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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밝힌 ‘김여정 위임통치’, 국민 혼란 야기할 수도”

김기웅 전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장이 본 ‘김정은 위임통치’

  •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국정원 밝힌 ‘김여정 위임통치’, 국민 혼란 야기할 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 서명식에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도움을 받아 선언문에 서명을 하고 있다. [한국사진공동취재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 서명식에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도움을 받아 선언문에 서명을 하고 있다. [한국사진공동취재단]

“위임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을 책임지고 맡긴다는 건데 이런 측면에서 보면 김정은의 위임 통치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일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국정 전반에서 위임 통치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한 김기웅(59) 전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장(세한대 초빙교수)의 말이다.

김 교수는 “국정원 보고를 자세히 보면 김정은 등장이후 변화된 모습, 각 권력기구 정상화, 주어진 권한과 책임 수행, 그리고 백두 혈통인 김여정의 사실상 2인자 역할인데 사실 이건 특별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김정은이 취임 초부터 추진하고 있는 사회주의 정상국가라는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정은은 아버지 때와는 달리 당과 내각, 최고인민회의가 당규약과 헌법에 따라 적어도 외형상 주어진 권한과 책임 하에 일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당 정치국 회의를 수시로 열어 현안을 토의하거나 최고인민회의를 1년에 두 차례 열고 있으며, 내각에서 경제 등을 책임지고 처리해 나가고 있다.” 

김 교수는 1990년부터 거의 모든 남북회담에 관여해 북한 지도부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남북회담 수석대표를 비롯해 수행원과 상황실 근무까지 포함하면 300여 차례 회담에 참여했다. 분단 이후 남북회담 680회 중 절반에 가깝다. 




김기웅 전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장은 김여정의 2인자 역할론이 불거진 데 대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지호영 기자]

김기웅 전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장은 김여정의 2인자 역할론이 불거진 데 대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지호영 기자]

그는 “국정원의 위임통치란 단어는 오히려 국민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위임이란 말이 맞으려면 김정일이 아버지 김일성에게 한 것처럼 보고를 하지 않고 혼자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는 것까지 의미하는데 이 정도는 아니다”라면서 김여정의 2인자 역할에 대해서도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김여정은 현재 대남관계를 실무적으로 이끌고 있다. 대외적으로 나서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북한이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라고만 호칭하고 소속 부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이런 경우 대체로 가장 힘이 막강한 조직인 조직지도부를 실질적으로 맡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김정일 시기에는 김정일이 직접 조직지도부 부장을 맡았다. 조직지도부장이 누구이든 김여정이 조직지도부를 관장하고 있다면 당에서의 실질적 힘은 김정은 다음이다. 김여정은 지난 대남 담화에서 ‘위원장 동지와 당,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에 따라 일을 한다’고 했다. 대남사업부 전체회의를 주재했다는 걸 보면 2인자 위치가 확고해진 것도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이번 국정원 발표에 대해 북한은 어떻게 볼까. 김 교수는 “책임분산이 아닌 회피라는 단어가 불쾌할 것 같은데 그렇게 반발한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오히려 반발 여부나 정도를 보면 향후 우리 정부와 대화의 여지가 있는 지를 가름할 시금석이 될 것이다. 

그는 또 김정은의 건강문제에 대해 “초기엔 의욕이 많다보니 세세하게 일일이 만기친람형으로 챙겼지만 차츰 차츰 시스템이 운영되도록 했다. 정상국가는 김정은이 초기부터 품었던 생각이란 게 ‘팩트’인데 그렇다면 개입하는 정도가 과거보다 줄었느냐 하는 건 현재로선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신동아 2020년 9월호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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