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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美는 직업, 親美는 생활’ 中 고위인사들

  • 최창근 객원기자 caesare21@hanmail.net

‘反美는 직업, 親美는 생활’ 中 고위인사들

  • ● “자녀는 하버드대”…反美 외친 中 고위층의 미국 사랑
    ● 反美로 돈벌이, 가족은 미국에…원정출산한 CCTV 앵커
    ● 시진핑 주석 공식 연봉은 2만2000달러, 자녀 유학비는?
    ● 아이비리그 졸업장은 ‘사회적 지위의 상징’
중국 CCTV 앵커 둥칭(왼쪽)과 외교부 수석 대변인 화춘잉. [CCTV 방송화면 캡쳐, AP=뉴시스]

중국 CCTV 앵커 둥칭(왼쪽)과 외교부 수석 대변인 화춘잉. [CCTV 방송화면 캡쳐, AP=뉴시스]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 “반미는 직업, 친미는 생활!(反美是工作, 親美是生活)”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스마난(司馬南)’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저널리스트 웨이리의 이중행각 탓이다. 그는 미국을 맹비난해 ‘반미투사’라는 별칭을 얻은 논객이다. 2012년 1월 웨이리는 미국에 거주하는 가족을 만나러 미국 워싱턴DC행 비행기에 올랐다. 탑승 전 “미국은 전 세계의 적, 세계 각국을 착취하는 거대한 종양 덩어리”라는 글을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게시하는 것도 빠뜨리지 않았다.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그를 알아본 중국인들이 ‘반미투사’의 미국행을 비난하자 당황한 그는 “반미를 하는 것은 나의 직업일 뿐이고 아내와 딸이 있는 미국에 온 것은 생활일 뿐이다. 일과 생활을 구분해 주기 바란다”는 말을 남기고 황급히 공항을 빠져나갔다. 

중국 누리꾼들은 “우리의 반미투사가 그렇게 진지하게 일과 생활을 구분해 달라고 할지 몰랐다”는 조롱의 댓글을 쏟아냈다. 

평소 애국을 강조해 ‘둥아이궈(董愛國)’라는 별명을 얻은 중국 CCTV 간판 앵커 둥칭의 이중생활도 도마에 올랐다. 2014년 해외연수를 명분으로 미국으로 간 그녀는 현지 원정 출산을 했고 아들이 미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둥칭은 “아들에게 더 좋은 교육을 받게 해주기 위해서였을 뿐이다. 애국심과 국적은 충돌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었다. “반미는 직업이고 도미는 생활인가?” “대머리가 샴푸 광고하는 격”이라는 비판이 줄지었다.

시진핑 리커창 화춘잉의 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딸 시밍쩌(오른쪽부터). [중국 바이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딸 시밍쩌(오른쪽부터). [중국 바이두]

반미를 ‘업’으로 삼는 이들의 행태에서도 이율배반은 빠지지 않는다. 정례 기자회견마다 미국을 향해 독설을 내뱉는 중국 국무원 외교부 대변인들이 대표적이다. 수석 대변인이라 할 수 있는 화춘잉 외교부 신문사 사장은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호화 저택을 구입했다. 해외 자산 은폐 논란이 일자 “미국 유학 중인 중학생 딸의 거주용으로 구입한 것” “공직자 재산 신고에 고의 누락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지난 7월 주(駐)유엔 중국대표부 부대사로 자리를 옮긴 겅솽 전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에 부임할 당시 중학생인 딸을 대동했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반미는 일일 뿐이었지만, 자녀가 미국에서 교육받는 것은 생활이다”라고 조롱했다. 



중국 국가지도부의 행태도 대동소이하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외동딸 시밍쩌는 저장대 입학 후 2010년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에 편입해 2015년 졸업했다. ‘국가 의전서열’ 2위 리커창 국무원 총리의 딸도 베이징대를 거쳐 하버드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같은 시기 보스턴 하버드대 캠퍼스에는 ‘시진핑의 정적’ 보시라이 전 충칭시 공산당위원회 서기의 외아들도 있었다. 하버드대 동문록에는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손자 장즈청, 리자오싱 전 외교부장 아들 리허허 등 전·현직 중국 국가지도부 손자가 즐비하다. 

