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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터리 전쟁에 ‘K-배터리’ 신뢰는 추락 中

SK, LG와 합의 불발 시 美연방고법 항소 계획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국내 배터리 전쟁에 ‘K-배터리’ 신뢰는 추락 中

  • ● LG, SK 배터리 사업 두고 10년간 송사
    ● 승패 가른 것은 특허 아닌 영업비밀
    ● 특허만 보던 SK, 영업 비밀에 발목 잡혀
    ● LG는 SK와 달리 소송 드림팀 꾸려
    ● LG, SK에 합의금으로 3조 원 요구
    ● SK, 3조 원 낼 바에 미국 시장 포기 시사
    ● 중국, 유럽 등 배터리 업체는 협업 나서
    ● 갈등 길어지면 한국 배터리 도태 가능성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리튬이온배터리(이하 배터리) 관련 송사가 LG에너지솔루션의 승리로 끝났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2월 10일 LG에너지솔루션이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 판결을 내렸다. 승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었다. SK이노베이션은 10년간 미국에 배터리를 판매할 수 없다. 미국 내 공장을 짓고 생산하는 일도 불가능하다.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공급 계약을 이미 맺은 포드와 폴크스바겐에 대해서는 각각 4년과 2년의 유예기간을 줬다. 

ITC의 결정대로라면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소송 당사자인 둘만큼이나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이 소송에 관심이 많다. 배터리 업계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LG에너지솔루션과 세계 6위까지 올라선 SK이노베이션 간 소송 결과에 따라 배터리 시장이 재편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업체들은 두 회사 간의 다툼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두 회사가 법적 다툼에 집중하는 동안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10년간의 소송 승자는 LG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은 10년간 다툼을 이어오고 있다. 두 회사 간의 싸움은 크게 두 갈래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이번 결과를 낳은 영업비밀 가처분 소송이고 나머지 하나는 기술 특허를 둘러싼 소송이다. 

영업 비밀 관련 분쟁의 시발점이 된 것은 인력이었다. LG화학(LG에너지솔루션의 전신)은 “2017년 3월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직원 5명을 빼돌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관련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4월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에 “인력 스카우트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당시 SK이노베이션 측은 “이 같은 의혹이 어불성설”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관련 인력이 계속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하자 2019년 4월 소송전이 시작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ITC와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2017년부터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2차 전지 개발 핵심 인력 76명을 빼갔고, 2차 전지 관련 핵심기술 등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는 게 LG에너지솔루션의 주장이었다. 이 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이기며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시장을 떠나야 할 위기에 처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LG에너지솔루션에서 이직해 온 76명의 직원 중 팀장급은 1명뿐이고 나머지는 대리, 과장급이다. 게다가 이직자들이 입사지원서에 쓴 내용은 전 직장에서의 성과를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이 내용 중에서 기술이나 영업비밀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2017년 7월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핵심 직원 5명에 대해 전직금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1월 대법원은 해당 소송에 대해 2년간 전직금지 결정을 내렸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 측은 “해당 직원들이 회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양산 기술, 공정 등을 유출한 정황이 있다. 이직 직전 핵심기술 관련 문건을 400~1900건 가량 다운로드해 간 직원도 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입사 과정에서 전 직장에서 근무하며 만든 자료 등은 따로 받은 것이 없다. 혹시 가지고 왔다 하더라도 회사에 알리지 말고 폐기하라고 지시했다”라며 LG에너지솔루션의 주장에 반박했다. 

SK이노베이션은 3월 10일 이사회 감사위원회를 열고 LG에너지솔루션과의 법적 분쟁에서 패배한 이유를 짚었다. SK이노베이션의 대표 감사위원으로 이날 감사위원회에 참석한 최우석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송의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 여부에 대한 방어의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한 채, 미국 사법 절차 대응이 미흡했다는 이유로 패소한 것은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소송 위해 한·미 최고 전문가 모신 LG

