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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오지마! 놀러온 시민 벌금 1000달러”

미국 코로나19 통행제한 단속현장 취재

  • 글·사진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우리 동네 오지마! 놀러온 시민 벌금 1000달러”

  • 실리콘밸리를 포함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그 주변을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Bay Area)이라고 한다. 고강도 코로나19 통행제한(공식 명칭은 shelter in place, 자택대피)을 실시하고 있는 이 지역에선 최근 밖으로 뛰쳐나오는 주민과 이를 단속하려는 경찰의 신경전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잠깐 바람 쐬러 나온 걸 설마 단속하랴 했다가 벌금 딱지를 받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시민과 공권력의 긴장 상태가 이어지는 현장을 둘러봤다.
금문교와 샌프란시스코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산길 도로 입구에 
차량 통행 및 주차금지 안내 표지판이 놓여 있다.

금문교와 샌프란시스코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산길 도로 입구에 차량 통행 및 주차금지 안내 표지판이 놓여 있다.

일요일이던 5월 3일 오후 2시 20분, 실리콘밸리 남부 도시 새너제이(San Jose) 집에서 아내와 함께 차를 몰고 길을 나섰다.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북단의 비스타 포인트(Vista Point, 일종의 전망대)에 도착한 건 1시간가량 지난 뒤였다. 일요일 오후인데도 도로에 나온 차가 워낙 적어 평소보다 20~30분 빨리 온 듯했다. 

이날은 좀 특별한 날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3월 중순부터 실시된 통행제한 명령으로 사실상 집에 갇혀 지내던 우리 부부가 거의 한 달 반 만에 외출한 날이다. 식료품을 포함해 생필품을 사러 가거나 아파서 병원에 가는 경우가 아니면 우리는 외출하지 않았다. 어지간하면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명령에 동네 친구들도 좀체 외출하지 않고 지냈다. 집 주변 산책으로 답답함만 겨우 풀었다. 이번 명령을 어기면 최대 1000달러의 벌금 또는 1년 이하 징역, 경우에 따라 벌금과 징역이 모두 부과될 수 있다.


한 달 반 만의 외출

진입로가 폐쇄된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북단 비스타 포인트(Vista Point). 코로나19 유행 전 관광객이 즐겨 찾던 명소인데 지금은 주민 몇 명만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진입로가 폐쇄된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북단 비스타 포인트(Vista Point). 코로나19 유행 전 관광객이 즐겨 찾던 명소인데 지금은 주민 몇 명만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이날 외출을 감행한 건 취재 때문이었다. 취재 행위는 통행제한 명령에서 예외 조항에 포함된다. 따라서 엄격히 따지면 명령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 경찰이 단속하면 “나는 한국 언론에 글을 쓰는 사람이다. 현장 취재차 나왔다”고 얘기할 심산이었다. 그래도 벌금을 부과한다면 법원에 출두해 하소연하겠다는 생각도 했다. 곧 밝히겠지만 아내와 동행한 것도 다 이유가 있다. 

통행제한 기간이 길어지면서 지역 주민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기 시작하는 상황이다. 당초 5월 3일 종료 예정이던 통행제한은 최근 5월 말까지 연장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바깥 공기가 그리워 슬금슬금 집 밖으로 나오는 사람이 늘고 있었다. 더불어 경찰 단속도 강화되고 있다. 현지 언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경찰은 5월 3일까지 21건의 벌금 딱지를 끊었고 97명에게 구두 경고를 날렸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바다 건너 북쪽으로 이어진 금문교를 달리면 다리 끝부분에 비스타 포인트가 있다. 평소라면 일주일 내내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곳이지만 이날은 진입로부터 폐쇄돼 있었다. 주차장엔 당연히 차가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 쪽에 있는 금문교 남단에서부터 걸어온 것으로 보이는 예닐곱 명이 태평양 바다 위에 섬처럼 떠 있는 샌프란시스코 전경을 둘러보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시와 붙어 있는 남단의 비스타 포인트도 폐쇄된 상황이었다. 바로 그때 시청 소속 주차위반 단속차량이 휙 하고 우리 옆을 지나갔다. 남단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경치를 구경하는 사람들은 과연 어디에 차를 세워뒀을까. 외출을 막고자 어지간한 공공장소 주차는 금지한 상황인데 주차 공간을 찾을 수 있었을까.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문 닫힌 비스타 포인트를 지나 고속도로 오른쪽 출구로 빠져나왔다. 이곳에서 U턴 형태로 돌아 나오면 오른쪽에 산으로 오르는 길이 나온다. 지역 주민들이 아끼는 명소다. 산길을 따라 차를 몰고 올라가면 금문교를 포함한 샌프란시스코 전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자전거족이 사랑하는 길이기도 하다. 

기대를 품고 차를 돌려 산길을 오르려니 눈앞에 떡하니 통행금지 표지판이 나타났다. 자동차는 진입 금지. 자전거와 보행자만 통행을 허락하고 있었다. 주차금지, 통행금지 표지판 앞에서 우리 차를 포함해 차량 몇 대가 시동을 건 채 서 있었다. 혹시라도 경찰 단속이 뜨면 냅다 튈 요량인 듯 보였다. 바로 이때 함께 간 아내가 제 몫을 했다. 시동을 걸어둔 채 아내에게 잠시 차를 맡겨놓고 그곳에서 금문교로 이어지는 언덕을 내려갔다. 50m가량 이어진 길은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금문교를 지날 때 이용하는 통행로다. 금문교로 이어지는 구간 바로 앞에는 이곳이 얼마 전까지 주차장으로 쓰였다는 걸 보여주는 흰색 선이 그어져 있었다.


