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호

“아파트값 내년 말까지 하락… 리모델링 단지 눈여겨볼 만”

‘채부심’ 채상욱의 부동산시장 톺아보기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2-11-1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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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수요자라면 1990년대 건축 리모델링 단지 살펴보길

    • 용적률 250% 30평 아파트, 리모델링 시 42평 탈바꿈

    • 수평증축+별동증축이 리모델링 수익성 가장 높아



    국토교통부는 2023년 2월 중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국회에 발의하기로 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기존 구도심 재건축 아파트보다 1기 신도시 아파트가 수혜를 볼 전망이다. 사진은 1기 신도시 중 하나인 경기 성남시 분당 아파트 단지. [동아DB]

    국토교통부는 2023년 2월 중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국회에 발의하기로 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기존 구도심 재건축 아파트보다 1기 신도시 아파트가 수혜를 볼 전망이다. 사진은 1기 신도시 중 하나인 경기 성남시 분당 아파트 단지. [동아DB]

    9월 29일 정부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이하 재초환)를 대폭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8월 16일 발표한 윤석열 정부의 첫 부동산정책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의 후속 조치다. 8·16 부동산 대책 골자는 신규 정비구역 지정 확대와 재건축 부담 완화 등 규제 정비다. 향후 5년간 270만 호 주택을 공급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이런 변화가 부동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부동산 전문가 채상욱 씨에게 물었다.

    채씨는 하나금융투자 건설 및 부동산 분야 애널리스트 활동을 시작으로 줄곧 부동산시장에 몸담아 온 이 분야 전문가다. 국토교통부 대체투자위원회 위원 등을 지내며 정부 기관의 부동산정책 관련 업무를 돕기도 했다. 현재는 유튜브 채널 ‘채상욱의 부동산 심부름센터’(이하 ‘채부심’)를 운영하며 오프라인 강연,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실무에서 쌓은 경험과 정보력을 내 집 마련이 절실한 실수요자와 3040세대 투자자에게 공유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시대의 부동산투자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할까. 채씨는 “전용면적 60㎡ 이하 아파트, 1기 신도시, 1990년대 준공된 아파트를 매수하거나 구도심 재건축 대상지 및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아파트를 매수하는 것이 최우선 전략”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시대의 부동산 트렌드가 ‘똘똘한 한 채’였다면, 윤석열 정부 시대의 부동산 트렌드는 소형 아파트 투자가 될 것”이라는 게 채씨 생각이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왜 1기 신도시 재건축 단지를 눈여겨봐야 하나.

    “정책 방향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재건축·재개발 등 구도심 재정비사업을 지양하고, 3기 신도시를 통한 주택 공급에 주력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1기 신도시와 1990년대 준공된 구축의 재건축, 리모델링 등 정비사업을 통해 구도심에 주택을 공급하려고 한다. 더군다나 지난 10여 년간 1기 신도시 주택 가격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앞으로 5년 이후 주택 가격 변화 가능성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실거주자라면 장기간 보유한다는 생각으로 투자하기에 적합해 보인다. 재건축 사업이 이뤄질 지역을 눈여겨보라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의 의지가 강하다고는 하나 재건축 사업은 여러 단계를 밟아 진행하는 만큼 걸림돌이 많다.

    “윤석열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면서 가장 먼저 내세운 항목이 정밀안전진단 기준 조정이다. 현행 구조 안전성 점수 비중을 50%에서 30%로 낮추고, 주거환경 점수와 건축 마감 및 설비 노후도를 각각 15%에서 30%, 25%에서 30%로 높이는 개선안을 제안했다. 이것이 실현되면 1기 신도시 아파트가 큰 수혜를 볼 전망이다.”



    부동산 전문가 채상욱 씨는 “특정 지역에서 최초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를 눈여겨보라”고 강조했다. [박해윤 기자]

    부동산 전문가 채상욱 씨는 “특정 지역에서 최초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를 눈여겨보라”고 강조했다. [박해윤 기자]

    1990년대 준공 ‘구축’이 리모델링 추진하는 이유

    재초환 이슈로 인해 재건축사업이 발목 잡힐 가능성은 없을까.

    “윤석열 정부는 재초환 규제에 대해서도 완화 방침을 내세운다. 재초환 완화의 골자는 부담금 부과 기준인 현재 3000만 원~1억1000만 원 구간 확대와 현재 세율 10~50% 인하, 비용 인정 항목 확대 등이다. 재건축 아파트 1채를 보유하는 1주택 실거주 가구에는 세제 감면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의미다.”

    실거주를 고려할 만한 1기 신도시 지역은 어디인가.

    “분당 신도시나 평촌 신도시, 산본 신도시, 중동 신도시, 화정지구, 일산 신도시 등에 소재한 아파트 가운데 가구수가 많고 용적률이 상대적으로 낮으며 정비사업 가능성이 농후한 단지를 눈여겨보길 바란다.”

    왜 용적률이 낮은 아파트 단지를 주목해야 하나.