SK이노베이션이 이직해 온 인력에게 취한 조치가 발목을 잡았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ITC가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준 가장 큰 이유는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유출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고 봤기 때문. ITC는 판결문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 출신의 전직자 PC에서 LG에너지솔루션 관련 문서 980개가 삭제됐다. 2018년 SK이노베이션 내부 직원의 e메일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관련된 자료를 전부 삭제하라는 지시도 있었다. SK이노베이션의 문서 훼손 행위는 영업비밀 탈취를 숨기기 위한 의도를 갖고 행해진 것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오히려 “영업비밀 침해를 막기 위해 해당 자료를 지우게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에서 이직해 온 직원에게 모두) 입사 전 직장에 대한 자료를 가지고 있다면 전부 폐기하라고 지시했다. 이직자를 이용해 경쟁사의 자료를 빼 온다는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이 조치가 가장 큰 패착이었던 듯싶다. 외려 이 자료를 전부 봉인하고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편이 나았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소송전 돌입과 동시에 법무팀을 강화하며 준비를 탄탄하게 해 왔다. LG그룹은 2019년 소송을 앞두고 부사장급 인사이동을 단행했다. 주인공은 권오준 LG전자 법무 부사장. 권 부사장은 LG화학(현 LG에너지솔루션) 법무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권 부사장은 판사 출신의 법조인으로 국내 및 국제 기업 간 소송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검사출신을 임원으로 새로 영입했다. 2019년 9월 LG에너지솔루션은 한웅재 전 대구지검 경주지청장을 LG에너지솔루션 법무담당 전무로 영입했다. 한 전 지청장은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 재직 시절인 2016년 9월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가 비선실세 최순실씨 등을 고발한 사건을 담당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미국 소송을 맡을 현지 법인 준비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대표 로펌은 미국 최고 규모를 자랑하는 로펌인 레이섬 앤드 왓킨스(Latham & Watkins)가 맡았다. 추가로 기술특허 전문 대형 로펌인 덴턴스(Dentons)와 지식재산권 분쟁에서는 미국 최고로 꼽히는 피시 앤드 리처드슨(Fish & Richardson)을 선임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코빙턴 앤드 벌링(Covington & Burling)한 곳만 미국 측 법률 대리인으로 두고 있다. 이곳은 지식재산권, 국제무역 분야에 특화된 로펌으로 관료 출신 변호사가 다수 포진해 있다. 국내 법무를 담당하는 인사도 바꾸지 않았다.

특허 분쟁 더는 의미 없어

SK이노베이션이 입주해 있는 
서울 종로구 서린동의 
SK 본사 사옥. [뉴스1]

SK이노베이션이 입주해 있는 서울 종로구 서린동의 SK 본사 사옥. [뉴스1]

두 회사는 영업비밀 분야 외에도 특허 문제로도 법적 분쟁을 펼치고 있다. 사실 이 분쟁이 먼저 벌어졌다. 2011년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분리막에 관한 기술을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배터리가 제 기능을 하려면 양극재와 음극재를 분리하는 분리막이 필요하다. 이 분리막이 제 역할을 못하고 양극재와 음극재가 섞이면 고열이 발생한다. 배터리에서 불이 나거나 폭발하는 이유도 분리막이 제 기능을 못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자사의 분리막은 LG에너지솔루션의 분리막과 전혀 다른 기술”이라는 주장을 폈다. “분리막의 재료와 생산방식이 LG에너지솔루션의 제품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 결국 두 회사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소송에 나섰다. 2011년 12월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특허권 침해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법원은 SK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특허 분쟁은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대법원이 원심과 항소심을 파기환송하며 재판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분쟁이 길어지자 2014년 10월 양사는 해당 특허 관련 소송을 중지하기로 합의했다. 양사의 합의서에는 “향후 이 문제를 두고 다시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2019년 이 합의는 깨졌다. 2019년 9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배터리 기술 특허침해 혐의로 ITC와 연방법원에 제소했기 때문이다. 소송의 재료는 2014년 양사가 이미 소송을 않기로 합의했던 배터리 분리막 문제.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특허는 속지주의라 미국에 제소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합의서 어디에도 해당 특허를 두고 해외에 소송까지 하지 않겠다는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아직 소송은 진행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과거의 합의를 부정해 가며 소송에 나선 까닭은 SK이노베이션의 소송에 대한 맞불을 놓기 위해서였다. 2019년 9월 SK이노베이션은 영업비밀 소송에 대한 대응으로 LG에너지솔루션을 배터리 기술특허 침해 혐의로 ITC와 미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차량용 배터리 일부가 SK이노베이션의 기술을 도용했다는 혐의였다. 

