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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각광받던 ‘타다’ 다시금 주목

카카오 먹통 사태로 플랫폼 독과점에 빨간불

  • 조은아 기자 goodgood@thebell.com

4년 전 각광받던 ‘타다’ 다시금 주목

  • ● 택시 호출 시장 90% 차지한 카카오T 먹통에 화들짝
    ● 시장 다변화 요구 목소리 커지자 ‘타다’ 주목
    ● 재판 이겼지만 ‘타다금지법’ 발의로 사업 철수
    ● 주인 바뀌고 제도권 안에서 사업 계속
    ● 정부 “새 모빌리티 서비스 나올 때 전면 규제 완화”
10월 15일 발생한 카카오 먹통 사태로 택시 카카오T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택시 호출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독과점을 두고 시장 진입을 막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뉴스1]

10월 15일 발생한 카카오 먹통 사태로 택시 카카오T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택시 호출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독과점을 두고 시장 진입을 막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뉴스1]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스타트업의 도전이 법과 제도로 인해 좌절되는 일들이 앞으로 없었으면 한다.”

박재욱 전 VCNC(Value Creators & Company) 대표는 9월 말 2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뒤 이렇게 말했다. VCNC는 타다의 운영사다. 3년에 거친 법정 공방 끝에 타다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불법이라는 굴레는 벗었지만 상처는 컸다. 무엇보다 타다의 핵심인 ‘타다 베이직’ 서비스는 2년도 더 전에 이미 완전히 종료됐고, 이른바 ‘타다금지법’은 여전히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

한 달 전 불거진 카카오 먹통 사태는 플랫폼 독과점에 대한 인식을 환기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택시 호출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카카오T 역시 마비되면서 승객은 물론 택시기사까지 피해를 보았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거슬러 올라가면 출발은 타다였다. 카카오T의 막강한 경쟁자이던 타다의 빈자리는 고스란히 카카오T의 몫이 됐다.

4년 전 차별화로 빠르게 시장 안착

타다는 카셰어링 업체 쏘카와 스타트업 VCNC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차량 호출 서비스다. 스마트폰 앱으로 목적지를 입력하면 11인승 카니발이 도착해 승객을 나른다. VCNC가 2018년 10월 당시 모회사이던 쏘카에서 빌린 렌터카를 운전사와 함께 고객에게 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요금은 택시보다 10~30% 비쌌지만 차별화된 서비스로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택시보다 넓고 쾌적했으며 운전사들은 승객이 먼저 말을 걸지 않는 이상 조용히 운전만 했다. 차량 안에 무료 와이파이와 함께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도 제공됐다.



곧바로 기존 택시에 불편함을 느껴왔던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등장한 지 1년 반 만에 회원 170만 명, 차량 1500대를 확보했다. 재탑승률은 90%에 이르렀다. 한 번 타다를 이용해 본 10명 가운데 9명은 다시 타다를 이용했단 의미다. 말 그대로 가파른 성장세를 예고했다.

그러나 오래가지 않았다. 타다의 성장에 위협을 느낀 택시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 쟁점은 택시 면허였다. 당시 모든 택시들은 택시면허를 기반으로 영업을 했다. 택시 면허는 일종의 재산으로 거래 역시 가능하다. 지역별로 다르지만 개인택시 면허는 수천만 원에서 1억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된다. 택시 면허 없이 승객을 나르는 타다에 대한 택시업계의 반발이 거셀 건 어느 정도는 예견된 일이었다.

2019년 2월 서울개인택시조합 전현직 간부들은 ‘타다는 사실상 무면허 콜택시’라며 검찰에 고발했다. 같은 해 10월 검찰 역시 타다를 ‘불법 콜택시 영업’으로 규정해 타다의 전현직 경영진과 법인을 기소했다. 법정 공방의 시작이었다.

