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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왜 코로나19의 온상이 됐나

밀라노는 이탈리아 내 ‘중국의 수도’… 親中정책, 유럽 유일 一帶一路 참여국

  • 최창근 객원기자 caesare21@hanmail.net

이탈리아는 왜 코로나19의 온상이 됐나

  •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재정 악화
    ●공공의료 예산 부족
    ●일본 이은 세계 2위 고령 국가
    ●이탈리아 특유의 사교·가족 문화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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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 모두에게 눈물의 일요일입니다.” 

3월 30일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 성모마리아의 집에서 열린 아침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Pope Francis)은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날 기준 이탈리아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9만7689명, 사망자는 1만779명. 

1월 23일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바레세의 말펜사(Malpensa) 국제공항으로 중국 우한(武漢)발 중국인 관광객 2명이 입국했다. 이들은 밀라노를 거쳐 중부 로마까지 버스 여행을 했다. 기침·발열 증상이 나타난 두 사람은 1월 30일 로마 소재 국립전염병연구소에 내원해 다음 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1월 31일 이탈리아 정부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했으며 이탈리아-중국 간 직항 항공노선 운항을 중단시켰다. 2월 6일, 중국 우한에서 살다 귀국한 이탈리아인이 3번째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코로나19는 북부 지방을 중심으로 확산세를 지속해 이탈리아 전역을 재앙으로 몰아넣었다. 3월 9일 주세페 콘테(Giuseppe Conte) 총리는 이탈리아 전역에 이동제한령을 발령했다.


親中 노선 견지

이탈리아 정부의 고강도 조치에도 코로나19는 이탈리아반도 전역을 휩쓸었다. 4월 10일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14만3636명, 사망자는 1만8279명이다. 치명률 12.1%로 세계 1위, 사망자 수도 발원지 중국(3336명)보다 1만4943명 많다. 이탈리아는 왜 코로나19 최대 발병국 중 하나가 됐을까.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중국과 가장 밀접한 국가다. 지난해 3월 23일 서방 주요 7개국(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 중 처음이자 유럽연합(EU) 창립 회원국 중 유일하게 일대일로(一带一路·중국의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MOU에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자금 지원, 철도·도로·항만·에너지·통신 등 제 분야에서 양국 협력이 명시됐다. 



이탈리아가 서방 국가들의 우려 속에서도 일대일로에 올라탄 근본 원인은 경제 문제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파급된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EU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포르투갈·그리스·스페인과 더불어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영문 국가명의 첫 글자를 조합한 말로 ‘돼지들’이라는 부정적 의미 내포)로 꼽히는 수모를 당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131%, EU 국가 중 181%를 기록한 그리스 다음이다. 이탈리아는 중국과 경제협력을 통해 재기를 꿈꾸고 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 공식 참여 전부터 이탈리아는 친중(親中) 노선을 견지했다. 중국인 거주 비율도 높다. 이탈리아 국가통계국(STAT) 공식 통계로만 32만 명, 단기·불법체류자까지 포함하면 40만 명의 중국인이 이탈리아에 터 잡고 있다. 루마니아(120만 명)·알바니아(44만 명)·모로코(42만 명) 다음가는 규모다. 중부 토스카나주 프라토는 전체 인구 22만 명 중 5만 명이 중국인이다. 피렌체의 위성도시 프라토는 구치(Gucci)·프라다(Prada)·아르마니(Armani) 등 저명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공장이 밀집해 있다. 이들 브랜드 제품 절대 다수는 중국인 경영 공장에서 중국인 노동자에 의해 생산된다. ‘메이드 인 이탈리아, 메이드 바이 차이니즈’인 셈이다. 


‘이탈리아 내 중국 수도’ 밀라노

2월 24일 이탈리아 밀라노 중심부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 [뉴시스]

2월 24일 이탈리아 밀라노 중심부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 [뉴시스]

이탈리아 내 절대 다수 중국인의 원적(原籍)은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다. 원저우인들은 사업 수완이 뛰어나 ‘중국의 유대인’으로 불린다. 이들은 ‘츠쿠나이라오(吃苦耐勞·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어려운 일을 참아내는 정신)’를 바탕으로 해외에 진출해 부(富)를 일궈냈다. 이탈리아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1980년대 말 이탈리아 북부에서 ‘앵미’라고 불리는 잡초성 벼가 대량 증식해 쌀 생산량이 급감했다. 앵미는 제초제나 제초기로는 제거할 수 없어 사람 손을 빌려야 했다. 산업 고도화가 이뤄진 이탈리아에는 단순 노동력이 부족했다. 사정을 들은 중국인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전통 방식대로 앵미를 제거했다. 고용주는 “건강을 고려해 매일 10시간 초과 작업을 금한다”고 공고했다. 이를 본 중국인들이 짐을 싸서 떠나려 하면서 불평했다. “매일 10시간만 일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 

북부 지방을 중심으로 중국인들은 이탈리아 사회 곳곳으로 진출했다. 이탈리아인들이 기피하던 육체노동 분야에서 시작해 카페·식당 등 서비스산업에도 뛰어들었다. 2000년대 들어 이탈리아 핵심 제조업인 패션산업에도 진출했다. 패션 도시 밀라노에는 ‘이탈리아 내 중국 수도’라는 별칭이 붙었다. 

가쓰오 히쓰미(樋泉克夫) 일본 아이치(愛知縣)대 명예교수는 ‘이탈리아 코로나 위기의 배경과 중국인의 역사적 대이동(イタリアコロナ危機の背景に中國人歴史的大移動)’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롬바르디아·토스카나·베네트·에밀리아·로마냐 등 이탈리아 중·북부 지역에 2만8000개의 중국계 기업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2018년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 선언 후에는 중국인 관광객도 급증했다. 지난해에만 350만 명의 ‘유커(遊客)’가 이탈리아 땅을 밟았다.


