원들이 배민의 민트색 헬멧을 쓰고 있다. 쏘카와의 기념사진에서도 두 업체 임직원들이 공유 자동차를 자연스레 둘러싼 모습이 인상적이다. 정장을 차려입은 CEO들이 웃으며 악수하는 흔한 협업 발표 사진과는 확연히 다른 연출이다. 

현대카드는 국내 신용카드 업계에서 PLCC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로 꼽힌다. 현대카드가 처음으로 PLCC를 만든 건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형마트 업계 1위 이마트와 손잡고 ‘이마트e카드’를 출시하면서다. 2017년에는 현대·기아차와 협업했고, 2018년에는 이베이와 손잡았다. 이후 코스트코, SSG닷컴, GS칼텍스, 대한항공 등 유력 업체들과 작업하는 등 그야말로 ‘광폭 행보’를 보였다. 

과거에는 분위기가 달랐다. 예컨대 유통업계 PB 상품은 브랜드에 가려 제조사의 존재감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카드 산업의 PB’로 여겨지는 PLCC에 대해서도 그런 우려가 있었다. 게다가 소비자들이 기존 ‘제휴 카드’와 쉽게 구분하지 못 하는데다 기업과 수익을 나눠 가져야 하는 등 단점이 부각되곤 했다.

정태영의 밑그림, PLCC팀

현대카드와 대한항공이 선보인 ‘대한항공 카드’. [현대카드 제공]

현대카드와 대한항공이 선보인 ‘대한항공 카드’. [현대카드 제공]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현대카드가 PLCC 사업을 밀어붙인 것은 오너의 의지 덕분이다. 통상 전문경영인이 불확실한 사업을 수년간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다. 반면 오너는 당장은 손해 보는 것 같더라도 멀리 내다보고 사업을 끌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PLCC 사업에서 정태영 부회장이 그랬다. 

현대카드는 2015년 12월 PLCC 전담 조직인 PLCC팀을 신설했다. 2018년 11월 이를 PLCC본부로 격상했다.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가 PLCC 파트너 기업과 컨택하고 협력관계를 쌓는 단계부터 상품 개발 과정까지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PLCC 사업의 성과 등을 알리고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PLCC에 관심이 많아 전략 사업으로 적극적으로 챙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왜 PLCC에 꽂혔을까. 신용카드 산업이 위기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최근 수 년간 카드업계에 네이버나 카카오 등 대형 IT(정보기술) 업체는 물론 금융 플랫폼 ‘토스’ 등 신흥 핀테크 업체가 진출했다. 신용카드사를 통하지 않고도 손쉽게 결제하는 ‘간편결제’ 서비스가 확대하면서 카드사의 미래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카드사에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현대카드는 PLCC를 전략적으로 키우기로 했다. PLCC는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는 해당 기업과 카드사 모두에 해당한다. 가령 ‘이마트e카드’를 만든 소비자는 지속해 이마트를 찾아 이 신용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혜택이 많아 굳이 경쟁 대형마트를 찾아가거나 다른 신용카드를 쓰지 않는다. 

물론 이는 일반 제휴 카드에도 어느 정도 해당하는 특징이긴 하다. PLCC의 경우 기업과 카드사가 일대일로 손을 잡는다는 점에서 ‘충성도’ 수준이 다르다. 제휴 카드는 기업이 여러 카드사에 일을 맡기는 식으로 진행된다. 아무래도 PLCC처럼 한 가지 신용카드만 써야 할 필요는 없어진다. 

현대카드는 PLCC에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도 접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대카드가 쌓아놓은 데이터를 활용해 PLCC 제휴사의 마케팅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주말마다 장을 보는 이마트 고객들만 선별해 할인쿠폰 등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 있다. 앞으로는 현대카드와 기업 간 정보 제공뿐만 아니라 제휴사 간 정보 제공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스타벅스가 현대카드와의 연결 고리를 기반으로 함께 마케팅을 진행하는 식이다. 결국 현대카드는 플랫폼의 역할을 하게 된다.

고공행진 하는 실적

현대카드의 전략은 일단 성과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것은 G마켓과 옥션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와 2018년 6월 함께 출시한 ‘스마일 카드’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스마일카드 발급자는 1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특정 기업 전용 카드인 데다가 온라인으로만 발급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실적이다. 

현대카드가 카드사 중 브랜드 이미지가 선명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간 카드사와 손을 잡지 않았던 스타벅스가 현대카드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도 그렇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스타벅스가 최초의 자사 브랜드 카드의 파트너로 현대카드를 선택한 것은 그간 현대카드가 쌓아 올린 브랜드 파워와 PLCC 사업 역량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적도 최근 고공행진하고 있다. 현대카드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66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18억 원)보다 36.5% 증가했다. 영업이익(2138억 원)과 총 취급액(53조6372억 원)도 각각 41.1%, 8.3% 늘었다. 비용 절감과 외형 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이런 실적 개선의 이유 중 하나는 PLCC 확대를 통해 ‘충성 고객’을 꾸준히 끌어 모았던 점이 꼽힌다. 

현대카드의 성장으로 최근에는 일부 경쟁사들도 PLCC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하는 분위기다. 한국에서 PLCC 시장이 막 활성화한 만큼 앞으로도 지속해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PLCC에 회의적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삼성카드를 비롯해 다른 경쟁사들은 PLCC보다는 제휴 카드 확대에 집중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제휴 카드는 PLCC보다 더욱 다양한 고객층을 끌어 모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PLCC가 특정 업종에 세분화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면, 제휴 카드는 광범위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아울러 PLCC는 주요 기업의 고객층을 대규모로 끌어들일 수 있긴 하지만 기업과 수익을 배분한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긴밀한 협력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비용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정체하는 시장에서의 두 마리 토끼

일각에서는 현대카드의 PLCC는 기업과 할 수 있는 여러 제휴 방식의 일환일 뿐이지 특별할 것은 없다며 평가 절하하는 목소리도 있다. 

경쟁 카드사 관계자는 “사실 제휴의 정도나 방식은 상대 기업이 원하는 바에 따라 제각각이기에 PLCC를 그간에는 없었던 전혀 다른 상품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현대카드만의 상품 홍보 전략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카드가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 PLCC와 데이터 플랫폼 사업을 확장하는 동력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말 대표 주관사로 NH투자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선정하며 상장 작업에 착수한 바 있다. 카드사 이미지만으로는 상장 과정에서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PLCC를 통한 플랫폼 사업 확장 등으로 핀테크 기업으로 거듭나면 기업 가치를 올릴 수 있다. 

카드 업계 한 관계자는 “신용카드 시장의 성장 속도가 점차 더뎌져 기존의 수익 구조만으로는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받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PLCC나 데이터 플랫폼 등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신사업을 내세워 ‘핀테크’ 업체로 인식되는 게 필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현대카드의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계속 잘 된다면 수익도 늘리고 기업 가치도 높이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동아 2020년 10월호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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