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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금리인상만이 대책 아니다

[한국경제 자이언트 리스크] 논점 ② - 딜레마 금리, 인상 愼重

  •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급격한 금리인상만이 대책 아니다

  • ● 美 금리인상, 韓 경제에 큰 충격
    ● 환율 안정 보완책 필요
    ● 가계부채부동산버블 고려해야
    ● 본격적 금리인상 영향은 내년부터
[Gettyimage]

[Gettyimage]

미국이 빠른 속도로 금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의 기준금리는 0.25%였으나 올해 9월부턴 3.25%다. 올해 말까지 4.25~4.5%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토록 금리를 큰 폭으로 높이는 배경은 높은 인플레이션이다. 미국 물가상승률은 올해 6월 9.1%까지 높아졌다가 근래 8%대로 낮아졌으나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에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은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가 될 때까지 금리인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은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1990년대 이후 국제자본이동이 자유화되면서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금리를 높일 경우 다른 나라도 금리를 높이지 않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가 높아져 국가 간 금리 차이가 생기는 경우 미국으로 자본이 유입되고, 신흥국은 물론 선진국에서도 자본유출로 환율이 높아져 수입물가가 오르게 된다. 자본유출을 막고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세계는 금리를 높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과정으로 경기는 침체되는 것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특히 한국 경제에 더 큰 충격을 미친다. 한국 경제는 내수시장이 작다. 수출의존도와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다. 여기에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 당국이 재정지출을 늘림과 동시에 저금리로 유동성을 증가시켰다. 이는 물가상승을 유발했다. 올해 7월 물가상승률이 6.3%까지 높아졌다가 근래엔 5%대를 유지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낮추기 위해 한국은행은 금리를 큰 폭으로 높이고 있다. 지난해 0.5%까지 내려갔던 기준금리는 10월 3%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금리가 더 큰 폭으로 높아지면서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차이는 역전됐다. 연말로 갈수록 그 폭은 더욱 벌어질 것이다. 우려스러운 일이다. 금리차이가 커지고 환율이 오를수록 외국인 자본유출이 심해질 수 있고, 이는 환율상승을 가속시킨다. 그러면 물가는 더 높아져 한국은행은 금리를 또 높여야 한다.

가계·부동산 붕괴될 수 있어

문제는 금리를 높일 경우 자본유출을 막아 환율을 안정시키면서 물가를 낮출 수 있지만 부작용 또한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경기침체가 심화된다. 가계부채가 부실화되고 ‘부동산 버블’이 붕괴될 수 있다. 그동안 한국의 가계부채는 큰 폭으로 늘어나 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104%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다른 선진국들은 코로나 사태로 소비가 감소하면서 가계부채가 줄어들었지만 한국은 실업 증가,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더 늘어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급격한 금리인상은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늘려 ‘금융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



부동산시장 또한 누란지위(累卵之危)다. 최근 5년 동안 주택 가격은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로 2~3배 이상 올랐다. 버블이 생성됐다. 금리를 큰 폭으로 높일 경우 버블이 붕괴하며 한국 경제는 금융위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한국은행은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급격한 금리인상보다는 외환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달러 공급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켜 환율을 어느 정도 안정시킬 수 있다. 외환시장이 불안정한 지금 외환 당국은 지난해 말 종료된 600억 달러 규모 한미 통화스와프가 신속히 재개되도록 해야 한다.

정책 당국은 수출 증대를 통해 무역수지를 흑자로 전환시켜 대외신인도를 높여야 한다. 대외신인도가 높아지면 금리를 높이지 않고도 자본유출을 막아 외환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근래 원유원자재 가격상승과 중국의 경기침체에 기인한 대중(對中) 수출 감소로 무역수지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다. 수출선을 다변화해 대중 수출 감소분을 보전하고 수출 증대를 정책 최우선순위로 둬 기업을 독려해야 한다. 또 국내 환투기가 늘어날 경우 외환 투자에 대한 자본이득세 부과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행법상 금과 외환 투자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금융투자 대상이 다양화한 만큼 일본 등 선진국과 같이 외환 투자로 인한 자본이득에도 조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살펴봄 직하다.

10월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머리를 쓸어 넘기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결정했다. 10년 만에 한국은 기준금리 3% 시대에 접어들었다. [뉴스1]

10월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머리를 쓸어 넘기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결정했다. 10년 만에 한국은 기준금리 3% 시대에 접어들었다. [뉴스1]

어느 때보다 신중한 정책 필요

금리가 지속적으로 높아질 경우 가계부채 부실과 부동산버블 붕괴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중요하다. 가계부채 부실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전환해 주는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안심전환대출 규모 확대 및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 서민금융을 확대하고 이자 납부를 일정기간 유예해 청년과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부동산버블 붕괴를 막고 부동산 가격을 연착륙시키기 위해서는 각종 부동산 관련 세제를 정상화해야 한다. 현재로선 세금 부과가 과도하다. 공정 과세를 위해선 과세체제를 현행 주택 수 기준에서 보유 주택 금액 합산 기준으로 변경해 조세의 수직적 형평성을 맞출 필요가 있다. 또 저금리 시기에 강화됐던 각종 부동산 규제를 고금리시기에 맞춰 완화해 부동산발 금융위기를 막아야 한다.

금리정책은 시차를 두고 물가와 경기에 영향을 미친다. 금리를 높일 경우 대개 6개월에서 1년 이후 경기침체나 외환 및 금융위기가 발생한다. 올해 금리인상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 전망한다. 미국의 물가상승은 단기간에 잡히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한번 오른 임금과 물가는 쉽게 낮아지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계경제는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됐다고 볼 수 있다. 금리인상은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는 내년 상반기에 더 침체될 가능성이 크다.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과거 미국의 금리인상 사례를 보면 연준이 단기간에 3%포인트 이상 금리를 높인 경우 세계는 예외 없이 금융위기 혹은 외환위기를 겪었다. 올해 말까지 연준이 금리를 4.25~4.5%로 높일 경우 한 해 동안 금리가 4%포인트 이상 높아진 셈이다. 대외적 충격에 대응해 한국이 금융 및 외환위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금리인상 정책과 더불어 외환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고 가계부채 부실화와 부동산버블 붕괴를 막을 수 있는 보완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지금은 정책 당국의 신중하고 올바른 정책 선택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신동아 2022년 11월호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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