해변의 주민, 쫓아내는 경찰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인근 주차 공간. 차량 통행금지로 관광객 발길이 끊기면서 텅 비어 있다.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인근 주차 공간. 차량 통행금지로 관광객 발길이 끊기면서 텅 비어 있다.

들고 간 카메라로 사진을 몇 장 찍은 뒤 서둘러 아내가 기다리는 자동차로 돌아갔다. 혹시나 경찰 단속이 나오지 않았을까 걱정돼 한숨도 쉬지 않고 언덕길을 달렸다. 다행히 경찰차나 주차단속 차량은 보이지 않았다. 바로 차를 돌려 다시 금문교를 건너 동네 주민들이 사랑하는 해변, 1년 내내 서핑하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 하프문베이(Half Moon Bay) 해변으로 향했다. 휴일이면 해변도로 양쪽 가장자리에 차량이 빽빽하게 주차되는 곳, 차에서 내려 몸에 착 달라붙는 웨트슈트(wetsuit)를 입고 맨발로 서프보드를 들고 가는 서퍼가 몰려드는 곳이다. 

해변은 샌프란시스코와 행정구역이 다른 샌마테오(San Mateo) 카운티에 속한다. 아름다운 해변이 이어져 있어 주변 다른 지역 주민도 즐겨 찾는다. 바로 그래서 단속이 심하다. 현지 언론 머큐리뉴스에 따르면, 경찰은 샌마테오 카운티에서 5월 1일 금요일부터 바로 이날 일요일까지 3일 동안 1424명을 단속했다. 그리고 인근에 살지 않는 295명에게 즉시 현장을 떠나라고 명령했다. 샌마테오 카운티의 통행제한은 주거지에서 10마일(약 16km) 넘게 떨어진 곳으로 놀러 가지 못하게 한다. 4월 29일 이전에는 제한 거리가 달랑 5마일이었다. 

경찰이 운전면허증을 확인해 멀리서 놀러 왔으면 쫓아내는 식이다. 통행제한 명령이 내려진 뒤 주말마다 수백 명씩 쫓아내고 있다. 일단 구두 경고와 서면 경고를 하지만 상황에 따라 벌금도 부과할 수 있다. 벌금은 적게는 50달러에서 많게는 1000달러까지. 샌마테오 경찰은 그나마 양반이다. 샌마테오 카운티 바로 남쪽에 있으며, 역시 마찬가지로 태평양 연안을 품고 있는 샌타크루즈(Santa Cruz) 카운티 경찰은 다른 동네에서 놀러 온 주민 7명에게 각각 1000달러 벌금 티켓을 건넸다. 편의점 앞에서 음료수를 사 마시고 있던 일행이 동네 주민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는 딱지를 끊었다. 남의 동네 위험하게 만들지 말고 네가 사는 동네에서 조신하게 있으라면서.


그 바다엔 서퍼가 딱 2명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베이 지역의 명소 중 하나인 하프문베이 해변 풍경. 평소 서퍼로 붐비던 곳인데 지금은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샌프란시스코베이 지역의 명소 중 하나인 하프문베이 해변 풍경. 평소 서퍼로 붐비던 곳인데 지금은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오후 4시 20분쯤 하프문베이 해변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텅 빈 해변도로 양쪽 가장자리였다. 통행제한 명령이 내려지기 전 주차가 허용되던 공간엔 단 한 대의 차량도 없었다. 저만치 주차금지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었다. 이곳까지 오면서 지나친 다른 해변 공원에도 주차금지 표지판과 더불어 단속 나온 경찰차 두 대까지 있는 걸 목격한 참이었다. 눈치를 보니 놀러온 사람들은 인근 동네에 차를 세워둔 듯 보였다. 우리도 동네 골목을 찾아 주차를 했다. 혹시 몰라서 이번에도 아내에게 차를 부탁하고 혼자 밖으로 나왔다. 

10분쯤 걸어 해변에 도착하니 비로소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가족이 함께 온 것으로 보이는 30여 명이 환한 표정으로 신이 나서 해변을 거닐고 있었다. 아마도 점심 나절엔 훨씬 많은 사람이 모래사장을 걸었을 것이다. 개중엔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도 보였다. 해변에서 마스크를 쓰고 거니는 사람들이라니. 

눈 씻고 찾아보니 바다 위엔 딱 한 명의 서퍼가 파도를 타고 있었다. 오늘 하루에도 적잖은 서퍼가 경찰에게 쫓겨나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모래장난을 하는 꼬맹이, 수영하는 사람, 그리고 파도를 타는 서퍼로 북적이던 예전 풍경은 찾을 수 없었다. 주차해 둔 동네 골목으로 돌아가는데 서퍼 한 명이 서프보드를 옆에 끼고 바다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혼자 외롭게 파도를 타던 서퍼에게 동무가 생긴 것이다. 


차가 한 대도 서 있지 않은 하프문베이 해변도로 주차 공간. 코로나19 유행 전 주말이면 이곳은 수많은 관광객 차로 빈 곳을 찾기 어려웠다.

차가 한 대도 서 있지 않은 하프문베이 해변도로 주차 공간. 코로나19 유행 전 주말이면 이곳은 수많은 관광객 차로 빈 곳을 찾기 어려웠다.

차로 돌아가 보니 아내와 차는 무사했다. 다행히 경찰 단속은 없었다. 사람이 많은 시간대에 이미 단속하고 자리를 떴나 싶었다. 무사히 취재를 마쳤다고 안도하며 집으로 향했다. 차를 몰고 해변도로를 달리는데 그때 반대편에서 경찰차 한 대가 오는 게 보였다. 다시 단속하러 가는 길일까. 아니면 그저 순찰을 도는 것일까. 통행제한이 끝날 때까지 아마도 이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신동아 2020년 6월호

글·사진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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