하지만 소송의 결과가 ITC의 결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당초 양사 간의 다툼이 격화된 계기는 이직으로 인한 영업 비밀 침해다. 특허 소송은 곁가지에 불과하다. 영업비밀 소송 합의 여하에 따라 조기에 종료될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3조와 1조 원 좁혀지지 않는 거리

SK이노베이션이 ITC의 결정을 번복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한 가지는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의다. 양사가 합의하면 SK이노베이션은 계속 미국 시장에서 배터리 관련 영업활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합의가 원만히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2021년 2월 LG에너지솔루션에 먼저 1000억 원대의 자회사 지분을 주겠다고 제안했으나 LG에너지솔루션이 원하는 바에 미치지 못했다.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최대 1조 원가량의 합의금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SK이노베이션에 합의금으로 3조 원 이상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지난해 배터리 사업에서 5000억 원 적자를 낸 회사에 3조원을 요구하는 것은 배터리 사업을 중단하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라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으로부터 탈취한 영업 비밀을 사용해 2017년 이후 SK이노베이션이 수주한 금액인 약 60조원과 미래 수주 예상금액을 보수적으로 예측해도 수십조 원 이상의 수주를 할 것으로 판단한다. 징벌적 배상액을 제외한 수조원의 배상액은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역대 ITC 영업비밀 손해배상액을 감안하면 LG에너지솔루션이 제시한 합의금이 지나치게 높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ITC 영업비밀 관련 배상액의 평균은 약 2억2770만 달러로 약 2510억 원 수준이다. 이 중 최고액이 2011년 코오롱과 듀폰간의 영업 비밀 관련 소송에서 나온 9억1999만 달러다. 한화로는 약 1조139억 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2014년 파기 환송되며 결국 2850억 원의 합의금으로 마무리 됐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3조 원의 합의금을 수용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3월 10일 열린 SK이노베이션 감사위원회는 “경쟁사(LG에너지솔루션)의 요구 조건을 이사회 차원에서 면밀히 검토하겠지만 사실상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의 요구는 수용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美 대통령의 ITC 결정 거부권 행사 기대

미국 미시간 주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 공장 전경. [뉴스1]

미국 미시간 주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 공장 전경. [뉴스1]

SK이노베이션이 ITC의 결정을 무력화하는 다른 한 가지 방법은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다. 미국 대통령은 자국 내 경제 사정을 고려해 ITC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거부권 행사 기한은 판결 이후 60일 이내다. 

실제로 2013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ITC가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내린 미국 내 아이폰 유통금지 처분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와 같은 상황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한 조지아 주의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ITC가 결정한 미국 시장 내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수입 금지 조치가 해제된다. 물론 배상금 문제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이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며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 재판의 결과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이 배상금을 내야 할 가능성이 있는 것. 하지만 이 재판에서 패소하더라도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이 요구하는 합의금보다는 낮을 것이라는 게 SK이노베이션 측의 기대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바이든 정부는 공공기관 차량을 전부 전기차로 바꾸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동시에 자국 산업 보호 차원에서 전기차 중 미국에서 생산된 부품이 60% 이상 들어간 제품만 공공기관 차량으로 채택할 것이라 밝혔다. 전기차 부품 중 배터리 관련 부품만 모아도 전체 차량 부품의 40%다. 결국 이 공약을 지키려면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 배터리를 이용해야 하는데 현재 미국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미국 대통령이 (ITC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도 대응에 나섰다. 조지아 주 SK이노베이션 공장 인수에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 3월 12일(현지시간) 미국 현지 매체 AJC에 따르면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지난 10일 래피얼 워녹 주 상원의원에게 “LG(에너지솔루션)는 조지아주 주민과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 만약 외부 투자자가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공장을 인수한다면 이를 운영하는 데 LG(에너지솔루션)가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LG와 SK 싸우는 동안 中 배터리 고속 성장

만약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없고,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의도 불가능하다면 SK이노베이션은 연방고등법원에 항소할 계획이다. 연방고등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가면 델라웨어 연방법원의 손해배상 소송도 멈춘다. 연방고등법원의 판결에만 1~3년이 걸릴 전망이다. 