    “용적률이 200%가 넘으면 각종 기부채납이나 임대주택 의무 조성, 재초환 적용 등을 따져보면 사업성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용적률은 대지 내 건축 밀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쉽게 말해 용적률이 높다는 건 건물이 높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법에 근거해 용도지역별로 용적률 최대한도를 규정한다. 2~3종 일반주거지역에 해당하는 일반 아파트 단지의 용적률은 통상 250~300% 상한선을 적용받는다. 그런데 1기 신도시는 용적률이 높은 고밀도 단지가 많다. 1기 신도시 중 평균 용적률은 일산이 169%로 가장 낮다. 일부 지역은 200%를 웃돌아 재건축을 추진하더라도 추가로 지어 분양할 수 있는 주택 수가 한정적인 데다 조합원 분담금도 늘어나 사업성이 떨어진다.”

    1990년대 준공된 구축 아파트 중에는 재건축이 아닌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곳도 있다.

    “1990년대 준공된 구축 단지 비율이 전체 아파트(1100만 호)의 35%에 달한다. 주택 수로 따지면 400만 호쯤 된다. 이들 상당수가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 특히 1995년부터 1999년 사이에 건설된 아파트 용적률은 300%를 넘어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면 오히려 용적률을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일부 아파트 소유자들이 리모델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리모델링의 경우 3종 일반주거지역 용적률 상한선 300%를 돌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법에는 공동주택을 리모델링하는 경우 각 세대 주거전용면적의 10분의 4 이내에서 리모델링을 통해 증축이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다.”

    수평증축+별동증축 혼합형이 수익성 가장 높아

    채씨는 “용적률 250% 넘는 30평형 아파트 단지를 재건축하면 신축 면적은 30평에 불과하다. 하지만 리모델링을 하면 1.4배로 확대할 수 있어 42평(30평×1.4배)으로 종전보다 훨씬 넓은 평형대를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리모델링 사업은 준공 15년만 지나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데다 사업 진행 속도나 기간도 재건축에 비해 빠른 것이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재건축 규제 완화와 상관없이 리모델링 사업이 확대될 거라는 뜻인가.

    “그렇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리모델링 추진법’ 신규 제정을 통한 리모델링 사업 활성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새 정부 집권 기간에 가장 주목받는 사업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서울 강남권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뉴스1]

    서울 강남권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뉴스1]

    리모델링 추진 아파트 가운데 관심을 가질 만한 지역을 꼽는다면.

    “국내에는 리모델링 사업성을 전문적으로 검토하는 연구기관이 있다. 아주대 노후공동주택 리모델링연구단 ‘CART’가 주인공이다. CART는 2015년 국토교통부 연구개발(R&D)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연구단체다. 현재 경기도 지방자치단체 의뢰를 받아 아파트 단지 리모델링 사업성을 검토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2021년 CART가 전국 85개 아파트 단지 5만여 호의 리모델링 사업을 평가한 자료를 참고하면 오금 아남, 이촌 현대아파트, 청담 건영, 개포 대치2단지 등 주요 단지 명단을 확인할 수 있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를 살펴볼 때 고려할 사항이 있나.

    “어느 지역이든 최초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가 있다면 눈여겨볼 만하다.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지역은 재건축을 추진하는 지역보다 주거 환경이 양호한 편이다. 그러니 실거주할 생각이라면 리모델링 추진 아파트에 살다가 공사할 때 잠시 근처로 이주한 뒤 다시 입주하면 된다. 리모델링 사업도 일반 분양이 이뤄지는 만큼 수익성이 높아 분담금이 낮아지는 장점이 있다. 리모델링 사업 추진 사실 이외에도 사업 방식 및 수익성, 실제 추진 가능성을 검토하는 게 좋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 아닌 시간”

    그의 설명을 듣고 리모델링협회 홈페이지에서 리모델링 사업 방식 자료를 찾아봤다. 리모델링은 수평증축형, 수직증축형, 별동건축형 등으로 나뉜다. 수평증축은 기존 아파트 건물 옆에 새 건물을 덧대어 짓는 방식으로, 절차가 간단해 사업 속도가 빠르지만 가구수를 늘리는 건 한계가 있어 일반분양 물량이 적다. 반면 수직증축은 기존 아파트 건물 위로 층수를 올리는 방식으로 수익성이 높으나 안전진단 기준, 지반 강도 등 규제가 많아 사업 착수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여유 부지가 있는 단지에서는 최근 기존 수평증축에 별동증축을 혼합해 가구수를 늘리기도 한다. 별동증축은 비어 있는 단지 내 부지에 별도의 동을 짓는 방식이다.

    최근 부동산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하락세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나는 적어도 2023년 말까지 부동산 하락세가 이어진다고 본다.”

    그는 “현재 거시경제 악화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등 부정적 요인이 부동산시장을 덮친 상황”이라면서 이렇게 조언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2019년 부동산 활황기에 투자를 망설여 기회를 놓쳤다’는 이들의 사연을 자주 접한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시간이지 타이밍이 아니다’란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장기적 관점에서 이뤄지는 투자는 결국 수익을 가져다주게 마련이다. 투자의 적절한 시점을 찾기보다 시간을 들여 부동산정책을 공부하며 가치 있는 투자처를 발굴해 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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