노인대국

이탈리아는 ‘노인대국’이다.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3%, 일본(28.4%)에 이은 세계 2위다. 인구사회학적으로 고령인구 비중이 7%가 넘으면 고령화사회, 14%가 넘으면 고령사회, 20%가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이탈리아의 중간연령은 47.3세로 미국 38.3세, EU 회원국 평균 42.8세보다 높은 수준이다. 

실비오 브루사페로(Silvio Brusaferro) 이탈리아 국립보건고등연구원(Istituto Superiore della Sanità) 원장은 밀라노 최대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Corriere della Sera)’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망자 평균 연령이 81세다. 이들 3분의 2는 기저질환자다”라고 밝혔다. 국립보건고등연구원 전염병 책임자 조반니 레자(Giovanni Reggia) 박사도 “이탈리아의 높은 치명률은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노령화된 인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해외 전문가 분석도 다르지 않다. 켄트 셉코비츠(Kent Sepkowitz) 미국 뉴욕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 감염의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망자를 분석하는 데 연령별 인구 구성은 중요한 분석 지표가 된다”고 밝혔다. 오브리 고든(Aubree Gordon) 미국 미시간대 공공보건대학원 교수도 과학전문저널 ‘라이브 사이언스(Live Science)’ 인터뷰에서 “전체적인 치명률은 인구통계에 달려 있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이탈리아의 높은 고령인구 비중 때문에 평균 사망률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했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치명률이 높은 또 다른 원인은 공공의료 시스템이 부실해서다. 1978년 이탈리아 정부는 국가건강서비스를 실시했다. 유럽 여타국가와 마찬가지로 자국민은 물론 외국인 거류자에게도 보편적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암을 비롯한 고비용 진료와 약제비, 치과 치료비를 제외한 기본 진료비는 무료다. 개인·가정 전담 주치의 제도도 운영한다. 국가 전체 의료비의 77%가 공공의료 부문에 투입된다. 제도적 측면에서 이탈리아는 선진 의료국가 반열에 들지만 운용 면에서는 사뭇 다르다. 이탈리아 국민 1인당 개인 의료비 부담은 23%, EU 회원국 평균 15%보다 8%포인트 높다.


의사는 ‘공중보건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탈리아 정부 재정은 악화됐다. 지난해 기준 국가 채무 총액은 3230조 원, 이탈리아 국민 1인당 나랏빚은 5350만 원 꼴이다. 

정부 재정 악화에 비례해 공공의료 분야 투자액도 지속적으로 감소세다. 재정 투입이 줄어들면서 의료 서비스 수준도 하락하고 있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민 1인당 연간 의료 예산은 2008년 3490달러에서 2016년 2739달러로 661달러 감소했다. 2019년 기준 이탈리아의 GDP 대비 의료비 비중은 8.9%로 유럽 최하위 수준이다. 

병원 등 의료 인프라스트럭처 부족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탈리아의 인구 1000명당 병상(病床) 수는 3.4개로 일본(13.1개), 한국(12.3개)은 물론 독일(8.0개), 오스트리아(7.4개), 프랑스(6.0개) 등 EU 회원국 중에서도 최저 수준이다. 코로나19 등 호흡기 질병 치료 필수장비인 인공호흡기 숫자도 독일(2만5000개)의 8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의료진의 낮은 처우 문제도 있다. 기본적으로 ‘공중보건의’ 신분인 의사들의 ‘탈(脫)이탈리아’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2005~2015년 영국, 독일 등으로 이민을 떠난 의사가 1만 명을 상회한다. 이는 의료인력 부족 현상으로 이어졌다. 이탈리아는 의사 5만6000명, 간호사 5만 명이 부족 상태다. 낮은 의료 수가로 인한 경영난으로 최근 5년간 의료기관 758곳이 폐업했다. 

이러한 사정 속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량 발생한 북부 롬바르디아주 중소도시 베르가모에서는 일부 병원들이 고령 환자 치료를 포기했다. 의료시설·장비, 의료진 부족 속에서 병원들이 선별 치료에 나선 것이다. 이는 ‘의료윤리 논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탈리아 사람들의 가족 공동체 문화와 사교성도 코로나19 확산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마리나 델라 기우스타(Marina Della Giusta) 영국 레딩대(University of Reading) 경제학부 교수는 “이탈리아인들은 일반적으로 야외에서 즐기는 것을 좋아하며 촉각을 중시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이탈리아인의 대인관계에서 물리적 공간은 영국, 아일랜드 등 다른 유럽 국가보다 훨씬 좁다. 인사를 나눌 때도 포옹하고 키스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상대적으로 좁은 이탈리아인의 ‘사회적 거리’ 문제를 지적했다.


이탈리아인의 좁은 ‘사회적 거리’

제니퍼 빔 도드(Jennifer Beam Dowd) 영국 옥스퍼드대(University of Oxford) 사회학과 교수는 3월 발간한 논문 ‘코로나 19 확산과 치명률 이해를 위한 인구통계학적 지원(Demographic science aids in understanding the spread and fatality rates of COVID-19)’에서 이탈리아 가족 구성 관련 데이터를 근거로 제시하며 “이탈리아 젊은이들은 노인들과 자주 교류하는 경향이 있다. 이탈리아 젊은이들은 부모, 조부모와 시골에 살면서 밀라노와 같은 도시로 출퇴근하는 경우가 많다. 젊은이들은 도시에서 많은 군중과 접하게 된다. 도시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채 집으로 돌아와 고령의 부모나 조부모에게 바이러스를 감염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동아 2020년 5월호

최창근 객원기자 caesar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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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Opinion Leader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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