법원은 타다 손 들어줬지만, 국회 타다금지법 발의

핵심은 타다를 ‘여객 자동차 운송 사업’으로 볼 것이냐, ‘렌터카 계약 서비스’로 볼 것이냐였다. 타다는 운전사가 딸린 렌터카 개념이라며 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펼쳤다. 실제 관련 법의 시행령에 따르면 ‘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를 빌리는 경우에는 운전자 알선을 허용한다’고 돼 있다. 타다 차량이 일반 승용차보다 큰 승합차로만 구성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1년여의 법정 공방 끝에 2020년 2월 재판부는 타다의 손을 들어줬다. 타다를 초단기 렌터카 계약 서비스로 봤다. 당시 재판부는 “비싸고 혼자여도 타다를 호출하는 것은 시장의 선택”이라며 “우버 사건 등을 거치며 사회적 합의가 어려운 한국에서 모빌리티 사업의 허용 범위를 시험하며 플랫폼을 설계해 타다를 출시한 사정만으로는 그에게 법을 빠져나갈 고의가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곧바로 타다금지법이라 불리는 개정 여객법 시행령이 통과됐다. ‘관광 목적’으로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차를 빌리는 경우에 한해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대여 시간은 6시간 이상이며 반납 또는 대여 장소는 공항이나 항만일 경우로 한정됐다. 택시 면허를 다량 확보하거나 일정 기여금을 내는 업체만 모빌리티 사업을 할 수 있다는 내용도 법제화됐다.

결국 타다의 핵심 서비스였던 타다 베이직은 2020년 4월 전면 중단됐다. 1년 6개월의 유예 기간이 있었지만 이미 투자자들이 돌아선 상태에서 버티기는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타다를 만든 이재웅 쏘카 당시 대표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때 1만2000명에 이르던 운전사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고 도로를 누비던 카니발도 사라졌다.

2022년 9월 2심에서도 법원은 타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타다의 시동은 꺼진 지 오래였다. 이 전 대표는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던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득권을 편들어 혁신을 주저앉히는 데만 유능함을 보이는 무능한 정치인들에 대한 아쉬움은 더 말해 뭐 하겠느냐”고 한탄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손해를 봤고, 국민들은 불편해졌고, 동료들은 일자리를 잃었다”며 “후배 기업가들은 두려움과 공포로 담대한 혁신을 망설였다”고도 했다.

이 전 대표의 좌절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타다 사례는 혁신과 기득권이 충돌한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 혁신의 흐름을 정치권이 막은 사례로도 두고두고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심야 택시 대란으로 돌아온 부메랑

후유증은 컸다. “사람들이 차를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는 세상이 목표”라던 이재웅 전 대표의 꿈은 둘째치고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 됐다. 타다가 사라진 거리에는 택시만 남았다. 얼마 뒤 터진 코로나19 사태로 수입이 줄어들자 젊은 택시기사들이 수입이 나은 배달이나 택배로 대거 이직했다.

젊은 기사들이 떠난 빈자리를 채우지 못한 법인택시는 주차장에 멈춰 섰다. 개인택시는 기사들이 고령화한 탓에 야간 운전을 꺼렸다. 심야 택시 대란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전히 밤만 되면 택시를 잡지 못해 고단한 귀가 전쟁을 치르고 있다.

결국 타다가 다시 소환됐다. 10월 초 정부는 심야 택시 대란을 겪은 뒤 모빌리티 플랫폼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국토교통부는 10월 초 심야 택시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플랫폼 운송사업(타입1) 활성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20년부터 모빌리티 사업은 운송사업(타입1), 가맹사업(타입2), 중개사업(타입3) 등 3가지로 나뉜다. 타입1은 운송 플랫폼과 차량을 확보해 직접 유상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과거의 타다 베이직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타입2는 운송 플랫폼을 확보하고 택시를 가맹점으로 모집해 유상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타입3은 플랫폼으로 여객과 운송 차량을 중개하는 서비스만 제공한다. 카카오T블루나 마카롱택시는 타입2, 카카오T는 타입3에 속한다.