배터리업계 안팎에서는 “양사가 빠르게 원만한 합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두 회사가 분쟁에 집중하는 동안 중국, 유럽 등의 배터리 업체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했지만 2020년에는 중국의 CATL에 왕좌를 내줬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의 집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시장점유율은 2019년 23.9%에서 2020년 18.5%로 하락했다. SK이노베이션도 같은 기간 4.5%에서 3.9%로 점유율 하락을 겪었다. 삼성SDI 또한 같은 기간 7.8%에서 4.8%로 감소했다.

두 업체가 다투는 동안 중국 업체들은 빠르게 성장했다. 같은 통계에서 CATL은 2019년 시장점유율이 22.8%였으나 2020년 31.2%로 성장해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 업체가 됐다. 다른 중국 회사인 BYD와 CABL도 각각 점유율이 3.6%에서 8.9%로, 0.7%에서 4.1%로 성장했다. 

홍대순 글로벌전략정책연구원장은 “양사가 조속한 합의에 실패할 경우 강력한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공격적인 해외 수주 활동을 하는 CATL등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어부지리를 챙길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두 업체 간 다툼이 장기화한 한국과 달리 유럽 배터리 업계는 동맹에 열중하고 있다. EU집행위원회와 각 유럽 정부는 한국과 중국산 배터리 의존도가 높다는 데 위기감을 갖고 산업육성정책인 ‘배터리 얼라이언스’를 구성해 배터리 생산 체인을 육성해 왔다. 폴크스바겐과 BMW가 출자한 스웨덴 스타트업 노스볼트는 내년부터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프랑스 자동차 기업 PSA도 자국 배터리 제조업체인 샤프트와 협업해 자국과 독일에 24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노스볼트와 샤프트의 협업 프로젝트는 독일, 프랑스 정부와 EU집행위원회의 지원을 받고 있다.

합종연횡하는 경쟁자 사이에서 반목해서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양사의 분쟁이 길어질 것으로 보이자 정치권에서도 양사의 화해를 종용하고 나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3월 4일 정부서울청사 정례 브리핑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다툼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고 국격에도 맞지 않다”며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정 총리가 두 회사의 화해를 강조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1월 28일 서울 양천구 한국예술인센터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LG와 SK,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들이 3년째 소송 중이고 소송비용만 수천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양사가 다투면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이라고도 밝힌 바 있다. 

배터리 업계에서도 양사 배터리 전쟁이 길어지면 국내 배터리 업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고 있다. 한국, 유럽, 일본, 중국, 미국 등 배터리 시장 주요 경쟁국 중 같은 국가 업체끼리 회사의 사활을 걸고 소송전을 불사하는 것은 한국뿐이기 때문이다. ITC의 결정대로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시장에서 철수하게 되면 한국 배터리 시장에 대한 불신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양사의 긴 다툼을 두고 볼 만큼 한국 정부가 배터리 시장에 대해 관심이 크지 않다고 비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2021년은 배터리 업계에 중요한 변곡점이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 입찰 물량 예측 규모는 1.4TWh.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탑재량인 142.8GWh의 10배 수준이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쉽게 부품 수급처를 바꾸지 않는 완성차 업계의 특성상 올해 배터리 수주 성적표가 한국 배터리 향후 몇 년간의 위상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대승적 차원에서라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빨리 합의했으면 싶다. 국가대표격인 두 회사가 다투고 있는 상황이라 군소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 진출이 더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SK와 LG 소송전
2011년
•12월 : LG에너지솔루션 서울중앙지법에 특허 침해로 SK이노베이션 제소. 

2014년
•10월 :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특허 침해로 다투지 않겠다고 합의. 

2017년
•3월 : LG에너지솔루션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배터리 인력 5명 이직.
•7월 :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에 서울지방법원에 이직한 직원 5명에 대한 전직금지가처분 제소. 

2019년
•4월 : LG에너지솔루션, 美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정부에 영업비밀 침해로 SK이노베이션 제소.
•9월 : SK이노베이션, 美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정부에 특허 침해로 LG에너지솔루션 제소.
LG에너지솔루션, 美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정부에 특허 침해 맞소송. 

2021년
•2월 10일 : 美 ITC LG에너지솔루션 승소로 최종판결.



신동아 2021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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