일반 중국인 유학생들이 학비가 저렴한 주립대를 택하는 데 비해 중국 당·정 고위 간부 자녀들은 아이비리그로 대표되는 일류 사립대에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는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후 중국공산당이 강조한 평등주의 이념과 배치된다. 초기 미국 유학 세대인 작가 훙황은 “제대로 된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제대로 된 학교를 다녀 가문의 영광을 이어야 한다는 엘리트주의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훙황의 양부(養父)는 차오관화 전 외교부장, 친모는 ‘중국 외교가의 꽃’으로 꼽혔던 장한즈다. 

출처가 불투명한 유학비 조달도 문제다. 2018년 영국 BBC가 보도한 세계 각국 수반의 연봉 내역에 따르면, 시진핑 국가주석의 공식 보수는 연간 2만2000달러(한화 2600만 원) 선이다. 반면 하버드대 연간 학비는 4만5000달러, 기숙사비·식비를 포함하면 7만 달러 이상이 든다. 생활비는 별개다. 시진핑의 공식 보수로는 유학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불투명한 유학 자금 출처가 도마에 오를 때마다 당사자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유일한 사례는 보시라이의 아들 보과과다. 가족의 부정축재 의혹에 대해 그는 교내 신문 ‘하버드 크림슨(The Harvard Crimson)’을 통해 “해외 유학 자금은 독립적으로 따낸 장학금, 성공한 변호사이자 작가인 어머니 구카이라이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보과과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입학 전 영국 옥스퍼드대를 졸업했다.

‘붉은 귀족’ 자녀들 호화 유학 생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혁명의 아이들’ 제하 기사에서 미국 내 중국 공산당 지도부 자녀들의 유학 생활을 집중 보도하면서 다음과 같이 꼬집었다. 

“공산당 간부들의 부패와 권력남용에 분노가 커지는 상황에서 ‘붉은 귀족’으로 불리는 중국 지도층 자녀들의 행적은 이목을 끌 수밖에 없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중국 지도층이 엄격한 공산당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는 것으로 호도하고 있지만, 고위층 자녀들의 호화 유학 생활은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권력 독점을 정당화해 온 중국공산당에는 불편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비단 자녀 유학뿐만 아니라 중국공산당의 미국 사랑, 그중 하버드대 사랑은 두드러진다. 1997년 장쩌민 당시 국가주석이 하버드대를 방문했다. 이듬해 ‘뉴월드 하버드 중국 고위공무원 양성계획’이 시작됐다. 고위간부 단기 연수 프로그램이다. 2001년부터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과 중국 칭화대와 국무원 공동으로 ‘중국 공공관리 고급 육성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매년 60명 내외의 중앙·지방 중간 간부급 관료들이 케네디스쿨에서 교육받았다. 

약 20년간 정부 인사 1000여 명이 하버드에 적을 뒀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하버드대는 중국공산당 제2당교”라 보도하기도 했다. 2012~2019년 중국 정부가 하버드대에 기부한 금액은 7927만 달러(약 1000억 원에)에 달한다. 오빌 셸 아시아소사이어티 미·중관계센터 소장은 “하버드대를 비롯한 아이비리그 졸업장은 중국 엘리트에게 ‘사회적 지위의 궁극적 상징’이라고 분석했다. 

“위인민복무(爲人民服務·인민을 위해 봉사한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중국공산당 고위층이 표리부동하고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이는 원인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일당독재 체제의 불안정성을 자각하고 향후 자녀와 가족의 해외 도피를 염두에 뒀다. △미국 교육 시스템의 우수성을 인지하고 있다. △공산주의 특유의 이중성을 반영했다. △도덕불감증 발로다.



신동아 2020년 10월호

최창근 객원기자 caesar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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