국토부는 과거 타다 베이직과 유사한 형태의 모델을 제도권에 끌어올리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타다처럼 앞으로 모빌리티 관련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때 전면적 규제 완화를 하는지 여부를 물어본다면 ‘그렇다’라고 말씀드리겠다”며 “전체적 균형과 부작용을 막는 역할만 하지 어떤 서비스를 원천적으로 막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0년 타다금지법이 시행되면서 ‘타다’ 운행사 VCNC가 가맹 택시 사업인 ‘타다 라이트’의 베타 서비스를 10월부터 시작했다. [뉴스1]

2020년 타다금지법이 시행되면서 ‘타다’ 운행사 VCNC가 가맹 택시 사업인 ‘타다 라이트’의 베타 서비스를 10월부터 시작했다. [뉴스1]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접은 타다는 2020년 10월 가맹 택시를 활용한 ‘타다 라이트’ 서비스를 선보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충분한 차량을 확보하지 못해 재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본격적으로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게 된 것은 지난해 10월 종합 금융 플랫폼 ‘토스’의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를 새 주인으로 맞으면서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쏘카의 100% 자회사였던 VCNC의 지분 60%를 인수했다. 타다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인 이정행 대표가 토스와 함께 VCNC를 이끌어가게 됐고 박재욱 전 VCNC 대표는 쏘카 대표로 남았다.

이후 새롭게 꺼낸 카드가 지난 4월 출시한 ‘타다 넥스트’다. 타다 넥스트는 7~9인승의 승합차를 기반으로 최소 5년 이상 무사고 경력의 고급 택시 면허를 보유한 운전자가 운행하는 모빌리티 서비스다. 이전과 달리 면허를 보유한 택시기사를 통한 사업으로 전환했다. 호출부터 이동, 하차까지 전 과정에서 사소한 불편까지 제거해 매끄러운 이동 경험을 선사하는 ‘심리스 모빌리티(Seamless Mobility)’를 표방한다.

특히 기사들은 승객이 차량에 탑승해야 정확한 목적지를 알 수 있다. 장거리 고객만을 골라 받는 게 애초에 불가능하다. 타다는 타다 넥스트 이후 9월 말까지 50만 명 이상의 신규 가입자를 유치해 250만 명에 이르는 누적 가입자를 확보했다. 현재는 공급량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서울 지역 내 타다 넥스트 공급량을 연내 1500대, 내년에는 3000대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워둔 상태다.

제도권 안에서 ‘타다 넥스트’로 재기 노려

타다 넥스트는 언뜻 보기엔 타다 베이직과 거의 비슷하다. 승차 거부가 없는 데다 차량 내부에 와이파이,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 등을 갖춰 업무를 보기에도 쾌적한 환경을 지원한다. 이름에서도 타다를 잇겠다는 의미를 명확히 드러냈다. 다만 본질은 명확하게 다르다. 여객법상 타다 베이직은 타입1, 타다 넥스트는 타입3에 해당한다.

운전사와의 ‘소통’ 역시 확실한 차별점이다. 타다는 지난해 말 ‘편안한 이동’이라는 직영 택시 회사를 설립했다. 모빌리티 시장의 혁신을 위해서는 기존 택시 시장을 이용하던 소비자의 불편함을 개선하는 것뿐만 아니라 운전사들의 처우 개선 역시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4월 이정행 대표는 타다 넥스트를 공식 출시하며 “쾌적한 여건에서 근무하는 드라이버가 이용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타다의 서비스에 만족한 이용자가 반복해서 타다를 탑승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타다의 목표”라고 말하기도 했다.

때마침 불거진 택시 대란으로 컴백 타이밍도 나쁘지 않다. 다만 타다가 예전 타다 베이직과 비슷한 타입1 서비스를 선보일 가능성은 지금으로선 높지 않아 보인다. 우선 현재로선 규제 장벽이 만만치 않다. 타입1 사업자는 매출의 5% 또는 운행 횟수당 800원 등의 시장안정기여금을 납부해야 한다. 기존 택시 면허를 활용하는 타입2, 타입3와 달리 타입1은 높은 장벽으로 가로막혀 있는 셈이다. 타다금지법을 개정 혹은 폐지해야 하는데 현실적 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

정부 방침대로 규제 완화가 가시화할 경우 기존과 마찬가지로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 역시 예상된다. 무엇보다 타다의 상처가 깊다. 타다가 타입1 서비스를 다시 내보일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못 박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현재 택시 대란의 원인은 택시의 부족보다는 기사의 부족에서 비롯됐다. 타다가 여전히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유지했더라도 비슷하게 기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신동아 2022년 12월호

조은아 기자 goodgood@thebe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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